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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대충 살고 가끔은 완벽하게 살아 - 읽고 쓰고 만나는 책방지기의 문장일기
구선아 지음, 임진아 그림 / 해의시간 / 2020년 4월
평점 :
난 완벽주의자는 아니다. 하지만 또 뭔가 대충 하려니 찜찜할 때가 있곤 하다. <때론 대충 살고 가끔은 완벽하게 살아> 책의 제목처럼 모든 면에서는 완벽할 수 없지만 때론 대충도 살고 또 가끔은 완벽하게 살아가는 게 딱 적당하게 삶의 균형을 잡으며 살아가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저자는 많은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작가이며 기획자이기도 하고 책방을 운영한다. 요즘 N잡러가 유행이라더니 진짜 요즘 책을 읽어보면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이 많음을 깨닫게 된다.
난 그저 엄마이자 아내이자 며느리 그리고 딸. 결혼하면 대부분의 여자가 가지게 되는 타이틀만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인가? 요즘처럼 유치원 가지 못하는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소중하면서도 '나는 뭔가?'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물론 내가 가지고 있는 타이틀 또한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명함이긴 하다. 그 일들을 하찮게 여기는 것은 아니다. 다만 관계 속에 있는 나만의 타이틀이 영 내키지 않을 뿐이다. 내가 만약 사람과의 관계 속에 있지 않았다면 '나를 말해줄 나만의 타이틀이 없겠구나'싶어 조금은 쓸쓸해지는 기분이다.
에세이는 읽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어 나도 이런 생각 했었는데..'라는 생각은 들지만 아직 나는 그걸 글로 표현해내지 못한다. 그래서 작가와 다른게 있다면 난 속으로 생각만 하고 작가는 그 생각들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책 속의 구절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그 소절 속의 생각들을 작가의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부분들을 알려준다. 그 안에는 삶의 자세가 들어있다. 가볍지만은 않은 삶의 모습이 있다.
대기업에서 오랫동안 일했고 일을 관두고 책방을 운영하며 글을 쓰고 재미있는 일을 하기 위해 기획도 하는 작가. 어차피 살아가는 것은 고민의 연속이다. 하지 않고 후회할 바에 차라리 해보고 실패하는 게 낫다고들 말한다. 두고두고 남아있는 후회가 살아가면서 나의 발목을 잡곤 한다. 차라리 해봤으면 실패를 경험하고 그 실패로 인해 또 다른 것에 도전해봤을 텐데..라는 후회가 가득하다. 하고 싶은 것이라면 이제라도 해보는 것. 돌아왔더라도 다시 돌아서 가보는 것. 늦게 가더라도 걸어가 보는 것이 필요함을 말해준다.
작가가 말하는 '대충 살자'라는 말은 모든 일에 자신을 옮매지 말라는 말이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기보다 자신을 돌보자는 얘기다. 여전히 남을 의식하며 살아가려고 하고 남과 끝없이 비교함으로 나는 불행해지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된다. 보이는 모습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보며 살아가려 한다. 남들 하니까 나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누가 강요한 것이 아니다. 그저 나보다 주변을 더 살피다 보다 그렇게 스스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싫은 일은 안 해도 되는 권리, 싫은 사람은 안 만나도 될 권리, 하고 싶은 일을 해 볼 권리, 포기하고 싶을 때 포기해도 될 권리 등 이 모든 권리가 우리에게 있음을 말한다. 그 안에서 나를 찾고 발견하는 것. 피해만 주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 남의 시선에 의식하는 것이 아닌 남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 선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싫은 것은 하지 않을 권리. 내게도 꼭 필요한 일인 것 같다.
난 다정한 딸도 며느리도 아니다. 그로 인해서 받는 스트레스가 있다. '남들 다하는데 왜 너는 못하니?'라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딱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안 될까? 난 때론 나의 역할이 버겁게 느껴진다. 그런 역할에서 조금은 가벼워질 필요가 있음을 나 자신에게 말해본다. 스트레스 받지 말고 고민하지 말고.. 모든 사람이 다 같을 수는 없으니깐..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해 주고 이해해 주었으면 할 뿐이다.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이 말에 참 많은 공감을 해본다. 결혼하면서 더 많이 느끼게 된다. 절대 내가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내가 왜 화가 났는지, 내가 뭘 원하는지, 절대 모른다. 나 역시 모를 수 있다. 그래서 탓하지 않으려 한다. 필요하면 말하면 된다. 미리 알아야 하는 센스를 바라는 것이 아닌 그냥 말하는 것. 연인이라도, 부부라도, 부모 자식 간에도 눈빛만 보고는 절대 알 수 없다. 끙끙 앓지 말고 혼자 고민하지 말고 그냥 말하자.
20대가 되었을 때 30대가 되면 뭔가 달라질 줄 알았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한 청춘이었다. 그리고 이제 40대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나 역시 작가처럼 서른이 되었을 때 했던 고민을 여전히 하고 산다. '뭘 먹고살지?', '앞으로 뭘 해야 하지?', '내가 바라는 행복은 무엇이지?' 등 너무 많은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우리 아이들이 말하는 어른에 내가 과연 가까이에 있는 건지, 난 여전히 어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짊어진 어른이라는 무게는 너무 무겁다. 우리네 부모님처럼 현명하지 못하고 여전히 실수를 한다. 아마 평생을 그렇게 살지도 모르지만 조금은 가볍게 살아가고 싶다. 대충 살면서 완벽하게 사는 인생. 모든 것을 대충 하진 않지만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다. 해보고 싶다면 해보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고민할 것이고 아마 평생 고민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배우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남이 아닌 나를 생각하며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