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을 해도 나 혼자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
무레 요코 지음, 장인주 옮김 / 경향BP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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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저자는 아파트 담장 위에 있던 2개월 된 새끼 고양이를 보호하게 된다. 고양이의 이름을 C라고 짓고 같이 지내는데 어느덧 고양이의 나이가 19살이 되었다. 가족과도 19년을 같이 지내는 것이 쉽지 않으니 가족 이상의 관계임이 확실하다.

 

애완동물을 길러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저자의 정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저자는 C가 좋아하는 음식을 찾기 위하여 고군분투한다. 조금 잘 먹는다 싶어 대량으로 구매하면 C는 어김없이 그것을 안 먹었다. 한 번은 해외여행을 다녀온 친구가 사온 이탈리아제 유기농 사료를 주었더니 너무나 좋아하여 그 사료를 찾기 위하여 사방팔방 뛰어나니기도 한다.

 

애완동물을 기르는 것과 어린 아기를 돌보는 것은 매우 유사하다. C도 집에서는 완전 장난꾸러기이고 활발한데 외부에만 나가면 얌전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쩜 이렇게 얌전하냐고 아낌없이 칭찬한다. 낯선 환경과 낯선 사람 앞에서는 아기나 동물이나 비슷한 것 같다. 아기들도 집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떼를 쓰고 우는데 외부에만 데리고 가면 온순해진다. 그럼 다들 이렇게 순한 아기는 처음 봤다며 거저 키운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속 사정은 당사자들만 알고 있다.

 

일찍 일어나 저자를 깨우는 고양이를 보니 우리 집 아이들이 생각난다. 저자의 고양이는 4시 30분이 되면 30분 단위로 저자를 깨우기 시작한다. 우리 아이들도 아직 어려서 밤에 한두 번씩 깨는데 그럴 때마다 안아서 재우기도 하고 옆에서 등을 두드려주며 재우기도 한다. 밤에 잠을 푹 못 자는 것은 힘들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이들은 사랑스럽다.

 

고양이 발톱 깎는 것도 아주 큰일이다. 저자는 고양이의 왼발 엄지발톱이 내성발톱 상태인 것을 확인한다. 그래서 병원으로 데려가서 뽑아주려고 하는데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 고양이도 눈치가 빨라서 쉽게 따라나서지를 않는다. 병원까지 택시로 5분이면 가는데 이동장에 넣는 데 15분이나 걸렸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손톱과 발톱을 자를 때 아기들도 당연히 가만히 있지 않는다. 그래서 부모 중 한 명이 깎는 동안 나머지 한 명은 열심히 아기 앞에서 재롱을 피우고 시선을 끌어야 한다. 너무 집중을 안 하면 어쩔 수 없이 동영상을 보여 주기도 한다.

 

택시에서도 고양이는 가만히 있지 않고 계속 울어댄다. 저자는 택시 기사에게 미안해한다. 애완동물이 없지만 나도 이 마음을 잘 안다. 아기들도 차를 타면 때로 세상 떠나갈 듯 울 때가 있다. 아무리 달래려고 해도 달래지지 않는다. 택시 비용을 덜 지불하는 것도 아닌데 괜히 미안해진다.

 

"제 경우에는 18년 동안 여행 한 번 못 가고, 밤에 집을 비우지도 못하고, 다양한 제약이 있어요. 제가 집사가 된 문제도 있지만, 그래도 있어 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이 대목을 읽고 깜짝 놀랐다. 고양이를 위하여 18년 동안 여행 한 번 제대로 가지 않았다니. 저자의 고양이 사랑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함께 있어 줘서 다행이고 고맙다는 저자의 말에서 진심이 느껴진다. 가족도 이런 관계라면 얼마나 좋을까?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우선순위에 놓여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특히 회사에서 가장 바쁜 30-40대 가장들은 황금 같은 시간 대부분을 일하는데 쓰기 때문에 가족과의 추억을 제대로 만들지 못한다.

 

고양이와 대화하는 저자를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선물' 같은 특정 단어들은 고양이가 인지하는 것 같았다. 저자의 표정이나 몸짓으로 파악하나 싶기도 하지만 특정 단어는 계속 반복하면 학습될 것 같긴 하다. 그렇게 하나씩 알아듣는 단어가 늘어나면 애완동물과의 유대감도 깊어지고 소통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책을 읽으면 사람들이 강아지와 고양이를 기르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일단 혼자 있어도 전혀 심심하거나 외롭지가 않다. 고양이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항상 일거리를 만들어 준다. 특히 강아지는 꼭 산책을 시켜줘야 하기 때문에 강제로 밖에 나가서 운동하게 만든다.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이 혼자 사람보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더 건강할 것 같다.

 

책을 읽고 나니 주변에 고양이와 강아지를 기르는 친구들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생겼다. 어떤 단어를 알아듣는지 궁금하고 애완동물을 기를 때 언제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는지 듣고 싶다. 또, 어느 순간이 힘든지도 물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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