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황근하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는 아직 노예제도가 존재했던 19세기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농장에서 탈출하려는 소녀 코라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그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소설에는 실제 지하철도를 통해 소녀 코라가 탈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지하철도'는 사실 그 당시, 남부의 노예들을 북부나 캐나다로 탈출하는 것을 도왔던 비밀 조직을 일컫는다. 저자인 콜슨 화이트헤드는 이 비밀조직을 소설에서 실제 지하철도 부활시킨 것이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휴가철 읽은 책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 드라마로 제작 중이다.

 

이야기의 첫 장면부터 인종 차별에 대한 그의 묘사는 아무런 포장 없이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미국에서 신기한 것은 사람이 곧 물건이라는 점이었다. 바다를 건너는 여행을 견뎌내지 못할 노인이 있다면 일찌감치 손을 떼는 것이 최선이었다. 건장한 부족 출신의 젊은 사내에게는 구매자들이 구름 떼처럼 몰려들었다. 새끼를 낳을 수 있는 노에 소녀는 조폐국, 돈을 낳는 돈과 같았다."

 

당시, 미국의 자본가들은 목화 재배에 집중하고 있었다. 문제는 노동력이었다. 값싼 노동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아프리카 흑인들을 노예로 사 와서 자신들의 농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공장의 부품처럼, 끊임없이 젊은 노동력으로 갈아 끼우는 것이다. 따라서, 흑인들 중에서도 젊은 사내, 혹은 소녀를 선호하였다.

 

코라는 할머니 때부터 농장 생활을 하였고 코라의 어머니 메이블은 농장을 탈출하였다. 농장을 탈출하는 일이 발생하면 농장 주인은 노예사냥꾼을 고용해서 추적을 시작하는데, 코라의 어머니 메이블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잡혀서 돌아왔다. 그리고 돌아온 그들은 잔인한 고문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이는 남아 있는 노예들을 향한 경고의 메시지였다. 

 

당시, 백인들은 노예를 사람 취급하지 않았다. 위에 나오는 것처럼 물건 매매하듯이 사고팔았으며, 주인이 부도가 나면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팔려가는 경우도 허다했다. 기분이 나쁘면 이유 없이 때리기도 했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했다. 그래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주인의 소유였기 때문이었다. 물건을 쓰다가 버려도 그 물건은 버린 사람한테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그런 시대였다. 그 시대 백인들은 흑인들을 경멸하였다. 지적인 능력이 없다고 여겼다. 그래서 흑인들이 글을 읽으려고 하거나 배우려고 하면 무자비하게 때리곤 하였다.

 

결국 목장에서 노예로 있으면 일하다가 죽거나 맞아 죽거나 둘 중 하나인 신세였다. 그래서 코라는 시저가 자신에게 함께 탈출을 제의했을 때 받아들이게 된다. 탈출은 죽음을 각오해야만 했다. 그들이 탈출한 사실이 밝혀지면 바로 말을 탄 추격대가 쫓아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상수배를 내걸게 되면 그들은 함부로 밖으로 돌아다닐 수도 없었다. 흑인에게 관대한 북부나 캐나다로 최대한 도망가는 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이었다.

 

물론, 그 탈출을 도와주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도 마찬가지로 죽음을 각오해야 했다. 흑인의 탈출을 도와주고 있다는 것이 발각되면 그들도 죽음을 면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일인 양 물심양면으로 코라와 시저를 돕는다. 인종차별로부터 벗어나, 한 인격체로서 사람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탈출을 돕고 주거를 마련해주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탈출이 가능했고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놀라운 것은 미국에서도 남부 지방이 인종차별이 심했다는 사실이다. 북부에 있는 지역으로 조금씩 이동할 때마다 코라는 그 사실을 직접 피부로 경험하게 된다. 흑인들도 차별받지 않고 일자리를 구하고 길거리를 마음대로 활보할 수 있는 주가 있는 반면, 흑인들이 보이면 잡아 죽이고 매달아 놓는 주가 있었다. 두 지역 모두 같은 시대, 한 나라에 존재하는 아이러니한 역사적 상황이었던 것이다.

 

물론, 인종차별이 적은 북부 지역도 완전히 평등한 것은 아니었다. 그 예로 코라는 탈출 중간에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일을 했는데, 그 일이 박물관 유리 안쪽에서 선원의 밧줄 매듭과 씨름하는 연기였다. 지금으로 치면 인간 모양의 마네킹이 전시관에 있는 것인데, 그 당시에는 마네킹 기술이 없어서 실제 사람이 들어가 그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역할은 흑인의 몫이었다. 

 

또한 시대적으로, 해부학 연구가 제대로 인정을 받으며 시체가 부족한 상황이 발생했는데, 흑인들의 시체들은 그나마 백인들의 시체보다 구하기가 쉬웠다. 무덤에도 따로 보초를 세우거나 그렇지 않기 때문이었다. 죽고 나서야 오히려 더 인간 취급을 받는 모양이었다. 이에 대해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그 친구들이 수업 시간에 흑인의 시체에 칼날을 갖다 대는 것은 여느 고매한 노예제 폐지론자들 못지않게 흑인의 발전이라는 명분을 위한 것이었다. 죽으면 검둥이도 인간이 되었다. 그때에야 그들은 백인과 동등해졌다."

 

코라는 여러 번의 이동 끝에 자유를 찾는다. 그 자유는 모든 것을 다르게 만들었다. 그렇게 고통스러운 목화 농장 일이 기쁘고 즐거운 일이 되었다.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 선생님이 될 수도 있고 시인이 될 수도 있었다. 물론 그녀가 찾은 터전도 결국 백인들에 의해 파괴당한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자유를 찾아 지하철도를 따라 여행을 떠나며 이야기가 끝난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죽음에 맞서 자유를 찾아 끝이 도주하는 소녀 코라. 자유를 손에 잡았다고 생각할 때마다 백인에 의해 그 자유는 무참히 파괴되지만 소녀 코라는 결코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이동을 한다. 거대하고 차갑도록 냉정한 자본주의와 백인에 맞서는 가냘프고 여린 소녀 코라의 대조를 통해 그 당시의 인종차별과 노예제도를 적나라하게 파헤치는 소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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秀映 2017-12-18 09: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슴 아픈 이야기네요 ㅜㅜ

데굴데굴 2017-12-18 10:41   좋아요 0 | URL
네 미국의 노예제도에 대한 가슴 아픈 내용이네요 불과 100년전에 일어난 일이라니 지금은 도저히 상상이 안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