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 서울대학교 최고의 ‘죽음’ 강의 서가명강 시리즈 1
유성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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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법의학자로 20년간 1,500여 건의 부건을 담당했다. 지금도 매주, 특히 월요일에는 서울대 의과대학에 시체를 보기 위해 출근한다고 이야기한다. 서울에서는 서울대, 고려대, 가톨릭대 의과대학 법의학교실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협약을 맺고 각 지역의 변사에 대한 부검을 실시하고 있다.

 

"나는 법의학자로서 매주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시체를 꼼꼼히 검사한다. 따라서 시체를 보면서 의사로서 과학적으로 시체를 분석하고 사망 원인과 사망의 종류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법의학자는 변사체 발견 시, 왜 죽었고 어떻게 죽었는지를 밝혀내는 일을 한다. 또한, 자살한 사람이 혹시나 타살의 의혹이 없는지 정확히 확인하기 위하여 부검을 진행하기도 한다.

 

사망 종류는 크게 자연사(병사)와 외인사로 나눌 수 있다. 외인사는 다시 자살, 타살, 사고사로 구분하게 된다. 법원과 검찰, 경찰, 그리고 보험회사는 사망 종류를 알아내기 위하여 저자를 비롯한 법의학자들에게 자문을 구한다.

 

"부검을 통해 사망 원인을 밝히는 법의학은 사망 종류를 법률적 측면에서 조언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법의학자는 때로는 법정에 나가 감정한 부검에 대하여 증언해야 한다. 저자는 이런 법정 진술이 사회적 채무이지만, 가끔 부담스러운 일이 되기도 한다고 솔직하게 밝힌다. 진술이 범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게 되면 범인이 빤히 쳐다보기도 한다.

 

"솔직히 살인자가 얼굴을 빤히 쳐다볼 때는 오싹한 느낌이 든다. 판사가 이미 그 앞에서 내 이름과 소속을 불렀기 때문에 그가 나를 기억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기도 한다. 물론 그렇더라도 과학적이며 객관적인 사실을 왜곡할 수는 없다."

 

한국의 법의학자 수는 40명 밖에 안 된다. 1년에 두 번씩 개최하는 학회에 참석할 때 절대 함께 움직이지 않는다고 한다. 혹시라도 함께 움직이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 한국의 법의학자가 전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책에서 저자는 실제 담당했던 부검과 함께 관련된 사건들을 이야기하는데 끔찍한 사건도 있고 끝내 확정적 증거가 없어 살인미수로 그친 경우도 있다. 그중에서 한 사건은 생후 11개월 된 아기가 머리를 세 개 부딪혀 병원에 오게 되는데 경막하출혈로 진단을 받는다. 함께 온 엄마는 아기가 걷다 넘어졌다고 진술한다. 그런데 1미터 미만의 아이인 경우 걷다 넘어진다고 해서 이렇게 골절과 출혈이 생기지 않는다. 결국 이런 근거를 바탕으로 경찰은 엄마로부터 자백을 받게 된다.

 

의사인 남편이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집에 돌아가 보니 아내가 빈 욕조에 누워 있어서 직접 경찰에 신고한 사건도 소개한다. 알고 보니 남편이 만삭 임산부 아내를 살해한 사건이었다. 남편은 최종적으로 20년형이 확정되었다.

 

저자는 죽음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지금은 죽음의 순간을 가족이 모여 함께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한다.

 

"세상과의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할 시간도 없이 의료 행위의 한복판에서 죽음을 처분당하는 것이 요즘 우리 사회 죽음의 대세가 아닌가 싶어 씁쓸한 심정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안락사와 자살과 관련된 이슈도 함께 다루고 있는데 역시, 간단한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자살과 관련하여 저자는 주위를 돌아보며 자살하려고 준비하는 이들에 대하여 눈치를 채고 적극적으로 그들의 시도를 막고 그들이 삶의 이유를 발견하고 희망을 찾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더불어 무관심이야말로 가장 큰 자살 방조라고 덧붙인다.

 

"자살은 예방할 수 있다. 자살 사고는 단계적으로 일어나는 일로, 우선 자살을 오래도록 계획한 후에 자살 시도를 하게 되기에 중간에 누군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면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관심 그리고 사회적 안전망까지 잠재적 자살자에 대한 우리의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

 

"혹시나 지금 죽음을 떠올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자신의 정서 문제가 치료를 통해 회복될 수 있으며, 결코 자살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방법으로 많은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반드시 알아주기를 바란다."

 

저자는 지금 건강할 때 죽음을 준비하자고 이야기한다. 죽음이 나와 상관없는 일이 아니라 언젠가는 나에게 다가올 자연스러운 질서라고 인식해야 한다. 저자는 아내와 함께 연명의료 거부 의사를 밝혀놓았고 부부의 버킷리스트도 만들었다. 그리고 수의가 아닌 예복을 입혀달라고 미리 고등학생인 아들에게 이야기해놓았다.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삶을 열심히 사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저자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직접 그리고 자주 하라고 조언한다. 또한,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하라고 이야기한다. 내가 살아온 기록을 남겨 사랑하는 사람에게 남겨주라고 말한다.

 

"죽음의 과정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나 늘 죽음을 인식하고, 그에 따라 유한한 삶에 감사하며, 자신과 주변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은 마지막 죽음의 과정에서 선택할 여유를 갖게 된다. 이러한 죽음이 곧 품위 있는 죽음이 아닐까. 우리 모두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해 두려워하지 말고 오히려 이에 대해 깊게 생각하며, 지금 사유하고 있는 나의 삶에 감사하며 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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