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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수업 - 따로 또 같이 살기를 배우다
페터 볼레벤 지음, 장혜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3월
평점 :
나무와 숲이 우리에게 주는 느낌은 평안함이다. 사진만 보고 있어도 따뜻함이 느껴지고 평화로움이 전해져 온다. 모든 것을 받아주고 덮어줄 것만 같다. 그래서 <나무 수업> 제목을 보면 호기심이 생긴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 <나무 수업>이다.
저자인 페터 볼레벤은 독일에서 20년 넘게 산림 관리 공무원으로 일했고 지금은 휨멜 조합의 산림경영지도원이다. 그는 친환경적 산림 경영을 추구하고 있다. 산림 자체가 친환경이 아닌가 하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에 따르면 나무를 심는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나무가 자라는 과정과 나무를 둘러싸고 있는 생태계가 친환경적이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인간의 손이 전혀 닿지 않는 원시림과 같은 산림을 조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보통은 숲과 나무를 가꾸기 위해 농약을 사용하고 기계를 이용하는데 그와 반대로 아무런 손을 대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나무의 신기한 활동들을 알게 되었는데 그중에 하나는 '뿌리에 문제가 생기면 그 정보가 나무 전체로 퍼져 나가고 나무는 잎을 통해 향기를 발산'한다는 것이다. 그 향기는 애벌레마다 다른데 향기를 뿌려 애벌레의 천적을 불러오게 된다. 이렇게 나무는 움직일 수 없는 대신 자신을 보호할 방어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
그러나 향기는 바람이 불면 멀리까지 날라 가지 못한다. 그래서 나무는 뿌리까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전기 신호도 활용한다고 책에 나와 있다. 뿌리를 통해 그 소식을 전해 들은 주변의 다른 나무들도 물질을 뿜어낸다.
원시림의 세계는 모든 생물체가 긴밀히 연결되어 상호작용하고 있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나무들은 서로 신호를 주고받기도 하고 멀리 있는 나무는 균류를 통해 신호를 받기도 한다. 그런데, 나무만 그런 것이 아니라 잡목이나 풀들도 원시림 안에서 이렇게 신호를 주고받는 다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들판에 나가면 식물들이 이런 상호 작용을 안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쉽게 곤충의 먹잇감이 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가 말하는 원시림은 1,2백 년이 아니다. 최소 500년, 1000년 이상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채, 원시림을 형성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따라서 저자가 말하는 원시림은 사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숲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나무가 살아가는 모습은 책의 제목처럼 우리에게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물이 충분하지 않은 비탈에서 자라는 나무는 성장 속도가 느리다. 이것만 보면 사람들은 쉽게 저 나무를 가엽게 여기고 양지바른 평지로 옮겨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가뭄이 오면 비탈에 있는 나무들이 더 잘 견딘다. 평상시에도 물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물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나무들보다 혹독한 가뭄도 잘 견디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어릴 때부터 여러 환경과 형편으로 고생을 하며 자라는 아이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이 그 순간들을 잘 소화하고 긴 훈련의 시간을 잘 보낸다면 굴곡 없이 지낸 아이들보다 훨씬 강한 어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비탈에서 자라는 나무들이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은 공급받는 것처럼 아이들도 그러한 사랑과 보살핌이 반드시 필요하다.
나무와 관련해서도 인간의 탐욕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 수 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세상은 숲을 나무 공장이나 자재 창고 정도로 바라본다. 그리고 나무의 생태계와 전혀 관계없는 아무 곳에 나무를 막 심어 놓는다. 대로변에 있는 가로수들은 사실 인간이 보기 좋게 하려고 나무의 의사(?)와 관계없이 심은 것이다. 그리고 나무가 자라서 조금이라도 지저분하다고 생각되면 가차 없이 줄기를 자르며 정비를 한다. 그런데 이런 인간의 손길은 전혀 나무가 원하는 것들이 아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수관을 자르면 뿌리도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뿌리는 지상의 수관에 맞추어 최적의 크기를 확보한다. 그런데 갑자기 대부분의 가지를 잘라 내서 광합성을 못하게 되면 지하의 뿌리 중 상당수가 양분을 얻지 못해 굶어 죽는다. 그럼 이 죽은 뿌리 끝과 톱질을 한 줄기의 상처 부위로 균류가 침범한다."
아무 생각 없이 자른 나무의 줄기가 결국은 그 나무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이다. 물론, 인간은 전혀 이런 사항을 고려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무가 말라죽기 전에 다시 그 자리에 어린 나무로 대체를 할 것이다.
인간에게 주는 또 다른 교훈은 무조건 어릴 때부터 잘 자라는 것이 만사형통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숲을 관리한다고 하면서 햇빛을 못 받는 나무들이 있다고 큰 나무의 줄기를 자르는 경우가 있다. 그럼, 어린 나무들이 햇빛을 더 받아 확실히 성장 속도가 빨라지기는 한다. 그런데, 충분히 단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키만 자라면 문제가 발생한다.
저자가 책에서 자주 언급하는 너도밤나무의 경우 햇빛을 잘 받으면 일단은 빠르게 자란다. 그러나 어느 정도 키가 크게 되면 맨 위에까지 수분이 도달할 수 없게 되고 그럼 그 줄기는 말라죽게 된다. 이어서 말라죽은 줄기를 통해 균류가 번식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어릴 때의 느린 성장은 오래 살 수 있는 전제 조건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나무도 공동체, 즉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저자는 책에서 "한 나무의 삶은 그것을 둘러싼 숲의 삶만큼만 건강하기 때문이다."라고 언급한다.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건강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내가 아무리 건강하고 잘 먹고 관리를 한다고 하더라도 옆 사람이 감기 걸리면 옮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 도시가 아무리 관리를 잘 해도 옆 도시에서 폐기물과 오염물질을 강을 통해 흘러보내면 우리 도시도 같이 건강에 위협을 받게 된다. 한 나무의 건강이 나무를 둘러싼 숲의 삶만큼 건강한 것처럼 우리의 건강도 우리를 둘러싼 환경만큼만 건강할 수 있다.
그 외에 나무와 관련된 여러 지식을 전달하고 있다.
- 다 자란 너도밤나무 한 그루는 매일 500리터의 물을 끌어올려 가지와 잎에 공급한다.
- 균류는 나무에 의존해서 생명을 유지하지만 중금속 여과 기능을 해준다. 박테리아나 나쁜 균류 등을 막아준다.
- 여름에 피톤치드 냄새가 강해지기 때문에 숲에 들어가면 좋은 향기가 난다. 호두나무 아래다 벤치를 두면 모기에게 물릴 확률이 가장 적다.
- 이끼 보고 방향 예측하는 것은 잘못이다. 흔히 비바람이 가장 많이 들이치는 서쪽과 북쪽에 이끼가 많이 생긴다고 생각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 다른 나라 나무가 멋지다고 함부로 수입해서 심으면 안 된다. 생태계가 다르기 때문에 똑같이 자랄 수 없기 때문이다.
- 젊은 숲을 만들자는 건 틀린 말이다. 일정 나이가 넘으면 나무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말은 목재 생산의 차원에서만 맞다. 노인 나무가 성장 속도도 더 빠르고 생물량도 많이 생산한다.
책을 읽으며, 저자가 관리하는 원시림에 직접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독일에 갈 일이 있으면 꼭 방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