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박정준 지음 / 한빛비즈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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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아마존 시애틀 본사에서 2004년부터 2015년까지 12년을 근무하며 근속 연수 상위 2퍼센트의 사원이며 아마존에서 가장 오래 일한 한인이다. 직장인이라면 아마존에서 한 번쯤 일해보고 싶은 생각을 하게 되는데, 무려 12년이나 아마존에 다닌 것이다. 사실, 아마존에서 일해보고 싶은 것도 있지만 일을 떠나서 아마존 본사에 탐방이라도 가보고 싶다.

 

저자는 아마존의 매일매일이 무겁고 괴로웠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다른 이들이 보면 그저 부럽기만 한 직장 생활이었을 것 같은데 내부 사정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낙오되지 않기 위하여 치열한 몸부림을 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인 것이다. 버그를 찾아 고치기 위해 몇 날 며칠을 매달리기도 하고 뛰어난 종료들과 승진 경쟁도 해야 했다.

 

"능력 중심의 평가, 투명하게 보이는 업무 상황, 상향 평준화된 업무량, 그리고 손쉬운 해고가 간접적으로 사원들을 서로 경쟁시키기 때문이다."

 

입사 6년 차에 접어들며 저자는 관점을 바꾼다. 아마존이 목표가 아니라 훈련과 배움의 과정이라고 인식한 것이다.

 

"아마존에서의 시간을 도제의 시간으로 보기 시작하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안정을 담보로 삶을 저당 잡히는 농노와 마스터로의 과정에 있는 도제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평생 있어야 한다면 괴로운 곳이지만 과정을 보기 시작하니 이보다 감사한 곳일 수 없었다."

 

저자는 관점을 바꾸고 경쟁하기 보다 최대한 다양한 부서와 역할을 경험하며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결과 플랫폼팀의 개발자, 모바일앱 개발자, 마케팅 경영분석가,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엔지니어까지 다양한 역할을 경험하게 되었다.

 

아마존은 사원에게 주식을 부여한다. 한 번에 다 받는 것이 아니라 4년에 걸쳐 받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제도를 통하여 저절로 주인의식이 생기게 만드는 것이다. 특히 뒤로 갈수록 많이 받는 구조라서 사원들이 아마존에 더 머물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고 저자는 밝힌다.

 

개를 데리고 회의에 참석하기도 하고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출근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또한 출근이 늦었을 때나 일찍 퇴근하고 싶을 때 둘러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아마존은 기본적으로 예의나 복장, 어투, 태도보다는 능력과 다양성 그리고 인테그리티가 중시되는 사회였다. 인테그리티는 미국에서 많이 사용되지만 한국어로는 한마디로 번역하기가 쉽지 않은 단어로, 간단히 정의하면 '아무도 보고 있지 않아도 옳은 일을 하는 것'이다. 위로부터 강요되는 권위에 따르거나 남의 눈을 의식하기보다는 스스로 지킬 것은 지키고 할 말은 하는 분위기가 어색하지만 묘한 매력이 있었다."

 

아마존 회사가 정글로 불리는 이유가 있다. 바로, 개별적으로 채용되고 신입 연수 프로그램 같은 것도 없고 친절히 알려주는 사람도 없다. 각자 독립적으로 주체적으로 일해야 하는 정글이다. 저자도 입사하고 일주일 만에 테스팅 자동화 업무에 대한 전권을 맡게 된다. 최종 결정을 매니저가 하는 것이 아니라 입사한 지 한 달이 채 안 된 신입 사원의 말 한마디에 오랫동안 준비된 프로젝트 론칭이 연기되기도 한다.

 

아마존은 절약 정신으로 유명한데 대표적인 것이 도어 데스크이다. 베조스 회장이 창업 당시 문짝을 떼어 책상으로 사용한 일화에서 시작되었다. 사내 식당도 유기농 건강식인데 10달러 정도로 전혀 싸지 않다. 이런 점들이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대조되는 점이다. 조명 꺼진 유료 자판기도 아마존의 절약 정신을 보여준다.

 

"혜택이 없어서 사원들의 원성이 있기는 하지만 회장이 하는 이야기는 언제나 동일하다. 거품과 낭비를 줄이고 그 모든 자원을 고객을 위해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자연스럽게 회사는 성장할 것이고 그 열매는 주주인 사원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당연히 상사가 야근을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직원들이 책임감이 강하고 스스로 압박을 받기 때문에 집에 가서 일을 하기도 하고 주말에 일을 하기도 한다. 아마존은 철저하게 능력 중심의 평가를 하고 그 외에 출퇴근 시간 같은 부분은 유연하다.

 

책에는 저자가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며 아마존이 전자상거래 패권을 쥐게 된 결정적 요인이 나온다. 바로 제품권위인데 이는 제품을 검색할 때 제품당 하나의 페이지가 나오는 것을 말한다. 지금은 이러한 제품권위 방식이 보편화되어 있는데 아마존 출범 당시에는 그렇지 않아서 소비자가 혼란을 경험했던 것 같다.

 

"하나의 제품이 하나의 페이지를 갖게 되면서 만들어낸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더 이상 고객들은 한 제품을 사기 위해 수많은 페이지들을 돌아다닐 필요가 없어졌다."

 

베조스 회장이 고안한 아마존 사업 성장 모델은 플라위휠이라고 부르는데 두 개의 선순환 바퀴가 있다.

 

"하나는 제품 종류 -> 고객 경험 -> 방문자 수 -> 판매자 수 -> 제품 종류로 이루어져 회사의 성장을 이루어 내는 첫 번째 바퀴이고, 다른 하나는 성장 -> 낮은 비용 구조 -> 낮은 판매 가격 -> 고객 경험으로 이루어진, 성장을 통해 더 큰 성장을 견인하는 두 번째 바퀴이다."

 

아마존은 매년 3월 동료평가를 해야 한다. 자신을 평가할 동료를 선택하여 요청을 하게 된다. 저자는 처음에는 잘 알지 못하는 동료에 대하여 평가하는 것이 큰 부담이었다고 이야기한다. 단점을 두세 가지 쓰는 것이 권장되었는데 굳이 안 적어도 된다는 사실을 저자는 알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아마존의 연봉제와 동료평가 제도가 생산성을 높이지만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고 불필요할 정도로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도 언급한다.

 

저자는 집중력과 관련하여 모래시계를 활용한다. 15분짜리 모래시계로 업무에 집중하는 습관을 가진다. 때로는 몰입 상태가 길어져 15분이 지나도 여전히 집중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따로 알람을 맞추지는 않다고 한다. 업무할 때 우선순위를 정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하여 일처리를 해야 효율이 올라간다는 것에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저자는 아마존을 다니며 아마존의 플랫폼을 이용하는 고객이 되었다. 자신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키워드를 뽑아보니 아마존, 한국, 아빠, 비즈니스였고 결국 '아마존에 한국의 아이용품을 판매하는 일'을 하게 된다. 아이용품 중에서 놀이방 매트가 눈에 들어와 아마존에서 물건을 팔기 시작한다. 이렇게 3년 동안 회사와 병행하며 사업을 한 다음, 아마존에서의 회사 생활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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