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 참을 수 없이 궁금한 마음의 미스터리
말콤 글래드웰 지음, 김태훈 옮김 / 김영사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저자가 타인의 기분이나 생각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 책에는 다양한 주제의 글이 수록되어 있는데 저자는 '아이디어를 찾는 비결이 모든 사람과 사물에는 그들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고 믿는 것'이라고 밝힌다. 또 다른 비결은 사회적 권력과 흥미로운 지식의 양이 비례할 것이라는 편견을 버리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동물조련사이자 전문 치료사인 개통령 강형욱씨가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에서 반려견을 다루는 것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반려견들은 왜 강형욱씨만 만나면 꼼짝 못하고 온순한 개가 되는가? 이 책의 저자인 말콤 글래드웰도 동일한 질문을 하며 답을 찾아간다. 과연 개들은 무엇을 보았기에 다르게 행동하는가? 이것이 바로 이 책의 제목이다.

미국의 개통령이 바로 시저 밀란이다. 여기저기 소변을 보는 것은 기본이고 주인을 무는 것도 서슴지 않는 개들을 왜 기르는지 의문이 들 수 있지만 반려견을 기르는 사람들은 반려견을 가족이라 여긴다. 그러니 가족이라면 끝까지 가야 하는 것이다.

먼저 반려견에게 사랑과 애정을 베풀되 규칙이나 경계, 버릇을 가르쳐야 한다. 무엇보다 반려견의 습성과 행동에 대하여 제대로 알아야 한다. 개는 인간의 행동에 집착할 정도로 주목한다고 이야기한다. 개는 인간의 몸짓뿐만 아니라 눈을 들여다보고 어떤 상태인지 파악한다.

이렇게 인간을 유심히 관찰하는 반려견에게 시저 밀란을 어떻게 보이는 것일까? 먼저 그의 동작에서 존중과 확신을 읽을 수 있다. 또한, '난 혼자 왔어. 너에게 달려들지 않을 거야.'라고 말하는 것을 느낀다. 줄을 당길 때도 강약 조절을 하며 리듬을 느끼게 만든다. 계속 몰아붙이지도 않고 개에게 여유를 주는 것이다. 더불어 동작도 빠르고 절도가 있다. 반려견에게 그냥 다가가고 줄을 막 당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시저 밀란은 사람을 공격하는 개를 막지 않으면 갈수록 이기적으로 변한다고 충고한다.

저자는 머스터드와 케첩의 역사도 다룬다. 모스코위츠는 딱 하나의 완벽한 상품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소비자의 다양한 향을 모두 충족시키는 하나의 상품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사람들이 선호하는 여러 상품을 발굴하고 판매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는 스파게티 소스의 경우 사람들이 3가지 패턴을 선호한다는 발견하는데 바로 일반 맛, 매운 맛, 건더기가 많은 소스였다. 그와 캠벨은 이를 바탕으로 새로 소스를 개발하고 수억 달러의 매출을 창출한다.

나심 탈레브의 이야기도 매우 흥미롭다. 탈레브는 돈을 번 사람들의 성공 비결에 관심을 가졌다. 그들이 단순히 운이 좋았는지 아니면 정말 그들만의 비법이 있는지 파고들었다. 그는 양방향 매수로 시장이 오르고 내릴 가능성에 모두 돈을 걸고 시장의 작은 변동에는 돈을 걸지 않는다. 현물을 거래하지 않고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옵션에 투자한다.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의외로 자주 일어난다는 것이 그의 투자 철학이다. 꾸준히 조금씩 돈을 잃다가 한 번에 엄청난 돈을 버는 방식이다. 365일 중 364일 조금씩 벌고 하루 만에 엄청난 돈을 잃는 방식보다 365일 중 364일은 조금씩 잃고 하루 만에 엄청난 돈을 버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즉, 잃을 수 있는 돈은 제한되고 벌 수 있는 돈은 무한히 열려 있는 포지션을 찾아내야 한다.

피임에 대한 글도 흥미롭다. 피임약이 나오고 1958년 교황 비오 12세는 생리통이나 자궁질환의 치료 목적으로만 피임약 사용을 승인했다고 한다. 스트라스만은 전근대사회 여성의 생리를 파악하기 위해 도곤족 여성을 연구한다. 연구 결과 도곤족은 평균 열여섯 살에 초경을 하고 8~9번 출산하며 초경부터 스무 살까지 1년에 7번 생리를 하고 스무 살부터 서른네 살까지 15년 동안 임신과 모유 수유가 반복되며 생리를 1년에 한 번 정도밖에 하지 않았다. 서른다섯 살에서 쉰 살까지는 1년에 4번이었다. 즉, 평생 100번 정도 생리를 한 것인데 이는 현대 서구 여성이 평생 350번에서 400번 생리를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쿠티노와 시걸은 지속적인 배란이 대부분의 여성에게 복통, 우울증, 두통, 자궁내막증, 자궁근종, 빈혈의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말한다. 특히 빈혈은 전 세계 여성들에게 만연해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암 발병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는 것이다... 생리를 할 때 자궁에 있는 에스트로겐이 자궁내막을 자극해 세포분열을 촉진한다. 생리를 자주 하지 않는 여성은 그에 따른 위험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난소암과 자궁내막암은 특히 현대에 들어서서 많이 발병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여성들이 평생 400번의 생리를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저자가 연루된 저작권 논쟁에 대한 글도 나온다. 소설의 소재를 다른 사람의 책에서 가지고 온 경우이다. 저자는 처음에는 자신의 글을 인용한 것에 대해서 사전에 물어봤으면 기꺼이 허락했을 것인데 허락 없이 가져다 쓰는 것은 도둑질이라는 팩스를 보낸다. 그런데 그 이후 생각이 바뀌었다. 오히려 표절을 자신의 글에 대한 칭찬으로 인식한다. 표절 당한 다른 이는 소송을 준비했지만 저자는 소송에 참가하지 않았다.

"나는 <프로즌>의 대본을 구해서 읽었다. 표절과 별개로 정말 놀라운 대본이었다. 표절 문제를 잊게 할 만큼 훌륭했던 것이다. 내 글을 도둑맞았다는 생각보다 더욱 장대한 이야기의 일부로 쓰였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저작권 논쟁은 끊이지 않는다. 기사나 책뿐만 아니라 음악계에서도 저작권은 매우 민감한 부분이고 특히 어떤 노래가 인기를 얻으면 관련하여 저작권 시비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글과 관련해서는 하늘 아래 과연 새것이 있을까라는 관점에서 보면 저작권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물론,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인용부호 없이 그래도 가져다 쓴 것은 분명한 잘못이다.

천재는 타고나는 것일까? 노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일까? 우리는 흔히 예술가는 천재적인 재능을 신으로부터 부여받는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갑자기 아이디어가 튀어나와 휘몰아치듯이 작품을 완성시키는 것이 천재라는 이미지가 무의식적으로 들어와 있다. 그러나, 세잔과 같은 화가를 통해 저자는 꼭 그렇지는 않다고 말한다. 같은 주제를 반복적으로 그리며 시행착오를 통해 조금씩 배우며 조사하는 과정을 통하여 걸작이 완성되기도 한다.

"피카소는 조사하지 않고 깨닫기를 원했지만 세잔은 그림 속에서 답을 찾아 헤맸다. 실험에 의지하는 작가는 파운튼처럼 아이티를 30번 방문한다. 그런 방식으로 마음이 원하는 답을 탐색하는 것이다. 세잔은 비평가 귀스타브 제프루아의 초상을 그릴 때 3개월간 80번 넘게 작업한 후 결국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초상화는 오늘날 걸작으로 이름을 날리며 오르세미술관에 걸려 있다."

세잔은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렸지만 대기만성형 예술가였다. 어릴 때부터 천재적인 재능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그 진가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수십 년간 갈고닦은 결과 대가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대기만성형 예술가의 성공 여부는 주위 사람들의 노력에 크게 좌우된다. 세잔의 전기에서 루이 오귀스트는 아들의 천재성을 몰라보는 속물로 등장하지만 사실 그는 아들을 끝까지 후원했다. 루이 오귀스트는 아버지로서 아들에게 제대로 된 직업을 찾으라고 강요할 수도 있었다. 우리는 남편과 자식 혹은 친구를 위해 돈을 대주는 세속적인 일은 천재의 예술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믿고 싶어 한다. 그러나 때로 천재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20년간 머리를 싸맨 끝에 만들어지기도 한다."

교육 개선과 관련된 글도 놀랍다. 교육 개혁가들은 교육 수준을 높이기 위하여 교육 예산, 학급 규모, 교과목 개선 같은 사안이 아니라 좋은 교사가 될 인력을 찾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런데 문제는 좋은 교사가 될 잠재력이 있는 사람을 어떻게 가려내는가이다. 단순히 예비 교사의 시험 성적으로 좋은 교사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다. 교사에게 중요한 자질은 아이들의 일탈을 제지하는 방식이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일탈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드는 장악력이다. 그러나 장악력은 직접 학생을 대할 때 드러난다. 결국, 교사가 될 수 있는 자격 요건을 높이지 않아 교사가 되고 싶어하는 최대한 많은 졸업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현장에서의 활동에 따라 평가하는 것이 좋은 교사를 선발하는 방법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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