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서 고마워 - 가속의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낙관주의자의 안내서
토머스 L. 프리드먼 지음, 장경덕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저자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세 차례나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명한 언론인이자 작가이다. 그는 세계를 움직이는 힘을 세 가지로 분류하고 있는데, 대시장과 대자연, 그리고 무어의 법칙이다. 책을 이야기하기 전에, 이 세 가지에 대해서 저자가 어떻게 정의를 내리는지 짚고 넘어가야 한다. 

 

"동시에 진행되는 세 가지 기하급수적인 가속화가 갈수록 더 많은 것들을 더 많은 곳에서 더 오랫동안 더 다양한 방식으로 바꿔놓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세계를 바꾸는 가장 큰 세 가지 힘을 '대시장'과 '대자연' 그리고 '무어의 법칙'으로 요약한다. 대시장은 페이스북, 페이팔, 알리바바, 트위터, 아마존, 무크와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표현되는 디지털 세계화의 가속화를 보여준다. 대자연은 기후변화, 생물 다양성의 훼손, 인구 증가의 가속화를 나타낸다. 그리고 마이크로칩의 속도와 힘이 약 2년마다 두 배로 불어난다는 무어의 법칙은 끊임없는 기술 발전을 상징한다."

 

즉, 이 세상은 위 세 가지 요소에 의해 가속화가 진행된다는 사실이다. 서로 시너지를 불러일으키며 그 가속화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인간의 적응 속도가 그 가속화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많은 사회적 이슈가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인간의 적응 속도를 높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공감하는 능력과 공동체가 그 대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책은 대시장, 대자연, 무어의 법칙을 설명하는데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다. 무엇보다 저자의 기업 탐방과 많은 이들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서 가능한 한 최신 자료를 모으려고 노력하였다는 점이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자료를 수집하고 책을 내는데 까지 2-3년이 걸리는데 그 기간 동안에도 기술의 발전 속도는 너무나 빨라서 기존에 인터뷰 한 내용이 이미 시대에 뒤처진 정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필요하면 책을 저술하는 기간 동안, 두세 차례 인터뷰를 추가로 하여, 기존 인터뷰 내용이 유효한지를 확인해야 했다. 그의 명성, 인맥 때문인지 몰라도 그는 이 주제들과 관련한 중요 핵심 인물들을 만나 인터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저자는 이런 가속화 시대에 공감 능력과 공동체가 중요하다고 결론짓는데, 저자는 왜 책 제목을 '늦어서 고마워'로 정했을까? 바로, 모든 문제의 해결은 생각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각하려면 하던 일을 멈추어야 한다. 그래서 저자는 '잠시 멈추는 것, 내가 이 책에서 하려는 이야기를 이보다 더 잘 압축해서 표현하는 말은 없다.'라고 이야기한다.

 

가속화 시대에 잠시 멈추는 것이 바로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다. 그런데, 우리는 멈출 여유가 없고 멈추는 방법도 모른다. 수많은 약속과 스케줄, 일정으로 인해 끊임없이 이동하고 무엇인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속에 나갔는데 상대방이 약속 시간보다 10분이나 15분 늦을 때가 있다. 이때 우리는 비로소 강제적으로 멈춤을 당하는 것이다. 그 10분이 바로 당신이 가속화 시대에 잠시 멈춰, 오늘 하루를 돌아보고 내 삶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둘러보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오히려 상대방이 약속에 늦으면, '늦어서 고마워'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책의 제목이 되었다. 그리고 잠시 멈춤으로써 관계에서 신뢰를 쌓는 능력 또한 향상된다고 추가로 말하고 있다.

 

저자는 2007년이 아주 중요한 해라고 이야기한다. 2007년을 전후로 수많은 기업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가 책에서 소개하는 많은 혁신적인 기업이 2007년을 전후로 생겨났다. 그 이유는 바로, 하둡이 등장하여 컴퓨터 저장 용량이 늘어났고 그에 따라 빅데이터 활용이 가능해졌으며 이 시기에 소프트웨어의 발전도 함께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트인이 이 하둡을 바탕으로 구축되었다! 

 

책에는 수많은 기업이 나오는데, 전에 읽은 <에어비앤비 스토리>의 에어비앤비와 <플래시 보이스>에 나오는 IEX의 이야기도 나와서 개인적으로는 반가웠다. 그리고 월마트의 모바일 앱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는데, 이것들은 다 2007년 기술혁신으로 인해 가능했다고 평가한다. 

 

이렇게 무어의 법칙에 따른 기술의 발전은 수많은 기업의 태생과 사이버 세계의 발전(대시장)을 가지고 왔다. 그리고 이는 기후 변화를 비롯한 대자연의 변화를 가속화시키는 것이다. 이 대자연의 변화는 인류를 멸망으로 몰고 갈 만큼 위협적이고 분명한 추세이다. 따라서, 인류는 이제 그동안 발전시키고 쌓아온 기술로 인류를 멸망의 길로 가게 할 수도 있고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대자연을 회복시키는 길로도 갈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회복의 길을 가기 위해선 '강한 의지, 책임의식, 집단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통신과 인터넷, SNS, 값싼 휴대폰으로 인해, 집단행동을 촉진하는 일과 방해하는 일에 모두 효과적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저자는 또한 이야기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시대에 필요한 것 또한 신뢰라고 말한다. 신뢰 없는 연결은 금방 무너지기 때문이다. 한국만 해도 인터넷과 SNS에 온갖 소문이 난무하다. 그리고 이는 결속력을 강화하는데도 용이하고 와해하는데도 용이하다. 이에 대해 고님은 소셜미디어가 직면한 다섯 가지 핵심 도전에 대해서 말하는데, 특히 마지막 도전은 눈여겨봐야 한다.

 

"다섯째, 이것이 가장 중요한데,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소셜 미디어는 어떤 일에 참여하기보다는 말을 퍼뜨리는 방식으로, 토론보다는 일방적인 글을 올리는 식으로, 깊은 대화보다는 얄팍한 논평을 하는 식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급진적인 이슬람주의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면서, 테러 조직은 특정 집단이 파괴되어도 또 다른 이름의 테러 조직이 생길 수밖에 없는 문제를 꼬집는다.  그는 프리드먼의 말을 인용하는데, 가장 중요한 점은 이들이 조직이 아니라 '운동'이라는 점이라고 것이다. 따라서 이 운동이 유지되는 한, 조직이 파괴되면 다른 조직이 생겨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프리드먼은 이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이슬람교도 안에서 지하디스트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압력을 가하는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이런 유형의 파괴자들을 억제하는 데 있어서 우리의 첫 번째 방어선은 그들의 가족과 정신과 의사, 학교 교사, 이웃 들이다. 그들은 개인의 행동이 달라지는 것을 정보 당국보다 훨씬 더 빨리 알아낼 수 있다. 이런 유형의 파괴자 한 사람을 억제하는 데에는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

 

즉, 공동체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공동체가 움직일 때, 지역사회가 움직일 때 중앙 당국 보다 더 빠르게 문제를 파악할 수 있으며, 대처할 수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또한 그 공동체는 다양성의 원리가 작동되는 사회여야 한다. 혈연, 지연, 학연, 인종 등 다양한 차이를 인정하고 관계를 맺어야 한다. 이 다양성을 포함한 공동체가 모든 면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공동체적으로 황금률이라 불리는 '다른 사람들이 너에게 해주길 원하는 대로, 다른 사람에게 해주라'라는 원칙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을 저자는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공동체들 또한 이중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그것들은 소속감을 느끼게 하고, 소속감은 신뢰를 낳으며, 신뢰는 황금률의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여전히 안전선을 넘으려는 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안전띠가 되어야 한다."

 

"당신이 하는 일을 친구들이나 가족이 싫어하거나 경멸할 거라는 생각보다 더욱 강한 자제력을 심어주는 건 없다."

 

"인성을 형성하는 공동체의 규범을 강화하고 확산시키는 방법 중 하나는 과님과 열정, 그리고 일손을 공유할 때 얻을 수 있는 기쁨과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저자가 이렇게 공동체를 유일한 해결 방안으로 제시하는 데는 그가 어렸을 때 미네소타 세인트루이스파크에서 지냈던 경험이 큰 영향을 주었다. 미네소타 세인트루이스파크는 드물게 반유대주의와의 전쟁을 선포했고 나아가 인종차별에도 반기를 내걸었다. 그리고 초당적 협력의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건강 공동체가 사람들에게 참으로 많은 안정감과 추진력을 갖게 해줄 수 있다는 믿음을 간직하게 되었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호모데우스>, <로봇의 부상>, <로봇시대, 인간의 일> 등 급변하는 이 시대에 대한, 특히 AI와 4차 산업혁명 등을 다루는 많은 책들이 있다. 재미있는 것은 그들이 묘사하는 앞으로의 미래는 비슷하지만 그들이 제시하는 해결책은 상이하다는 점이다. <로봇의 부상>은 기본소득의 보장을 주장하고, <호모데우스>는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그 위험을 강조하고 있다. <로봇시대, 인간의 일>은 결핍에서 오는 절박함이 만들어낸 인간의 유연성과 창의성이야말로 인간의 고유한 영역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늦어서 고마워>는 공감하는 능력과 공동체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과연 이 가속화의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여전히 던져야 하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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