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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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30-40대를 이해하려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82년생 김지영>이다. 시대마다 고유의 분위기와 흐름이 있다. 그리고 느끼든, 느끼지 못하든 그 시대를 살아가는 그 세대는 비슷한 것을 보고 들으며 경험하며 느끼며 생각하게 된다.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이상, 그 시대의 사회 조직, 시스템, 문화, 가치 등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경험은 긍정적인 경험일 수도 있고 부정적인 경험일 수도 있다.

 

슬픈 사실은 <82년생 김지영>에서 공감하는 많은 내용들이 바로 부정적이고 불편한 경험이라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내려온 남아선호사상 아래에서 막내 남동생만 편애하는 분위기, 취업 때 여성이 불리하고 심지어 면접 때 쏟아지는 불쾌한 질문들, 팀의 막내라고 커피, 복사를 도맡고 심지어 점심시간에도 수저를 세팅해야 하는 사회, 본인 의지와 관계없이 아이를 낳으라고 하는 어른들, 지하철에서 임산부의 괴로움, 화장실 몰카, 전세 보증금 인상, 경단녀의 슬픔 등 시대의 음지를 30-40대를 대표하는 '김지영'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보여준다. 

 

이 외에도 소리 없이 고통당하고 소외당하며 차별당하는 수많은 이야기가 존재한다. <82년생 김지영>은 그중에서 고르고 고른 것들만 모았으리라. 여성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이것은 바로 이 세대의 아픔이자 상처이다. '상처받지 말라', '상처를 떠나보내라' 등 상처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어떻게 할 수 없는 크고 작은 상처를 각자의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세대가 바로 30-40대이다. 

 

이렇게 말하면 왜 굳이 30-40대 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10대도, 20대도, 그리고 50-60대도 다 상처가 있지 않냐고. 근데 왜 굳이 30-40대의 상처만 강조하냐고. 

 

여기에 대한 답은 우리를 더 우울하게 만든다. 50-60대는 '할 수 있다'라는 희망이라도 있었다. 그리고 대한민국 신화와 함께 그들도 신화를 실제로 일구어냈다. 돈 일 푼 없이 상경하여 성실히 일하고 노력하면 번듯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불과 20년 만에 시대가 바뀌었다. 지금 30-40대는 '노력해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도 하기 힘들어졌다. 흔히 말하는 '금수저', '흙수저'도 괜히 나온 말이다.

 

문제는 30-40대가 왕성한 경제 활동을 해야 나라의 부와 견고한 위치가 굳건히 서고 발전한다는 점이다. 지금의 이 시대 상황과 이 세대의 상황으로는 더 나은 미래를 기약하기가 힘들다. 물론, 많은 이들이 고군분투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여전히 이런 우울한 생각들과 상처들이 이 세대를 사로잡고 지배하고 있다.

 

이제는, 책에 나오는 의사와 같은 시선을 거둘 때이다. 의사는 김지영씨와 자신의 아내, 그리고 여직원의 상황을 이해하고 그에 대한 안타까움과 연민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자신의 이익과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는 냉정하게 반응하며 "아무리 괜찮은 사람이라도 육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여직원은 여러 가지로 곤란한 법이다. 후임은 미혼으로 알아봐야겠다."라고 이야기한다.

 

이것을 극복해야 한다. 기득권은 움켜쥐고 있는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자신과 자신의 자식만 잘 사는 사회가 아니라 대다수의 행복과 지속적인 번영을 위한 길에 동참해야 한다. 제도를 바꿀 수 있는 힘과 권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바로 기득권 세력이기 때문이다. <82년생 김지영>은 단순히 이 세대의 고통과 괴로움을 호소하는 것을 넘어서서 기득권의 적극적인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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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7 11: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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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7 12: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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