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칠레 선생님의 물리학 산책
안드레스 곰베로프 지음, 김유경 옮김, 이기진 감수 / 생각의길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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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대중화에서 독자들이 적어도 어느 부분, 과학적인 개념을 재발견하면서 단락을 다시 읽도록 유도하는 것이 큰 도전이다."

 

저자는 과학의 대중화에 힘쓴다. 이를 위하여 대중이 자연스럽게 던지게 되는 우주에 대한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더불어 과학에 대한 즐거움과 열정을 대중과 나누고 싶은 열망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과학은 과학자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말한다. 모두가 자연을 관찰할 때 과학이라는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저자는 와인을 바라보며 우주의 빅뱅을 생각한다. 대폭발 이후 1만 분의 1초가 지나고 우주 온도가 충분히 내려가자 쿼크들이 응집되어 원자핵의 기본 구성 요소인 양성자와 중성자를 형성했다고 설명한다. 와인과 이 빅뱅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궁금할 것이다. 놀랍게도 레드 와인의 신맛을 제공하는 것이 양성자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화학적으로 산도는 용액 속에 들어있는 양성자-또는 화학자들이 말하는 대로 하면 수소 이온-의 양을 측정한 것이다. 이 맛있는 이온으로 생기는 화합물, 이 경우는 주로 타르타르산은 초기 원시 우주에서는 생성될 수 없었다. 이를 위해 수십억 년을 기다려야 했고, 이로 인해 우주 모험에 속도가 붙었다."

 

이처럼 저자는 일상에서 과학 원리를 끄집어 낸다. 샐러드의 초록색과 붉은 살 생선을 보며 별을 떠올린다. 별이 초록색을 만드는 기본 원소인 마그네슘, 붉은색을 띠는 철(Fe) 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특히, 별은 더 이상 융합 에너지를 얻을 수 없는 철을 만들기 시작하면 죽음이 임박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초신성도 요리 축제를 돕는다고 말한다. 굴 요리 속에 있는 구리와 아연이 바로 초신성이 만들어내는 원소들이다.

 

우월한 숫자 10에 대한 고찰도 흥미롭다. 우리는 왜 화폐 단위를 10의 거듭제곱으로 보통 만들어 사용할까? 1,353원짜리 지폐를 안 만들고 1,000원짜리 지폐를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손가락이 10개이기 때문이다. 손가락이 8개였다면 10단위가 아니라 8단위였을 거라고 저자는 예측한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왜 1년은 10개월이 아니라 12개월이고 연필 한 다스도 10자루가 아니라 12자루일까'이다. 이에 대하여 저자는 12는 1,2,3,4,6,12로 나누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360도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숫자로 나누어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나뭇잎이 초록색인 이유는 엽록소가 아주 효율적으로 빨간색과 주황색, 파란색과 보라색을 흡수하지만 초록색은 반사되어서라고 설명한다. 즉, 우리에게 보이는 색은 바로 그 물체가 흡수하지 못하고 반사하는 색인 것이다. 색의 신비와 관련해서 빛의 가산혼합을 이야기한다. 빛은 색을 섞을수록 더 밝아지는 가산혼합이다. 반면, 우리가 쓰는 물감 같은 것은 색을 섞을수록 더 어두워지는 감산혼합이다. 물감 같은 색료는 빛을 흡수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저자는 커피를 보며 엔트로피를 생각한다. 엔트로피라는 개념은 독일의 물리학자인 루돌프 클라우지우스가 열역학에 부족한 요소를 보완해 만든 개념이다. 우주의 엔트로피는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하는데 다른 말로 하면 뜨거운 커피는 점점 식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만히 놔두었는데 다시 뜨거워지는 커피는 존재할 수 없다. 왜냐하면 엔트로피는 증가하기 때문이다.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것은 확률이 더 큰 방향으로 진행한다는 뜻인데 다른 말로는 무질서가 증가하는 것이다.

 

초콜릿과 관련된 과학도 흥미롭다.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데 초콜릿의 특징은 바로 입에서 녹는다는 점이다. 항상 입에서 잘 녹았기 때문에 이 점이 특징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실온에서 고체를 유지하다가 입에 들어와서 녹는 물질이 엄청 많지는 않다. 저자는 초콜릿의 탄소발자국(어떤 주체가 일상생활을 하는 과정이나 영업을 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내는지를 양으로 표시한 것)에 주목한다. 카카오 원자재 운송에서도 탄소를 배출하고 포장지를 만들 나무를 지을 때에도 발전소에서 석탄을 태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탄소 배출량이 어마어마하다. 결국, 우리가 죄책감 없이 맛있게 초콜릿을 먹으려면 기술혁명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이 이에도 백신, 미소 장국의 물리학, 호루라기의 과학 등 일상에서 만나는 다양한 과학 원리를 알려준다. 책을 읽고 나니, '흐르는 물이 얼기 위해서는 얼마나 온도가 낮아야 할까'라든지 ' 일상에서 만나는 다양한 현상에 대하여 괜히 호기심이 더 생기고 질문이 떠오른다. 질문이 떠오르면 그냥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파고들어서 그 안에 들어있는 과학의 원리를 하나씩 깨우치는 즐거움도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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