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유토피아 십승지를 걷다
남민 지음 / 믹스커피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는 조선시대 예언서 정감록에 나오는 십승지 마을을 직접 탐방하며 듣고 보고 연구한 내용을 정리했다. 학술 서적이라기보다는 역사기행서이자 감성여행서라고 서두에 밝힌다. 더불어 재미와 유익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하여 애를 썼다고 덧붙인다.

 

십승지의 특징은 외부 세계와 지리적으로 철저하게 '차단'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십승지 마을도 깊은 산속에 위치하고 있고 피신처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했다. 지금도 찾아가려면 수고로운데 옛날 교통이 불편했던 시절에는 더욱 숨겨진 마을이었을 것이다.

 

정감록이 예언한 십승지 마을은 바로 영주 풍기, 봉화 춘양, 보은 속리산, 남원 운봉, 예천 금당실, 공주 유구·마곡, 영월 연하리·미사리·노루목, 무주 무풍, 부안 변산, 합천 가야 이렇게 열 곳이다. 저자는 각 마을을 다니며 마을의 역사와 관련 인물을 소개한다.

 

"정감록에서 말하는 십승지는 사람의 씨를 보전할 수 있는 곳이다. 즉 나와 자손이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난리 때 숨어들어가 살면 몸을 보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영주 풍기는 주민의 70%가 이북 출신이다. 6·25 전쟁이 일어나고 피란길에 오른 이들이 도피처로 삼은 곳이 바로 영주 풍기였다. 이 중에서 평안도 영변군 팔원에서 직물기계를 갖고 이주해온 주민들이 아주 많았다. 이들은 피란이 목적이어서 출세욕이 별로 없었고 그저 선하게 살고 가정을 잘 이끄는 데만 관심을 두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풍기 주민들은 6·25 때도 피란은커녕 평온하게 지냈다고 한다. 저자가 마을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당시 열서너 살이었는데 전쟁의 참화도 모르고 그냥 넘어갔다고 강조하셨다. 십승지 마을에 사는 어르신들을 포함한 주민들이 마을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저자는 십승지 마을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힐링 포인트도 같이 소개한다. 영주 풍기의 경우 소백산, 부석사, 무섬마을, 희방사, 죽령 옛길, 풍기인견, 풍기인삼, 영주사과, 영주한우 등도 함께 알려준다. 십승지 마을을 방문하며 그 주변을 함께 돌아보며 그 지역의 명물을 경험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봉화 춘양은 임진왜란 후에 이순신 장군이 은둔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도심촌에 갑옷골이라는 지명이 있는데 이순신 장군이 들어와 살아서 생겼다는 말이 전해온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그러나 정확히 확인할 길은 없다고 덧붙인다.

 

"이순신의 장렬한 전사가 역사의 정설이지만 자살이나 은둔을 했다고 해도 이 또한 그의 우국충정을 시기하고 국난 앞에서 당쟁과 입신양명에만 혈안이 되어 있던 실권자들의 희생양일 뿐이다."

 

보은 속리산도 6·25 때 인민군이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가끔 전쟁이 나면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면 안전할 거라고 마냥 생각했는데 실제로 안전한 피난처라고 하니 놀랍다. 여기는 산꼭대기 마을인데 계곡물을 그대로 마셔도 탈 난 적이 없다고 주민 할머니는 이야기하셨다. 오늘날 보은은 매년 10월 전국 규모의 대추 축제가 열리는 대추의 고장이다.

 

예천 금당실은 십승지 마을 중 유난히 넓은 평야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식량 자급이 충분하다. 저자는 십승지 마을의 삼재불입 요건을 이야기하는데 바로 전란, 전염병, 기근을 면하게 해주는 마을이 십승지 마을이라는 것이다. 전쟁뿐만 아니라 전염병으로부터도 안전한 마을이라고 하니 더 관심이 간다. 메르스, 사스 등 앞으로 전염병이 또 언제 어떻게 퍼질지 모르는데 이 불안감으로부터 자유로운 곳이 바로 십승지 마을인 것이다.

 

부안 변산은 해안가에 접하고 있다. 박지원의 <허생전>에 바로 이 부안 변산 이야기가 나온다. <허생전> 뿐만 아니라 <홍길동전>, <반계수록>에도 변산은 이상 세계와 관련하여 언급된다.

 

저자는 책을 마무리하며 지상 낙원이 어디에 있는지 질문한다. 그리고 지상 낙원과 천국은 결국 마음속에 있다고 답변하다.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십승지 마을이 잘 보존되고 조성되어 일상에 지친 사람들을 치유하는 곳이 되기를 기대한다.

 

컬쳐300 으로 부터 제품을 무상으로 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