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찬란한 빛들 모두 사라진다 해도 - 삶과 죽음, 그 후에 오는 것들
줄리 입 윌리엄스 지음, 공보경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저자는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세계 최대 로펌에서 일하는 커리어 우먼이자 두 딸이 엄마였다. 2013년 서른일곱의 나이로 인생의 정점을 달리고 있을 때 결장암 4기 진단을 받고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다. 그로부터 5년의 기록을 책에 담았다. 그녀의 삶이 더 안타까운 것은 그녀는 베트남에서 선천성 백내장을 가지고 태어났는데 할머니로 인하여 안락사를 당할 뻔했기 때문이다. 미국으로 망명하여 수술 끝에 시력을 조금 회복하였지만 여전히 시각장애인으로 살며 신체적인 어려움과 불편함을 감당해야 했다. 그런 그녀가 인생의 역경을 견디고 변호사가 되고 사랑하는 남편과 두 딸과 함께 행복을 꽃피우는 순간, 이런 진단을 받은 것이다.

"그동안 제가 살아온 삶과 견뎌온 수많은 시련을 이 책에 풀어놓고자 합니다. 젊다면 젊은 나이에 죽음을 맞게 된 한 인간의 일생의 기록을 통해, 어쩌면 주제넘을 수도 있지만, 계속 살아갈 여러분이 의미 있는 조언을 얻기를 바랍니다. 살아 있는 동안 삶에 충실하십시오. 여러분. 기적의 시작부터 기적의 끝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솔직하게 말한다. 인생은 전혀 공평하지 않다고. 이것을 인정하고 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고 담담해진다. 세상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저자는 인생이 왜 불공평한지는 자신도 모른다고 말한다. 다만, 인생의 고통과 괴로움을 통과하는 가운데 얻게 되는 것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자신도 시력장애와 암 투병을 통해 얻은 교훈이 헤아릴 수 없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그 어떤 것도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없다고 그녀의 딸들에게 이야기한다.

"인생은 공평하지 않아. 인생에서 공평함을 기대하는 건 어리석은 짓일 수 있어. 특히 삶과 죽음에 관한 문제, 법의 범위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들, 인간의 노력으로 이끌어갈 수도 조정할 수도 없는 일들, 신이나 운, 운명처럼 우리가 알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힘이 지배하는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더욱 그래."

"이제 너희에게 주는 숙제야. 예쁜 내 딸들아. 고통스런 비극을 아름다움과 사랑, 강함, 용기, 지혜의 원천으로 삼으렴."


저자는 책을 통하여 자신이 누구인지 들려준다. 어떠한 인생을 살았는지 이야기하며 특히 딸들에게 엄마가 얼마나 너희들을 사랑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사람의 기억력은 영원할 수 없다. 기록하지 않으면 점점 머리에서 사라지게 된다. 저자는 책을 통하여 자신의 사랑하는 가족이 자신을 더 잘 기억하도록 돕는다. 가족뿐만 아니라 독자들에게 매일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워 준다.

"그러니 사랑하는 딸들아, 부디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렴. 철저히 완전하게. 사려 깊게. 매사에 감사하면서, 용기를 갖고 현명하게 살아가. 살아내야 해!
너희를 영원히, 무한히, 시공간을 넘어 사랑한다. 그 사실을 언제까지나 있지 마."

"나를 제일 잘 아는 사람들에게는 나에 대한 얘기를, 특히 내가 인생의 수많은 어려움을 어떻게 헤치고 살아왔는지를 딸들에게 꼭 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둬야 한다."


샤르트르가 인생은 B와 D사이의 C라는 말을 했는데, 암 환자들은 특히 암과 계속 싸우며 화학요법을 받을지 아니면 자신의 상황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죽음을 준비할지 선택하는 순간을 맞이해야 한다. 인생의 매 순간이 중요하지만 이것보다 더 중요하고 무거운 선택이 있을까 싶다. 대체의학과 최신 의학 기술 등 다양한 치료 방법들을 고민하고 선택하는 것도 무척 괴롭고 힘든 일이다. 모든 치료는 결과론적으로만 좋은 치료인지 나쁜 치료인지 이야기할 수 있다.

암 진단을 받는 것은 누구에게나 청천벽력 같은 일이다. 자신이 암 진단을 받기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누군가는 암 진단을 받고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삶이 아니다. 그저 받아들이고 순응하며 남은 삶과 죽음을 준비하는 것만이 유일하고도 지혜로운 대처이다. 모두가 한 번은 죽는데 누구에게는 긴 시간이 주어지고 누구에게는 불공평할 정도로 짧은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 우리 인생이다. 불평불만해도 할 수 없다.

영화처럼 극적으로 기적적으로 살아나는 드라마틱 한 일은 사실 잘 일어나지 않는다. 통계가 그냥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과도한 희망이나 기대는 오히려 남은 소중한 인생을 허무하게 보내게 만들 수도 있다. 가족들과 보내기에도 빠듯한데 힘든 치료로 괴로운 시간을 보내면 죽음을 준비하지 못할 수도 있다. 참 어려운 부분이다.

"나는 암 때문에 얼마 살지 못하지만, 내가 어쩌다 암에 걸리게 됐는지를 글로 풀어놓으며 매일 깨닫고 있다. 암은 아무것도 모른 채 행복하지만 하던 예전의 삶을 앗아갔지만 대신 가족과 이웃들의 사랑을 선물로 안겨주었다는 것을. 이 사랑은 이제 내 영혼의 일부가 되어 나를 영원히 버티게 해줄 것이다."

인생은 통제 불가능한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사람들에게 얼마나 상냥하게 대할지, 삶에 어느 정도의 노력을 쏟아부을지, 불행한 소식에 어떻게 반응할지, 어떻게 죽음을 받아들일지 등 스스로 정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 미래는 예측 불가능하고 통제 불가능하지만 현실에 대한 나의 태도는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이 작은 변화가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저자는 몸소 보여준다.

저자는 어떻게 죽음을 준비해야 하는지 자녀들에게 살아있는 교과서가 되기를 원한다. 엄마라는 존재는 정말 자신의 모든 것을 자녀를 위하여 아낌없이 내어 놓는다. 심지어 자신의 죽음까지도.

"딸들이 내 죽음을 보면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고 죽음이 삶의 한 부분일 뿐임을 깨닫길 바란다. 내가 자신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나아가 자신들이 얼마나 안전하게 사랑받고 있는 존재인지 알기를 바란다. 활기차고 평화로운 분위기, 사랑으로 가득한 분위기에서 맞이하는 죽음은 내가 딸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될 것이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책을 읽게 될 분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과 내 삶의 여정을 나눌 수 있게 되어 감사드립니다. 일상의 고통에 매몰되지 말고 느긋하게 삶을 즐기세요. 최대한 긍정적으로 살고 확률 따윈 무시하세요. 아들, 딸, 남편, 아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즐기세요. 살아가세요, 친구들. 그저 살아가세요. 여행을 하세요. 여권에 스탬프를 모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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