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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집에 관한 거의 모든 것 - 흙건축가 황혜주 교수의 단단한 집 짓기
황혜주 지음 / 행성B(행성비) / 2017년 12월
평점 :
인간의 본성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흙집에 대한 로망이 있다. 기회가 되면 너무 늙기 전에 땅을 사서 아내와 함께 A부터 Z까지 흙집을 짓고 싶다. 과연 서울에서 가능할까 싶지만 그래도 꿈은 꿀 수 있으니깐. 흙집을 직접 지으려면 그래도 50이 넘기 전에는 착수해야 될 것 같은데 가능할지는 미지수지만 틈나는 대로 책을 통해 관력 지식을 습득해야 될 것 같다. <흙집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은 그 시작인데, 사실 이 책만 제대로 읽고 책에서 소개하는 단체에 문의하면 흙집을 지을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저자는 건축학과 교수이자 흙 건축 전문가이다. 또한 한국흙건축학교의 책임교수이다. 저자는 처음 대학원 석사 때 콘크리트를 공부했었다. 그런데 첫아이를 낳고 이 아기가 내 연구실에 들어오면 어떻게 하지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애가 오면 안 되는 위험한 연구를 저자는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콘크리트 연구를 안 하겠다고 교수님께 말씀드리게 된다.
"처음 건축에 입문했을 때는 '인류의 건강한 생활을 위해서 건축을 한다'고 배웠는데, 우리 애를 연구실에 오지도 못하게 하는 그런 건축을 하고 있구나. 이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접어야겠다는 생각을 처음 했습니다."
저자는 직접 흙집을 짓는데 대표적으로 김제에 있는 지평선중학교와 지평선 고등학교를 10년 동안 학교가 돈이 생길 때마다 건물 하나씩 지어나갔다. 그리고 최근에는 목포에 흙 건축 마을을 짓고 있다. 만약에 내가 흙집을 짓기로 결정한다면 꼭 방문해야 하는 곳들이다.
흙집을 소개하며 저자는 먼저 우리나라 전통적인 집의 구조에 대해서 설명한다. 방, 주방, 욕실 등의 먹고 자고 씻는 것의 일차적 기능뿐만 아니라 마루나 마당 같은 이차적 기능도 중요시했다고 우리 조상들 집의 특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대조적으로 아파트는 이차적인 기능을 찾기 어렵다고 말한다. 즉, 아파트는 집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만 모아 놓은 것이다.
핵심적인 요소만 모아 놓으면 되지 무엇이 문제인가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저자는 '집은 쓸모없는 공간이 있어야 삶이 윤택해진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아파트에 대한 반론을 제기한다. 아파트는 아무리 넓어도 일차적인 기능만을 제공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는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그나마 한국의 아파트는 한옥의 평면 모양과 굉장히 닮았는데 한국처럼 거실이 큰 아파트는 별로 업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따라서, 흙집을 짓기 전에 단순히 '주거'가 아니라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살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즉, 단순히 집 짓는 기술이나 방식이 아닌 삶의 방식과 문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제대로 된 '집'을 짓는 것이다.
흙집은 친환경 건축이고 지속 가능한 건축이다. 바로 흙 자체가 자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재료를 가공하거나 무엇인가를 첨가하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로 흙집이다. 그러나 현대 건축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재료는 바로 철, 시멘트, 유리이다. 이 중에서 철을 제외하면 다시 지구 자원으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특히 시멘트는 1t 정도 만들고 나면 1t 정도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이것도 하나의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인상적인 것은 목재는 20~30년 된 재료이고 흙은 몇십억 년 재료라고 저자는 말하는 대목이다.
흙은 약산성인데, 의학적으로 인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다고 저자는 솔직히 이야기한다. 그러나 흙은 원적외선이 많이 나오고 음이온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몸에 좋을 것이다라고 소개한다. 또한 흙은 따로 가공 과정이 없기 때문에 지구 환경에 훨씬 해가 적다는 장점도 있다.
그렇다면 흙집을 지을 때 다른 재료는 일체 쓰면 안 되는가? 그렇지는 않다. 일부분에만 흙을 사용해도 저자는 충분히 흙의 효과를 볼 수 있고 '흙집'이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흙집이라고 하면 계속 보수해야 한다는 편견이 있는데 이제는 기술이 발달하여 처음에 배합만 잘하면 부스러질 일도 없고 보수할 일이 없다고 확언한다. 뿐만 아니라, 안에 철근 등을 이용하면 높이도 제한 없이 지을 수 있다. 또한 곰팡이도 석회를 섞으면 발생하지 않는다. 실내의 경우는 미장하고 하루 이틀 사이에 빨리 건조를 시키면 곰팡이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혹시라도 흙집에 곰팡이가 생기면 과산화수소나 붕산으로 제거가 가능하다고 덧붙인다.
흙집은 국가에서 정한 단열 기준을 맞추려면 벽체가 2m나 되어야 하기 때문에 단열재를 사용해야 한다. 저자는 스티로폼이나 발포우레탄 같은 단열재보다는 친환경 단열재인 숯이나 왕겨, 왕겨숯(훈탄)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흙건축협동조합 TERRACOOP(테라쿱)'을 추천한다. 건축 전문가들과 한국흙건축학교를 졸업한 분들이 만든 조합인데 한국흙건축학교로 문의하면 된다고 하니, 흙집을 지으려는 분들은 꼭 한 번 문의하면 좋을 것 같다. 이곳에 문의하면 가장 적합한 흙 배합에 대해서 알 수 있다.
책의 후반부에는 실제 집을 짓는 과정을 단계별로 사진을 찍어서 소개하고 있다. 이 사진들과 사진에 달려 있는 설명들만 열심히 보아도 실제 흙집을 짓는데 많은 도움이 될 정도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나중에 흙집을 짓게 된다면 다시 한 번 읽어야 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