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건
내가 자유로워지는 하나의 방법이다.
이것 또한 나라는 걸
내 소중한 사람들이 꼭 알아주면 좋겠다."
책을 시작하며 저자는 솔직하지만 강렬하게 이야기한다. 어두운 면도 나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이다. 가깝고 소중한 이들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줄 수 없다. 어두운 모습도 보여주고 함께 보듬어 가는 것이 진정한 관계라는 점을 저자는 지적한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제목은 인간이 지닌 감정의 다양한 측면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고 슬퍼도 배가 고프니 떡볶이가 먹고 싶은 것이다. 이것이 인간이다. 다양한 감정이 한 번에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어두운 면을 드러내지 않고 꽁꽁 싸매려고 한다.
저자는 기분부전장애(심한 우울 증상을 보이는 주요우울 장애와는 달리, 가벼운 우울 증상이 지속되는 상태)를 앓는 자신의 치료 기록을 책에 담았다. 실제 상담을 하며 의사와 나눈 대화를 그대로 책에 옮겨 놓은 것이다. 저자는 책을 통하여 '나만 그런 게 아니었네' 혹은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네'라는 감상을 하게 되면 좋겠다고 밝힌다. 저자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인하여 많은 이들이 위로받고 공감하면 좋겠다.
처음부터 저자가 어두운 면을 솔직히 드러냈던 것은 아니다. 상담에서 다른 사람이 자신의 약한 모습을 알게 될까 봐 두렵다고 이야기한다. 이에 대해 선생님은 '이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 떠나지 않을까?'를 생각하니까 불안한 거라고 조언한다. 나도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지금도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많은 면에서 자유로워졌다. 자유로워지기 전에는 항상 눈치를 봐야 했고 내 생각과 의견을 당당히 이야기할 수 없었다. 내 의견을 거절하면 나 자신이 거절당한 것처럼 부끄럽고 화가 났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의견은 의견이고 나는 나라는 인식이 생겼다. 그래서 당당히 이야기하고 아니면 상대방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저자는 매번 상대에게 지독하게 의지하면서도 상대를 함부로 대했다고 고백한다. 더불어 내가 맞는다고 해주는 사람하고 있으면 어리광쟁이가 된다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이런 모습은 누구에게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다 있는 것 같기는 하다. 특히 가족과의 관계가 그렇다. 부모를 의지하면서도 만나기만 하면 함부로 대하고 말을 툭툭 던지고 쉽게 짜증 내고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
힘들면 힘들다고 이야기해야 한다. 책에서 상담하시는 선생님도 "힘들다고 좀 하세요."라고 저자에게 조언한다. 최근에 힘들다고 누구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는가? 선생님은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힘들 땐 무조건 내가 제일 힘든 거예요. 그건 이기적인 게 아니에요."
책에는 주옥같은 멘트가 많다. 영화가 재미없으면 재미없다고 하면 된다. 선생님은 "영화를 보면 꼭 의미를 찾아내야 할까요?"라고 질문한다. 모든 일에 '반드시', '꼭'이라는 단서를 붙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런 말과 질문은 훈련이 필요하다. 매일 하는 일이 있다면 '꼭 해야 하나?'라는 질문을 일부러 던지는 것이 도움이 된다.
저자는 상담을 하며 다음과 같이 진부한 감정을 털어내고 싶다고 고백한다. 나아가 내 삶의 주인이 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내 속에 있는 진부한 감정을 털어내고 싶다. 특별한 척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스스로를 특별하게 여기는 건 중요한 일이지만) 행복해지고 싶어서다. 이를테면 타인의 감정과 행동이 주가 되어 나를 지배하는 것, 잘못된 생각의 행로가 극단적인 감정으로 치닫는 것, 이 모든 반복적 행위가 나란 사람을 규정하고 틀 안에 가둬두는 것을 부수고 싶어서다. 내 삶의 주인이고 싶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그래서 후회하지 않는 삶."
선생님은 합리화를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합리화는 성숙한 방어기제 중 하나라는 것이다. 물론, 과도해지면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좋게 바라볼 수도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또한, 저자에게 자신에게 집중하라고 조어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직접 써 보고 눈치 보지 말고 주도적으로 행동해보라고 격려한다.
저자의 다음과 같은 지적은 백 번 옳고 많은 이들에게 힘과 격려가 될 것 같다.
"왜 열등한 취급을 받으며 개인이 자신을 사회적 기준에 맞추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무시하는 사람들이 잘못된 건데. 대다수가 그렇고 나 자신도 그렇기에 모순적이고 답답하다.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 나보다 우월한 사람을 만나면 기죽고 나보다 열등한 사람을 만나면 당당하고 편안해지는 내가 너무 싫다."
이 책의 마지막에서 저자는 여전히 자신의 상태는 현재진행형이라고 고백한다. 자존감과 관련된 여러 양상의 문제가 여전히 저자를 괴롭히고 그로 인한 고민이 끊이지 않는다. 저자는 자신이 바라는 것은 그저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것뿐이라고 다시 한 번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