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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이곳에서 나는 영원히 시작이다 - 패션 디자이너 이정민의 멈추지 않는 도전과 열정
이정민 지음 / 예담 / 2012년 8월
평점 :
항상 도전하고 꿈꾸는 사람들은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한번쯤은 그런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현실이라는 문 앞에 좌절하게 되고 극복하지 못해 현실에 만족해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나도 그런 도전을 항상 동경하며 아직 해보지 못하지만 늘 꿈꾸고 있긴 하다. 어떤 일이든 열정을 갖고 일하는 사람이 항상 부럽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그녀처럼 일에 올인할 자신은 없다. 일을 하는 만큼 나의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고도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일을 하면서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는 것이다. 사람들마다 각자 생각하는 인생관이 다르기때문에 일에 올인한다고 해서 무조건 열정적이라고 할 수는 없긴하다. 그 어떤것이든 좋다. 뭔가에 몰두해서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멋진 사람인건만은 분명하니깐..
작가는 이탈리아로 유학을 가고 밀라노에서 패션 공부를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현장을 생생하게 공개해준다. 공부를 마치고 돌아올 생각이었으나 한국에서는 IMF가 터졌다. 경험도 없는 그녀가 단지 유학을 했다는 것만으로 한국에 돌아온다고 일자리가 있을것 같진 않았다. 한국가서 힘들거나 타국에서 힘든거나 별반 다를게 없었던 그녀는 그곳에서 일자리를 구해보기로 한다. 어렵게 겨우 인턴 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인턴의 인턴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이기에 급여는 당연히 나오지 않고 차비와 밥값정도만 챙겨줘도 감지덕지할 정도였다. 그렇게 힘들게 고생하면서 그곳의 노하우를 배워가고 기회를 얻어간다. 처음 그녀가 자신의 옷을 런칭하기까지 그리고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과정을 보여준다. 패션의 현장은 다른 분야의 디자이너들보다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걸 느꼈다. 물론 디자인은 창조적이고 한상 새로운것을 요구한다. 그건 어떤분야도 마찬가지지만 가구나 명품 디자인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디자인에 빛이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패션은 무엇보다 유행에 민감하다. 그래서 봄/여름 신상품, 가을/겨울 신상품으로 매년 디자이너는 패션쇼의 15분정도의 런웨이를 위해서 몇달을 고생한다.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함께 고생하는 많은 스탭들의 이야기. 스타일리스트, 모델 등 디자이너와 함께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에디터 출신이 많은 스타일리스트는 요즘 각광받는 직업 중 하나이다. 디자이너는 옷을 만들어내지만 스타일리스트는 디자인을 완성해준다. 어떤 모델에게 어떤 옷이 잘 어울리며 그 옷에는 어떤 화장이 좋을지, 어떤 신발이 좋을지, 어떤 악세사리를 해야할지 등을 결정해준다.그렇게 같은 옷이여도 누가 스타일링을 해주냐에 따라서 스타일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유명한 스타일리스트의 연봉은 어마어마하며 또 그렇게까지 오르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는걸 알게 되었다.
모델들도 대단하다. 생명력이 짧지만 그래도 모델이 되려고 기를 쓴다. 예전에는 지금처럼 깡마른 몸매를 선호하지 않았지만 요즘은 너도나도 마른 체형의 모델들이 생겨나고 있다. 피팅시간에도 쓰러질듯한 가녀린 몸매의 그녀들에게 음식을 권해보지만 조금이라도 날씬하려고 물만 겨우 마시는 그녀들을 보면 안쓰럽기 짝이 없다고 말한다. 모두들 어린나이에 스타 모델이 되기 위해 이곳 밀라노에 모인다. 자신의 꿈을 향해 그 열정을 채우기 위해 밀라노에 모여드는 것이다.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일 이야기뿐 아니라 밀라노의 풍경도 스케치 해준다. 이탈리아는 다른 유럽 사람들에 비해 꽤나 여유롭다. 물론 유럽 자체가 참 여유로운 도시이다. 우리처럼 빨리 빨리를 외치면 조금만 늦어도 못참는 성질 급한 사람이 유럽에서 살라고 하면 왠지 못살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다. 유럽 중에서도 유독 이탈리아가 더 정겹다.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이 끊이지 않기에 좋긴 하지만 기다리는 사람입장이라면 싫을것 같긴하다. 레스토랑에서도 자주 보이는 고객에게는 관심을 보이며 어떤 걸 좋아하는지 기억하며 음식을 자세히 소개해준다. 하지만 또 무엇하나 고치려 하거나 사려고 하면 엄청나게 기다려야 하기도 하다. 언제나 대화를 끊이지 않기에 그렇게 그들은 정을 쌓아간다.
무엇보다 그들의 결혼하는 풍습이 맘에 들었다. 나도 그런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결혼도 빨리빨리하며 하루에도 두세탕씩 예식장 가는 어른들을 볼 수 있다. 정말 축하해준다는 마음으로 하루 즐겁게 즐기다 오면 좋을텐데 급하게 돈주고 밥먹고 나오는 축하의 의미보다 형식적이고 기계같이 움직인다. 예식장도 2~3시간정도 진행하고 나면 다음 결혼식을 준비하는 커플이 서둘러 들어온다. 진짜 축하해줄 수 있는 사람들만 초대해서 풍요롭게 즐기고 싶지만 결혼은 두사람이 아닌 집안 어른들의 위한 행사처럼 그분들이 지금까지 다녀온 결혼식의 축의금만큼 사람이 채워지는 형식이 너무나 안타깝다.
그곳에서는 초대장을 두개 함께 보낸다고 한다. 결혼을 알리는 초대장과 초대하는 초대장. 알리는 것은 단순히 우리 결혼한다는 사실을 알리기에 결혼식장에 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초대한다는 초대장이 함께 있다면 참석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남겨야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처럼 초대받지 못한 친구의 남편, 자식들까지 와서는 안된다. 인원을 확실히 말을 해야 그들도 인원수에 맞게 음식을 준비한다. 돈보다는 선물을 주로 하는데 선물 리스트가 작성되어 있어 자신의 예산에 맡게 다른 사람들과 겹치지 않도록 준비한다. 음식값이 비싼만큼 결혼하는 사람들의 선물도 그만큼의 값어치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정말 결혼하는 사람들을 축하하는 사람들만 초대되기에 진짜 행복한 결혼식을 할 수 있고 그 결혼식을 즐길 수 있다.
이탈리아의 음식이야기도 참 재미있다. 다른 나라보다 이탈라아의 음식은 알아주기로 유명하다. 또한 다른 나라에 비해서 체인점이 거의 없다. 세계적인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밀라노에서도 그 흔한 스타벅스를 구경할 수없다. 사람들이 배를 채운다기보다 맛을 즐기는 사람들이기에 요리의 종류도 다양하고 스시를 먹기 위해 포크질이 아닌 젓가락질을 배운다. 무튼 참 매력적인 나라이며 도시란 생각이 들었다. 밀라노는 이탈리아에서 어떻게 보면 작으면서 딱딱한 도시일 수 있다. 프랑스하면 파리를 떠올리고 영국하면 런던을 떠올리듯이 이탈리아하면 밀라노를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이탈리아하면 로마를 떠올려야 한다고 한다. 무척 낭만적인 도시이니깐. 어떤 나라든 좋은점이 있으면 나쁜점도 있듯이 이탈리아도 그런 좋은점과 나쁜점이 공존하지만 매력적인 나라인것만은 틀림없다.
그밖에도 그녀와 함께한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풍성하게 담겨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녀의 일과 이탈리아 중 밀라노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멋진 나라이며 멋진 도시 그리고 그안의 다양한 사람들까지 만나 볼 수 있었던 풍요로운 시간이었다. 언젠가 내가 그곳에 발을 내딛게 되면 그땐 정말 이탈리아를 좋아하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물론 결국 빨리빨리 해야하고 급한 성격에 금방 돌아와야 할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여유로운 느낌을 가지고 싶을때는 이 나라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것 같다. 지금도 밀라노에서 그녀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다. 한국인으로 한국을 많이 알리고 그곳에서 우리나라의 문화와 음식도 크게 성장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