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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케르크 - 세계사 최대 규모의 철수 작전
에드워드 키블 채터턴 지음, 정탄 옮김, 권성욱 감수 / 교유서가 / 2017년 8월
평점 :
영화 <덩케르크>의 원작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책 분류도 알고 보니 '역사'였다. 영화 본 사람들이 극찬해서 책을 골랐는데 영화의 배경이 되는 다이나모 작전을 다룬 책이다. 따라서 영화가 재밌다고 원작을 봐야지 하고 책 <덩케르크> 읽으면 안 되고 역사적 배경이 궁금한 분들이 읽으면 좋은 책이다. 특히, 저자는 실제 1차 세계대전에 참여하여 소령으로 예편한 경력이 있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그 시대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전달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초기인 1940년 5월 21일, 독일군 두 개의 기갑사단이 북부 프랑스를 횡단하여 영국군 30만 명을 포함한 프랑스군, 벨기에군을 포위하게 된다. 포위에 갇힌 병력이 100만 명에 달했다고 하니 어마어마한 숫자이다. 이 병력이 그대로 포위되거나 사살되었으면 2차 세계대전이 단순히 독일의 패배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덩케르크에서의 탈출은 더욱 빛이 나는 것이다. 그저, 단순히 전쟁의 일부가 아니라 전쟁의 흐름을 바꾸는 대탈출 서사시였던 것이다.
그리고 당시의 지리적 상황은 더욱 탈출을 어렵게 만들었는데, <덩케르크>책에 의하면 해변에 배를 선박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아서 고작 2,3대의 배만이 오고 갈 수 있는 좁은 해변이었다. 또한 벨기에의 항복으로 인해 독일군은 더 빠른 속도로 진군해오고 있었기 때문에 그야말로 포위된 연합군은 진퇴양난의 순간이었다.
당시, 영국 수상이었던 처칠은 온 국민에게 국가가 처한 상황을 호소하고 도움을 요청하였는데, 놀랍게도 전국에서 900여 척의 배가 지원을 하였다. 군함은 물론이거니와 요트, 어선, 낡은 바지선 등 온갖 선박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여기서 영국인들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과 정신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전쟁에 나간다는 것은 죽음을 무릅쓴다는 것이고 또한 자신의 전 재산인 배를 잃으면 아무런 경제 활동을 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나라를 위해 자신과 자신의 전 재산을 헌신하였던 것이다. <덩케르크>의 저자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다.
"물론 이런 민간 선박은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실질적인 역할은 그리 크지 않았다. 대부분의 연합군 병사들을 구해낸 것은 구축함과 호위함이었다.
하지만 군사적인 가치보다도 더 큰 의미가 있었다. 그동안 전쟁에 무관심했던 영국 국민들을 처음으로 단결시키고 왜 히틀러와 싸워야 하는지 당위성을 확실히 인식케 했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덩케르크의 기적', '9일의 기적'이라 불리는 덩케르크 철수 작전의 진짜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마치 IMF 때 우리나라가 금 모으기 운동을 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대한민국도 금 모으기 운동을 통해 다시 한 번 애국심을 고취시킬 수 있었고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이 위기를 극복하자는 인식이 가득했었다. 차이점은 비록 영국인의 민간 배들이 연합군 병사를 많이 구하지 못한 것과 달리, 국민에 의해 모인 금이 실제로 국가에 큰 도움을 주었다는 것이다.
덩케르크 철수 작전을 통해 약 33만 8000명의 병력이 철수할 수 있었고 독일은 고작 4만 명의 프랑스군 후위 부대만 포로로 잡을 수 있었다. 이것은 애초에 덩케르크 철수 작전을 세울 때 2-3만 명의 병력이라도 철수시키면 큰 성과라고 생각했던 거에 비하면 엄청난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병력들이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 재정비되어 여러 전투에 투입되었기에 그 파급효과는 단순히 수학적으로 계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덩케르크> 저자는 책 여러 곳에, 이 철수 작전 가운데 희생된 이들을 기억하며 고마움을 전한다. 그리고 더 시간이 지나기 전에 이들을 기억하고 추모해야 한다고 계속해서 말하고 있다.
덩케르크 철수 작전을 다이나모 작전이라고 부르는데 그 이유가 책에 자세히 나와 있다.
"이 대담한 작전의 전반적인 통제는 실제적으로 다이나모 룸에서 이루어졌고, 작전의 명칭도 여기서 따왔다. 다이나모 룸은 정확히 말해서 도버성의 지하 터널에 있는 아주 분주한 비밀 작전실로, 이곳에 있는 전화기 일곱 대는 쉬지 않고 울렸으며 16명의 인력이 상시 근무를 하고 있었다."
신기한 것은 부두에서 어떤 사고나 충돌로 배가 한 척이라도 침몰하면 아예 통로가 막히게 되어서 작전을 수행하기 힘든데 기적적이게도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이것 또한 덩케르크 기적을 이룬 한 요소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결국 저자는 '승리를 가져온 원동력은 항해술, 혼란 속에서의 냉정한 대처, 부단한 경계와 집중이었다'라고 평가 내리고 있다.
대형 선박을 이용해 한 번에 수천 명씩 운송하면 오히려 철수 작전이 원활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았다. 대형 선박은 독일의 공습 대상이 되기 쉬웠고 오히려 소형 선박에 나눠 타는게 독일의 공습을 피하는데 효과적이었다.
30만이라는 숫자는 단순히 생각해봐도 어마어마한 숫자다. 배 한 척에 1,000명이 탈 수 있는데 해변에서 구축함까지 5~6시간이 걸린다. 야간에만 작전을 수행했기 때문에 결국 배 한 척으로 하루에 한 번 오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중간에 독일의 공습이 계속 이루어지기 때문에 배에 연합군이 타고 이동하는 과정이 더디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책에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는 정말 그때의 긴박한 상황을 잘 보여주는데, 한 함장이 자신의 배에서 구출되어 다른 선박으로 갈아탔는데 그 배에서 목욕을 마치자마자 다시 폭격되어 바다에서 헤엄쳐 또 다른 배를 발견해서 구출되었다. 사실, 이 함장은 정말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배와 함께 수많은 병사들이 가라앉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나니 이제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