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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는 서른한 가지 핑계
여행자들 지음 / 북인 / 2012년 8월
평점 :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두가지면 충분하다. '시간이 없다. 돈이 없다' 사실 이 두가지만으로 다른 말 필요없이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듯 싶다. 그런데 그와 다르게 '여행을 떠나는 서른한가지 핑계'라.. 생각해보지 못했다. 내가 꼭 떠나야 하는 이유가 이래. 라는것. 사실 알고보면 많다. '삶이 힘들어서', '사는게 답답해서', '스트레스 받아서', '지금 이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떠날 수 밖에 없어서', 어느 책의 제목처럼 '지금이 아니면 안될것 같아서' 등 그러고보니 떠나야 할 이유가 참 많다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책은 여행자들이 쓴 자신의 이야기다. 전문적인 여행작가는 아니고 그냥 떠날 수밖에 없어서 떠난 서른 한 명의 여행이야기를 묶어 놓았다. 다른 책들에 비해 작은 글씨들로 이루어져 살짝 가독성을 떨어트리는 안좋은 점은 있었지만 촘촘하게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을까? 라는 느낌을 준다.
국내와 국외로 나누고 20~30대 이야기, 40~50대 이야기로 나뉜다. 그들은 각자 자신이 하는 일이 있고 그 일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로 인해 떠나기도 하고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해 떠나기도 한다. 열여섯번째 서른앓이의 이야기가 가장기억에 남는다. 스무살이 되었을때 서른이되면 뭐가 되도 되어있겠지 싶었다. 하지만 서른이 되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런 불안정한 상태였다. 아무것도 이루어 놓은건 없는데 시간을 도둑맞은듯 갑자기 서른이 되었다. 그런 초라한 나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그때 고흐가 생각났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도시 아를로 향하게 되었다. 고흐의 방을 바라보니 눈물이 날뻔했다고 한다. 외롭고 힘든 날들을 동생 테오가 믿어주어 그가 버텼겠구나. 그렇게 고흐의 흔적을 찾아본다. 여행의 다녀온 후 그녀는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생전 보지 않았던 그림에 반하게 되고 여행에 다녀와서는 그림을 배워보기도 한다. 비록 제대로 배우지 않았지만 전시회를 통해 여러사람을 만나게 된다. 호기심 삼아 배우게 된 도슨트 교육을 통해 전시해설사의 길을 겪게 되었다고 한다.
누군가는 버릴수 없는 현실을 버티기 위해 떠난다. 또 누군가는 시험에 떨어져서 떠나기도 한다. 더 지독한 힘겨움을 만난다면 이겨낼 수 있을것 같았기 때문이다. 또 누군가는 한번 다녀온 곳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약속을 했기때문에 다시 그곳으로 향한다. 하지만 그 약속을 제때 지키지 못해 조금만 일찍 같었더라도 라는 후회를 하기도 한다. 도시에서의 생활에 지쳐 템플스테이로 떠나기도 하고 도시에서 자라오고 도시에서 살아오다 도시와의 다른 하늘을 보고 싶어 담양의 쏟아지는 별이 보고 싶어 떠나기도 하고, 이별로 인해 힘들어하기보다 그 상처를 마주하러 떠나기도 한다. 꿈을 꾸기 위해 떠나기도 하고 퇴직후 자신을 되돌아 보기 위해 떠나기도 한다. 모든것을 내려놓고 혼자이고 싶을때,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걸 알아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걸 보여주고 싶을때, 안 좋았던 첫인상의 여행지를 바꾸고 싶을때, 서른살이 되었는데 뭐가 되도 될거란 서른이 아니었을때, 엄마와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고 싶을때, 반복적인 일상에서 지치고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잊어서 그 이유를 찾으려 할때, 그냥 이유없이 무작정 떠나고 싶을때, 끝없는 변신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찰때,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이제 그 일을 실천하고자 할때 등 사람들은 많은 여행의 핑계를 대며 떠나본다.
때로는 혼자 떠나본다. 혼자서 아무것도 해보지 못했지만 이제라도 혼자해보기 위해, 때로는 친구와 애인과 사랑하는 딸과 때로는 엄마와 단둘이 떠나보기도 한다. 또 때로는 가족과 함께 떠난다. 멀지 않아도 그리 좋은 곳은 아니어도 가족과 함께라 더 즐겁고 더 재밌다. 그리고 이렇게 가까운곳이라도 다시 한번 여행와 보자고 다짐해본다. 여행은 그렇다. 다니는동안 피곤하지만 그 피곤은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피곤과는 다르다. 개운하게 피곤한 느낌. 그래서 또 와보자고 다짐하게 되는 느낌. 오히려 푹 잘 수 있고 다음을 위한 충전이 된다. 우리가 인생의 길을 잃었을때 사람들은 바람쐬로 다녀오라고 말한다. 꼭 멀지 않아도 된다. 하다못해 자연이 느껴지는 공원에 가서 숨쉬기만 해도 좀 편안해지는 마음을 느끼게 된다. 혼자 떠나는 여행은 지금까지 혼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할거라는 나 자신에게 용기를 심어주고 함께 떠나는 여행은 여행하는 동안 찾아오는 외로움과 어려움을 함께 이겨냈다는 생각으로 더욱 돈독해지는 사이를 발견하게 된다.
나도 떠나고 싶어진다. 여행을 떠나는 서른한가지의 핑계는 나에게 맞는 핑계들이었다. 이렇게 떠나야 할 이유가 많은데 단지 시간과 돈이 없다는 이유로 떠나지 못한다니.. 그러기엔 내 청춘이 아깝지 않나? 어디든 나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