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의 끝없는 도전 - 그들은 왜 교육개혁을 멈추지 않는가
파시 살베리 지음, 이은진 옮김 / 푸른숲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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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 살베리의 <핀란드의 끝없는 도전>은 핀란드의 교육 개혁이 어떻게 진행되었고 앞으로 어떠한 길로 나아가야 할지를 진단한 책이다. 핀란드는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시장 중심의 경쟁과 고부담 시험 정책이 아니라 신뢰와 전문성, 책임 공유에 기반을 두고 있다. 먼저 핀란드 교육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를 저자의 입을 통해 직접 들어보자.

 

"우리가 핀란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공교육을 더 이상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공교육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 회의적인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교육제도를 탈바꿈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과, 개혁에는 시간과 인내와 투자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함께 보여준다."

 

그렇다. 교육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은 누구나 인식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다. 왜냐하면 교육 개혁은 단순히 교육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사회 여러 분야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복잡성 때문에 그다음 드는 생각은 과연 교육 개혁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단호하게 핀란드를 통해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추가로 설명한다.

 

"결국 핀란드로부터 배울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은 성공적인 교육개혁을 통해 우수한 성과를 얻으려면 사회, 고용, 경제 부문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국가라는 복잡한 시스템에서 교육이라는 한 가지 개별 요소만 분리된 채 제대로 기능할 수는 없는 법이다."

 

이처럼, 교육 개혁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각 층의 이해관계가 다양하기 때문에 어떤 정책이 나오든 반발의 목소리가 발생한다. 핀란드도 마찬가지였다. 핀란드도 교육개혁을 하고 나서 진통의 시간을 겪어야 했다. 책에서 그 상황을 다음과 같이 요약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1980년대 말, 정치인과 경제계 리더들은 물론이고 일부 학부모들까지 몇 년 전 능력별 반 편성을 모두 폐지한 종합학교에 비판과 불만을 쏟아냈다. 사회적 평등을 강조하다 개성을 억누르게 될 것이라는 게 비판의 요지였다."

 

그러나 비판의 목소리는 첫 번째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PISA) 연구 결과가 2001년 12월에 발표되면서 잠잠해졌다. 페루스코울루(1972년에 설립된 9년제 종합학교 시스템)는 인정을 받게 되었다. 교육 제도는 실험을 할 수가 없다. 따라서, 최대한 다양한 교육 시스템을 이론적으로 분석하고 역사적으로 가장 타당하고 효과가 있었던 교육 시스템을 각 나라의 실정에 맞게 도입해야 하는 것이다.

 

책에서는 핀란드 교육의 특징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설명하고 있다. 책의 말미에 저자는 그 특징을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압축한다.

 

1. 모든 국민에게 좋은 공교육을 받을 수 있는 균등한 기회를 보장한다.
2. 교사들의 전문성과 신뢰를 강화한다.
3. 학교 교육 과정과 똑똑한 평가 정책에 관한 풍부한 정보를 통해 교육 변화를 이끈다.
4. 학교들과 비정부 협회 혹은 단체들 간에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협력을 용이하게 해 학교를 개선한다.

 

먼저 균등한 기회 보장이다. 이는 다음과 같은 가치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적절한 기회와 지원만 뒷받침되면 모든 학생이 배울 수 있고, 인간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배우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교육목표가 되어야 하며, 학교는 '작은 민주국가'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신념이다."

 

이에 따라 핀란드는 모든 학교가 공립으로 운영되고 있다. 즉, 국가가 교육비를 지원해서 사회경제적 여건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부모들은 더 좋은 학교를 찾기 위해 고민하거나 이사할 필요가 없다. 그냥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 보내면 되는 것이다. 실제로 핀란드는 학교 간 점수 차이가 크지가 않다. 또한 이제 막 학업 시작한 아이들 성적에 따라 등급 매기지 않기 위해 종합학교에 입학하고 처음 5년은 대개 점수를 매기지 않는다. 따라서, 시험 준비나 과외 공부가 없는 학교 중심의 교육 과정이다.  뿐만 아니라 수업 시간도 다른 나라에 비해서 적어 수업 외 시간에 여러 특별 활동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또한, 특수교육(학습장애, 사회성 결핍 등)이라고 불리는 맞춤식 교육이 있다. 이로 인해 학업 실패를 방지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개인별 맞춤 지원을 하고 중학교 때는 일주일에 두 시간씩 진로에 대한 상담을 필수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학업에 실패하거나 중도 하차하는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낮다. 

 

결국, 핀란드 교육은 선택과 경쟁이 아닌 평등과 협력과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다음으로 핀란드 교육의 특징은 교사에 있다. 일단, 대부분 핀란드 초등학교에는 수학과 과학 분야에서 최소 석사 학위를 취득한 전문 교사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고등학교 때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는 학생들 중에서 교사에 많이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교사들의 자존감도 매우 높은 편이다.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핀란드는 교사를 학생 성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교사의 수업이 다른 나라 교사보다 적다. 매일 4번의 수업을 하는데, 미국 교사는 주당 수업 시간이 핀란드의 거의 2배에 달한다. 그래서 적은 수업 시간 대신 다른 시간에 교수법에 대한 고민을 끝없이 한다. 그리고 학교 간 경쟁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네트워크를 통한 학교 간 협력을 강조한다.

교육 개혁은 결국 교육의 본질과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답하는 과정이다. 이에 대해 책에서 다음과 같이 교육의 본질과 목적을 설명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한 국가의 교육제도의 질을 결정하는 기준은 학생이 학교에서 배우고 싶어 하는 것을 얼마나 잘 배우느냐이다."

 

"듀이는 교사가 전달하는 정보가 아니라 학생이 직접 경험해서 이해해 나가는 방식이 최상의 교육이라고 보았다."

 

정리하면, 교육 개혁을 위해선 경제, 사회 등 국가의 전체 시스템 안에서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이들에게 평등한 양질의 교육이 제공되어야 한다. 또한 교사들의 전문성, 신뢰,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물론, 이런 핀란드에도 최근에 여러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그 신호로 사회경제적 요인에서 비롯된 학생들의 성적 격차가 커지고 있다. 또한, 핀란드 청소년들이 10년 전보다 즐거움을 위해 독서하는 비율이 낮아졌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교육 예산이 감축하고 있어 교사를 휴직시키고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고 교육 시스템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 핀란드는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끝없는 도전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책의 저자는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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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2017-12-05 2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원론적인 담론일지 모르겠지만 개인과 제도간의 상호역학에 대해 생각합니다. 개인의 욕구를 제독 얼마나 뒷받침해주느냐, 제도의 역할에 대해 개인들이 얼마나 연대하여 구성하느냐, 이것만 제대로 되어도 교육의 역할은 절반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까 싶네요!

데굴데굴 2017-12-06 09:24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제도를 만드는 것도 결국은 개인으로 이루어진 집단에 의해 이루어지니깐요. 개인의 의지가 반영되어 제도가 만들어지고 그 제도안에서 개인이 다시 영향을 받고. 이런 상호작용으로 인해 역설적으로 변화를 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기도 하지만요.

데미안 2017-12-05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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