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도 우리처럼 -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존재가 있을까
아베 유타카 지음, 정세영 옮김, 아베 아야코 / 한빛비즈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우주에도 지적인 생명체가 존재할까? <우주에도 우리처럼>의 저자는 지구물리학자로 행성시스템물리학이 연구 분야이다. 구체적으로 '다양한 지구형 행성이 생긴 기원과 거주 가능한 행성을 형성하는 조건'을 주제로 행성의 진화와 대기, 기후 등을 연구한다고 이야기한다. 즉, 지구 밖 어딘가에 생명이 존재하는 별이 있는지를 연구하는 것이다. 먼저 지구의 특징과 생명체에게 필요한 환경을 분석하고 다른 별의 조건을 살펴보아야 한다.

 

저자의 지론은 다음과 같다.

 

"'몇 가지 조건만 갖추면 지구와 완벽하게 같지는 않더라도 비슷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지구와 조금 다를지언정 생명이 진화할 수 있다'라는 게 평상시 지론이기 때문이죠."

 

즉, 저자는 우주 어딘가에 지구와 같은 행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지구의 형성 과정과 조건이 기적처럼 보이지만 이러한 기적이 반드시 하나 밖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액체 상태의 물은 생명이 존재하기 위한 조건이다. 고체나 기체가 아닌 액체 상태가 생명체 안에서 드나들기 가장 좋다. 태양계에서 가장 많은 원소는 수소이고 다음은 헬륨, 산소, 탄소 순이다. 물은 바로 수소와 산소로 이루어져 있다. 헬륨은 화학반응을 하지 않는다. 즉 화학 반응을 하는 가장 많은 원소 두 개로 이루어진 것이 바로 물이다. 그래서 저자는 물이 많은 것은 당연하고 생명이 물을 선택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설명한다. 동시에 생명의 존재 조건으로 물이 가장 중요한 근거라고 덧붙인다.

 

물 정도의 분자량을 가진 물질이 상온 상압에서 보통 기체여야 하는데 액체 상태를 유지한다는 점이 물의 특이함이다. 물 분자는 산소는 약간 마이너스, 수소는 약간 플러스 전하를 띠는 극성 분자이다. 이 극성 분자로 인하여 물은 무엇이든 잘 녹이는 성질을 만들어 낸다.

 

결국 생명체가 존재하려면 행성은 물 분자를 포함해야 하는데 이 물 분자는 행성 표면에 존재해야 한다. 동시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해야 한다. 행성 표면에 물이 존재하려면 온실효과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온도가 계속 올라가서 물이 다 증발해 버리거나 얼어 버린다. 물이 액체로 수십억 년 유지되려면 태양 복사량 증가와 이산화탄소량 감소가 온실효과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해야 한다. 이 중에서 이산화탄소의 양이 적정히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저자는 생명 존재 두 번째 조건으로 온실기체가 적정하게 유지되어 지표 온도가 안정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구 내부에서 올라오는 이산화탄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화산활동 같은 기체 분출이다. 이산화탄소의 순환은 지표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데 기여한다. 이 온도 조절 메커니즘을 워커 피드백이라고 부른다.

 

"대기의 이산화탄소량이 늘어나면 온실효과 때문에 지표 온도가 올라갑니다. 온도가 올라가면 암석의 풍화작용이 활발해집니다. 그 결과 칼슘 이온이 많이 공급되어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탄산염의 양도 늘어납니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탄산염으로 고정됨으로써 많이 소비되는 것이죠. 한편 화산을 통해 대기로 분출되는 이산화탄소 공급량은 기온과 관계없이 항상 일정합니다. 소비가 많은데 공급이 적으니까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량은 감소하고 당연히 온실효과도 약해지죠. 그러면 지표 온도가 내려가면서 원래 상태도 되돌아가려고 하는 것입니다."

 

지구의 또 다른 특징은 판운동이다. 저자는 태양계 행성 중에서 판운동이 있는 곳은 지구뿐이라고 말한다. 지금 지구 기체 분출(화산활동)은 판이 지배한다고 덧붙인다. 지구 표면은 10여 개의 단단한 암석 판으로 뒤 덮여 있다. 판구조의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액체 상태의 물'이 유력하다.

 

"생명이 존재하기 위한 두 번째 조건은 아무래도 '판'이라고 결론 내릴 수 있을 듯합니다. 그 구조를 간단히 말하자면 '기체 분출과 탄산염의 형성이 균형을 이뤄 온실기체가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안정된 지표 온도를 유지하는 것, 그리고 적정한 기체 분출량을 위해 판이 적당한 속도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조건은 바로 대륙이다. 대륙은 칼슘 이온의 공급원이자 탄산염의 저장고로 아주 중요하다. 대륙이 없으면 육지가 줄어 칼슘 이온 공급이 줄어들고 이산화탄소 고정량도 감소한다. 결국 지구 기온이 더 높아진다. 대륙에 고정된 석회암 양만큼 이산화탄소 총량이 줄어들어 기체 분출이 줄어드는 것이다.

 

네 번째 조건은 바로 산소이다. 산소가 없어도 미생물은 존재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복잡한 진화를 이룬 생물은 산소 없이 존재할 수 없다. 포도당은 산소를 이용하면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되어 더 많은 에너지를 끄집어 낼 수 있다. 그래서 산소는 큰 생물이 출현하는데 필요하다. 더불어 산소는 성층권에 있는 오존층을 형성한다. 오존층은 자외선을 흡수하고 대기를 가열한다.

 

정리하면 저자는 지구의 특징으로 바다(액체 상태의 물), 판운동(이산화탄소 순환에 따른 적정 온도 유지), 대륙, 생명을 꼽는다. 이 네 가지는 태양계 다른 행성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금성은 태양에 너무 가깝고 화성은 너무 작아서 지구와 다른 진화 과정을 거쳤다고 이야기한다. 자전축이 기울어진 정도도 영향을 미친다. 자전축이 적게 기울어진 행성일수록 적도와 극 지역의 기후 차이가 커지고 계절의 변화가 작아진다고 설명한다. 궤도이심률, 근점을 통과하는 계절, 자전축 기울기의 주기적 변화로 기온이 달라져 지구는 '빙하기'와 '간빙기'가 되풀이된다고 추가로 이야기한다.

 

책에는 학문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결론적으로 지구 환경은 물의 양, 지구의 질량, 궤도의 형태, 자전축의 기울기, 달의 존재, 다른 행성의 위치와 질량 그리고 태양의 질량 등 다양한 조건에 의존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지구와 태양 역시 우주에서는 결코 특별한 존재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지구가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면 우주에는 지구와 다른 환경에 적응하여 그것을 바람직하게 여기는 생명체가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게 타당하지 않을까요? ... 나는 '생명체가 지구에만 존재한다고 단정 짓는 것은 환경의 가능성, 생명의 가능성을 검토하면서 또다시 인간 중심, 지구 중심의 관점으로 역행하는 일'이라고까지 생각합니다."

 

저자는 2003년부터 루게릭병을 앓았고 병마와 싸우며 3년 동안 이 책을 집필했다. 그리고 2018년 1월, 58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병마와 싸우며 책을 집필한 저자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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