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극우파들 (양장) - 유럽에 들이닥친 우익 열풍, 왜,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장 이브 카뮈 외 지음, 은정 펠스너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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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속적으로 번역서들에 있어서 그 번역이 적절하고 타당하게 옮겨진 것인가를 묻는 데엔 물론 이유가 있고, 이는 무척 간명하다. 저자가 의도한 내용과 내게 전해지는 게 다르면 그건 문제가 있다. 특히나 학술서에서 관련 사실을 나열할 때는 더욱 그렇다.


마찬가지로 전에 읽었던 『IS 리포트』라는 책을 번역했던 이 번역가는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상 (독일어 부문)을 수상했다고 하는데, 정작 번역된 책은 모두 프랑스어가 원어다. 출판사 측에선 이 번역가에 대해 4개 국어를 나열하고선 각 언어의 보편성과 특수성이 관심이 많다며 대담한 소갯말을 써 뒀지만, 나는 이의 전문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번역본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영문판을 읽어봤더니 완전히 곡해한 부분이 여러 곳 있었으니.


아쉽게도 난 프랑스어판을 소장하고 있지는 않아서 하버드 대학 출판 (HUP)의 임프린트인 밸크냅 (Belknap)에서 나온 영역판을 보고 비교했다.


We thus arrive at a continuum that preserves specificities: Fascism is autonomous vis-à-vis "fin de siècle nationalism," but without being disconnected from it, and the comparison between Nazism and Fascism moves in only one direction (Nazism goes further than Fascism). It is easy to understand what separates the factions from each other, what allows individuals to move from one to the other, but also what leads to so many excesses in the efforts to amalgamate the two.

즉 이러한 특수성은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오늘날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 특수성은, 파시즘이 '역사 말기의 민족주의'와 전혀 상관없는 현상이긴 하지만 실제로 민족주의와 한 번도 분리된 적 없다는 사실에 기초한다. 또 다른 특수성은 나치즘을 파시즘에 비교하는 것은 가능해도 그 반대로 파시즘을 나치즘에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인데, 이는 나치즘이 파시즘을 넘어서는 이데올로기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사실을 근거로 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결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개인의 변화를 촉진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이 이처럼 여러 가지 성향들을 혼재하게 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이걸 이렇게 해석해 둔 것도 있고 (웃음만 나온다), 그런가 하면


The Blanquists later rallied behind General Ernest Boulanger, a nationalist figure nicknamed "Général Revanche," at a time when the left was also deep in the process of producing an ideology.

그들은 또한 일명 '복수의 장군'으로 불렸던 민족주의자 불랑제 장군을 조롱하기까지 했다. 같은 시기에 좌익 진영도 그들의 이데올로기를 철저히 재정비하는 과정을 거쳤다.


'rally behind'를 '조롱하다'로 해석해 정반대 의미를 보여주기도 했다 (실제로는 에른스트 불랑제가 블랑키주의자들의 지지를 받게 된다). 'Bonapartisme'을 '나폴레옹 정책'이나 '나폴레옹 이념'으로 번역하기도 했는데, 심지어 한 페이지 안에서 이러한 단어가 제시됐다 (다른 페이지에선 '나폴레옹주의'라는 말까지 병용했다). 1장만 봐도 이 꼴이다.


Déroulède spoke of a "plebiscitary republic," in which the president of the republic would be elected by universal suffrage, and the popular will would be expressed through "legislative plebiscites," another name for referendums.

데룰레드는 '국민투표에 의한 공화제'를 당의 정책으로 제시했는데, 이 공화제는 보통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해야 하며 '합법적 선거'나 국민투표를 통해 구성된 시민자문위원회의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말도 안 되는 해석이다. 'plebiscite'와 'referendum'이 같이 나오고 있는데, 이에 차이를 두지 않은 번역은 전공 지식이 없어서 그렇다손 치더라도 (사실 이렇게 불분명하게 넘어가선 안 된다. 이 두 용어의 회색 지대가 존재하긴 하지만, 'plebiscite'는 Bonapartisme을 논할 때 굉장히 주요한 요소로 작용하니 확실히 구분지어야 한다.) '합법적 선거'라는 해석이나, '법제화된 plebiscite'를 국민투표와 병렬적으로 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한울은 학술서에 감수도 없이 비전문가의 번역을 그대로 쓰는 건지, 그런 조잡한 번역본을 무려 38,000원이나 받으면서 팔아먹겠다는 것인지 정말 궁금하다. 각주를 빼면 350쪽도 되지 않는데 이 가격은 뭘까? 독자를 우롱해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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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극우파들 (양장) - 유럽에 들이닥친 우익 열풍, 왜,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장 이브 카뮈 외 지음, 은정 펠스너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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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r-right’의 시초를 나폴레옹 이전 프랑스부터 현대까지 짚어주는, 한국에선 보기 힘든 주제의 책이다. 학술서에 가까운데도 논리 전개가 허술하거나 맥락 벗어남이 지나친 지점이 있어 이해에 방해된다는 아쉬운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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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성인이 되어 다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스미 세이코 지음, 홍주영 옮김 / 끌레마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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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빈약한 편이고 대체로 두루뭉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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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혁명 - 공정하고 실용적인 세금 개혁을 위한 제언
토마 피케티.이매뉴얼 사에즈.카미유 랑데 지음, 박나리 옮김, 이정우 감수 / 글항아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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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번역된 책이지만 프랑스는커녕 한국 역시 조세개혁이 과표구간 변경 및 신설 정도에 머물고 있어 (자본소득의 경우는 아예 이야기도 없다) 여전히 역진성이 심각하므로 딱히 문제되진 않는다. 간명하지만 알찬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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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시에이션 러브
이누이 구루미 지음, 서수지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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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세 줄로 모든 게 바뀐다는 말 때문에 해답을 도중에 알 수 있었다. 재밌었지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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