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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너 하우스
안젤라 플루노이 지음, 문동식.엄성은 옮김 / 시그니처 / 2017년 8월
평점 :
<터너하우스는> 프란시스 터너와 비올라, 그리고 그들의 13명의 자녀들이 뒤엉켜 살아가는 모습을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그려내고 있다.
13명의 자녀는 성인이 되어 각자의 가정을 이루고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혼한 자식을 둔 형제도 있고 경찰로 살아가는 형제도 있고 도박에 빠져 있는 사람도 있다.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다 보니, 대화를 해서 의견을 맞추기가 너무 어렵다. 특히, 중요한 문제를 결정해야 하는데 조율이 되지가 않는다.
<터너하우스>에서 13명이 자녀가 맞닥뜨린 문제는 바로 예전에 자신들이 살던 집을 처분하는 것이었다. 시가로 4천 달러 정도에 불과한데, 그 집과 관련되 빚이 4만 달러였기 때문에 공매를 하던 빚을 갚든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공매로 처리하게 하면 집의 소유권을 포기하게 되지만 대신 빚도 함께 탕감될 수 있었다.
여기서 13명의 자녀들은 각자의 목소리를 내게 된다. 모두가 추억을 가지고 있는 집이다. 그리고 그 추억을 계속 유지하고 싶은 마음 또한 동일하다. 그러나, 현실에 대한 상황 판단은 제각각이다. 빨리 공매를 진행하려고 몰래 움직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이 가진 돈을 내면서 다 같이 돈을 모으자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이렇게 각자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니 일이 진행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가족이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산재하지만, 때가 되면 모여서 서로를 축하하고 안부를 묻는다. 물론, 그 배경에는 13명의 어머니인 비올라가 아직 살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터너하우스의 모습은 마치 나의 부모님 세대와 많은 부분이 닮았다. 내가 어렸을 때, 명절이 되면 항상 할아버지댁에 온 친척이 모였던 기억이 있다. 물론 만나서 처음은 화기애애하다. 그러나, 특정한 이슈가 거론이 되면 불편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며 싸움로 번지기가 일수였다. 그렇게 싸우고 나서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데, 그러다가도 다시 연락하며 지내고 다시 다음 명절에 모여서 다시 화기애애하게 지냈다.
그러나 이런 모임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였다. 두 분이 돌아가시고 나면 그 때부터는 모임의 축이 사라지고 만다. 각자 가정이 있고 손자손녀가 있어서 따로 모이게 되는 것이다. 터너하우스는 아직 여기까지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서 비올라가 죽게 되면 조금씩 모임의 원동력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13명의 형제들 한 명 한 명이 프란시스 터너가 되어 다시 대가족의 축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인생사이다. 지금 이 순간이 영원할 수는 없다. 어릴 때 엄마아빠를 따라 할아버지 할머니께 인사드리러갔는데, 어느 새 보니, 나이를 먹어 내가 엄마아빠가 되었고 이제 나의 자식이 나를 따라 다니는 것이다. 나의 엄마아빠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었다. 그리고 또 시간이 지나면 나의 자식들이 엄마, 아빠가 되어 할아버지가 된 나를 찾아오게 되는 것이다. 그 여정 가운데 수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그것이 가문이 되고 가문의 내력이 된다. 그렇게 터너 가문의 내력도 생겨난 것이다.
<터너하우스>는 이렇게 인간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아무런 여과 없이 자연스럽게 풀어내고 있다. 결혼에 실패하고 도박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집착하는 등 마냥 화목하고 좋은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이야기를 터너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비록, 실패와 좌절이 존재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인생을 살아가고 있고 또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가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