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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만일 인간이 자기 혼자 힘으로 세계에 통일을 끌어들일 수 있다면, 만일 인간이 자신의 의지만으로 성실과 무죄와 정의가 세계를 지배하게 할 수 있다면, 그는 바로 신 그 자체일 것이다. 또한 그렇게 된다면 이후 반항은 그 이유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반항이 존재하는 것은 거짓과 불의와 폭력이부분적으로 반항하는 인간의 조건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 P491

그러나 반항하는 인간은 살인과 거짓을 받아들일 수도 없다. 왜냐하면 살인과 폭력을 정당화하게 될 그 반대의 운동 역시 그의 반역할 이유를 파괴해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 P491

만약 그 자신이 결국 살인을 하게 된다면 그는 죽음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자신의 기원에 충실한 반항인은 그의 진정한 자유가 살인에 대한 자유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죽음에 대한 자유라는 것을 희생 속에서 증명한다. 그는동시에 형이상학적 명예를 발견한다. 그리하여 칼리아예프는교수대 밑에 서서, 인간들의 명예가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서끝나는지 그 정확한 한계를 그의 모든 동지들에게 분명하게손가락질해 주는 것이다. - P492

역사적 살인

반항은 모범적 선택들뿐만 아니라 효율적 태도들을 아울러 요청하는 역사 속에서 전개되기도 한다. 합리적 살인은 역사에 의해 정당화될 우려가 있다. 이때 반항의 모순은 얼른 보기에 해결이 불가능할 것 같은 대립 관계 속에 투영된다. - P492

반항의 최초의 운동 가운데 내포되어 있는 적극적 가치는원리로서의 폭력의 포기를 전제로 한다. 이 가치는 결과적으로 혁명의 정착 불가능성을 초래한다. 반항은 끊임없이 이 모순을 그 안에 안고 있다. 역사의 차원에 있어 이 모순은 더 한층 굳어진다. 만약 내가 인간의 정체성을 존중케 하기를 포기한다면 나는 압제자 앞에 굴복하는 셈이며 반항을 포기하고 허무주의적 동의로 되돌아가는 것이 된다. - P493

역사란, 그것을 변모시키는 가치가없이는, 효율성의 법칙에 지배된다. 역사적 유물론, 결정론, 폭력, 효율 지향이 아닌 일체의 자유를 부정하는 태도, 그리고 용기와 침묵의 세계는 모두 어떤 순수 역사 철학의 가장 정당한 귀결들이다. - P493

가령 기독교 신자가 아니라면 그는 끝까지 가 보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끝까지 간다는 것은 절대적으로 역사를 선택한다는것을 의미하며, 그리고 만약 역사에 살인이 필요하다면 역사와함께 살인을 선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살인의 정당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곧 반항의 기원을 부정하는 것이다. 만일반항하는 인간이 선택하지 않는다면 그는 침묵과 타인의 노예화를 선택하는 셈이다. - P494

정의와 자유에 대해서도 사정은 매한가지다. 이 두 요구는이미 반항 운동의 원리 속에 포함되어 있고 혁명적 충동 속에서도 다시 찾아볼 수 있다. - P497

 절대적 정의는 일체의 모순을 제거함으로써 이루어진다. 그것은 그러므로 자유를 파괴한다.²⁹⁶ 자유에 의한, 정의를 위한 혁명은 결국 양자를 서로 적대 관계로 만들어 놓게 된다. 



296) 장 그르니에는 『자유의 선용에 대한 대담(Entretiens sur le bon usagede la liberté)』에서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는 하나의 논증을 보여 준다.
절대적 자유는 일체의 가치의 파괴이고, 절대적 가치는 일제의 자유의 말살이다. 마찬가지로 팔랑트(Palantc)는 이렇게 말한다. "만약 오직 하나뿐인 보편적 진리가 존재한다면 자유는 존재 이유가 없다."(원주) 조르주 팔랑트(Georges Palant, 1862-1925). 프랑스의 철학자, 생브리의 대학교 교수그는 카뮈가 좋아하는 작가이며 조르주 팔랑트의 제자인 루이 기유(LouisGuilloux)의 소설 『검은 피에 등장하는 인물 크리퓌르의 모델로 추정된다.
마찬가지로 생브리외에서 그와 알고 지냈던 장 그르니에는 1955년 자신의소설 ‘모래톱(Les Gréves)에서 조르주 살랑이라는 인물을 동해시 이 철학자의 모습을 환기시킨다. 팔랑트는 반항하는 인간의 마음가짐」(1902)이라는 글에서 반항하는 인간과 만족한 인간, 반동적 반항인과 능동적 반향인을 대립시킨다. - P495

그러나 이러한 이율배반들은 오직 절대 속에만 존재한다.
이 이율배반은 중재 없는 세계와 중재 없는 사상을 전제로 한다. 과연 역사로부터 전적으로 분리된 신과 일체의 초월성을 제거해 버린 역사 사이에 가능한 화해란 있을 수 없다. - P496

과연 역사를 무시하는 것은 결국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나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겠지만 역사를 그 자체로 충분한 하나의 전체로 생각하는 것도 역시 현실로부터 스스로 유리되는것이라고 할 수 있다. 20세기의 혁명은 신을 역사로 대체시킴으로써 허무주의를 피하고 참된 반항에 충실하다고 여긴다. - P496

이 사상이 보상으로서 역사의 절대적 합리성을 내세워 본들 소용없는 일이다. 이 역사적 이성은 역사 끝에 가서야 비로소 완성되어 완전한 의미를 가질 것이고 그때서야 비로소 절대적인 이성, 그리고 가치가 될 것이다. - P497

정치적 태도로서의 시니시즘은 오직 절대주의적 사상, 즉 한편으로는 절대적 허무주의로서만, 다른 한편으로는 절대적 합리주의로서만 논리적이다.²⁹⁷ 결과만 놓고 말하자면 이 두 태도 사이에 차이점이란 없다. 이 태도들이 받아들여지는 순간부더 대지는 사막이 된다.
사실상 순전히 역사적인 절대란 상상할 수조차 없는 것이다.

297) 우리는 또한 절대적 합리주의는 합리주의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점은 특히 강조할 필요가 있다. 그 두 가지 사이의 차이는 시니시즘과 리얼리즘 사이의 차이와 마찬가지다. 전자는 후자에게 의미와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는 한계 밖으로 후자를 밀어낸다. 좀 더 거칠게 말하면, 절대적 합리주의는 결국 덜 효율적이다. 그것은 힘 앞에서의 폭력이나 (원주) - P497

만일 반항이 어떤 철학을 정립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오히려 어떤 한계의 철학, 정확하게 계산해 본 다음 어느 정도의 무지를 인정하는 철학, 위험을 부담하는 철학일 것이다.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는 사람은 모든 것을 다 죽이지도 못한다.
반항하는 인간은 역사를 하나의 절대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아니라 그 자신의 본성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생각의 이름으로 역사를 거부하고 역사에 이의를 제기한다. - P498

반항하는 인간들은 이후 신격화되는 어떤 역사에 항거하여 떨쳐 일어나기 때문이다.
오늘날 혁명적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 특유의 속임수는 부르주아의 속임수를 그대로 이어받아 그것을 더욱 심화시키고있다. 그들은 절대적 정의를 약속하면서 영구적인 불의와 한없는 타협과 비열함을 슬그머니 정당화한다. - P499

신과 역사 사이에서, 요기와 경찰 사이에서 반항은 하나의 어려운 길을 연다. 모순이 살아갈 수 있고 초극될 수 있는 그런 길을 말이다. 그러면 이제 예로서 제시했던 두 가지 이율배반을 고찰해 보기로 하자.
본래의 기원과 어긋남이 없고자 하는 혁명적 행동이란 상대성에 대한 적극적 동의로 요약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한 행동은 바로 인간 조건에 충실할 것이다. - P499

폭력에 근거를 제공하는 질서가 지도자 원리‘이든 이른바 ‘역사적 이성‘이라는 것이든, 폭력은 인간들의 세계가 아니라 사물의 세계 위에 군림하는 것이다. 반항하는 인간이 어쩔 수 없이 살인하게 될 때 그는 그 살인을 자기 자신의 죽음에 의해 인정해야 하는 극한적 한계라고 생각한다. - P502

목적이 절대적인 것일 때, 즉 역사적인 시각에서 목적이 틀림없는 것이라고 여겨질 때, 사람들은 타인들을 희생시키는 것까지도 마다하지 않을 수 있다. 목적이 절대적인 것이아닐 때, 사람들은 인간 공통의 존엄성을 위한 투쟁이라는 도박에서 오직 자기 자신을 희생시킬 수 있을 뿐이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 그럴 수 있다. - P503

허무주의적인 것이든 실증적인 것이든 간에 오늘날의 모든성찰은 때때로 부지불식간에 이러한 사물의 절도의 존재를 드러내고 또 과학 자체가 이 절도를 확인해 준다. 양자론과 지금까지의 상대성 이론, 불확실성의 관계들은 중간적 크기들의 척도에서만 이것이 바로 우리의 척도다.²⁹⁸ 규정 가능한 현실성이 있는 하나의 세계를 정의하고 있다. 

298) 이 점에 대해서는 라자르 비켈(Lazare Bickel)의 탁월하고도 흥미로운 논문 「물리학은 철학을 확충한다(La physique confirme la philosophie)」참조할 것(원주) - P509

물질적 힘들의 경우에도, 그 맹목적인 작동 중에 문득 그것 자체의 절도가 생겨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기술을 뒤로 물리려고 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지금은 이미 도르래의 시대가 아니므로 수공업적 문명을 꿈꾸는 것은 헛된 일이다. 기계가 나쁜 것이 아니라 오직 오늘날 기계를 사용하는 방법이 나쁜 것일 뿐이다. - P507

이 절도의 법칙은 또한 반항적 사상의 모든 이율배반들에까지 확대 적용된다. 현실이 전적으로 합리적인 것은 아니고합리적인 것이 온통 다 현실적인 것도 아니다. 우리가 초현실주의를 살피면서 확인했듯이, 통일성의 욕망은 단지 모든 것이 합리적일 것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 P508

실존과 생성 변화의 차원이 아니라면 어디에서 본질을 파악할 것인가? 그러나 존재란 실존일 뿐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항상 생성 변화중에 있는 것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 P508

도덕적 이율배반들 역시 이 중재적 가치의 빛을 받음으로써 해결되기 시작한다. 미덕이란 현실과 분리되면 반드시 악의 원리가 된다. 그리고 미덕은 현실과 절대적으로 일치하게되면 반드시 스스로를 부정하게 된다. 반항에 의해 태어난 도덕적 가치는 역사와 삶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니다. - P509

 인간은 결국 전적으로 유죄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인간이 역사를 시작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완전히 무죄하지도 않다. 왜냐하면 인간이 역사를 지속시켜 나가기 때문이다. 이 한계를 넘어 전적인 무죄를 주장하는 자들은 결정적 유죄의 광란 속에서 끝장난다. - P510

 어떤 의미에 있어서, 나는 나 자신 안에서든 타인들에게 있어서든 짓밟히도록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인간공통의 존엄성을 오직 나 혼자만의 힘으로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 P511

절대적 부정

역사적으로 볼 때, 최초의 논리 정연한 공격은 사드의 공격으로, 사드는 델리에 신부와 볼테르에 이르는 리베르탱 사상의 논거들을 한데 모아 단 하나의 거대한 공격 무기로 탈바꿈시켜 놓는다. - P73

문학인

사드는 무신론자인가? 투옥되기 이전 「어느 사제(司祭)와 어느 죽어 가는 사람의 대화」에서 그가 자기는 무신론자라고말하고 있다고 사람들은 믿는다. 그러나 그 뒤 그의 광적인 독신을 목격한 우리는 그같이 단정하기를 망설이지 않을 수 없다. 그의 가장 잔인한 인물들 중 하나인 생퐁은 결코 신을 부정하지 않는다. - P75

적어도 사드가 신에 대해 품고 있는 개념은 그러므로 인간을 짓밟고 부정하는 범죄적 신의 개념이다. 사드의 말에 의하면, 살인이 신의 속성이라는 사실은 종교의 역사에서 충분히드러난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인간이 도덕적이어야 한다는말인가? - P76

사드는 자신의 절망적 세계관과 수인이라는 조건이 절대적으로 거부하는 터인 이 개념을 정작 자신이 받아들이는 것을 용서할 수 없는 것이다. 이제부터 사드의 추론을 이끄는 것은 이중의 반항이다. 즉 세계의 질서에 대한 반항과 자기 자신에 대한 반항이 그것이다. - P76

사드는 아마도 어떤 범세계적 공화국을 꿈꾸었던 것 같다.
그는 현명한 개혁자인 작중 인물 자메를 통해 그 공화국에 대한 구상을 우리에게 소개한다. 이렇게 하여 그는, 반항의 운동이 가속화하고 점점 더 한계를 벗어나게 됨에 따라 반항의 한방향이 세계 전체의 해방 쪽으로 나아가게 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보여 준다. - P78

사드의 공화국은 자유가 아니라 방종(libertinage)을 원리로 삼는 것이다. 이 기이한민주주의자는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정의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모든 정념들의 신이다." - P78

그러나 그의 사상이 가장 심오해지는 대목은 여기다. 그는그의 시대에서는 보기 드문 통찰력으로 자유와 미덕의 주제넘은 결합을 거부한다. 자유란, 특히 그것이 수인의 꿈일 때는한계를 모르는 법이다. 자유란 범죄다. 그렇지 않다면 그 자유는 이미 자유가 아니다.  - P80

그러나 사형에 대한 그의 증오는 우선 자기 스스로 죄인들인데도 자기들의 도덕성 내지 자기들의 명분의 도덕성을 너무나도 굳게 믿은 나머지 감히 남을, 그것도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징벌하는 사람들에 대한 증오였다. 자기 스스로 죄를지으면서 동시에 타인들을 벌할 수는 없는 것이다. - P81

 의미심장한 일치지만, 공화국 최초의 폭동으로 인하여 『소돔의 120일³⁴』의 원고가 불타 버렸는데 과연 그 공화국은 당연하게도 이 이단적인 자유를 고발하고, 이 위험천만의 동지를 또다시 감옥 속에 처넣어 버렸다. 

34) Les Cent vingt journées de Sodome. 사드의 대표작의 하나로 온갖 변태 성욕을 묘사하고 분석하는 소설이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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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깼을 때 그는 자신이 확실히 아는 무언가를 잊어버렸다. 그가 밤사이 꿈꾸었던 무언가를 그가 기억했어야 할 무언가를, 그는기억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잠은 블랙홀 같다. 그 안에 있는 것을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는 우물.
그는 적어도 자신이 그 황소들에 대한 꿈을 꾸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꾸었다면 밤 내내 열이 난 것처럼 땀에 젖고 몸이 뜨거웠을 터였다. 이번에는 그 황소가 자신을 평화로이 놔두었다. - P7

왜 깼을까? 그는 자문한다. 대개 난 5시 30분까지 자는데. 40년 넘게 그래 왔다. 왜 지금 깼을까? 그는 어둠을 향해 귀를 기울이다 갑자기 완전히 잠에서 깬다. 무언가 다르다. 무언가 바뀌었다. 그는 주뼛주뼛 한 손을 뻗어 아내의 얼굴을 만진다. - P8

 그는 조심스럽게 삐걱거리는 침대에서 일어난다. 그들은 40년간 그 침대를 써 왔다. 그것이 결혼했을 때 그들이 산 유일한 가구였다.

1990년 1월 7일이고, 올겨울 스코네에는 눈이 내리지 않았다. 부엌문 밖에 걸린 램프가 마당과 벌거벗은 밤나무와 들판 너머로 빛을 드리운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뢰브그렌이 사는 이웃 농장을 본다. 낮고 길쭉한 흰 집은 어둡다. - P8

"뭐 하는 거예요?" 아내가 투덜대듯 말한다.
"그냥 자." 그가 대답한다. "다리를 스트레칭하는 것뿐이야."
"무릎이 또 아파요?"
"아니야."
"그럼 이리 와요. 추운데 서 있지 말고, 감기 걸릴라."
그는 그녀 말대로 아내의 옆으로 돌아간다. - P9

그는 부엌 창문을 한 번 더 쳐다보고, 마리아도 요하네스도 창문을 닫는 데 실패한 게 아닌지 생각한다. 나이를 먹으면 두려운 감정이 따른다. 더 많은 자물쇠가 필요하고, 해거름 전에 창문을 닫는 것을 아무도 잊지 않는다. - P10

하지만 그는 움직이지 않는다. 요하네스가 커피를 타기 위해 곧 침대에서 나올 것이다. 우선 그는 화장실의 불을 켠 다음 부엌 불을 켤것이다. 모든 것이 늘 일어나는 대로 일어날 것이다.
창가에 선 그는 자신이 얼어붙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 P10

"뭐라고 했어요?"
그는 대답하고 싶지 않지만, 이제 그는 자신이 들은 소리가 새소리가 아니었다는 것을 확신한다.
"그건 요하네스 아니면 마리아가 낸 소리야." 그가 말한다. "둘 중한 사람이 도움을 청하고 있다고."
그녀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창가로 간다. 나이트가운을 입은, 키가 크고 어깨가 넓은 그녀가 창가에 서서 어둠을 내다본다.
"부엌 창은 열려 있는 게 아니에요." 그녀가 속삭인다. "박살이 나있어요." - P12

그는 비척비척 물러나 다시 울타리를 기어오른다. 필사적으로 언땅을 가로지를 때 무릎에 통증이 전해진다. 우선 그는 경찰을 부른다. 그런 다음 벽장에서 좀약 냄새가 나는 쇠 지렛대를 꺼낸다.
"여기서 기다리구려." 그가 한나에게 말한다. "이런 상황을 볼 필욘 없어."
"어떻게 된 거예요?" 그녀가 공포에 질려 눈물이 그렁한 눈을 하고묻는다.
"나도 몰라." 그가 말한다. "어쨌든 그 암말이 밤에 울지 않아서 깼어. 그건 확실해."
1990년 1월 7일이었다. 아직 동이 트기도 전인. - P13

2

그 전화는 위스타드 경찰서에 오전 5시 13분에 걸려 왔다고 기록되었다. 새해 전날 이래 거의 하루도 쉬지 못하고 근무 중인 지친 경관이 그 전화를 받았다. 그는 더듬는 목소리로 말하는 소리를 들었고, 처음에는 미친 노인이 건 전화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그의 주목을 끄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는 전화기로 팔을 뻗을 때 시계를 보았다. 즉각적으로 교통사고를 떠올렸다. 누군가가 위험한 빙판길에서 지나치게 속도를 내다가 E65번 도로에서 전복한, 아니면 아침 페리로 폴란드에서 도착한 망명자와 관련된 문제거나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앉아 면도를 하지 않아 거칠거칠한 뺨에 수화기를 댔다.
"발란데르입니다."
"제가 깨우지 않았길 바랍니다."
"빌어먹을, 깼네."
왜 빈말을 하지 않았지? 그는 생각했다. - P15

"페테르스와 노렌이 콘티넨털 호텔의 창문을 깬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두 사람을 부를까요?"
"그들에게 카데호와 카트슬뢰사 교차로로 가서 내가 갈 때까지기다리라고 하게. 두 사람한테 주소를 알려 줘. 전화가 언제 왔지?"
"몇 분 전에요."
"취해서 전화한 게 아닌 건 확실한가?"
"그렇게 들리지 않았습니다."
"흠, 그럼 알겠네." - P16

살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는 법이야. 그는 잠기운을 가시려고 눈가를 문질렀다. 고향인 말뫼의 거리를 순찰하던 젊은 경관 시절 때인 오래전에 그는 이 주문을 외웠었다. 그와 그의 파트너가 어느 주정뱅이를 필담 공원에서 경찰차로 데려가려고 용을 쓸 때, 주정뱅이가 커다란 푸줏간용 칼을 꺼냈다. 발란데르는 심장 바로 옆까지 깊이 찔렸다. - P17

그는 눈보라가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했다. 머지않아 그것들이 우리를 덮칠 거야. 그는 라디오를 끄고 자신에게 닥칠 일에 집중하려애썼다. 실제로 내가 아는 게 뭐지? 노부인이 방바닥에 묶인 채 쓰러져 있다? 창문으로 그녀를 봤다고 주장하는 남자가 있다? - P17

. 1킬로미터를 가서야 그곳에 다다랐다. 서로 맞댄 두 농장, 흰색 칠이 된 두 농가 그리고 깔끔하게 가꾸어진 두 정원에 - P18

"내가 저 문을 부쉈다오." 몹시 흥분한 그가 그 말을 반복했다. "내가봐야 해서 저 문을 부쉈소. 하지만 그녀도 곧 죽을 거요."
그들은 손상된 문틀을 통과했다. 발란데르는 노인에게서 나는 특유의 냄새와 마주쳤다. 벽지는 구식이었고, 그는 희미한 빛 속에서뭐든 보기 위해 눈을 가늘게 떠야 했다.
"그러니까,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그가 물었다.
"저기에." 노인이 대답했다. 그때 그는 울기 시작했다. - P18

부부의 침실은 피 칠갑이 되어 있었다. 천장에 매달린 도기 램프에까지 피가 튀어 있었다. 침대에 엎드려 있는 노인은 셔츠를 입지 않았고, 긴 언더웨어는 내려져 있었다. - P19

"안녕" 발란데르가 말했다. "남자는 죽었네. 여자는 살아 있어, 여자를 살려 주게."
"무슨 일입니까?" 안톤손이 물었다.
"그럴 수 있다면 그녀가 우리에게 말해 주길 바라네. 자, 얼른!"
구급차가 길 저편으로 사라졌을 때, 발란데르와 페테르스는 밖으로 나왔다. 노렌은 손수건으로 얼굴을 문지르고 있었다. 동이 터오고 있었다. 발란데르는 손목시계를 보았다. 7시 28분이었다.
"도살장 같군요." 페테르스가 말했다. - P20

"자, 이제 말씀하십시오." 그가 말했다. "아시는 걸 남김없이 말씀해 주십시오. 천천히요."
(중략)
"두 사람은 집에 현금을 갖고 있었습니까?" 그가 물었다.
"아니오" 스트룀이 말했다. "두 사람은 은행에 모든 걸 맡겠소.
연금도. 게다가 그들은 부자가 아니었소. 땅과 가축과 트랙터를 판돈을 자식들에게 주었소." - P22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적이 없소." 남자가 화난 목소리로 대답했다. "가끔은 다툴 때도 있지. 왜건이 다니는 길의 유지비나 땅의 경계선을 두고 말이오. 하지만 그걸로 사람을 죽이진 않소."
발란데르가 끄덕였다.
"곧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코트를 집어들며 말했다. "뭐든 생각나시는 게 있으면 주저 말고 경찰서로 전화주십시오. 저, 발란데르 경위를 찾으세요." - P23

"좋지 않군." 뤼드베리가 말했다. "저긴 도살장처럼 보여."
"그런 말을 한 사람이 또 있었죠." 발란데르가 말했다.
뤼드베리는 진지해 보였다. "무슨 단서라도 있나?"
발란데르가 머리를 저었다.
"전혀?" 뤼드베리의 목소리에는 간청 비슷한 게 담겨 있었다.
"이웃은 아무것도 듣도 보도 못했습니다. 평범한 강도 같습니다."
"자넨 이 미친 잔혹함을 평범이라고 부르나?" - P24

그는 울적했다. 평상시라면 이 울적함이 그에게 보다 큰 에너지와행동력을 고무할 것이었다. 이 두 가지가 모든 경찰 업무의 전제 조건이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훌륭한 경찰이었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바로 지금 그는 불확실성과 피로를 느꼈다.  - P26

"이봐." 발란데르가 말했다. "여자는 어떤가?"
"의식이 없습니다." 마르틴이 대답했다. "의사들은 희망적으로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왜 여기에 앉아 있지? 왜 병실 안에 있지 않나?"
"병원 측에서 의식이 돌아오면 알려 주겠답니다."
발란데르는 마르틴손이 자신의 말에 확신을 잃어 간다는 것을 눈치챘다. - P27

간호사 한 명이 거기 서서 차트를 읽고 있었다.
"여기 들어오시면 안 돼요." 그녀가 쌀쌀맞게 말했다.
"경찰입니다." 발란데르가 힘없이 대꾸했다. "환자가 어떤지 알고싶었을 뿐입니다."
"밖에서 기다리시라고 했을 텐데요." 간호사가 말했다.
그가 대꾸하려고 할 때, 의사가 병실로 뛰어들었다. 발란데르는 그가 놀랄 만큼 젊다고 생각했다.
"이곳은 관계자 외에는 출입 금지입니다." 의사가 발란데르를 보고 말했다. - P27

 "이 사건의 수사 책임자죠. 그녀는어떻습니까?"
"살아 있다는 게 놀랍습니다." 의사가 침대로 다가가면서 발란데르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환자가 입었을 장기 손상의 정도를아직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일단 환자가 살지 봐야 하죠. 하지만 호흡기관에 심각한 외상을 입었습니다. 누군가가 목을 조르려고 한 것처럼요."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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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갈래 유형

아모스와 나는 전망 이론을 연구하기 시작하면서 금세 두 가지 결론을 얻었다. 사람들은 부보다는 이익과 손실에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 그리고 사람들이 결과에 부여하는 결정 가중치는 확률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둘 다 완전히 새로운 내용은 아니지만, 그 둘을 합치면 우리가 ‘네 갈래 유형fourfold pattern‘이라 부른, 지금은 굳어진 이름의 유별난 선호 유형을 설명할 수 있다. - P466

오른쪽 상단에 나온 결과는 처음에는 놀랍다. 복권의 인기를 말해주는 왼쪽 하단을 제외하면 위험을 회피하는 쪽으로 생각하게 마련이니까. 그러나나쁜 옵션만 남았다면, 이익에서 위험 회피 성향을 보이듯 손실에서 위험추구성향을 보인다고 앞에서 언급한 바 있다. 부정적 전망만 있을 때 위험을 추구하는 성향을 목격한 사람은 우리가 처음이 아니다. 적어도 두 사람이 그 사실을 보고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크게 강조하지는 않은 채 지나갔다.⁸ - P468

8 C. Arthur Williams, <순수 위험을 대하는 태도의 지표가 되는 투기적 위험을 대하는 태Attitudes Toward Speculative Risks as an Indicator of Attitudes Toward Pure Risks), Journal of Risk andInsurance 33 (1966): 577-86. Howard Raiffa, (7 Decision Analysis: Introductory Lectures on Choices under Uncertainty) (Reading, MA: Addison-Wesley, 1968). - P706

가치함수의 모양과 결정 가중치 모두 <그림 13>의 상단에 나오는 유형을설명한다. 그런데 하단 유형에서는 이 두 요소가 반대 방향으로 작동한다.
그 결과, 민감성 감소 탓에 이익에서는 여전히 위험 회피를, 손실에서는 위혐 추구를 선호하지만, 낮은 가능성에 지나치게 무게를 두면 이 효과를 뒤집어 이익에서는 도박을, 손실에서는 조심스러운 행동 유형을 보인다. - P468

30
드문 사건

나는 버스 자살 폭탄 테러가 상대적으로 자주 발생하던 시기에 이스라엘을 여러 차례 갔었다(물론 절대적 빈도로 보면 돼 드문 일이었다). 폭탄 테러는2001년 12월 2004년 9월 사이에 23건 발생해 총 236명이 사망했다. 당시 이스라엘의 하루 버스 이용객은 줄잡아 130만 명이었다. 따라서 폭탄 테리를 당할 위험은 매우 낮았지만, 실제 느낌은 그렇지 않았다. 사람들은 되도록 버스를 타지 않았고, 타더라도 불안한 눈초리로 폭탄을 숨겼을 법한불룩한 옷이나 짐을 살폈다. - P473

 사실 버스 옆에 정차해 있다가 다칠 확률보다 운전 중에 일어나는 사고로 다칠 확률이 훨씬 높았다. 그러나 버스를 피하는 내 행동은 생존을 걱정하는 합리적 판단과는 거리가 있었다. 나는 그 순간의 느낌에 따라 행동하고 있었다. - P474

 시스템 2는사건 발생 확률이 낮다는 것을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절로 생기는 불안이나 그 불안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을 없앨 수는 없다.¹ 시스템 1은 차단이안 된다. 감정은 확률과 따로 놀 뿐 아니라 정확한 확률에도 둔감하다. 두 도시가 자살 폭탄 테러 경고를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그중 한 도시에는 폭탄두 개가 터질 것이라고 했고, 다른 도시에는 하나가 터질 것이라고 했다. 두번째 도시의 위험률은 절반인데, 과연 그곳 주민은 첫 번째 도시 주민보다안전하다고 느낄까? - P474

1George F. Loewenstein, Elke U. Weber, Christopher K, Hsee, and Ned Welch,<기분으로서의 잠재적 위험
Risk as Feelings>, Psychological Bulletin 127 (2001): 267-86. - P706

복권을 사는 즉시 즐거운 상상으로보상을 받는데, 버스를 피하는 즉시 두려움에서 멀어지고 안정을 되찾는 보상을 받는 것과 비슷하다. 둘 다 실제 확률은 중요치 않다. 오직 가능성이 중요할 뿐이다. 처음 전망 이론을 만들면서 발생 확률이 극히 낮은 사건은 무시되거나 과도한 가중치가 부여된다"고 주장했지만, 정확히 어떤 조건에서그런 일이 발생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고, 심리적 해석도 제시하지않았다. - P475

과대평가와 과대 가중치

다음 미국 대통령이 제3당 후보에서 나올 확률이 얼마라고 판단하는가?
다음 미국 대통령이 제3당 후보에서 나온다면 1,000달러를 받고 그렇지 않으면한푼도 받지 않는 내기가 있다면, 얼마를 내고 참여하겠는가?

두 질문은 다르지만 명백히 연관되어 있다. - P475

우리는 늘 질문받은 사건에 초점을 맞추지는 않는다. 그 사건이 일어날가능성이 높을 때는 그 반대 사건에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아래 예를 보자.

동네 병원에서 태어난 아기가 사흘 안에 퇴원할 확률은?

아기가 퇴원할 확률을 질문받았지만, 우리는 틀림없이 정상적인 기간에 퇴원하디 ‘못하는‘ 사건에 초점을 맞춘다. - P476

드문 사건이 일어날 확률은 그것을 대체할 사건이 구체화되지 않을 때 과대평가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나는 심리학자 크레이그 폭스Craig Fox가 아모스의 제자였을 때 실시한 연구에 등장하는 사례를 즐겨 이용한다.³ 폭스는프로농구 팬들을 모아놓고 NBA 플레이오프 우승과 관련한 몇 가지 판단과 결정을 조사했다. 특히 플레이오프에 참가한 여덟 개 팀의 우승 확률을 추정해보라고 했다. 이때 각 팀의 우승이 차례로 주목할 사건이 된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는 얼마든지 예상할 수 있지만, 폭스가 발견한 구체적 결과를 안다면 놀랄 것이다. 어떤 농구 팬에게 시카고 불스가 우승할 가능성을 물었다고 해보자. - P477

3 Craig R. Fox, (증거의 힘, 판단된 확률,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선택Strength of Evidence, JudgedProbability, and Choice Under Uncertainty), Cognitive Psychology 38 (1999): 167-89. - P706

(전략). 그 결과, 여덟 개 팀의 우승 확률 추정치를 모두 합하니 무려 240퍼센트였다! 물론 말도 안 되는 결과다. 총합은 ‘반드시‘ 100퍼센트가 되어야한다. 그런데 우승 팀이 동부 컨퍼런스에서 나올지, 서부 컨퍼런스에서 나올지를 물으면 그런 말도 안 되는 결과가 사라진다. 이 문제에는 주목할 사건과 그것을 대체할 사건이 동등하게 명시되어 있고, 그 확률 판단은 총합이 100퍼센트로 나온다.⁴ - P478

4 어떤 사건과 그 대체 사건의 확률 추정치를 더하면 늘 100퍼센트가 나오지는 않는다. 사람들에게 그들이 잘 모르는 분야에서 어떤 사건("내일 정오에 방콕 기온이 섭씨 38도를 넘을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과 그 대체 사건의 확률을 물으면 그 둘의 합이 100퍼센트가 안 된다. - P706

이 결과는 계획 오류와 낙관주의를 새롭게 부각시켰다. 어떤 계획의 결과를 예상할 때 계획을 성공적으로 실행하는 모습은 구체적이고 상상하기도쉽다. 반면에 그 반대인 실패를 생각하려면 실패 경로가 수없이 많아서 생각이 분산된다. 따라서 사업 전망을 평가하는 사업가와 투자자는 가능성을 과대평가하고 자신의 추정치에 과대 가중치를 부여하기 쉽다. - P478

생생한 결과

이제까지 살펴보았듯이 확률과 결정 가중치의 관계에서 볼 때 전망 이론은 효용이론과 다르다. 효용이론에서는 결정 가중치와 확률이 같다. 확실한 사건의 결정 가중치는 100이고, 90퍼센트 가능성에 해당하는 결정 가중치는 정확히 90으로, 10퍼센트 가능성에 해당하는 결정 가중치의 아홉 배다. - P479

시카고대학 심리학자들은 눈길을 끄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돈, 키스, 전기 충격: 위험을 대하는 감정 심리에 관하여 Money, Kisses, and ElectricShocks: On the Affective Psychology of Risk>.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돈을 따거나 잃는 결과보다 (가상의) 감정적 결과에서 "가장 좋아하는 영화배우와 키스하기" 또는
"고통스럽지만 위험하지 않은 전기 충격 받기") 확률에 훨씬 더 둔감했다. - P479

프린스턴 팀은 감정적 결과에서 확률에 둔감한 것은 정상적이고 흔한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돈을 건 도박이 예외다. 도박에서는 확률에 비교적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확실한 기댓값이 있기 때문이다.
얼마를 건다면 아래 도박을 해볼 만하겠는가?

A. 59달러를 딸 확률 84퍼센트
B. 유리 꽃병에 붉은 장미 열두 송이를 받을 확률 84퍼센트

여기서는 무엇에 주목할까? 두 문제의 두드러진 차이는 문제 A가 문제 B보다 훨씬 쉽다는 것이다. - P480

다음 실험에서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여기서는 참가자들에게 상품을말로 설명해주고 명확한 가격 정보도 주었다.

받을 확률 84퍼센트: 유리 꽃병에 붉은 장미 열두 송이. 59달러 가치.
받을 확률 21 퍼센트: 유리 꽃병에 붉은 장미 열두 송이. 59달러 가치.

이런 도박은 화폐가치를 쉽게 평가할 수 있는데, 여기에 구체적인 화폐가치를 명시해도 애초의 평가는 달라지지 않은 채 여전히 확률에 둔감했다.
사람들은 장미를 받는 도박을 평가할 때 가격 정보를 기준점으로 이용하지않았다. 과학자들이 이따금씩 하는 말처럼, 우리에게 무언가를 말해주려는놀라운 결과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걸까? - P481

다음 월요일에 59달러를 받을 확률 21퍼센트(또는 84퍼센트)
다음 월요일 아침에 59달러가 담긴 커다란 파란색 보드지 봉투를 받을 확률 21퍼센트(또는 84퍼센트)

이 새로운 가설로 보자면, 두 번째 경우에 확률에 덜 민감해지는데, 파란색 봉투가 추상적 개념의 일정한 금액보다 더 생생하고 유려한 묘사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머릿속에서 이 사건을 구성한다. 이때 사건의확률이 낮다는 것을 알지만, 그 이미지는 생생하게 머릿속에 들어와 박힌다. - P482

생생한 확률

어떤 사건이 막힘없이 생생하게 떠오르고 상상하기 쉬우면 결정 가중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을 뒷받침하는 사례는 많다.

A단지에는 구슬이 열 개 있고, 그중 한 개가 빨간 구슬이다.
B단지에는 구슬이 100개 있고, 그중 여덟 개가 빨간 구슬이다.

어떤 단지를 택하겠는가? 상품을 탈 확률은 A단지는 10퍼센트, B단지는8퍼센트이니 옳은 선택을 하기는 쉬워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 P483

 적어도 내 경험상 생생한 상상도 분모 무시를 유발한다. 나는 구슬이 적은 A단지를 생각하면 흐릿한 흰구슬에 둘러싸인 한 개의 빨간 구슬이 눈앞에 떠오른다. 그리고 구슬이 많은 B단지를 생각하면 역시 흐릿한 흰 구슬에 둘러싸인 상품을 탈 수 있는여덟 개의 빨간 구슬이 눈에 선명한데, A단지보다 훨씬 희망적이다.  - P483

빈도로 나타낼 때의 효과는 크다. 어느 연구에서, 1만 명당 1,286명이 사망하는 질병"이라는 정보를 얻은 사람은 "전체 인구 중 24.14퍼센트가 사망하는 질병"이라는 정보를 얻은 사람보다 그 병을 더욱 위험하다고 판단했다.⁷ 첫 번째 질병은 두 번째 질병보다 더 위협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실은 전자가 후자보다 위험률이 절반이다! - P484

7 Kimihiko Yamagishi, <사망률 12.86퍼센트가 24.14퍼센트보다 더 위험할 때: 위험을 전달하When a 12.86% Mortality Is More Dangerous Than 24.14%: Implications for Risk Communication),
Applied Cognitive Psychology 11 (1997): 495-506. - P707

(전략), 이때 똑같은 통계를 아래두 가지 방식으로 알려주었다.

존스 씨와 비슷한 환자들이 퇴원한 뒤 처음 몇 달 동안 사람들에게 폭력을 휘두를 확률은 10퍼센트로 추정된다.

존스 씨와 비슷한 환자들 100명당 열 명이 퇴원한 뒤 처음 몇 달 동안 사람들에게 폭력을 휘두를 것으로 추정된다.

정보를 빈도로 접한 사람들은 확률로 접한 사람들보다 퇴원에 반대하는 확률이 거의 두 배였다(41퍼센트 대 21퍼센트). 다시 말해, 묘사가 생생할수록 똑같은 확률에 부과되는 결정 가중치는 더 높아진다. - P485

뛰어난 변호사가 DNA 증거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싶다면 배심원단에게 "DNA 검사가 틀릴 확률은 0.1퍼센트"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사형선고가 내려질 수 있는 중범죄 사건 1,000건 중 한 건에서 DNA 검사가 맞지 않는다"라는 말이 합리적 의심의 한계 수준을 훨씬 더 쉽게 넘어갈 수 있다.⁹ - P486

9 Jonathan J. Kochler, <사람들은 언제 DNA 일치 통계에 설득되는가? When Are People Persuaded byDNA Match Statistics?), Law and Human Behavior 25 (2001): 493-513. - P707

전반적 인상에 기초한 결정

이제까지의 증거가 제시하는 가설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사건이나 결과라도 유난히 두드러져 보이거나 그곳에 관심이 집중되면 사건이 과대평가되고 해당 결과에 과도한 비중이 부여된다는 것이다. 사건을 생생하게 설명하거나, 확률 전달 방식을 바꾸거나, 또는 사건을 단순히 언급하기만 해도, 그 사건은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 P486

최근 몇 년 사이에 ‘경험에 기초한 선택‘ 연구에 관심이 높아졌다.¹⁰ 전망이론에서 분석한 ‘서술에 기초한 선택‘과는 다른 규칙을 따르는 선택이다.
이와 관련한 전형적인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버튼 두 개를 마주한다. 각 버튼을 눌렀을 때 금전적 포상이 나올 수도 나오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는 그때그때 정해지는 가능성에 따라 무작위로 결정된다(예를 들어, ‘12달러를 받을확률 5퍼센트‘ 또는 ‘1달러를 받을 확률 95퍼센트‘). - P487

10 Ralph Hertwig, Greg Barron, Elke U. Weber, and Ido Erev, (Decisions from Experience and the Effect of Rare Events in Risky Choice),
Psychological Science 15 (2004): 534-39, Ralph Hertwig and Ido Erev, ((2009): 517-23,
The Description-Experience Gap in Risky Choice),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13 - P707

경험에 기초한 선택을 실험하는 의도는 똑같은 대상, 똑같은 경우인데도 때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는 여러 상황을 나타내기 위해서다. 이를테면 평소에 그런대로 괜찮은 음식을 내놓던 식당이 가끔은 아주 뛰어나거나 형편없는 음식을 내놓기도 한다. - P487

경험에 기초한 선택을 둘러싼 해석은 아직 결론 나지 않았지만, 실험실에서 그리고 현실에서 드문 사건에 과소 가중치를 부여하는 주된 이유 하나에는 다들 동의하는 편이다.¹¹ 실험 참가자 다수가 드문 현상을 결코 경험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 P488

11Liat Hadar and Craig R. Fox, <서술에 기초한 결정 대 경험에 기초한 결정에 나타난 정보 비Information Asymmetry in Decision from Description Versus Decision from Experience), Judgment andDecision Making 4 (2009): 317-25. - P707

•이 결정은 두 가지 도박 사이에서의 선택이다. 아델은 무조건 받는 쪽에 가깝고, 브라이언은 아델보다 약간 안 좋은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지만 아주 좋은 결과가 나올 확률도 약간 있다. 가능성 효과 때문에 드문 사건에 과대 가중치가 부여되고 브라이언을 선호하는 쪽으로 결론날 것이다.
•이 결정은 아델과 브라이언의 전반적인 인상 사이에서의 선택이다. 나는 그들을 상대했던 좋은 경험과 나쁜 경험을 토대로 그들의 평상시행동을 나름대로 해석한다. 드물게 발생한 사건이 너무 극단적이어서내 머릿속에 따로 떠오르지 않는 한(브라이언이 도와달라는 동료에게 욕을한 적이 있다든가, 내 기준은 전형적인 사건 최근의 사건에 편향되고, 결국 아델을 선호할 것이다.

두 가지 시스템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두 번째 해석이 훨씬 더 타당해 보인다. 시스템 1은 아델과 브라이언의 전반적인 인상을 묘사하는데, 여기에는 감정적 태도 그리고 사람을 가까이하거나 회피하는 성향을 포함한다. - P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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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적 보험

까닭은 간단히 설명할 수 있다. 내가 방금 말했듯이 충분한 정보력이 있고 의료적·경제적 불이익에 대비해 보험을 들 능력도 똑같고, 효율적인 보험 시장에서 원하는 대로 자유로이 보험을 선택할 수 있다면,
살아가면서 남들보다 더 심한 불운을 겪는다고 하더라도 사전 평등이보장될 것이다. 따라서 일반 시장에서는 적절한 수준의 사전 평등을 이룩할 수 없다. - P153

불평등을 시정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으로 이런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공동체의 부가 똑같이 분배되었을 때, 그리고 사람들에게 닥칠 불운에 대한 전체적 확률에 대해서는 알고 있으나 어떤 사람도 자기가 그불운을 이미 겪었다거나 다른 사람보다 불운을 겪을 확률이 높거나 낮다고 생각할 이유가 없을 때, 여러 종류의 보험을 어느 수준으로 책정해야 합리적인 사람들이 그 보험을 구매하리라고 무리 없이 가정할 수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 P154

모든 사회 구성원이 그 정도 수준의 보험을 구매했다면 총 보험료가얼마일지를 생각해보고, 이 가상적 보험료 총액과 같은 양으로 연간총세수를 결정하면, 받아들일 수 없는 불평등을 시정하는 조세 제도를 설계할 수 있다. - P155

이것이 우리 정치사회에서 공정한 과세 수준을 논하기 위해 내가 제안하는 기본 틀이다.**

** 더 엄밀히 말하자면 공평함이 과세 제도에 요구하는 바를 반영한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세금은 재분배와 무관한 공공재의 비용을 대는 데도 쓰이며, 사회정의뿐 아니라 재정 정책 또한염두에 두어야 한다. 감세와 증세는 전체 경제를 활성화해야 할지 긴축해야 할지를 염두에두고 시행해야 한다. 정부에 시기 조정의 재량권을 주는 것은 빈곤층을 포함해 모든 사람에게 이득이 된다. 그러나 재정 정책에 따라 감세가 필요할 때라도 재분배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고, 부유한 납세자가지는 부담을 부시 행정부에서처럼 줄이기보다는 늘리는 편이 공정하면서도 더 효율적인 방법이다. 사실상 부시 행정부의 감세로 재정적 이득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훨씬 큰 폭으로 감세한 부유층에서 온 것이 아니라 중간층과 빈곤층의 중간 수준의 감세에서 나온 것이다. - P155

한 가지 예를 들면, 이런 시장에서 사람들이 지불하는 보험료는 앞으로의 소득과 상관이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돈을 더 많이 버는 사람은 같은 보험 보장에 대해 더 많은 돈을 지불할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이것을 ‘기대 후생‘이라고 부르는데, 이 용어를 쓰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 P156

사람들은 생산능력이 낮다는 게 드러났을 때, 취업 운이 나쁠 때, 심각한 질병이나 사고를 당했을 때 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보험을 든다고상상한다. 이런 보험은 돈이 많이 들고, 따라서 구매자들은 보험료의실제 비용, 곧 보험료 지불이 자신의 기대 후생에 미치는 영향을 최대한 적게 하려고 한다. 부유한 사람들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1달러가 훨씬 더 절박하기 때문에 (경제학자들은 돈의 한계효용이 체감한다고말한다) 보험료율을 실제 소득에 비례해 책정하면 효율적이다. - P156

주된 세수원이 계속해서 소득세여야 할까? 아니면 몇몇 경제학자가주장하는 대로 저축을 장려하는 소비세여야 할까? 만약 세수에서 소비세가 차지하는 비율을 올리면서도, 가상적 보험 시나리오가 요구하는 정도로 세수 총액을 유지하고 누진세율도 그 정도로 유지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요구된다. - P157

그러나 보수주의자들의 유산세 반대 논리에도 귀 기울일 만한 구석이 있다. 유산을 받는 사람의 수가 몇 명이건, 그 사람이 얼마나 부자이건 상관없이 유산에 똑같은 세율을 부과하는 것은 원칙이 없어 보인다. 뿐만 아니라 사전 평등을 강조하는 가상적 보험 모델에서는 유산에 대한 세금을 정당화하기 힘들다. - P157

정당성과 반대 주장

다른 곳에서 가상적 보험 접근의 중대한 논점과 실제 구체적 조세 제.
도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 논한 적이 있다.* 여기에서 자세히 되풀이하지는 않겠지만, 대신 핵심 결론은 강조하고 싶다. 

*Sovereign Virtue, 특히 제2장과 제9장 참고. - P158

번영. 부시 행정부는 낮은 세금이 경제 전체에 이롭다고 주장한다. 앞서 말했듯이 여러 저명한 경제학자가 반박한 의심스러운 주장이다. 클린턴 행정부 때보다 부자들이 내는 세금은 훨씬 낮은데 사람들 대부분의 경제적 지위는 더 나빠졌다. 이 주장이 기반을 두고 있는 주된 가정,
곧 부유한 사람들은 세금이 낮을 때 더 열심히 일하고 생산성이 더 높아진다는 가정은 직관에도 어긋나고 실제로 입증되지도 않았다.*

* 예를 들면 제프 매드럭, "Health for Sale." The New York Review of Books, 2003년 12월 18일자를 보라. "전직 레이건 대통령 경제 고문 마틴 펠드스타인을 비롯한 유명한 경제인들이 주장한, 높은 세금이 열심히 일하고 더 많이 투자하려는 사람들의 사기를 꺾는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클린턴이 1992년 세금을 올렸을 때 펠드스타인을 비롯한 사람들은 노동과 투자 의욕이 저하된다고 반발했으나, 증세가 1990년대 후반의 경제 부흥에 도움이 되면 됐지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 자타공인 우파 논평가인 브루스 바틀릿도 "What Bush Boom?"에서 비슷한 견해를 냈다.
http://economistsview.typepad.com/economistsview/2006/03/what_bush_boom - P159

경제 전반이 좋아지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상층의 부가 아래로 ‘흘러내리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모든 사람에게 득이 된다고 주장하기도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거짓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클린턴 행정부때처럼 국가 경제가 상당히 번창할 때에도 가난한 사람들의 상황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 P160

사회안전망. 따라서 이번에는 번영이 아니라 공평함을 표방하는 보수주의자들의 주장을 구성해보겠다. 보수주의자들이 내 주장에 토대부터반대할 수도 있다. 동등한 관심을 보이기 위해서 반드시 사전 평등이필요한 것은 아니고, 공동체에서 일종의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다. 실질적 평등을 보장하지 않고도 모든 사람에게 어느 정도 괜찮은 삶을 제공하는 것이다. - P161

사실 자유주의적 입장을 가진 사람을 포함해 많은 저명한 철학자가평등이 온당한 정치적 목표인가 하는 질문을 던졌다. 이들은 모든 사람의 생활수준을 똑같게 한다는 목표가 아니라, 모두에게 최소 수준의삶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문구에서알 수 있듯이 이들이 쓰는 평등이라는 말은 사후 평등을 가리킨다. - P161

보험 장치. 보수주의자들이 이보다는 덜 근본적인 층위에서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사전 평등을 이상으로 받아들이되, 가상적 보험 장치가 이 이상을 실현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고 말이다. 이런 주장이 나올법한데, 그렇다면 공평한 과세를 둘러싼 진정한 토론에 기여하므로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어떤 형태로 펼쳐질지 모르니 예측이 불가능하다. - P162

그럴 만한 돈이 없다. 사실은 보수주의자들이 이런 주장을 할 가능성이 더 높다. 가상적 보험이 세금을 설계하는 공평한 방법이라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가난한 사람에게 그렇게 많은 돈을 쓰면 공동체가 파산할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공평을 추구할 수는 없다고 말이다. 혹은보험 모델에서 제시한 만큼 부자들한테서 돈을 많이 거둬가면 모든 사람이 똑같이 가난해지는 하향평준화가 이루어진다고 주장할 수 있다. - P162

보험 장치는 앞날의 비극이나 좌절에 대비해 같은 부를 가진 사람들이 얼마만큼을 내놓을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는데,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우연한 불운이 일어나지 않았을 때 평탄한 삶을 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돈을 보험에 집어넣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가난한 사람이나부유한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 P163

예를 들어 미국 시민들은 전 세계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세금을 물어야 하는데, 사업이 아니라 개인 소득이나 소비에 세금을 물리면 해외로 진출해 사업을 하고자 하는 의지를 꺾을 수 있으니 말이다.*

* 그러나 기업에서는 높은 세금을 물더라도, 대신 높은 세금 때문에 가능한 교육 제도를 통해 교육을 잘 받은 인력을 쓰는 편을 선호한다는 증거도 있다. 폴 크루그먼이 도요타 자동차가 미국남부 대신 캐나다 온타리오에 새 공장을 세우기로 한 결정에 대해 언급했다. "Toyota, MovingNorth." New York Times, 2005년 7월 25일, 섹션 A. p. 19. - P163

사전 소유권: 이건 내 돈이다. 보수주의자들이 낮은 세금을 옹호할때 쓰는 감정적으로 가장 강력한 주장이지만, 심한 착각에서 비롯된것이기도 하다.* 이 주장은 인간에게 투자나 월급이나 상속 등으로 번돈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쓸 도덕적 자격이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 머피와 네이젤, The Myth of Orwnership. 내가 쓴 글 "Do Liberty and Equality Conflict‘도참고하라, Paul Barker 편. Living as Equals(Oxford University Press, 1996).
1it 세와 정당성 165 - P165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는 사람도 정부에 일정한 책임이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범죄와 테러리스트 등 국외의 적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해야하고, 이런 일을 하는 데도 많은 돈이 든다. 따라서 정부는 치안을 유지하고 경제학자들이 공공재(부자와 가난한 사람 모두에게 똑같이 이득이 되는 재화)라고 부르는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세금을 거둬야 한다.
그러나 보수주의자들은 이와 다른 종류의 복지 지원, 곧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복지를 위해 모든 사람에게서 세금을걷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 P166

이것이 일률 과세에 대한 도덕적 옹호의 핵심이다. 정부에서 걷어가는 것이 내 돈이고, 내 동의 없이 가져가므로 내가 입는 혜택만큼만 지불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내가 월급이나 배당금이나 유산으로받은 돈을 가질 수 있다는 도덕적 근거는 과연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 P166

(전략). 같은 이유에서, 내가 경제에 기여하는 정도가 내 연봉에 반영되어 있으므로 기여에 대한 보상으로 그 수입을 가질 자격이 있다는 주장도 거부해야 한다. 내 연봉이 나타내는 기여도는 특정 정치적 합의를 배경으로 할 때만 유효하다. - P167

따라서 세전 소득이 ‘내‘ 돈이라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박약하다. 그나마 논리적인 주장은 최초 소유한 사람에게 도덕적 권리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미연방 소득세 제도는 과세 시점을 여러 방법으로 미룬다.
대부분의 사람은 세금을 제한 채로 급료를 받지만, 급여 명세서에는 더 큰 액수에서 세금이 공제된 것처럼 나타난다. - P167

도전

미국의 부유층과 빈곤층 사이의 격차는 옹호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제대로 된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의료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사람도 아주 많다. 제대로 된 주거도 없고 영양 상태는 끔찍하다. 그들의 자녀들은 앞으로의 삶에 대한 암울한 기대를 안고 태어난다. 상식적인 사람이 이런 불행의 위험을 무릅쓰리라고 생각하기는 불가능하다. 내 전체 논지가 옳다면, 우리 정치사회의 정당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 P168

사전 평등을 추구해야 한다면 가상적보험 전략으로 사전 평등을 효과적으로 실현할 수 있지 않은가? 이 전략이 재분배 프로그램을 위해 부유층이 지불해야 하는 세금을 큰 폭으로 증가시키지는 않는가? 우리 정치에 대해 진정한 논쟁을 벌이려면보수주의자들이 이런 질문에 답해야 한다. 누가 먼저 시작하겠는가? - P169

서문

이 책은 미국이 특별한 정치적 위험을 겪던 시기에 썼고, 그래서 내가든 사례와 인용구들도 이 시기에 나왔다. 그러니까 21세기 초 미국의 정치적 논쟁 (혹은 정치적 논쟁의 부족)에 대한 책이다. 그렇지만 이책의 주제는 본문에서 든 사례나 실례가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영속적이며 한 나라의 정치문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 P5

여기에서 언급한 쟁점 몇 가지는 다른 책에서 좀더 학술적이고 철학적으로 논한 적이 있다. 특히 경제적 정의는 『자유주의적 평등 Sovereign Virtue:The Theory and Practice of Equality』 (한길사, 2005)에서 자세히 논했다. 그렇지만 지금 이 책에서는 이런 문제들에 대한 내 생각(예를 들면 분배정의에 대한 보험적 접근 같은 것)을 일반 대중이 좀더 쉽게 받아들일수 있도록, 일반적 정치 토론에 더 적합하게 전달하려고 애썼다. - P6

예를 들면 지구온난화에 대한 시각은 크게 갈리고 이 문제는 인류가 직면한 급박하고 중대한 문제 가운데 하나일 수있다. 그렇지만 지구온난화 문제의 핵심 쟁점은 도구적인 문제일 뿐 정의나 공정성의 문제가 아니다.  - P7

제1장
공통 기반

논쟁을 찾아서

미국 정치는 끔찍한 상태다. 거의 모든 것에 대해 극렬하게 의견이갈린다. 테러와 안보, 사회정의, 정치와 종교, 어떤 사람한테 판사 자격이 있는가, 민주주의는 무엇인가. 그냥 의견 충돌 정도가 아니라 양쪽이 상대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다. 더 이상 자치의 협력자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미국 정치는 전쟁의 양상에 가깝다. - P11

선거일 밤, 텔레비전방송에서는 공화당 주를 붉은색으로, 민주당 주를 파란색으로 칠한 전자지도를 보여주었는데, 미국이 커다랗고 죽 이어진 두 가지 색의 덩어리로 나뉜 모양새였다. 시사평론가들은 이 색깔이 미국의 깊이 갈라진 간극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양립할 수 없는, 두 ‘포괄적 문화‘ 사이의 분리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붉은 문화는 공공 생활에서 종교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져야 한다고 하고, 파란 문화는 줄어야 한다고 한다.
파란 문화는 부를 더욱 균등하게 분배하기를 바라고 부유층에 세금을 더 물리기를 바란다. - P12

어떤 시사평론가들은 미국이 이런 정치적 견해차가 암시하는 것 이상으로 더 뿌리 깊이 본능적으로 나뉘어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극명한 정치적 분열은 사실은 더욱 깊은 층위에 있고 좀더 불분명한 대립에서, 곧 대조적인 개성과 자아상을 지닌 서로를 경멸하는 두 세계의 대립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 P13

2004년 대선 결과가 지리적으로 나뉜 모습을 보면 지역적 차이가 큰 영향을 미쳤음은 짐작할 수 있다. 그렇지만 두문화 가설은 그 이상을 주장한다. 두 종류의 정치적 입장과 태도 밑바닥에는 무언가 뿌리 깊은 성향이나 세계관이 있다는 주장으로, 이러한심오한 차이 때문에 같은 신념, 취향, 태도를 지닌 통합된 문화가 이루어진다고 본다. 이런 통합적인 성향이 무엇인지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 P14

바로 미국 정치생활에서 제대로 된 논쟁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여기에서 ‘논쟁‘이라고 한 것은 해묵은 개념으로 쓴 말이다. 곧 아주 기본적인 정치 원칙에 대해 공통 기반을 가진 사람들이 이 공통의 원칙을 더 잘 반영하는 구체적 정책이 어떤 것이냐에 대해 토론하는 것을가리킨다.  - P16

미국 선거 유세 수사는 아주 오래전부터 별 볼 일 없었다. 아마 링컨- 더글러스 토론* 이후로 별로 나아진 것이 없을 듯싶다. 그렇지만 선거 유세 말고 지식인들이나 다른 논평가들의 글을 보아도 별반 다를것이 없다. 양 진영의 지식인들은 자기들의 신념을 때로 매우 명료하고 유려하게 펼쳐놓았고 상대편 시각이 극단적으로 비인간적이고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 (옮긴이) 1858년 일리노이 주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 링컨과 민주당 상원의원 스티븐 더글러스가 노예제 문제를 놓고 벌인 토론. - P16

 마셜 판사는 매사추세츠 주 헌법의 널리 공유된 원칙에 따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동성결혼을 불쾌하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동성결혼을 허가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마셜 판사의 판결은 한쪽에게는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사건으로, 다른 쪽에게는 당혹스러운 사건으로 받아들여졌을 뿐이다. 기존의 원칙에 따라 이런 판결을 내릴수밖에 없었다는 마셜의 주장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다. 마구 소리 지르고 비난하고 난 뒤에 그러한 법적 토론이 과연 무엇에 관한 것이었는지 어렴풋하게라도 이해한 사람이 거의 없을 지경이다. - P17

만약에 정말로 두 문화 사이의 틈이 바닥을 모를정도로 깊다면 공통 기반도 찾을 수 없고 진정한 토론도 이루어질 수없을 것이다. 정치는 현재 모습처럼 전쟁일 수밖에 없다. 미국 정치를연구하는 사람들 다수가 현재 상황이 그렇다고 생각하니 옳은 생각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걱정스럽고 비극적인 일일 것이다. 민주주의는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너른 합의만 있다면 심각한 정치적 논쟁 없이도 건강할 수 있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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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걸리버 여행기' 중 3편 라퓨타에서 학자들이 상당히 이상하게 그려지는데, 그 중 시를 쓰는 기계가 나왔습니다.

 사전에서 단어를 골라 임의로 배열하고 일정 순서라고 하지만 실상은 임의로 돌리는 것에 가까운, 회전을 준 뒤 완성된 것이 시라는 것입니다.


 음악 '브리키의 댄스'를 들으면서 이 노래 가사는 유기적으로 연결된 것이 없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가락과 비슷한 발음에 유의하여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현대만의 특성인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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