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 신카이 마코토 소설 시리즈
신카이 마코토 지음, 박미정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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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나니 한 편의 영화를 본 것처럼 마음에 여운이 잔잔히 남는다. 현실에 쫓기기 싫어서 최대한 그 여운을 붙잡으려고 하지만 잠깐 하는 사이 그 여운은 이미 저 멀리 사라져버린다. 그 여운이 뭐였더라.(너의 이름은 따라하기)

 

컨셉 자체는 단순하다. 남녀의 몸이 뒤 바뀌는 환타지 컨셉에 시간이라는 개념을 추가하였고 운석으로 인해 망해버린 마을을 구하는 미션이 더해진 사랑이야기이다.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았는데 책을 읽으면서 애니메이션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후기에 쓴 것처럼, 애니메이션을 먼저 구상하고 애니메이션 제작 중에 이 책을 집필하였다. 그리고 책에서 묘사하는 각종 음악적인 요소를 직접 내 귀로 듣고 싶기도 하다. 애니메이션을 먼저 본 사람이 반대로 책을 읽는다면 좀 심심한 감이 있지 않을까 싶다. 
 
'꿈'이라는 모두가 가지고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몸이 바뀌는 것을 묘사한 부분은 공감을 유발하고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꿈에서 막 깨어나서 그 꿈이 뭐였더라 하면서 멀어져가는 아려한 기억을 붙잡으려는 시도를 한 번쯤은 다들 하였을 것이다. 분명 꿈 속에서 만났던 사람이 꿈 속에서는 정확히 기억이 났는데 꿈에서 깨어나는 순간 '펑'하면서 기억에서 사라진 경험들.

 

책에서는 심지어 서로 기억하기 위해 적어놓은 글자마저 날라가 버린다. 마치, 꿈을 꾸며 내가 꿈을 꾼다는 것을 인지하고 꼭 이 꿈을 기억해야지하고 꿈 속에서 다짐하지만, 일어나자마자 그 꿈이 잊어버리는 것처럼. 중간에 자다가 깼을 때는 꿈이 기억났는데 다시 잠들었다가 일어났을 때 기억이 완전 백지가 된 경험처럼.
 
타키와 미츠하는 서로의 몸을 이해할 뿐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메모를 통해 나누게 되고, 서로의 가족, 친구들, 환경을 이해하게 되고 공유하게 된다. 여기서 상대방을 안다는 것이 단순히 '상대방' 만을 이해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상대방을 안다는 것을 상대방의 생각을 아는 것 뿐 아니라, 가족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고 친구들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며, 그가 자란 환경와 전통, 문화를 이해하는 것을 동반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공유할 때 자연스럽게 사랑이 싹이 튼다. 상대방이 사랑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사랑하고 중요히 여기게 된다.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이보다 더 잘 묘사할 수 있을까. 사랑은 육체적인 사랑(에로스 러브), 정신적인 사랑(플라토닉 러브) 그 이상의 숭고한 가치이다. 그 과정과 출발점을 '너의 이름은'은 잘 표현한 것이 아닐까(비록 환타지지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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