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이후 - 인류의 대량 멸종과 그 이후의 세상
마이클 테너슨 지음, 이한음 옮김 / 쌤앤파커스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인류는 멸종할 것인가? 그렇다. 언젠가는. <인간 이후>는 단순히, 몇 백 년, 몇 천년의 시간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몇 억년 전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정확히는 6억 년이다. 대량 멸종은 동식물 종의 75퍼센트 이상이 사라지는 일을 일컫는다. '6억 년 동안 겨우 5번' 일어났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그리고 6번째 대량 멸종이 발생할 때 '인류'라는 종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아니, 거의 사라질 것으로 확신한다. 물론, 당장이 아니라 수백 년, 혹은 수천 년 뒤일 수도 있다. 

 

흔히, 지구 역사를 24시간으로 봤을 때 인간의 출현은 겨우 몇 초밖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비유를 많이 쓴다. 책에서도 이 비유를 사용하고 있다. 이 비유가 의미하는 것은 전체 지구 역사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나 미미하다는 점이다. 또한, 동시에 그 짧은 시간에 지구에 미친 영향은 너무나 크다는 것도 강조된다. 문제는 그 영향이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지구는 황폐해져가고 있다.

 

저자는 인류의 멸망이 생명의 멸망은 아니라고 분명히 말한다. 생명의 복원력은 엄청난 것이다. 인류는 멸망해도 미생물, 식물 등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여 계속해서 살아남을 것이다. 지금까지 6억 년 동안, 지구는 그렇게 살아남았고 생명이 이어져 왔다.

 

<인간 이후>는 과거와 현재를 통한 미래 여행이다. 일이백 년 미래가 될 수도 있고 몇 천년 뒤 미래가 될 수도 있다. 인류가 사라진 지구에 어떠한 일이 일어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과거의 화석을 들여다보아야 하고, 현재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화석을 통해, 다윈의 진화(오랜 세대에 걸쳐 점진적)와는 다르게 격변하는 시기가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격변기가 바로 대량 멸종 사건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대량 멸종 이후, 동식물이 폭발적으로 불어나는 것도 화석으로 밝혀졌다. 이뿐 아니라, 대륙의 이동과 판 구조론 개념도 화석으로 어느 정도 입증이 되고 있다. 이처럼 우리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해할 수 있고 우리가 어느 지점에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환경이 변할 때마다 그 환경에 적응하는 동식물의 종들은 엄청난 번식을 하게 된다. 생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했다. 재밌는 것은 지금 야생 동물에게 가장 큰 진화적 도전 과제는 바로 '인류에게 적응'하는 것이다. 그 예로 저자는 아프리카코끼리들 중, 엄니를 포기하는 현상이 급격히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사냥감이 되지 않기 위한 야생 동물의 적응 과정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인류는 동식물의 진화에 영향을 줄만큼 그들의 멸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명심해야 할 것은 다양한 종의 멸종은 곧 인류의 멸종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즉, 인간은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 종이 지구에 온갖 해를 입히면서도 자신은 그 피해를 입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인구 과잉, 질병, 기후 변화, 숲 파괴, 토양 파괴, 천연자원 고갈 등 온갖 파괴적인 활동을 계속한다면, 그중 무언가가 우리를 없앨 것이다. 이 모든 요인들이 결합되어 일어날 수도 있다. 우리는 언젠가는 멸종한다. 멸종은 자연적인 과정이다. 대개는 좀 느리게 진행된다."

 

인류는 동식물에게 위협을 가할 뿐 아니라, 지구 터전 자체를 파괴하고 있다. 무분별한 자원 채취, 벌목으로 인한 열대우림의 감소, 화학 비료 등의 사용으로 인한 땅의 오염과 수질 오염, 그리고 생물 다양성의 감소 등 다양한 위기를 동시다발적으로 발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토양의 오염으로 인해 생산성은 점점 하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책에서 저자는 유엔이 다음 세기에는 농업 생산량이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고 언급한다. 또한 생물 다양성의 감소는 질병의 증가를 야기하고 있다. 생물의 종류가 줄어듦으로 질병에 대한 희석 효과도 약해지기 때문이다.

 

토양뿐만이 아니다. 저자는 해양 환경의 변화를 책이 중반부에서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해양은 이미 많은 변화가 진행 중이라고 이야기한다. 주 요인은 바로 남획, 산성화, 수온 상승, 산소 농도의 감소 등이다. 특히 종의 다양성이 감소되는 것을 확연히 볼 수 있는데 훔볼트오징어과 향유고래 위주의 생태계가 형성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생태계의 재편성은 인류에게도 닥칠 위험인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인류의 멸종이 지구의 멸종은 아니다. 인류가 멸종하더라도 생명은 어떻게든 보존되고 복원된다. 다만, 인류가 아닌 다른 종이 지구의 주인이 될 뿐이다. 이것은 30억 년 동안 입증되어온 사실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리고 인류의 자멸을 막으려면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다음과 같이 말하며 책을 맺는다.

 

"인류의 자멸을 막으려면 행동 교정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할 것이다. 다이어트를 하는 이들이 허기를 잘 견뎌내야 하는 것처럼, 우리는 치명적인 변곡점에 도달하지 않으려면, 즉 자연이 우리를 위해 선택할 파국을 피하려면, 번식을 억제하고, 성장을 포기하고, 천연자원 이용을 제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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