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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소방관의 기도
오영환 지음 / 쌤앤파커스 / 2015년 12월
평점 :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를 읽으며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 더 많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어느 소방관의 기도>는 바로 우리 사회의 영우들인 소방관의 이야기이다. 책을 읽으며 내가 아는 소방관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화재를 진압하는 것 뿐만 아니라 각종 응급상황에 출동하고 환자를 이송한다.
소방관은 상상 이상으로 매우 위험한 직업이다. 저자는 2001년 홍제동 가정집 화재 사건을 언급한다.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소방관 9명이 불타는 집으로 진입했는데 벽이 주저앉으며 9명 전원이 매몰되고 6명이 숨졌다. 더 안타까운 것은 알고보니 그 집에 아무도 없었다는 점이다.
<어느 소방관의 기도>는 스모키린이라는 미국 소방관의 시 제목이다. 스모키린이 현장에서 어린아이들을 구출해내지 못하고 써 내려간 시이다. 이 시를 읽으면 생명을 구하고자 하는 소방관의 의지와 간절한 바람을 느낄 수 있다.
<어느 소방관의 기도>
제가 부름을 받을 때에는,
신이시여
아무리 뜨거운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너무 늦기 전에
어린아이를 감싸 안을 수 있게 하시고
공포에 떠는 노인을 구하게 하소서
내가 늘 깨어 살필 수 있게 하시어
가냘픈 외침까지도 들을 수 있게 하시고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화재를 진압하게 하소서
그리고
신의 뜻에 따라
저의 목숨을 잃게 되면
신의 은총으로
저의 아내와 가족을 돌보아주소서
아무리 뛰어난 기자가 소방관을 밀착 취재한다고 하여도 소방관이 직접 써 내려가는 것만큼 생생하게 전달할 수 없다. 그러나 책을 낼 만큼 여유로운 소방관은 이 세상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시간을 쪼개어 책을 낸 저자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이 책을 통하여 조금이나마 소방관의 아픔과 어려움, 힘듦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 책은 같은 소방관들에게도 위로가 될 것 같다.
저자가 들려주는 여러 사건들 중에서 생후 2개월 아기가 호흡이 없어서 출동한 사건은 너무 가슴이 아프다. 아기의 아버지가 아기를 거꾸로 잡고 있었고 등을 손바닥으로 치고 있었는데 초기 응급 처치는 나쁘지 않았다. 급히 응급실로 이송되지만 결국 SIDS(영아 돌연사 증후군)로 아기는 세상을 떠나고 만다. 죽은 아기를 앞에 두고 오열하는 부모의 모습은 정말 읽기 힘들 정도로 슬프다.
차량 사고 현장에 가보니 깨끗한 정장 차림의 젊은 남자가 차량 하부에 깔려 있다. 86년생으로 차에는 설 명절 선물이 보인다. 부모님을 뵈러 가는 길에 사고가 난 것이다. 그는 이미 세상을 떠난 상태였다. 사고는 항상 나는데 명절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명절, 크리스마스 등 사고가 안 나면 좋을 것 같은 날에도 여김없이 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
저자가 소개하는 한 구조대원의 인터뷰는 소방관이 얼마나 힘든지 여실히 보여준다.
"솔직히 말해도 됩니까. 이제... 이제 그만하고 싶고... 정말 이제는 그만하고 싶습니다."
매년 순직하는 소방관은 평균 7명이고 소방공무원 평균 수명은 58세라고 한다. 두 달에 한 명 이상의 소방공무원이 순직하는 것이다. 그들은 누군가의 남편이자 누군가의 아버지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소방관들은 지금도 묵묵히 위험 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저자는 전기장판에서 시작해 화재가 난 사건현장에도 출동한다. 전기장판에는 선천적 지체 장애를 앓고 있어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는 열한 살 어린이가 누워 있었다. 부모는 잠시 교회에 간 상황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아이는 장애를 앓고 있어 도망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비극은 왜 작고 가난한 이들에게 더욱 가까이 있을까. 아이를 돌봐줄 이를 고용할 수 있었다면, 낡은 전기장판이 아닌 온달바닥에 몸을 뉘일 수 있었다면 그 이불 밖으로 나온 자그마한 발을 지킬 수 있지 않았을까."
저자는 오늘날 119 구급 차량은 일종의 택시가 되었다고 비판한다. 심정지, 중증 외상 등의 응급환자를 신속히 대응하려고 설치 했는데 일반 환자 이송을 거절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민원이 들어오면 일단 경위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소방관이 위험한 직업이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소방관 뿐 아니라 모든 이들 곁에 사고가 이러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즉, 모두가 사고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소방관은 위험한 현장에 출동하도록 집중 교육과 훈련을 받고 안전 대책을 갖추고 출동한다. 사람의 생명이 그 어느 것보다 귀중하다는 가치를 가지고 출동하는 것이다.
"우리는 슈퍼 히어로가 아니다. 다만 사람에게 다가가는 사람으로서의 임무와 사명을 지녔을 뿐이다. 소방관의 순직 소식이 전해질 때, 열악한 근무 환경을 이유로 우리를 동정할 필요는 없다. 언론 역시 우리의 봉사와 희생을 강조할 필요도 없다. 그것은 단지 소방관의 존재 이유일 뿐이다."
구급대원들은 대부분 허리 통증을 호소한다. 공무상 다쳐도 자비료 치료 받는 경우가 많다. 긴급 출동 과정에서 교통사고나도 대원들끼리 수리비를 부담한다. 절반 가까이 수면 장애를 앓고 있고 다섯 명 중 한 명은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를 앓고 있다. 이런 소방관의 열약한 환경은 국민 자신의 안전과 직결된다고 저자는 꼬집는다. 더불어, 국민아 지신의 안전에 좀 더 관심을 가지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