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살기 위해 진화 중입니다 - 도시 생활자가 된 동식물의 진화 이야기
메노 스힐트하위전 지음, 제효영 옮김 / 현암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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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식물의 도시 적응은 놀랍다. 단적인 예로 영국의 지하철 3개 노선에서 채취한 모기를 분석했더니 유전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모기들은 지하철 안에서만 서식하며 지하철을 이용하여 이동하는 사람들의 피를 빨아먹는다. 어불어 이 세 모기는 지상의 모기와도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구체적으로 단백질 조성과 생활 방식이 달랐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지하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하여 모기가 진화한 것이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진화라고 하면 보통 수백만 년을 거치며 서서히 일어난다고 생각하는데 최근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또한, 저자는 인간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이 엄청나다는 점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야생'에 살던 동식물이 인간이 자신을 위해 만들어낸 환경을 서식지로 삼아 적응하는 것을 보면, 우리가 지구에 일으킨 변화 중에는 두 번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것도 있음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인간의 행위가 생태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단일 요인이라고 분명히 밝힌다. 인간의 행위는 생물의 생존이나 생활 방식에 위협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맞닥뜨리는 압력이 크면 클수록 진화의 속도는 더 빨라지고 진화가 침투하는 범위도 넓어진다고 설명한다.

 

단순히 수백 년 전의 자연 생태계로 돌아가자는 주장에 대하여 저자는 반대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신, 현실적인 보존 방식으로 자연이 존재할 공간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저자는 자신도 동일하게 자연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있음을 밝히며 전통적인 자연 보존 방식이 오히려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내가 이 책을 통해 주장하는 것은 바로 지금 이 땅에서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는 진화의 힘을 받아들이고 활용해야 하며, 우리가 만든 도시 한가운데에서 자연이 성장할 수 있는 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는 것이다."

 

저자는 책에서 인간과 함께 사는 동물, 즉 인간이 만든 생태계인 인공 구조물로 가득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을 소개한다. 도시도 전적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큰 의미에서 보면 자연의 생태계라는 관점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도시 생태계라고 부른다.

 

"도시 생태계는 긴 세월에 걸쳐 진화한 결과도 아니고, 특정 생물종이 자력으로 서서히 군집을 이루며 자체적인 판단으로 발생한 결과도 아니다. 오로지 부지런한 인간의 특성에서 비롯된 결과다."

 

도시 생물학자들은 도시에서 굉장히 다양한 식물과 마주친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이주민들, 도시가 건설되기 이전부터 애초에 생물이 번성하던 지역, 외곽의 우수한 서식지 사라짐 등이다. 이런 이유로 농촌보다 도시의 뒷마당, 녹화된 옥상, 돌벽, 하수 시설, 도심 공원 등이 수많은 야생동물의 피난처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모든 동식물이 도시 생태계에 적응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도시 생태계 적응 여부를 가르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책에서 소개한다. 조류를 살펴보면 씨앗을 먹고 사는 조류가 더 유리하고 인간과 음식 취향이 일치하거나 생활환경에 예민하지 않은 새들이 도시 조류가 된다. 새들의 의사소통도 적응과 관련 있는데 시끄러운 도시에서는 고음을 내는 새들이 생존에 유리하다.

 

영국의 검은 나방 출현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도시에 산업화로 그을음이 가득해지자 검은 날개를 가진 회색가지나방이 생존에 유리하게 된 것이다. 검은 나방 자손의 숫자가 점점 많아지면서 검은 나방이 흰 나방보다 더 많아지게 되었다. 자연선택이 일어난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대기오염을 줄이며 시커먼 나무들이 사라지면서 회색가지나방이 원래 색으로 돌아가려는 진화가 다시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하여 인간이 만든 환경에 따라 생물이 급속한 진화를 보인 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회색가지나방의 경우 다시 되돌릴 수 있는 진화적 시소를 탄 것과 다름없다. 특정 유전자 하나가 갑자기 늘어났다가 다시 감소한 사례는 논란이 일었음에도 그 과정의 단순성과 명료성 덕분에 온 세상에 알려졌다."

 

"최근 불거진 일부 논란에도 불구하고 회색가지나방은 현재 진행 중인 도시 진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지위를 정당하게 되찾았다."

 

이뿐만 아니라, 찌르레기의 날개가 점점 둥근 모양이 된다는 점, 크레피스 상크타라는 식물의 씨앗 진화, 아놀도마뱀의 다리가 짧아지고 발가락이 넓어지는 진화 등을 소개한다.

 

""아놀도마뱀, 크레피스 상크타, 찌르레기, 삼색제비의 사례는 도시 진화가 빠르게, 관찰 가능한 수준으로 사실상 매우 단순하게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자는 또한 유전학적 단편화가 재난을 가져온다는 시각에서 단편화된 차이는 각 서식지의 환경적인 요구에 적용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보는 시각으로 인식이 바뀌었다고 설명한다.

 

놀랍게도 식물과 동물은 중금속에 대처하는 법을 찾기도 한다. 몸속에 들어온 중금속을 배출하는 기능이 활성화되는 것이다. 물론, 모든 동식물이 대처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개체가 적응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그러나 최소 일부 생물은 서식 환경이 화학물질에 오염되는 속도에 발맞춰 적응할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도시환경에서 동물과 식물이 인간이 만들어낸 새로운 변화와 맞닥뜨릴 때마다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도록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필요한 변이는 대부분 이미 존재하고, 고정 변이의 하나로 대기 중이므로 자연선택을 통해 중심에 서도록 이끌고 나와서 환히 빛날 기회를 주기만 하면 된다."

 

이러한 이유로 도시 생물의 변화는 빠르되 미세하기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 역시 순수하고 단순한 형태의 진화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성선택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며 우수한 수컷에 대한 선택이 생태학적 특성에 좌우된다고 지적한다. 더불어 생태학적 특성은 같은 종이라 하더라도 서식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놀랍게도 생존에 유리한 특징에 따라 암컷의 취향이 변하는 것이다.

 

이런 연구를 통하여 이제 인간의 의도에 따라 진화의 방향을 이끄는 것도 가능하다는 점을 인지하게 되었다. 도시를 건설할 때 자연 친화적인 건축 및 생태계 조성을 통하여 동식물과 함께 공존할지 여부도 오로지 인간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반대의 상황이 벌어지면 생물은 멸종하게 될 수도 있다. 기억해야 할 것은 도시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종이 한 종류라면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져버린 생물은 수십 가지라는 점이다. 이제는 인간만을 위한 파괴적인 도시가 아니라 모든 생물을 위한 친환경 도시를 건설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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