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부상 - 인공지능의 진화와 미래의 실직 위협
마틴 포드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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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부상>에서 저자인 마틴 포드가 이야기하는 바는 명확하다. 바로 미래에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직업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미래가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체되는 직업이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을 하는 직업에 그치지 않고 화이트 칼라 근로자도 대체될 수 있다는 것이 저자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하여 '사람의 직업은 대부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반복적이고 예측 가능하며, 진정으로 창의적인 업무는 별로 많지 않다'고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산업의 성격도 일자리 감소에 큰 영향을 준다. 책에서는 구글과 페이스북을 예로 들고 있는데 이들의 시장가치는 엄청나지만 고용 창출은 자동차 산업이나 다른 제조업에 비해 훨씬 못 미친다. 그리고 앞으로 새로 생겨나는 많은 기업이 이러한 형태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저자는 예측하고 있다. 생산성이 증가하면 임금이 동반 상승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일자리가 증가하던 시대도 이미 지난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기술의 발달로 인해 많은 로봇이 일자리 감소를 불러올 것이다.

 

<단단한 경제학>에서 세계 경제의 본질적 문제 중 하나가 불균형 누적 경제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단단한 경제학>에서는 나라 간의 불균형을 주로 이야기하지만, 이 불균형은 단지 나라 간의 문제뿐만 아니라 한 나라 안에서도 똑같이 문제가 되고 있다. <로봇의 부상>에서 저자는 '고용 시장의 양극화', '국민소득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 감소' 등의 불균형을 이야기하고 있다. 문제는 로봇의 부상으로 인해 이러한 불균형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추가로 이야기한다.

 

"소수의 엘리트가 오랜 시간 누적된 사회의 기술 자본을 사실상 독점해도 되는가 하는 윤리적 의문에 더하여, 소득 불균형이 극단을 향해 가는 경제가 전체적으로 과연 건강한가 하는 실질적인 문제가 제기된다. 어떤 분야든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시장이 활발해야 혁신을 지속할 수 있는데, 그러려면 구매력이 적절히 배분되어 있어야 한다."

 

<로봇의 부상>에서 이야기하는 미래는 이미 알고 있던 부분도 있지만 많은 부분에서 놀라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예를 들어, 스포츠 기사를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이 작성하는 세계가 곧 올 것이라는 예측이다. 또한 번역 뿐 아니라 작곡도 가능하다. 실제로 기계로 작곡한 곡을 연주한 앨범도 이미 나왔고 연주회도 가졌다. 더 놀라운 것은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들었을 때 베토벤이나 슈베르트 등 유명 작곡가의 곡보다 더 좋다는 평도 많다는 점이다. 이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는 알고리즘을 통해 특정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다. 놀라운 것은 주고받은 메일을 분석해, 기존 직원의 문체로 메일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온라인 공개 수업인 MOOC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MOOC는 기존 교육 시스템과 경쟁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MOOC의 수료증이 공신력을 가지기 위해선 수강생들이 실제로 수강하고 있고 직접 시험을 치르는지 감독하는 것이 중요한데, 인식 알고리즘으로 해결가능하리라 보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도 인공지능 로봇이 일부 대체가능하리라 보고 있다. 생명과 관련된 특수 분야이지만 기초적인 검진 및 처방은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오히려 의사들은 휴먼 에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을 뿐 아니라 방대한 자료를 검색하는 능력은 로봇이 더 뛰어나다. 또한 의사들은 의료사고 책임으로 부터 벗어나기 위해 과잉 진료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로봇이 기초 진료를 하게 되면 불필요한 진료도 줄일 수 있게 된다.

 

저자가 책에서 초지일관 걱정하는 것은 바로 실업이다. 소득이 없으면 가장 문제가 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의료비이다. 미국은 민간의료보험 시스템인데, 일반적으로 회사가 가입하기 때문에 직장인들은 적은 금액만 부담하면 된다. 그러나 직장을 잃게 되면 개인적으로 가입해야 되는데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할 뿐만 아니라 몸에 이상이 있으면 가입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실업 문제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의료보험 제도이다.

 

결론적으로 그의 걱정은 기본소득 혹은 최소 소득 보장으로 이어진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말을 인용하는데 그 전문을 여기에 옮기는 것이 의미가 있어 보인다.

 

"이제까지 정부의 활동이 허용되지 않아온 부분에 관한 전반적 리스크가 또 한 가지 있다... 여기서의 주요 문제는 이런저런 이유로 시장에서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없는 사람들의 운명과 관련되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생활고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개인의 힘만으로는 충분한 대책을 세울 수 없지만, 일정 수준의 부에 도달해서 모두를 부양할 능력이 있는 사회라면 보호를 제공할 수 있다.

일정 수준의 기본소득을 모든 사람에게 보장하는 일, 달리 말해 스스로를 부양할 능력을 잃어도 일정한 선 이하로 생활수준이 떨어지지 않게 해주는 일, 이는 단순히 모든 사람을 위한 보호 차원을 떠나 위대한 사회의 한 요소로서 반드시 필요하다. 위대한 사회는 자신이 태어난 사회의 특정 집단에 대해 개인이 스스로의 문제 해결을 위해 이것저것 요구할 필요가 없는 사회이다."

 

정리하면, 저자는 소득 보장 제도를 잘만 고안하면 이 제도를 악용해 사람들이 게을러지고 나태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 역동적이고 기업가 정신이 넘치는 곳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리고 로봇의 부상으로 실직이 늘어날 것이 확실한 이상, 이런 소득 보장이야말로 인간답게 살 권리를 최소한으로 보장하는 장치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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