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갈래 유형

아모스와 나는 전망 이론을 연구하기 시작하면서 금세 두 가지 결론을 얻었다. 사람들은 부보다는 이익과 손실에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 그리고 사람들이 결과에 부여하는 결정 가중치는 확률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둘 다 완전히 새로운 내용은 아니지만, 그 둘을 합치면 우리가 ‘네 갈래 유형fourfold pattern‘이라 부른, 지금은 굳어진 이름의 유별난 선호 유형을 설명할 수 있다. - P466

오른쪽 상단에 나온 결과는 처음에는 놀랍다. 복권의 인기를 말해주는 왼쪽 하단을 제외하면 위험을 회피하는 쪽으로 생각하게 마련이니까. 그러나나쁜 옵션만 남았다면, 이익에서 위험 회피 성향을 보이듯 손실에서 위험추구성향을 보인다고 앞에서 언급한 바 있다. 부정적 전망만 있을 때 위험을 추구하는 성향을 목격한 사람은 우리가 처음이 아니다. 적어도 두 사람이 그 사실을 보고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크게 강조하지는 않은 채 지나갔다.⁸ - P468

8 C. Arthur Williams, <순수 위험을 대하는 태도의 지표가 되는 투기적 위험을 대하는 태Attitudes Toward Speculative Risks as an Indicator of Attitudes Toward Pure Risks), Journal of Risk andInsurance 33 (1966): 577-86. Howard Raiffa, (7 Decision Analysis: Introductory Lectures on Choices under Uncertainty) (Reading, MA: Addison-Wesley, 1968). - P706

가치함수의 모양과 결정 가중치 모두 <그림 13>의 상단에 나오는 유형을설명한다. 그런데 하단 유형에서는 이 두 요소가 반대 방향으로 작동한다.
그 결과, 민감성 감소 탓에 이익에서는 여전히 위험 회피를, 손실에서는 위혐 추구를 선호하지만, 낮은 가능성에 지나치게 무게를 두면 이 효과를 뒤집어 이익에서는 도박을, 손실에서는 조심스러운 행동 유형을 보인다. - P468

30
드문 사건

나는 버스 자살 폭탄 테러가 상대적으로 자주 발생하던 시기에 이스라엘을 여러 차례 갔었다(물론 절대적 빈도로 보면 돼 드문 일이었다). 폭탄 테러는2001년 12월 2004년 9월 사이에 23건 발생해 총 236명이 사망했다. 당시 이스라엘의 하루 버스 이용객은 줄잡아 130만 명이었다. 따라서 폭탄 테리를 당할 위험은 매우 낮았지만, 실제 느낌은 그렇지 않았다. 사람들은 되도록 버스를 타지 않았고, 타더라도 불안한 눈초리로 폭탄을 숨겼을 법한불룩한 옷이나 짐을 살폈다. - P473

 사실 버스 옆에 정차해 있다가 다칠 확률보다 운전 중에 일어나는 사고로 다칠 확률이 훨씬 높았다. 그러나 버스를 피하는 내 행동은 생존을 걱정하는 합리적 판단과는 거리가 있었다. 나는 그 순간의 느낌에 따라 행동하고 있었다. - P474

 시스템 2는사건 발생 확률이 낮다는 것을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절로 생기는 불안이나 그 불안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을 없앨 수는 없다.¹ 시스템 1은 차단이안 된다. 감정은 확률과 따로 놀 뿐 아니라 정확한 확률에도 둔감하다. 두 도시가 자살 폭탄 테러 경고를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그중 한 도시에는 폭탄두 개가 터질 것이라고 했고, 다른 도시에는 하나가 터질 것이라고 했다. 두번째 도시의 위험률은 절반인데, 과연 그곳 주민은 첫 번째 도시 주민보다안전하다고 느낄까? - P474

1George F. Loewenstein, Elke U. Weber, Christopher K, Hsee, and Ned Welch,<기분으로서의 잠재적 위험
Risk as Feelings>, Psychological Bulletin 127 (2001): 267-86. - P706

복권을 사는 즉시 즐거운 상상으로보상을 받는데, 버스를 피하는 즉시 두려움에서 멀어지고 안정을 되찾는 보상을 받는 것과 비슷하다. 둘 다 실제 확률은 중요치 않다. 오직 가능성이 중요할 뿐이다. 처음 전망 이론을 만들면서 발생 확률이 극히 낮은 사건은 무시되거나 과도한 가중치가 부여된다"고 주장했지만, 정확히 어떤 조건에서그런 일이 발생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고, 심리적 해석도 제시하지않았다. - P475

과대평가와 과대 가중치

다음 미국 대통령이 제3당 후보에서 나올 확률이 얼마라고 판단하는가?
다음 미국 대통령이 제3당 후보에서 나온다면 1,000달러를 받고 그렇지 않으면한푼도 받지 않는 내기가 있다면, 얼마를 내고 참여하겠는가?

두 질문은 다르지만 명백히 연관되어 있다. - P475

우리는 늘 질문받은 사건에 초점을 맞추지는 않는다. 그 사건이 일어날가능성이 높을 때는 그 반대 사건에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아래 예를 보자.

동네 병원에서 태어난 아기가 사흘 안에 퇴원할 확률은?

아기가 퇴원할 확률을 질문받았지만, 우리는 틀림없이 정상적인 기간에 퇴원하디 ‘못하는‘ 사건에 초점을 맞춘다. - P476

드문 사건이 일어날 확률은 그것을 대체할 사건이 구체화되지 않을 때 과대평가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나는 심리학자 크레이그 폭스Craig Fox가 아모스의 제자였을 때 실시한 연구에 등장하는 사례를 즐겨 이용한다.³ 폭스는프로농구 팬들을 모아놓고 NBA 플레이오프 우승과 관련한 몇 가지 판단과 결정을 조사했다. 특히 플레이오프에 참가한 여덟 개 팀의 우승 확률을 추정해보라고 했다. 이때 각 팀의 우승이 차례로 주목할 사건이 된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는 얼마든지 예상할 수 있지만, 폭스가 발견한 구체적 결과를 안다면 놀랄 것이다. 어떤 농구 팬에게 시카고 불스가 우승할 가능성을 물었다고 해보자. - P477

3 Craig R. Fox, (증거의 힘, 판단된 확률,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선택Strength of Evidence, JudgedProbability, and Choice Under Uncertainty), Cognitive Psychology 38 (1999): 167-89. - P706

(전략). 그 결과, 여덟 개 팀의 우승 확률 추정치를 모두 합하니 무려 240퍼센트였다! 물론 말도 안 되는 결과다. 총합은 ‘반드시‘ 100퍼센트가 되어야한다. 그런데 우승 팀이 동부 컨퍼런스에서 나올지, 서부 컨퍼런스에서 나올지를 물으면 그런 말도 안 되는 결과가 사라진다. 이 문제에는 주목할 사건과 그것을 대체할 사건이 동등하게 명시되어 있고, 그 확률 판단은 총합이 100퍼센트로 나온다.⁴ - P478

4 어떤 사건과 그 대체 사건의 확률 추정치를 더하면 늘 100퍼센트가 나오지는 않는다. 사람들에게 그들이 잘 모르는 분야에서 어떤 사건("내일 정오에 방콕 기온이 섭씨 38도를 넘을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과 그 대체 사건의 확률을 물으면 그 둘의 합이 100퍼센트가 안 된다. - P706

이 결과는 계획 오류와 낙관주의를 새롭게 부각시켰다. 어떤 계획의 결과를 예상할 때 계획을 성공적으로 실행하는 모습은 구체적이고 상상하기도쉽다. 반면에 그 반대인 실패를 생각하려면 실패 경로가 수없이 많아서 생각이 분산된다. 따라서 사업 전망을 평가하는 사업가와 투자자는 가능성을 과대평가하고 자신의 추정치에 과대 가중치를 부여하기 쉽다. - P478

생생한 결과

이제까지 살펴보았듯이 확률과 결정 가중치의 관계에서 볼 때 전망 이론은 효용이론과 다르다. 효용이론에서는 결정 가중치와 확률이 같다. 확실한 사건의 결정 가중치는 100이고, 90퍼센트 가능성에 해당하는 결정 가중치는 정확히 90으로, 10퍼센트 가능성에 해당하는 결정 가중치의 아홉 배다. - P479

시카고대학 심리학자들은 눈길을 끄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돈, 키스, 전기 충격: 위험을 대하는 감정 심리에 관하여 Money, Kisses, and ElectricShocks: On the Affective Psychology of Risk>.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돈을 따거나 잃는 결과보다 (가상의) 감정적 결과에서 "가장 좋아하는 영화배우와 키스하기" 또는
"고통스럽지만 위험하지 않은 전기 충격 받기") 확률에 훨씬 더 둔감했다. - P479

프린스턴 팀은 감정적 결과에서 확률에 둔감한 것은 정상적이고 흔한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돈을 건 도박이 예외다. 도박에서는 확률에 비교적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확실한 기댓값이 있기 때문이다.
얼마를 건다면 아래 도박을 해볼 만하겠는가?

A. 59달러를 딸 확률 84퍼센트
B. 유리 꽃병에 붉은 장미 열두 송이를 받을 확률 84퍼센트

여기서는 무엇에 주목할까? 두 문제의 두드러진 차이는 문제 A가 문제 B보다 훨씬 쉽다는 것이다. - P480

다음 실험에서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여기서는 참가자들에게 상품을말로 설명해주고 명확한 가격 정보도 주었다.

받을 확률 84퍼센트: 유리 꽃병에 붉은 장미 열두 송이. 59달러 가치.
받을 확률 21 퍼센트: 유리 꽃병에 붉은 장미 열두 송이. 59달러 가치.

이런 도박은 화폐가치를 쉽게 평가할 수 있는데, 여기에 구체적인 화폐가치를 명시해도 애초의 평가는 달라지지 않은 채 여전히 확률에 둔감했다.
사람들은 장미를 받는 도박을 평가할 때 가격 정보를 기준점으로 이용하지않았다. 과학자들이 이따금씩 하는 말처럼, 우리에게 무언가를 말해주려는놀라운 결과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걸까? - P481

다음 월요일에 59달러를 받을 확률 21퍼센트(또는 84퍼센트)
다음 월요일 아침에 59달러가 담긴 커다란 파란색 보드지 봉투를 받을 확률 21퍼센트(또는 84퍼센트)

이 새로운 가설로 보자면, 두 번째 경우에 확률에 덜 민감해지는데, 파란색 봉투가 추상적 개념의 일정한 금액보다 더 생생하고 유려한 묘사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머릿속에서 이 사건을 구성한다. 이때 사건의확률이 낮다는 것을 알지만, 그 이미지는 생생하게 머릿속에 들어와 박힌다. - P482

생생한 확률

어떤 사건이 막힘없이 생생하게 떠오르고 상상하기 쉬우면 결정 가중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을 뒷받침하는 사례는 많다.

A단지에는 구슬이 열 개 있고, 그중 한 개가 빨간 구슬이다.
B단지에는 구슬이 100개 있고, 그중 여덟 개가 빨간 구슬이다.

어떤 단지를 택하겠는가? 상품을 탈 확률은 A단지는 10퍼센트, B단지는8퍼센트이니 옳은 선택을 하기는 쉬워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 P483

 적어도 내 경험상 생생한 상상도 분모 무시를 유발한다. 나는 구슬이 적은 A단지를 생각하면 흐릿한 흰구슬에 둘러싸인 한 개의 빨간 구슬이 눈앞에 떠오른다. 그리고 구슬이 많은 B단지를 생각하면 역시 흐릿한 흰 구슬에 둘러싸인 상품을 탈 수 있는여덟 개의 빨간 구슬이 눈에 선명한데, A단지보다 훨씬 희망적이다.  - P483

빈도로 나타낼 때의 효과는 크다. 어느 연구에서, 1만 명당 1,286명이 사망하는 질병"이라는 정보를 얻은 사람은 "전체 인구 중 24.14퍼센트가 사망하는 질병"이라는 정보를 얻은 사람보다 그 병을 더욱 위험하다고 판단했다.⁷ 첫 번째 질병은 두 번째 질병보다 더 위협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실은 전자가 후자보다 위험률이 절반이다! - P484

7 Kimihiko Yamagishi, <사망률 12.86퍼센트가 24.14퍼센트보다 더 위험할 때: 위험을 전달하When a 12.86% Mortality Is More Dangerous Than 24.14%: Implications for Risk Communication),
Applied Cognitive Psychology 11 (1997): 495-506. - P707

(전략), 이때 똑같은 통계를 아래두 가지 방식으로 알려주었다.

존스 씨와 비슷한 환자들이 퇴원한 뒤 처음 몇 달 동안 사람들에게 폭력을 휘두를 확률은 10퍼센트로 추정된다.

존스 씨와 비슷한 환자들 100명당 열 명이 퇴원한 뒤 처음 몇 달 동안 사람들에게 폭력을 휘두를 것으로 추정된다.

정보를 빈도로 접한 사람들은 확률로 접한 사람들보다 퇴원에 반대하는 확률이 거의 두 배였다(41퍼센트 대 21퍼센트). 다시 말해, 묘사가 생생할수록 똑같은 확률에 부과되는 결정 가중치는 더 높아진다. - P485

뛰어난 변호사가 DNA 증거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싶다면 배심원단에게 "DNA 검사가 틀릴 확률은 0.1퍼센트"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사형선고가 내려질 수 있는 중범죄 사건 1,000건 중 한 건에서 DNA 검사가 맞지 않는다"라는 말이 합리적 의심의 한계 수준을 훨씬 더 쉽게 넘어갈 수 있다.⁹ - P486

9 Jonathan J. Kochler, <사람들은 언제 DNA 일치 통계에 설득되는가? When Are People Persuaded byDNA Match Statistics?), Law and Human Behavior 25 (2001): 493-513. - P707

전반적 인상에 기초한 결정

이제까지의 증거가 제시하는 가설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사건이나 결과라도 유난히 두드러져 보이거나 그곳에 관심이 집중되면 사건이 과대평가되고 해당 결과에 과도한 비중이 부여된다는 것이다. 사건을 생생하게 설명하거나, 확률 전달 방식을 바꾸거나, 또는 사건을 단순히 언급하기만 해도, 그 사건은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 P486

최근 몇 년 사이에 ‘경험에 기초한 선택‘ 연구에 관심이 높아졌다.¹⁰ 전망이론에서 분석한 ‘서술에 기초한 선택‘과는 다른 규칙을 따르는 선택이다.
이와 관련한 전형적인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버튼 두 개를 마주한다. 각 버튼을 눌렀을 때 금전적 포상이 나올 수도 나오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는 그때그때 정해지는 가능성에 따라 무작위로 결정된다(예를 들어, ‘12달러를 받을확률 5퍼센트‘ 또는 ‘1달러를 받을 확률 95퍼센트‘). - P487

10 Ralph Hertwig, Greg Barron, Elke U. Weber, and Ido Erev, (Decisions from Experience and the Effect of Rare Events in Risky Choice),
Psychological Science 15 (2004): 534-39, Ralph Hertwig and Ido Erev, ((2009): 517-23,
The Description-Experience Gap in Risky Choice),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13 - P707

경험에 기초한 선택을 실험하는 의도는 똑같은 대상, 똑같은 경우인데도 때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는 여러 상황을 나타내기 위해서다. 이를테면 평소에 그런대로 괜찮은 음식을 내놓던 식당이 가끔은 아주 뛰어나거나 형편없는 음식을 내놓기도 한다. - P487

경험에 기초한 선택을 둘러싼 해석은 아직 결론 나지 않았지만, 실험실에서 그리고 현실에서 드문 사건에 과소 가중치를 부여하는 주된 이유 하나에는 다들 동의하는 편이다.¹¹ 실험 참가자 다수가 드문 현상을 결코 경험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 P488

11Liat Hadar and Craig R. Fox, <서술에 기초한 결정 대 경험에 기초한 결정에 나타난 정보 비Information Asymmetry in Decision from Description Versus Decision from Experience), Judgment andDecision Making 4 (2009): 317-25. - P707

•이 결정은 두 가지 도박 사이에서의 선택이다. 아델은 무조건 받는 쪽에 가깝고, 브라이언은 아델보다 약간 안 좋은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지만 아주 좋은 결과가 나올 확률도 약간 있다. 가능성 효과 때문에 드문 사건에 과대 가중치가 부여되고 브라이언을 선호하는 쪽으로 결론날 것이다.
•이 결정은 아델과 브라이언의 전반적인 인상 사이에서의 선택이다. 나는 그들을 상대했던 좋은 경험과 나쁜 경험을 토대로 그들의 평상시행동을 나름대로 해석한다. 드물게 발생한 사건이 너무 극단적이어서내 머릿속에 따로 떠오르지 않는 한(브라이언이 도와달라는 동료에게 욕을한 적이 있다든가, 내 기준은 전형적인 사건 최근의 사건에 편향되고, 결국 아델을 선호할 것이다.

두 가지 시스템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두 번째 해석이 훨씬 더 타당해 보인다. 시스템 1은 아델과 브라이언의 전반적인 인상을 묘사하는데, 여기에는 감정적 태도 그리고 사람을 가까이하거나 회피하는 성향을 포함한다. - P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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