하지만 이 같은 병에 걸리는 것은, 인간의 생명 활동의 구조를 어느정도 아는 입장에서 보면 피할 수 없는 병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 아니,
오히려 생명을 유지해가기 위해서는 필요한 병이라고도 할 수 있 지 않을까. 인간은 다른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노화하고 부패해갈 운명이다. - P125

2 『마크로풀로스 사건』

그러나 20세기, 특히 1,600만 명의 사망자를 낳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의 불로불사 욕망은 예부터 전해져온 불로불사 전설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듯하다. 인간이, 특히 채 스물도 되지 않은 청년들이 이렇게 전쟁터에서 찢어지고, 부서지고, 썩어 풍화되어간 전쟁은 유사 이래 존재하지 않았다. - P126

인간의 생명보다 몇 배 이상의 내구성을 지닌 방대한 제작물들에 둘러싸여 지내는 일 상생활에 인간들도 점점 익숙해졌다. 인간 자신도 예외가 아니다.  - P126

세계대전 이후 기존의 생사관이 전복되고 재구축되었는데, 이것은 실로 자연관, 동물관, 인간관, 세계관의 붕괴와 재생이기도 하다. 이 거대한 문제에 정면으로 달려든 문필가들은 많지 않은데, 내가 보기에는 체코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카렐 차페크(1890-1938)가 그 소수의사례 중 한 사람이다.⁵ - P127

5 『유레카(ユリイカ))』의 1995년 제27권 12호의 증면특집 ‘카렐 차페크(VL.+%7)‘에는 차페크의 연보와 주요 저작에 대한 해제가 실려 있어 편리하게 전체상을 그려볼수 있다. 또한 이지마 이타루(飯島) 『카렐 차페크: 작은 나라의 큰 작가(方.
7-小国大눋古作家)』(凡, 2015년)도 이 글의 구상을 가다듬는 데많은 참고가 되었다. 체코를 제외하면 차페크가 가장 많이 읽히는 나라가 일본이라는 것 ,石川夫차페크의 팬이 된에도 흥미로운 현상이지만, 그것은 번역자들, 栗栖継, 飯島周, 田등)의 방대하고도 꼼꼼한 작업에 의한 결과다. 그들의 번역 작업 덕분나는 이번 글을 쓰면서 그러한 점을 끊임없이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 P369

차페크가 서른두 살 때 쓴 희곡 「마크로풀로스 사건(Vec Makropulos,
1922)은 불로불사 전설에 대부분 따라붙는 애처로움을 충분히 계승하면서도 20세기의 현대인이기에 더욱 품기 쉬운, 자신의 내구성 대한에번민도 그려져 있는 희극이다.⁶ - P128

6 外氷 (カレルチャペック)(マクロプロス事件)」「氷PER, A, 2006, pp. 155-229. - P370

3 더 이상 신의 미숙아가 아니라

이 희곡에서 마크로풀로스의 비약에 가장 매료당하는 사람은, 콜레나티 변호사의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는 법무사로 프랑스 혁명의 역사를 연구하는게 취미인 비테크다. 서두에서의 비테크는 유산을 둘러싸고 100년 동안이나 계속된 재판이 마침내 종결되는 날이 온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이다. - P130

이상과 같은 근거하에 제안된 비테크의 민주주의적 해결 방안 이외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었다. 1회 복용에 수명을 10년 연장시켜주는 약품을 제조하여 그것을 판매하고자 하는 자본주의적 해결 방안,
에밀리아의 내연 남편이었던 요제프 페르난트의 피를 이어받은 자만복용할 수 있게 하자는 민법적 해결 방안, 그리고 선별된 귀족만 복용하여 장수 귀족계급을 확립하고 그 계급이 "벌레 같은 평범한 자들"을 지배하게 하자는 새로운 신분제도의 창출 방안. - P132

인간과 동물 사이에 있는 문턱은 의외로 낮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교체되기도 한다는 것은 『곤충 극장』(1921. 형 요세프***와의 공저)"과 『도롱뇽과의 전쟁』(1936)"의 테마다. 한편 노동을 버리고더 큰 자유를 광적으로 찾아 헤매는 인간은 『로봇: 로섬의 유니버설로****봇』(1920)과 압솔루트 공장』(1922)도롱뇽과의 전쟁의 주인공들이 공유하는 특징이다. 그리고 인간의 영원한 미숙함에 대해서 - P133

하지만 비테크의 주장은 300년 동안 살며 ‘지루함‘에 시달린 에밀리아에 의해 일축당한다. "예술이라는 건요. 인간이 그것을 완벽히 해낼수 없는 한에서 의미가 있는 거예요." "인간을 더 높은 존재로 만들 수있을까요? 어떤 것이든 변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에밀리아의 경험론이 비테크의 관념론을 분쇄해버리는 대목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 P134

비테크가 말한 대로, 불로불사의 소원은 민주주의적인 시대이자 미래의 진보가 기대되는 시대에는 다양한 계층에 감염되어 증폭될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또 한 가지, 이 균열을 메우는 것으로 반드시 등장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역시 프리드리히 프뢰벨이다. 프뢰벨이 발명한 나무블럭은 세계의 섭리를 반영하는 것임과 동시에 유아의 성장을 비추는 거울이었다. - P135

육체가 자연을 향해 분해를 이룩해가는 과정이기에 작은 "변화"를민감하게 포착하고 그 변화에 공명하는 감각과 정신이 성장하는 것 아닌가. 빵 한 조각을 위해 악착같이 달려드는 것으로부터 분리된 "현명한지혜" 따위는 20세기 이후 더 이상 있을 수 없는 것 아닌가. 비테크와 에밀리아가 주고받는 대화는 그런 물음을 유발한다. - P135

4 메치니코프의 요구르트

20세기 이후 지구의 거주자들은 플라스틱과 콘크리트에서 배출되는 유독가스, 그리고 유독가스와 거의 동일한 성분의 농약⁸, 나아가 핵연료에 이르기까지 대량의 불로불사 물질에 둘러싸여 살기 시작했다.
과학 기술의 진보에 힘입어 쉽게 파괴되지 않는 안정된 것을 더욱 욕구하게 되었다. - P136

8 독가스와 농약이 쌍둥이 같은 관계에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후지하라 다쓰시(藤原辰史)「제1차 세계대전의 환경사(第世界大戰環境)」공익재단사학회(公益財団会2015년.
学환경으로부터 전쟁을 읽는다.環境戦争読心)』山川出版社재해와 - P370

이 태도는 차페크를 연구하는 연구자들뿐 아니라 본인도 인정하는 ‘상대주의‘ 따위가아니다. 차페크가 이 작품에서 최초로 불로불사에 맞서는 대항 전설을표현했다는 것, 즉 시간과 함께 늙고 죽어서 부패해가는 인간 쪽이 불로불사의 신선보다 자유로울 뿐 아니라 신선들보다 더 현명해질 수 있다고 하는 그런 대항 전설을 그려냈다는 것에는 어떤 의의가 있는 것일까? - P137

 20세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불로불사 전설은 요구르트 정도가 아니라 아예 장수를 가능케 해준다고 선전되는 방대한 식품과 약품에 의해 강화되어 왔는데, 차페크는노화를 과도하게 두려워하는 그런 인간들이 사는 시대, 머잖아 찾아올수도 있는 그 섬뜩한 시대에 맞서, 『마크로풀로스 사건』이라는 새로운전설을 미리 대치시키고 있었던 게 아닌가, 라고 나에게는 느껴지는것이다. - P138

5 인류는 언제까지 지속할까

스스로에게 그러한 질문을던진다는 것, 그것은 제1차 세계대전으로 와해되어버린 오스트리아-헝가리 이중 군주국의 거주자에게는 결코 이상한 질문이 아니었을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파국적인 사건을, 식량이 압도적으로 부족한 프라하 (한때는 히세로 이주하기도 했다)에서 여위고 병약한 상태로 어려움을 겪으며 체코슬로바키아의 독립까지 맞게 된 체험은¹¹, 비록 전쟁터에 나선 적은 없었다 해도 작품에 큰 영향을 끼쳤으리라는 점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¹² - P139

11 차페크는 전쟁 중 겪은 식량난으로 건강을 해치게 되어 1916년 8월에 부모님 계신 곳에서 요양을 한다. 이지마 이타루(島) 카렐 차페크(L7). PP. 228-evy229.
12 ‘생각지도 못한 전쟁이 발발했을 때, 카프카와 마찬가지로 건강상의 이유로 군대에 입대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전쟁은 그에게 큰 타격을 주었다. 그사이에 그의 사고방식도 저작도 완전히 변했다." 이반 클리마(7.711-7) 「카렐 차페크』 才益夫訳, 青社, 2003년, p. 17. - P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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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욘스에 따르면, 우리 뇌는 실제 본 기억이 없어도 정보를 통해 이미 알고 있는 대상을 좋아한다. "익숙한 것은 아직 나를 해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 P52

쿼터백 선발부터 타투 시상에 이르기까지 최종 평가에는 감정이라는 요소가 더해진다. 그 일이 비록 주유소 편의점에서 파는 핫도그에얽힌 루머나 이의 요정 (빠진 이를 주면 선물을 주는 요정 - 옮긴이)처럼 출처가불분명한 얘기일지라도 말이다. 상대에게 안전한 존재라는 인상을 주는 것만으로도 운이 따를 여지가 있다.¹⁸ - P52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
그저 가까이에만 있어라

운을 키울 수 있는 찰리 브루어 원리의 지름길은 바로 가까워지는 것이다.  - P52

같은 동네에 사는사람들과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길에서 우연히 만날 수도 있다. 그들과 새로운 소식과 아는 사람 얘기를 나눈다. 그 어떤 것도 계획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된다. ‘구조화된 우연성‘은 이처럼 공동체를강화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만남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연히 친구를 만나면 내 하루 일상이 달라지거나(우리 점심 먹으러 갈까?), 일주일 일정이 달라지거나(목요일에 테니스 칠까?), 혹은 우리 삶의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내 코치한테 널 소개해줄게). - P53

1935년, 한 연구자가 물리적 근접성이 결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다 ‘상호작용 시간 비용‘이라는 이론을 세웠다.  - P53

이 말을 쉽게 풀어보자면, 가까이있으면 서로를 잘 알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한 번의 상호작용이 있을 때마다 저울 한쪽에 구슬 한 개를 올려놓는 것과 같다. 그런데 가까이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구슬을 모으는 건 무엇보다 쉬운 일이다. - P54

 26층에 사는 학생들도 오다가다 12층이나 5층에 들를 수 있다. 그러나 12층에 사는 학생들이 5층 기숙사 방을훨씬 더 많이 들락거린다. 5층에 거주하는 학생들(그중에서도 엘리베이터가까운 곳에 거주하면 더 좋다)은 행사 퍼레이드가 곧잘 지나가는 대로변에사는 것과 비슷하며 집안에 풀장을 두고 있는 사람들과 비슷하다. 그런학생들에게 친구가 많은 것은 이상한 우연이 아니다. 그런 그들이 운이없을 수가 있을까?²¹ - P54

21 Beverley Fehr, "Friendship Formation," in Handbook of Relationship Initiation, ed. SusanSprecher, Amy Wenzel, and John Harvey (New York: Psychology Press, 2008), 29-32. - P288

교실 가운뎃 줄에 앉은 학생들이 인기가 있을가능성이 더 컸다. 당연히 그들이 더 멋져서가 아니라 더 쉽게 다른 학생들과 알고 지내기 때문이다.²⁴ 학기 첫날에 임의로 배정한 좌석이 한학기 친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²⁵ - P55

24 Yvonne H. M. van den Berg and Antonius H. N. Cillessen, "Peer Status and Classroom SeatingArrangements: A Social Relations Analysis," Journal of Experimental Child Psychology 130 (2015): 19-34.
25 Mitja D. Back, Stefan C. Schmukle, and Boris Egloff, "Becoming Friends by Chance," Psycho-logical Science 19, no. 5 (2008): 439-40. - P289

주어진 시간은 한정적이므로 삶의 보상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저울이 ‘저 인간은 밥맛이다‘라는 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면 우리는 상대에 대한 관심을 접게 된다. 초기의 부정적 인상은 돌이키기 어렵다. - P55

어떤 면에서 구슬을 모으는 과정은 지속적이며 양면적이기 때문이다. 즉 좋은 평판을 갖는다는 것은 양쪽 모두에게 이롭기 때문이다.²⁸ 심리학자 콜린 드영Colin DeYoung 은 이렇게 말했다. "본래 미지의 존재는 위협적이지만 좋은 조짐을 보이기도 한다. 이 두 반응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는지를 살펴보면 인간의 행동에 관해 많은 것을 알 수있다."²⁹ - P56

28 Jerker Denrell and Gaël Le Mens, "Social Judgments from Adaptive Samples," in Krueger,
Social Judgment and Decision Making, 151- 69; Harry T. Reis et al., "Familiarity Does Indeed PromoteAttraction in Live Interactio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01, no. 3 (2011): 557-70.
29 저자와 나눈 이메일, Aug. 1. 2014. - P289

연결이
행운을 불러온다


예측하기 좋아하는 우리의 뇌는 단서에 쉽게 빠져든다. 그리하여 광활한 우주 안에서 어떤 점과 점을 연결할 수만 있어도 우리는 행복에겨워한다. (전략).³¹ - P57

31 Moshe Bar, "The Proactive Brain: Memory for Predictions," 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Royal Society of London B: Biological Sciences 364, no. 1521 (2009): 1,235- 43; Moshe Bar, "A CognitiveNeuroscience Hypothesis of Mood and Depression,"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13, no. 11 (2009):456-63; Tad T. Brunyé et al., "Happiness by Association: Breadth of Free Association InfluencesAffective States," Cognition 127, no. 1 (2013): 93- 98; Sabrina Trapp et al., "Human Preferences AreBiased Towards Associative Information," Cognition and Emotion 29, no. 6 (2015): 1,054-68. - P289

듀크 대학교의 심리학자인 마크 리어리Mark Leary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체로 어떤 사람이 우리가 생각하는 인물의 기대치에 잘 들어맞는다 싶으면, 우리는 잠시 시간을 두고 거기에 관해 더 확실하게 따져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뭔가 아니다 싶을 때만 사람들은 더 많이생각하게 된다. 그렇지 않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이다."³² - P57

32, March 30, 2015. - P289

우리는 옳은 것이 아니라
옳다고 여기는 것을 한다

매장에서 결제하기 위해 카드를 긁는 것은, 우리 주머니에서 돈을 빼내는 길고도 복잡한 절차의 첫 단계다.  - P58

해병대원이 이 자리에 앉는 것을 상상하는 일이 어렵지는 않았다.
나는 군인 출신은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평소 개인적 경험을 통해 그들의 규율과 직업윤리에 대해 긍정적인 인상을 갖고 있었다. - P60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노튼Michael Norton이 진행한 연구에서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건설회사에 입사 지원한 사람들을 평가하게 했다. 현장 경력이 있거나 공학을 전공한 사람에게 가점을 주었다. 가장 우수한 지원자 가운데 둘은 공학 전공자였다. 그중 한 사람은 현장 경험 5년에 미국콘크리트벽돌협회에서 자격 인증까지 받았고, 다른 한사람은 현장 경험만 9년으로 추가로 교육을 받은 것은 없었다.³⁶ 성명과 성별을 가린 이력서를 가지고 심사할 때, 추가 교육을 받은 지원자가 선발될 가능성은 76퍼센트였다. - P60

36 Michael I. Norton, Joseph A. Vandello, and John M. Darley, "Casuistry and Social CategoryBia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7, no. 6 (2004): 817-31. - P290

연구자 노버트 슈워츠 Norbert Schwarz는 이렇게 말했다. "돌아가는원리를 알고 있다고 해서 우리가 그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건 아닙니다. 우리는 틀에 박힌 결정을 내립니다. 그러니 비서를 뽑을 때는 계속여자를 뽑지요. 여자는 비서라는 인식이 있으니까요."³⁸ - P61

38 EH, March 25, 2015. - P290

 레밍턴 타자기가 처음 선보인 것은 1874년이다. 타자를 치는 것은 필요한 일이긴 하지만 대수롭지 않은 도구를 다루는 소소한 일이었다.⁴⁰ 관리자들은 조작법을 배우려 하지도 않았고, 남자 직원들의 월급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는 돈으로 젊은 여자 직원을 고용할 수 있으면 다른 직원에게 타자치는 훈련을 시키지도 않았다. - P62

40 Eric Sundstrom, Work Places: The Psychology of the Physical Environment in Offices and Factories(Cambridge, U.K.: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86), 33. Col. Nikil Saval,
Cubed: A Secret History of the Workplace (New York: Knopf, 2014] Kindle edition. - P290

 1930년 무렵 미국 사무직 노동자 가운데 속기사와 타자수의 95.6퍼센트는 여자였다.
채용 담당자는 이력서를 보고 저울에 ‘문제없음‘이라는 구슬을 얹는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당연한 말이지만, 미리 기준을 세우지 않고이력서만 보고 지원자를 평가하는 것은 다루왈라가 이력서를 뽑아 들때처럼 뭔가 허술하다. - P62

나는 제대로 된
결정을 내렸다는 착각

찰리 브루어? 물론 그는 쿼터백감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도 그와 같은 흥분을 느낄 수 있는가? 그리고 그것이 제대로 된 판단이라고 여기는가?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바로 떠올릴 수 없다면, 우리가 찰리 브루어를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될 수 있다.  - P64

일찌감치 그들을 낚아채 오긴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고등학교 2군선수일 때만 스카우트 하는 것은 아니다. 텍사스에서 쿼터백이 되려면이미 중학교 때부터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카터 코치는 말한다. "마치 언어 같아요. 고등학교 팀이 1만 단어의 어휘를 구사한다면, 중학교팀은 한 500단어 정도를 익히고 있는 거죠." - P65

우리는 그 감정이 어디에서 비롯하는지도 모르면서 어떤 결정을내릴 때 그에 필요한 정보의 원천으로 감정을 이용한다. 오류 수정 방법이 없다면, 이런 식의 결정을 막을 도리가 없다. - P66

신디 하몬존스cindy Harmon-Jones는 이렇게 말했다. "때로는 그것이최선의 결정이 아닐지라도 결정을 내리면 바꾸지 않아요. 마음을 자꾸고쳐먹으면,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혹시 잘못된 선택을 했더라도 후회하는 마음과 꺼림칙한 마음을 접어야 해요. 그리고 자신이 갈수도 있었던 학교에 대한 미련을 접을 필요가 있어요. ‘나는 제대로 된결정을 내렸다‘라고 말해야 해요. 그리고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결정을내렸으니 그에 따라 나아가고 움직여야죠."⁴⁷ - P67

47. May 13, 2015; Eddie Harmon- Jones, David M. Amodio, and Cindy Harmon-Jones, "Action-Based Model of Dissonance: A Review, Integration, and Expansion of Conceptionsof Cognitive Conflict," in Advances in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ed. Mark P. Zanna(Burlington, MA: Academic Press, 2009), 41:119-66. - P291

파티나 강의실에 갈 것 같은 동네로 이사할 것. 알고 지낸 기간이 신뢰의 척도가 된다. 성공의 80퍼센트는 눈도장을 찍데 있다. - P68

V 가운뎃줄에 앉을 것. 그리고 착하게 행동할 것.

V 사람들은 자신이 편하다고 여기는 환경에 머물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방인이 된 느낌이 드는 장소에서도, 참고 그곳에 머물 수 있어야 한다. - P68

6장
노력을 이기는 재능,
재능을 이기는 행운

높이뛰기를 제대로 하려면 이상적인 힘과 체중의 비, 길고 빠른 다리가 필요하다. 그리고 도약할 때 탄력을 주는 팔 근육은 물론 다리 근육, 엉덩이 근육, 코어 근육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래야 압도적으로 보이는 높이를 뛰어넘을 수 있는 기술을 발휘할 수 있다. - P147

 측면에서 바를 향해 도약하다가 등을 젖혀 바를 넘어가는 이 방법 덕분에 선수는 더 높이 도약할 수 있다. 무게중심을 위로 올려서 등을 휠 수 있기 때문이다.⁴
토머스가 놀이 겸 운동 삼아 높이뛰기를 하던 고등학교 때, 그가 높이뛰기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천부적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몰랐다. - P148

(전략), 즉 기량 연마, 기초 체력 훈련, 영양관리, 재활 훈련 등을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동기부여도 필요하다. 그뿐 아니라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대회에 나가 한판 겨루고 싶다는 열망, 그리고 그것을 제대로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자신감과 믿음도 필요하다. - P149

토머스가 높이뛰기 세계 챔피언이 될 정도로 갑자기 기량을 연마한 채 일 년도 안 되는 시기에 그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농구를 하고 있었다.
이 장에서 우리는 최고의 기량에 도달하고자 할 때 한 가지 요소만특출난 것으로는 충분치 않은 이유를 살펴볼 것이다. 모든 것이 잘 돌아가야 한다. 그러려면 운도 따라야 한다. - P150

우선은 운을 타고난
유전자가 필요하다


"기량에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 존스홉킨스 대학교의 신경과학자이자 전문 기술에 관한 전문가인 존 크라카우어 John Krakauer가 말했다.
뇌 Brain, 학습 Learning, 생기 Animation, 운동 Movement이라는 말의 약자를 딴BLAM 실험실에서 그는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여 운동 학습과 뇌 손상의 신경학적 회복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 P150

"먼저 유전학이다." 대략 유전자 코드의 99.5퍼센트는 보편적이다.
그러나 나머지 0.5퍼센트에서 세레나 윌리엄스 serena William와 스티븐호킹 Stephen Hawking이 결정된다.⁷ - P150

7. Michael D. Roberts and Chad M. Kerksick, "Vitamins/ Minerals: Invaluable CellularComponents for Optimal Physiological Function," in Nutrient Timing: Metabolic Optimization forHealth, Performance, and Recovery, ed. Chad M. Kerksick (Boca Raton, FL: CRC Press, 2012), 81; D.
G. MacArthur and K. N. North, "Genes and Human Elite Athletic Performance," Human Genetics116, no. 5 (2005): 331-39; Claude Bouchard and Robert M. Malina, "Genetics of PhysiologicalFitness and Motor Performance," Exercise and Sport Sciences Reviews 11, no. 1 (1983): 306; NirEynon et al., "Genes and Elite Athletes: A Roadmap for Future Research," Journal of Physiology 589,
no. 13 (2011): 3,063- 70; S. Voisin et al., "Exercise Training and DNA Methylation in Humans," ActaPhysiologica 213, no. 1 (2015): 39-59; Ildus I. Ahmetov et al., "Genes and Athletic Performance: AnUpdate," in Genetics and Sports, ed. M. Posthumus and M. Collins, 2nd ed. (Basel: Karger, 2016), 41-54; Marleen H. M. De Moor et al., "Genome- Wide Linkage Scan for Athlete Status in 700 BritishFemale DZ Twin Pairs," Twin Research and Human Genetics 10, no. 6 (2007): 812-20. - P326

최근의 한 연구에 따르면, 155개의 유전자 표지는 운동선수의 기량과 관련하여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93개의 표지는 지구력에 영향을미치며, 62개의 표지는 힘과 근력이라는 근육 능력과 관련 있는 것으 로나타났다.⁹ - P151

9 Ahmetov et al., "Genes and Athletic Performance." - P327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된다는 것도 생물학적인 제약과 관련이 있다. 움직임이 비상한 큰 손을 가졌다는 것은 복잡한 화음을 쉽게 연주할 수 있다는 말이며, 육체적 긴장으로 인한 부상을 덜 입을 수 있다는 말이다.¹¹ - P151

11 Naotaka Sakai and Satoshi Shimawaki, "Measurement of a Number of Indices of Hand andMovement Angles in Pianists with Overuse Disorders," Journal of Hand Surgery, European Volume 35,
no. 6 (2010): 494-98; C. H. Wagner, "The Pianist‘s Hand: Anthropometry and Biomechanics," Ergo-nomics 31, no. 1 (1988): 97-131. - P327

1만 시간 법칙을
이기는 유전자의 힘

사회학자 댄 챔블리스 Dan Chambliss는 학창시절 유망한 수영 선수였으며(주대회에서 2등까지 했다), 대학교 때는 수영 코치까지 했다. - P152

 그러나 실제로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세상에 수없이 많다. 성공과 실패는 노력의 양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¹⁴  "다른 수준의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세계적 수준의 선수들의 눈에도 자신들이 잘해왔다는 사실보다 지금까지의 수고로움이 더 쉽게 보인다.¹⁵ - P153

14 저자의 인터뷰.  Sept. 15, 2016.
15 Davidai and Gilovich, "Headwinds/ Tailwinds Asymmetry"; Robert H. Frank, "Why Luck-Matters More Than You Might Think," The Atlantic, May 2016, http:// www.theatlantic.com/magazine/archive/2016/05/why- luck- matters- more-than-you- might- think/ 476394/; JesseSingal, "Why Americans Ignore the Role of Luck in Everything," New York, May 12, 2016, http://nymag.com/scienceofus/2016/05/why- americans- ignore- the- roleofluckineverything.html. - P327

금메달과 같은 결실의 여부는 오로지 우리의 노력에 달렸다는 생각은 미국의 문화적 DNA에 바탕을 두었다. 미국의 문화적 DNA는 정부에 기댈 생각 말고 열심히 일하라고 독려하는 자립에 대한 강박과프로테스탄트 직업윤리 그 중간에 있다. - P153

그런데 평균 1만 시간 이상 연습하는 전문 바이올리니스트들을 비교해보면 편차가 크게 나타났다.
연습 시간이 카네기홀에 가서 연주할 수 있는 필요조건도, 충분조건 도 아니었다.¹⁸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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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sa

이렇게 스토리로나마 책을 낼 수있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 와서생각해 보면 10년 넘게 만화가를지망해 왔으면서도 어째선지 스토리 작가로의 길은 깊이 생각해 본적이 없었네요. 스토리 작가라는건 그림을 잘 그릴 수 없어도 이야기만 지어낼 수 있다면 된다는 점에서 전국 각지에 많은 경쟁자들이있으리라고 생각했던 터라 논외로밀어 놓고 있었던 게 원인이 아닌가 합니다. 앞으로도 만화, 스토리,
어느 쪽으로든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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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청소 아저씨

시나가와에 4년 정도 살았던 적이 있다. 문을 열고 베란다로 나가면낮고 무거운 엔진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공공 주택이 당시 거주지였다. 낡은 자동차를 파쇄하는 공장이나 주로 시나가와구의 쓰레기를 소각하는 시나가와구 청소센터도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 P13

. 평일아침, 집에서 버스로 20분 정도 떨어진 시나가와역의 출구를 잇는 통로를 보면, 검은 양복을 입은 샐러리맨들이 10열 종대로 줄을 지어 묵묵히 직장으로 향한다. - P13

이러한 분위기는 주거 환경 쪽도 마찬가지였다. 150가구를 수용할수 있는 11층짜리 공공 주택은 들고 나는 사람이 많고 자치회도 따로없다. 당연히 모르는 사람이 부지기수여서 간혹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게 되더라도 그저 인사를 하는 정도다. 하지만 그래도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했다. 가장 큰 이유를 들자면 ‘청소 아저씨였다.  - P14

아저씨가 주민들에게 애정 어린 존경의 대상이었던 것은 청소를 하다가 이와테 사투리로 말을 건네오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주민들 모두의 이름과 성격을 알고 있고 각각에 맞추어 이야기를 해주기 때문만도아니었다. 사실 아저씨는 손재주가 좋아서 울퉁불퉁한 손가락을 사용해 쓰레기장에서 장난감을 만들어준 것이다. - P15

또 다마가와에서 잡았다는 가재나 거북을 쓰레기로 버려진 스티로폼에 잘 넣어 쓰레기장에서 아이들에게 보여준다. 근처의 곤충 상자에는 거대한 메뚜기들이 가득 채워져 있고 "이건 뭐야, 아저씨?"라고 묻는 여자아이에게 아저씨는 "가재의 먹이야"라고 상쾌하게 답해주었다. 쓰레기장은 언제나 청결했고, 학원이나 숙제에 쫓기는 아이들이자연스레 모여드는 장소였다. - P15

 이토록 흔치 않은 일을 어째서 노동 시장은 더 적절하게 평가할 수 없는 것일까? 아저씨보다 보수를 두 자릿수, 아니 심지어 다섯 자릿수 이상 받는 사람들이 어째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일까? 처음 급여액을 알았을 때 단순히 의문이 들었고 나의 어리석음이 부끄러웠다. 어찌 되었든 아저씨는작업복을 바꾸어 입고 다시 일할 수 있게 되었으며 아이들에게서는 불안한 표정이 사라졌다. - P17

아저씨는 매일 수많은 쓰레기를 쏟아내는 우리를 향해 "아직 쓸수있는 이런 물건을 버리다니 아깝네"라는 말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예전에는 이렇게 물건을 버리지는 않았는데"라고 푸념하지도 않았다. - P17

2 속성을 상실한 것들의 필요성

청소 아저씨의 이런 행위들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고 있었던 것일까? 무엇이 그토록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것일까? 근대 사회의 관점에서 보자면 아저씨의 행위는 이중의 의미에서 물건의 연명이라고 부를 수 있는 행위였다. - P18

첫째, 건물의 유지 보수를 한 것. 청소 아저씨가 없다면 건축업자의손을 떠난 뒤 건물의 노후화는 심히 가속화될 것이다. - P18

둘째, 쓰레기를 아이들의 장난감이나 청소 용구로 바꾼 것. 즉 청소아저씨는 쓰레기가 되어 사회적 가치를 박탈당한 것을 다시 한 번 사회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재조립하여 그것의 연명을 성취한 것이다. - P19

어떤 것에 뒤얽혀 있던 속성이 제거되고 기능도 잃어버리고 산산이 흩어지게 되어 ‘그저 거기에 있다‘ ‘무엇인가에 작용하는 상태에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상태에 도달했을 때, 그것은 비슷한 상태의 다른 것과 합성되기 쉬워진다. - P20

사물에 잠재해 있는 열을 발산하고 해체하고 고요히 가라앉혀 잠들게 하는 것. 인간과 식물과 동물, 나아가 생명체와 인공물의 울타리조차 자유로이 넘어가는 초영역적인 현상에 이와테 출신의 청소 아저씨는 자연스레 참여하고 있었던 것이다. - P21

이 책의 목적은 공공주택 거주자들을 끊임없이 매료시켰던 청소아저씨와 그의 행동을, 지금까지 선행자들이 남겨온 생각과 행동의 역사속에 위치시키고 보편화하는 일에 다름 아니다. - P21

3 인간계와 자연계의 틈새에서


국가사회주의 독일 노동자당(나치당)의 독재 체제하에서 "토양식물-동물-인간의 생물학적 공생"을 부르짖은 농촌계획학자가 왜 동유럽의 인종적·경관적 재구축을 목표로 하는 동부종합계획을 수립하고,
또 화학비료보다 토양 내 부식(植, humus)을 중시한다고 말했던가? - P22

자연-인간물질대사의 요체인 주방이라는 공간은 어떤 연유가 있었기에 20세기 들어 여러 과학자들이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제출하여 시스템화를 이룬 것인가?³
어떻게 해서 대도시의 저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버려진 물건을모아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으로 바꾸어갔는가?⁴ - P22

3 후지하라 다쓰시(藤原辰史)『나치의 주방: ‘먹는 일‘의 환경사(200史)』, 2012년(결정판은>「食출판사에서 2016년 간행).
4 후지하라 다쓰시(藤原辰史) 「고물과 쓰레기의 인문학: ‘밑바닥‘에 대한 종합적 고찰(ㅁ-「老人底」総合的考察)」山室信一岡田暁生+小関隆+藤原辰史 編『우리는 어떠한 ‘세계‘를 살고 있는가: 도래할 인문학을 위하여 (「世界」천生롤 T330-来人文學十二出版, 2019년. - P363

각각의 물음에 대한 나름의 잠정적인 답은 비록 한정된 사고 능력의 범위 내에서나마 지금까지 출간한 저작들을 통해 제시해온 터라 여기서는 굳이 반복하지 않겠다. 하지만 방금 제시한 큰 물음에 대해서는,
그로부터 파생된 각각의 하위 문제들과 씨름하는 동안에는 언어화를 게을리해왔고, 나 자신의 물음을 완전히 대상화하지도 못한 상태였다.
또한 왜 이러한 물음이 나왔는지에 대해, 이러한 문제에 나보다 더 이전에 봉착했던 선행하는 사상가들과 관련지어 숙고해보지 않았다. - P23

일반적으로 말해서 역사학자는 철학자나 사상가가 구성해낸 형이상학적 개념을 아무리 기피하려 애써도 그로부터 커다란 영향을 받게마련이며, 일차 사료에서 이해하게 된 것만을 포착하려고 아무리 애써도 형이상학의 세계로부터 온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 P24

연구를 시작했을 무렵의 나는, 농약 오염과 토양 악화가 지구를 멸망으로 이끌어 가는 게 아닐까 하는 초조감에 내몰리며 관련 서적을뒤적였다. 그와 병행하여 히로시마, 나가사키, 비키니 환초에서의 핵무기 폭발, 시라누이해*의 수은 오염, 체르노빌 원전 폭발 등이 초래한인간과 자연의 파괴를 둘러싼 사상적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좁은 범위에서나마 철학이나 사상 분야의 책, 그리고 관련 문학 서적들도 뒤적여보았다.


*규슈 본토와 아마쿠사 제도에 둘러싸인 내해로, 1950년대와 1960년대에 질소화학 공장에서 유출된 수은 때문에 심하게 오염되었다. 이 때문에 여기서 어업을 하고 이곳의수산물을 먹던 주민들이 미나마타병에 걸리기도 했다. 이하 각주는 모두 옮긴이 주이며,
저자의 원주는 미주로 실었다. - P24

나치가 "생명 법칙" (Lebensgesetz), 즉 인간은 생명의 순환에 따라야 한다는 원리를 설파한 것은, 인간과 자연의 풍요로운 관계를 국가가 구축해 가겠노라 선언한 1935년 ‘제국자연보호법‘에서 꽃을 피웠으며, 다른 한편 인간은 인종이라는 자연의 섭리에 순종해야 한다는 원리와 하등 모순 없이 연결되었다. - P25

만일 우리가 이런 연유로 나치즘과 스탈린주의를 뿌리친다면, 그러면서도 여전히 생명과 인간 사회의 다원적이고 연쇄적인 상호 작용을 포착하고자 한다면, 대체 어떻게 해야 좋을까?  - P26

이 덫은 세상의 여론이 ‘생명‘이나 ‘순환‘, ‘자연‘ 같은 슬로건에 의심없이 기대어버릴 경우 곧장 사회 전체의 덫으로 바뀌어버린다. ‘환경‘
과 ‘생태‘라는 말은 거기에 내포된 위험성을 일단 해독시킨 다음에는마치 부적처럼 온갖 다양한 토론이나 문서의 결론으로 사용되기 일쑤다. - P26

더구나 자연계의 물질 순환은 지금까지 보아온 바와 같이 인간사회에서도 기능하고 있다. 이삭줍기, 넝마주이, 수리점에서부터 폐품 회수소나 말의 사체 처리, 쓰레기 수거에 이르기까지, 어떻게든 소재를재사용할 수 있도록 충분히 가공하는 존재, 즉 분해자는 사회적으로 금기시되어온 역사적 경위로 인해 지나치게 경시당하고 있다. - P27

생명의 위대함에 헌신한다. 삼라만상의 바다에 몸을 맡긴다. 제행무상의 행위로 자신을 비운다 등등 초월적인 것에 대한 허다한 예찬과는 다른 회로로, 자연계와 인간계를 통합적으로 말할 수는 없는걸까? - P27

또한 ‘하이누웰레형 신화‘*라는 용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체에서작물이 태어나는 신화는 세계 각지에서 볼 수 있는데, 모든 신화가 그렇듯 의외로 묘사가 시원시원하다. 부패 속의 생성을 그리는 경우는 가령 『고사기』의 너무나도 유명한 구절에서도 볼 수 있다.



*하이누엘레 (Hainuuwele)는 인도네시아 사체 환생 신화의 주인공 이름. 이 신화를 연구한 엔진은 이 이름을 따서 시체에서 작물이 발생하는 형식의 신화를 ‘하이누웰레힝 신화‘라 명명했다. (이상의 내용은 노성환 고사기, 민속원, 2009년 59쪽, 역주 60 참조.) - P28

당연한 얘기지만 하야스사노오가 오오게쓰히메를 소홀히 대하는태도에서 여실히 나타나고 있는 도식,* 즉 ‘힘 예찬으로서의 부성 숭배‘와 ‘자연 예찬으로서 모성 숭배‘라는 도식은 현재에 이르기까지 뿌리 깊게 존속하면서 여성에 대한 남성의 권력 행사를 무의식적으로 계속 뒷받침하고 있다. 이런 측면이 신화에 담겨 있다는 걸 확실히 짚어두지 않는 것은 지나치게 목가적인 처사다.


* 하야스사노오라는 이름에는 ‘용맹하고 신속하며 사나운 신‘이라는 뜻이 담겨 있으며, 한자이름에 男이 들어 있기도 하다. 한편 오오게쓰히메는 ‘음식물을 관장하는 여신‘이다. 이상의내용은 「고사기 47쪽. 역주160 그리고 59쪽, 역주 59 참조) - P29

4 파손된 것의 이념: 나폴리의 기술

다만 버려진 것 속에서 시작의 맹아를 발견한다는 논의는 이미 케케묵은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최근 포스트휴먼에 관한 논의가 활기를 띠게 되면서, 혹은 동일본 대지진에 의해 모든 구조물의 취약함과 덧없음이 망막에 새겨진 후에는 비교적 자주 듣게 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폐물이 되어버린 것의 가능성이라든가, 그러한 것에 대한 미학적 감성을 소중히 여기자"라는 논의에 대해 "또 그 소리냐"고 탄식하는 논자도 있다.⁹ - P30

9 고이즈미 요시유키(小泉之)의 코멘트 고이즈미 요시유키(小泉之)+지바 마사+ 나카야마 히후미(仲山) 사변적 실재론 ‘이후‘와 트럼프 시대의 제문제(思弁的実在論以後ㅏㅏ47卷1号, 2019년時代ⓝ諸問題)」『現代思想 - P364

고리키는 쓰레기장 같은 ‘밑바닥‘에서 사회로부터 버려진 자들의 조화로운 공존을 그려냈다. 피카소는 쓰레기장에서 주운 자전거 안장과 핸들을 결합하여 「황소」(1942)라는 제목의 작품을 제작했다.¹¹ - P31

11 나는 주 4에서 인용한 논문 「고물과 쓰레기의 인문학: ‘밑바닥‘에 대한 종합적 고찰」에서예술작품과 고물 및 쓰레기의 관계에 대해 논한 바 있다. 또 카트린 드실기(1)-ㅈ• 인간과 쓰레기: 쓰레기를 둘러싼 역사와 문화, 유럽의 경험에서 배운다(人間とごみーごみをめぐる歴史と文化、ヨーロッパの経験に学ぶ)」 (久松健一編訳, ルソ一麻衣子訳, 新論, 1999년)도 참조. - P364

둘째, 우주 물리학은 고밀도·고에너지의 특이점에서 빅뱅이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이는 물질과 에너지가 어느 한 점에 가득 채워져 있다가 그 점이 폭발하여 파편이 사방팔방 가속적으로 흩어져가는 과정에서 현재의 우주가 구성되었다는 말이다. - P31

 나치즘도 스탈린주의도 자본주의는 비판했지만, 생산 자체를 비판하지는 않았다.
모든 나라가 생산량을 분석하고 국내총생산(GDP) 순위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그런 숫자가 그 나라의 활성도를 재는 척도라고 철석같이 믿기때문이다. 나이는 거듭되는 것이고 경험은 쌓이는 것이라 간주된다. - P32

생물학자 후쿠오카 신이치도 생명이 "합성보다 분해하는 쪽을 끊임없이 우선한다"고 말한다. 즉 다른 생물의 단백질을 먹고 소화하고, 산산조각 냄으로써 그걸 자신을 구성하는 물질과 끊임없이 교체하는 것인데, 합성 이상으로 분해 쪽을 진행시켜 나가지 않으면 엔트로피 법칙을 거스르게 되어 생명을 유지할 수가 없다.  - P33

(전랴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손상, 무왜곡, 무결함, 완전함에 대한 나폴리사람의 혐오감이며, 또한 두려움이다. 완벽한 사물은 나폴리 사람에게이처럼 양극단을 오가는 것이다. 그 어느 쪽이든 자신으로부터 멀다. - P35

상하수도 인프라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기 때문에, 수돗물이 본래도달해야 할 곳에 닿지 않고 전혀 엉뚱한 곳에서 샘물처럼 솟구친다.
그것을 가난한 아이들이 향유한다. 목적은 달성되지 않는다. 계획대로되지 않는다. 짜증의 원인일 법한 이러한 현상들은, 그러나 나폴리 사람이 사물이나 존재를 대할 때의 온건함에서, 혹은 어폐를 무릅쓰고말하자면 ‘적당함/어지간함‘에서 유래한다. - P36

자본주의 사회에서든 사회주의 사회에서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실은 전혀 고장 난 데가 없다는 것이, 또 신품이라는 것이 지나치게 중시되는 사회야말로 인류사 전체로볼 때 지극히 드문 시대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이 에세이는 독자에게전하고 있다. - P37

5 기능에서 단절된 기관


이 장에서는 ‘영광스러운 몸‘, 즉 천국에서 부활한 육체에 대한 성직자들의 논의, 특히 토마스 아퀴나스의 논의를 거론한다. 식인종에게 흡수당한 육체의 경우 천국에서는 어느 쪽 육체로 소생할 것인가, 또 머리카락, 손톱, 혈액, 젖, 흑담즙, 땀, 정액, 점액, 오줌 등 천국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간주되는 것들은 어떻게 부활할 것인가 등등, 아퀴나스는 해부에 가까운 수준으로 문제들을 최대한 구체화하고 그에 대해 대단히 진지하게 논의한다. - P37

하지만 다른 한편 천국, 즉 완전한 자연에는 불필요한 것 따위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서 역설이 발생한다. 이 역설을 토마스는 "기관을 그 특유의 생리학적 기능으로부터 단절시키는 것"이 핵심 지점이라고 말함으로써 해결하고자 한다.  - P38

손상되지 않은 완벽한 것으로 제대로 기능한다 함은 일견 "아름답게 보이지만, 그것은 표면상으로만 그러할 뿐이다. 완벽함은 어떤 다른 존재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공통의 사용*"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 그대로 머문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기능을 벗어던지고 도착적(倒着的)으로 사용되어버리는 "희열" 또한 발생하지 않는다.

*아감벤은 신체의 사용(L‘uso dei corpi)』 (Vicenza: Neri Pozza Editore, 2014)에서 ‘사용‘이라는단어가 통상적인 타동사(능동적인 주체가 수동적인 대상에 영향을 미치는 타동사)만이 아니라 주체가 대상을 사용할 때 동시에 주체가 변화를 겪는 동사, 즉 중동태의 동사일 수도 있다.
고 말한다. 참고로 『신체의 사용』은 고쿠분 고이치로의 『중동태의 세계』(박성관 옮김, 동아시아, 2019)와 마찬가지로 중동태를 주제로 한 책인데, 국내에는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 - P39

신품으로 흘러넘치는 찬란하고 아름다운 사회. 그러나 그것은 결코아늑한 사회가 아니다. 후지타는 "복잡하게 구성된 신품은 일체의 흔적이 없고 흠도 얼룩도 없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매끄러운 것으로 주어진 것이다."라고도 말하는데, 이는 존레텔이 관찰한 나폴리 사람의감각과도 깊은 의미에서 상통하는 것이다.  - P40

사물이 손상되고서야 사물과의 깊은 관계를 시작하는 나폴리 사람을 관찰한 알프레트 존레텔, 육체가 천상의 영광을 입었을 때 생식기관과 소화기관은 갈 곳을 잃어버리지만, 바로 그 기관들의 무위에서에로스의 근원을 발견한 조르조 아감벤, 부서진 찬장이 수리되었을 때발생하는 몽타주 효과에서 도리어 ‘새로움‘을 찾아낸 후지타 쇼조. 이 세 사람의 분해 관찰자는 이 책의 출발점이다. - P41

하지만 세 사람의 논의에는 커다란 논점이 빠져 있다. 그것은 첫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현대 세계가 여전히, 게다가 한층 더 세련된 듯한 신품 세계에 의해 온통 뒤덮여 있느냐는 문제다. - P41

그런 까닭에 다음 장에서는 우선 신품 세계가 얼마나 강인하고 또 얼마나 교묘하게 통치하는가에 대해 형태학적으로 사유해보고자 한다. 이 신품 세계는 직접적인 폭력을 현저히 드러내지는 않는다. - P42

1 ‘분해 세계‘와 ‘분해에 저항하는 세계‘

오랫동안 인류 곁에서 떠나지 않은 생각 중 하나는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으며 다시 젊어지고 싶다는 소망이었다. 자기 육체의 내구성이 생각보다 짧다는 걸 깨닫고 불손하게도 영원한 생명을 가진 신처럼 영원히, 혹은 평균 이상으로 오랫동안 탄력 있고 생기로운 육체를 유지하려고 발버둥친, 분수를 모르는 인물은 이루 다 셀 수가 없다. - P121

잘 알려져 있듯이 중국은 불로불사의 신선전설이 가득한 나라이다.² - P122

인도 신화에서는 불로불사의 음료인 암리타를 둘러싸고 신들과 마족이 다툰다. 가구야히메는 달나라로 승천하기 전에 자신을 사랑한 노인과 천황에게 불로불사의 약을 건네지만, 노인은 그에 따르지 않고 천황은 "만나지도 못하고 흘러넘치는 눈물에 떠 있는 이 내 몸에 불사의 약이 무슨 소용인가!"라고 탄식하며 산 중에서도 하늘에 가장 가까운 후지(不死)*
의 산에서 그 약을 태워버린다.³

*후지산(富士山)의 ‘후지‘는 불사(不死)와 일본어 발음이 같다. 한편 일본의 옛 이야기 소설 『다케토리 이야기』에는 천황이 이 산에 갈 때 군사들을 많이 데리고 가, 군사(土)가 많이 (富) 있는 산이라서 후지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되어 있다. - P123

물론 인간의 피를 뒤집어쓰려면 그만큼의 권력과 흉포함이 요구된다. 이런 속성을 갖고 있지 않은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가장평범한 액체인 물이야말로 장수의 약이다. 마오리족의 전설에 따르면뉴질랜드에 있는 밀퍼드 사운드의 큰 폭포는 신이 마법의 돌도끼로 만들어낸 것으로, 여기서 물보라를 맞으면 회춘한다고 한다. - P124

지금까지 이야기한 불로불사의 신화와 전설은 세계 각지에 전해지고 있는 것들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늙는 것이 두렵고 죽음은마지못해 승인하는 이런 극히 자연스러운 감정은, 영원한 생명에 대한동경이 고대 이래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왔다는 증거의 하나라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내 몸이 호모 사피엔스의 평균적인 수명 이상으로 계속 살 거라는 환각은 인류의 치유 불가능한 병인 것이다. - P125

3 고지마 나오코(小嶋溫) 다케토리 이야기로 보는 황권과 도교: 불사약의 역사로부터「竹取物語汲깅皇権Ł道教一不死藥歴史加)」 「일본문학(日本文)」374号, 1988년, - P369

 인간은 다른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노화하고 부패해갈 운명이다.
그걸 알면서도 인간은 누구나 그 운명을 보류하고 날마다 저항을 계속해가는 작은 영웅이고자 한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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