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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의 함께, 혁명
안희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6년 11월
평점 :
품절
정치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먼저는 정치체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대의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3권분립이 무엇인지. 국회와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지. 검찰의 역할은 무엇인지 등등. 정치제도와 정치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파악하는 것이 첫 번째이다.
다음으로 정치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바로 정치를 하는 '정치인'들이 어떠한 사람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즉,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비서실장, 민정수석, 정무수석 등등 청와대를 이루는 주요 정치인들이 어떠한 사람인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각 정당의 주요 국회의원들이 누구이며 어떠한 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안희정 도지사가 누구인지 그의 책 <안희정의 함께, 혁명>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책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바로 안희정 도지사가 남을 깎아 내리지 않고 상대를 미워하지 않는 경쟁을 하겠다고 선언한 내용이다. 앞으로 이 방식으로 경쟁을 하는지 지켜보아야 한다. 좋은 말, 이상적인 말은 누구나 알고 있고 누구나 할 수 있다. 그것을 끝까지 지키고 행하는 지가 중요하다.
선거 공간에서 나는 상대방을 형편없는 사람, 혹은 사상이 의심되는 사람이라고 깎아내리기보다 내 포부를 갖고 이야기하려고 노력한다. 반대와 부정, 공격을 내 연설의 주된 내용으로 삼는 것, 그것은 음식에 화학조미료를 쓰는 것과 같다. 상대를 미워하지 않는 경쟁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책을 통해 안희정 도지사의 인생을 알게 되며 월급생활도 해보고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본 사람이 정치인이 되면 뭐라도 다르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가지게 한다. 엘리트나 재벌이 아닌, 그리고 특권층이 아닌 평범한 시민이 대통령이 된다면 그 누구보다도 국민의 마음을 이해하고 국민을 위한 정책을 하지 않을까?
그러나 정치인에게 '지식이 발로 간다는 것'은 땀 흘려 일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관점에서 그것을 재해석해낼 수 있는 힘, 또는 그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낼 수 있는 힘이다. 그리고 여기서 미래상을 이야기해야 한다. 그것이 정치인으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사람은 사람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그 아이를 보면 그 부모를 알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따라서 안희정 도지사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에게 영향을 준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 사람은 바로 이미 널리 알려져 있듯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정치를 하며 강조한 것은 바로 '민주주의'이다. 마찬가지로 안희정 도지사도 계속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민주주의'이고 빠지지 않고 함께 등장하는 것이 지역주의 극복이다.
안희정 도지사는 기업에 좀 더 비중을 두며 일자리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책에서 이야기한다.
정치와 정부가 일자리를 만든다? 그것 또한 대체로 거짓말이다. 사실상 일자리를 만드는 건 기업가들의 모범적인 투자, 그것으로 생겨나는 상품, 그리고 새로운 산업이다. 물론 정치와 정부의 역할이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인간을 중심에 둔 민주주의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체제다. 민주주의는 시장의 결함이나 실패를 극복하게 한다. 민주주의 사회는 정치와 정부의 영역, 기업과 시장기능의 영역, 한 개인과 가족의 영역, 이 세 가지 큰 줄기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정치가 중요하지만 정치로만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정부의 합리적 운영은 물론이고 시장의 효율성, 기업과 개인의 책임, 이 세 박자가 잘 맞아야 국가는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
또 다른 인상적인 내용은 관계에 대한 안희정 도지사의 철학이었다. 대한민국은 특히 지연, 학연, 혈연 등을 중요시하는 사회이다. 그래서 누군가 한자리 차지하게 되면 아는 사람을 줄줄이 엮어서 자리에 앉히는 경우가 많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공정한 경쟁과 투명한 방식을 통해 사람을 선출하기 보다는 자신이 아는 사람, 자신과 가까운 사람을 뽑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었다. 물론,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인지상정'이다. 자신이 당선이 되기까지 도움을 준 사람을 못 본채하는 것은 인지상정이 아니다. 정이 없고 냉정한 사람이 되버리는 것이다. 여기에 안희정 도지사는 반대표를 던진다. 그는 이 부분을 명확하게 책에 서술하고 있다.
우리 각자의 마음에는 자기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 자기 집안을 사랑하는 마음, 자기 동문을 사랑하는 마음,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 등이 다양하게 있다. 이런 마음들이 우리의 시민의식을 구성한다. 그런데 이 마음이 타인에 대한 폭력으로 전화되는 것을 우리는 역사에서 수없이 보아왔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인연을 함부로 맺지 말자. 너무 쉽게 인연을 맺고 너무 가까이 하면 공정함을 유지하기 힘들다. 그만큼 '의리'라는 비용을 치러야 할 때가 많다. 인연을 맺고 나서 '이건 옳고, 저건 그런 거야'라는 잣대를 들이대면 곧바로 '정 떨어진다'며 안 좋은 사람이 되어버린다.
이런 복잡한 관계망 속에서 나는 인연을 현명하게 맺는 법을 항상 고민한다.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하며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사람과의 관계는
뜨거운 국솥 옮기듯이 하라.
그릇의 온도에 맞게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저 하늘의 별들처럼
적당한 거리를 두고
각자 자기 자리를 지키며
상대에게 빛을 보내야 한다.
모든 것을 선한 의지로 받아들이자.
그래야 사물이 더 잘 보인다.
그래야 좋은 대화를 할 수 있다.
그래야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다.
그래야 세상이 바뀐다.
(2015.3.10)
관계에 대한 그의 이러한 정의는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그 경험을 이야기하려면 다시 우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로 돌아가야 한다.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통해서 안희정 도지사는 관계에 대하여 많은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1994년부터 함께한 노무현 전 의원에게는 이렇게 찾아오는 이가 한 명도 없었다. 부자 친구가 없어서인지, 상고를 나와서인지, 혹은 본인이 이런 '호의'를 거부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학연과 지연 등으로 엮이지 않은 데다 평범한 사람들의 정의관에 입각해 살면 외톨이가 되기 쉽다는 것을 그의 삶은 보여주었다. 정의를 기준으로 세상을 보면 아무리 연고가 있어도 옳지 않은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하게 된다. 그래서 그는 철저히 외톨이였다. 그 현실을 나는 온몸으로 느꼈다.
유시민 전 장관이 어느 인터뷰에서 노무현의 이런 현실을 두고 한 말이 기억난다.
"재야 출신 선배들이 노무현을 우습게 아는 게 나는 우스웠다. 노무현을 평가해주지 않는 게 너무 서운하다. 솔직히 대학 안 나왔다고 차별한 것이라고 본다. 이른바 서울대 출신 중에서 나도 좀 잘났다는 이야기 들었는데, 이런 내가 노무현 밑에 들어가 그 사람을 위해 일할 의사가 있다. 노무현은 그럴 만한 자질과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동교동계도 아니고 상도동계도 아니다. 운동권인 것도 아니고 운동이 아닌 것도 아니다. 인텔리인 것도 아니고 인텔리가 아닌 것도 아니다. 출세한 것도 아니고 출세를 안 한 것도 아니다. 노무현은 언제나 경계에 서 있었다.
글을 마무리하면 안희정 도지사는 경쟁에 있어서 네거티브 방식을 지양하며 혈연, 지연, 학연의 정치를 지양한다. 그에게 휴머니즘은 중요한 가치이다. 그는 젊었을 때부터 노무현 전대통령과 함께 민주주의를 경험한 정치인이고 직접 서민으로 살았던 정치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