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깼을 때 그는 자신이 확실히 아는 무언가를 잊어버렸다. 그가 밤사이 꿈꾸었던 무언가를 그가 기억했어야 할 무언가를, 그는기억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잠은 블랙홀 같다. 그 안에 있는 것을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는 우물.
그는 적어도 자신이 그 황소들에 대한 꿈을 꾸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꾸었다면 밤 내내 열이 난 것처럼 땀에 젖고 몸이 뜨거웠을 터였다. 이번에는 그 황소가 자신을 평화로이 놔두었다. - P7

왜 깼을까? 그는 자문한다. 대개 난 5시 30분까지 자는데. 40년 넘게 그래 왔다. 왜 지금 깼을까? 그는 어둠을 향해 귀를 기울이다 갑자기 완전히 잠에서 깬다. 무언가 다르다. 무언가 바뀌었다. 그는 주뼛주뼛 한 손을 뻗어 아내의 얼굴을 만진다. - P8

 그는 조심스럽게 삐걱거리는 침대에서 일어난다. 그들은 40년간 그 침대를 써 왔다. 그것이 결혼했을 때 그들이 산 유일한 가구였다.

1990년 1월 7일이고, 올겨울 스코네에는 눈이 내리지 않았다. 부엌문 밖에 걸린 램프가 마당과 벌거벗은 밤나무와 들판 너머로 빛을 드리운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뢰브그렌이 사는 이웃 농장을 본다. 낮고 길쭉한 흰 집은 어둡다. - P8

"뭐 하는 거예요?" 아내가 투덜대듯 말한다.
"그냥 자." 그가 대답한다. "다리를 스트레칭하는 것뿐이야."
"무릎이 또 아파요?"
"아니야."
"그럼 이리 와요. 추운데 서 있지 말고, 감기 걸릴라."
그는 그녀 말대로 아내의 옆으로 돌아간다. - P9

그는 부엌 창문을 한 번 더 쳐다보고, 마리아도 요하네스도 창문을 닫는 데 실패한 게 아닌지 생각한다. 나이를 먹으면 두려운 감정이 따른다. 더 많은 자물쇠가 필요하고, 해거름 전에 창문을 닫는 것을 아무도 잊지 않는다. - P10

하지만 그는 움직이지 않는다. 요하네스가 커피를 타기 위해 곧 침대에서 나올 것이다. 우선 그는 화장실의 불을 켠 다음 부엌 불을 켤것이다. 모든 것이 늘 일어나는 대로 일어날 것이다.
창가에 선 그는 자신이 얼어붙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 P10

"뭐라고 했어요?"
그는 대답하고 싶지 않지만, 이제 그는 자신이 들은 소리가 새소리가 아니었다는 것을 확신한다.
"그건 요하네스 아니면 마리아가 낸 소리야." 그가 말한다. "둘 중한 사람이 도움을 청하고 있다고."
그녀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창가로 간다. 나이트가운을 입은, 키가 크고 어깨가 넓은 그녀가 창가에 서서 어둠을 내다본다.
"부엌 창은 열려 있는 게 아니에요." 그녀가 속삭인다. "박살이 나있어요." - P12

그는 비척비척 물러나 다시 울타리를 기어오른다. 필사적으로 언땅을 가로지를 때 무릎에 통증이 전해진다. 우선 그는 경찰을 부른다. 그런 다음 벽장에서 좀약 냄새가 나는 쇠 지렛대를 꺼낸다.
"여기서 기다리구려." 그가 한나에게 말한다. "이런 상황을 볼 필욘 없어."
"어떻게 된 거예요?" 그녀가 공포에 질려 눈물이 그렁한 눈을 하고묻는다.
"나도 몰라." 그가 말한다. "어쨌든 그 암말이 밤에 울지 않아서 깼어. 그건 확실해."
1990년 1월 7일이었다. 아직 동이 트기도 전인. - P13

2

그 전화는 위스타드 경찰서에 오전 5시 13분에 걸려 왔다고 기록되었다. 새해 전날 이래 거의 하루도 쉬지 못하고 근무 중인 지친 경관이 그 전화를 받았다. 그는 더듬는 목소리로 말하는 소리를 들었고, 처음에는 미친 노인이 건 전화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그의 주목을 끄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는 전화기로 팔을 뻗을 때 시계를 보았다. 즉각적으로 교통사고를 떠올렸다. 누군가가 위험한 빙판길에서 지나치게 속도를 내다가 E65번 도로에서 전복한, 아니면 아침 페리로 폴란드에서 도착한 망명자와 관련된 문제거나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앉아 면도를 하지 않아 거칠거칠한 뺨에 수화기를 댔다.
"발란데르입니다."
"제가 깨우지 않았길 바랍니다."
"빌어먹을, 깼네."
왜 빈말을 하지 않았지? 그는 생각했다. - P15

"페테르스와 노렌이 콘티넨털 호텔의 창문을 깬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두 사람을 부를까요?"
"그들에게 카데호와 카트슬뢰사 교차로로 가서 내가 갈 때까지기다리라고 하게. 두 사람한테 주소를 알려 줘. 전화가 언제 왔지?"
"몇 분 전에요."
"취해서 전화한 게 아닌 건 확실한가?"
"그렇게 들리지 않았습니다."
"흠, 그럼 알겠네." - P16

살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는 법이야. 그는 잠기운을 가시려고 눈가를 문질렀다. 고향인 말뫼의 거리를 순찰하던 젊은 경관 시절 때인 오래전에 그는 이 주문을 외웠었다. 그와 그의 파트너가 어느 주정뱅이를 필담 공원에서 경찰차로 데려가려고 용을 쓸 때, 주정뱅이가 커다란 푸줏간용 칼을 꺼냈다. 발란데르는 심장 바로 옆까지 깊이 찔렸다. - P17

그는 눈보라가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했다. 머지않아 그것들이 우리를 덮칠 거야. 그는 라디오를 끄고 자신에게 닥칠 일에 집중하려애썼다. 실제로 내가 아는 게 뭐지? 노부인이 방바닥에 묶인 채 쓰러져 있다? 창문으로 그녀를 봤다고 주장하는 남자가 있다? - P17

. 1킬로미터를 가서야 그곳에 다다랐다. 서로 맞댄 두 농장, 흰색 칠이 된 두 농가 그리고 깔끔하게 가꾸어진 두 정원에 - P18

"내가 저 문을 부쉈다오." 몹시 흥분한 그가 그 말을 반복했다. "내가봐야 해서 저 문을 부쉈소. 하지만 그녀도 곧 죽을 거요."
그들은 손상된 문틀을 통과했다. 발란데르는 노인에게서 나는 특유의 냄새와 마주쳤다. 벽지는 구식이었고, 그는 희미한 빛 속에서뭐든 보기 위해 눈을 가늘게 떠야 했다.
"그러니까,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그가 물었다.
"저기에." 노인이 대답했다. 그때 그는 울기 시작했다. - P18

부부의 침실은 피 칠갑이 되어 있었다. 천장에 매달린 도기 램프에까지 피가 튀어 있었다. 침대에 엎드려 있는 노인은 셔츠를 입지 않았고, 긴 언더웨어는 내려져 있었다. - P19

"안녕" 발란데르가 말했다. "남자는 죽었네. 여자는 살아 있어, 여자를 살려 주게."
"무슨 일입니까?" 안톤손이 물었다.
"그럴 수 있다면 그녀가 우리에게 말해 주길 바라네. 자, 얼른!"
구급차가 길 저편으로 사라졌을 때, 발란데르와 페테르스는 밖으로 나왔다. 노렌은 손수건으로 얼굴을 문지르고 있었다. 동이 터오고 있었다. 발란데르는 손목시계를 보았다. 7시 28분이었다.
"도살장 같군요." 페테르스가 말했다. - P20

"자, 이제 말씀하십시오." 그가 말했다. "아시는 걸 남김없이 말씀해 주십시오. 천천히요."
(중략)
"두 사람은 집에 현금을 갖고 있었습니까?" 그가 물었다.
"아니오" 스트룀이 말했다. "두 사람은 은행에 모든 걸 맡겠소.
연금도. 게다가 그들은 부자가 아니었소. 땅과 가축과 트랙터를 판돈을 자식들에게 주었소." - P22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적이 없소." 남자가 화난 목소리로 대답했다. "가끔은 다툴 때도 있지. 왜건이 다니는 길의 유지비나 땅의 경계선을 두고 말이오. 하지만 그걸로 사람을 죽이진 않소."
발란데르가 끄덕였다.
"곧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코트를 집어들며 말했다. "뭐든 생각나시는 게 있으면 주저 말고 경찰서로 전화주십시오. 저, 발란데르 경위를 찾으세요." - P23

"좋지 않군." 뤼드베리가 말했다. "저긴 도살장처럼 보여."
"그런 말을 한 사람이 또 있었죠." 발란데르가 말했다.
뤼드베리는 진지해 보였다. "무슨 단서라도 있나?"
발란데르가 머리를 저었다.
"전혀?" 뤼드베리의 목소리에는 간청 비슷한 게 담겨 있었다.
"이웃은 아무것도 듣도 보도 못했습니다. 평범한 강도 같습니다."
"자넨 이 미친 잔혹함을 평범이라고 부르나?" - P24

그는 울적했다. 평상시라면 이 울적함이 그에게 보다 큰 에너지와행동력을 고무할 것이었다. 이 두 가지가 모든 경찰 업무의 전제 조건이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훌륭한 경찰이었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바로 지금 그는 불확실성과 피로를 느꼈다.  - P26

"이봐." 발란데르가 말했다. "여자는 어떤가?"
"의식이 없습니다." 마르틴이 대답했다. "의사들은 희망적으로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왜 여기에 앉아 있지? 왜 병실 안에 있지 않나?"
"병원 측에서 의식이 돌아오면 알려 주겠답니다."
발란데르는 마르틴손이 자신의 말에 확신을 잃어 간다는 것을 눈치챘다. - P27

간호사 한 명이 거기 서서 차트를 읽고 있었다.
"여기 들어오시면 안 돼요." 그녀가 쌀쌀맞게 말했다.
"경찰입니다." 발란데르가 힘없이 대꾸했다. "환자가 어떤지 알고싶었을 뿐입니다."
"밖에서 기다리시라고 했을 텐데요." 간호사가 말했다.
그가 대꾸하려고 할 때, 의사가 병실로 뛰어들었다. 발란데르는 그가 놀랄 만큼 젊다고 생각했다.
"이곳은 관계자 외에는 출입 금지입니다." 의사가 발란데르를 보고 말했다. - P27

 "이 사건의 수사 책임자죠. 그녀는어떻습니까?"
"살아 있다는 게 놀랍습니다." 의사가 침대로 다가가면서 발란데르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환자가 입었을 장기 손상의 정도를아직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일단 환자가 살지 봐야 하죠. 하지만 호흡기관에 심각한 외상을 입었습니다. 누군가가 목을 조르려고 한 것처럼요." - P2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