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 - 넘볼 수 없는 차이를 만드는 격
권오현 지음, 김상근 정리 / 쌤앤파커스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삼성전자 회장의 자리에 오른 권오현 회장의 책 <초격차>이다. 읽으면서 레이 달리오의 <원칙>이 생각났는데 온라인 서점에서 이 두 권을 묶어서 팔고 있다.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은 아닌가 보다. 책은 네 개의 챕터 - 리더(탄생과 진화), 조직(원칙과 시스템), 전략(생존과 성장), 인재(원석과 보석) -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1988년 귀국을 결정하고 삼성은 그를 공정 개발팀장으로 발령낸다. 당시,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일본이 주도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이건희 회장의 뚝심과 기업가정신이 현재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만들었다고 덧붙인다. 

연구개발직을 떠나 퇴출 직전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사업 부서를 맡게 된다. 이 시기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하여 경영의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애벌레가 번데기를 거쳐 화려한 나비로 되는 것에 비유하며 변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음을 이야기한다. 변신을 멈추면 누군가에게 잡아먹힌다. 물론, 삼성도 예외일 수 없다. 내년 반도체에 대한 전망이 어두운 지금, 삼성도 계속해서 변신을 시도하고 꾀하여야 한다. 

"삼성의 '초격차' 전략이 독보적 기술로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을 스스로 만들어내겠다는 목표와 방향이라면, 차이를 만들고 끊임없이 변신하는 것은 초격차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법입니다." 

"초격차는 단순히 시장의 파워나 상대적 순위를 의미해서는 안 됩니다. 그보다는 비교 불가한 절대적 기술 우위와 끊임없는 혁신, 그에 걸맞는 구성원들의 격을 의미해야 합니다... 초격차란 규모나 자본에 의해 그 실현 가능성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과감한 혁신을 향한 리더의 의지, 구성원의 주도적 실천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저자는 본성과 기질을 무시할 수 없다고 본다. 따라서, 리더의 자질에서 본성의 영향을 3분의 1 정도로 훈련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은 3분의 2 정도라고 말한다. 이를 바탕으로 저자는 리더의 자질을 판단할 때 성장 과정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구체적으로 집안이 화목했는지, 인생에서 무엇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는가 등을 살핀다. 본성으로부터 얻어진 내면의 덕목을 진솔함, 겸손, 무사욕으로 요약한다. 물론 필요조건은 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외적 덕목인 통찰력, 결단력, 실행력, 지속력은 '훈련'을 통해 갖추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지속력'을 강조한다. 중요한 것은 리더는 이 네 가지 요소를 '골고루'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리더는 좋은 조직을 만들려는 노력에 최우선적인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리더는 조직원을 사사건건 통제해서는 안 된다. 리더는 직접 일하기 보다 권한을 위임하고 미래를 생각하고 준비하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더불어 리더는 '생존'과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뇌가 간접적으로 장기의 기능을 미래 지향적으로 판단하는 것처럼 리더는 조직원의 미래를 위해서 시스템을 잘 구축해주는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좋은 리더가 있다면 반대편에는 최악의 리더가 있다. 이들의 특징은 좋은 것은 다 누리는 것만 신경 쓰고 조직의 미래와 연속성에 대한 고민이 없다. 자신들이 떠나고 나서도 조직이 잘 돌아가야 하는데 자신들이 그 자리에 있을 때만 문제없이 잘 돌아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즉, 후계자를 양성하지도 않고 장기 플랜을 세우지도 않는다.  

"그 사람의 재임 기간이 끝나고 나면 조직에 심각한 위기가 닥치는 것이지요. 이것이야말로 실패한 리더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영자들은 외부의 변화를 무시해서도 안되고 둔감한 반응을 보여서도 안되고 오판을 해서도 안 된다. 저자는 최고경영자는 최소 업무의 절반은 변화를 분석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는데 사용하라고 조언한다. 지금 호황이더라도 미래의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결국, 리더는 변화를 예측하고 선제적 준비와 대응을 통하여 조직을 이끌어 가야 한다. 따라서 변화의 목표를 설정하고 공유해야 한다.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작은 성공 스토리를 많이 발굴하고 확산시켜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저자는 승진한 임원들의 특징을 이야기한다. 바로, 일하는 시간을 늘리고 회의의 빈도가 증가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하여 시간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실력을 늘리라고 꼬집는다. 오히려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라고 조언한다. 

독서의 중요성도 언급한다. 효과적으로 실력을 키우는 방법이 바로 독서라는 점이다. 통찰력도 독서를 통한 사고력에서 나온다고 설명한다. 스스로를 여러 분야의 책을 읽는 잡독 스타일이라고 하며 '진화'에 관한 책들이 특히 통찰력을 준다고 언급한다. 생명의 진화가 기업의 생존 및 성장 과정과 닮았다는 것이다. 1년에 평균 70~100권 정도 읽었다고 한다. 이 중에서 3분의 1 정도 영감을 받는데 내용은 좋은데 제시(presentation) 하는 방법이 부적절하면 50페이지 정도 읽다가 중단한다고 말한다.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살아온 사람들과의 만남은 때로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합니다. 문제를 다르게 접근하는 사람의 방식을 관찰하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던 사고의 경직성을 발견하면 놀라기도 합니다. 필요하다면 외부 전문가와의 만남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리더는 개방적인 자세를 유지해야 하고 독단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저자는 '리더의 위치에 오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독단적으로 변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반드시 여러 자료를 참고하고 주변의 조언을 경청하고 집단지성을 이용해야 한다. 성급하게 결정해서는 안 된다.  

"특별히 지금 내려야 할 경영적 판단이 보편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을 때, 반드시 집단지성을 이용하겠다는 생각을 먼저 해야 합니다." 

조직도를 그릴 때는 리더가 만든 다음 피드백을 반영해야 한다. 부서 간 체크와 밸런스를 명확히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음으로 마땅한 적임자가 없더라도 부서를 유지한 채 겸임 체제로 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비슷한 사람이 후보에 오를 경우 인사 담당 부서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 자리가 요구하는 자격과 현재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새로 설립된 회사나 부서는 열정적인 사람이 더 좋다고 말한다. 각 부서별 적절한 인덱스를 만들어 관리 감독해야 한다. 부서 간 충돌이나 관료주의 이기주의를 방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3~4년마다 부서의 장을 교체하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저자가 삼성종합기술원 연구 방향 세부 원칙을 정한 것은 매우 인상적이다. 먼저 이익을 내는 연구여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한 원칙 같지만 연구 중에서 그렇지 않은 연구도 꽤 있었던 것 같다. 이 원칙 아래, 추가로 세 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바로, 세계 최초의 연구, 이미 존재하고 있지만 우리가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기술, 지금 존재하고 있고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연구였다. 더불어 연구원을 현장 전환 배치시키는 파격적인 인사도 시행했다. 삼성이라는 거대 조직에서 이러한 개혁을 시행한 것이 놀랍다. 

평가와 보상에 있어서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인덱스(평가 지표)에 따른 신상필벌의 원칙이 가장 적절한 평가와 보상의 원칙'이라고 말한다. 구체적으로 Pay by Perfofmance, Promotion by Potential로, 성과는 돈으로 보상하고 역량은 승진으로 보상하는 것이다. 더불어 돈(금전적 보상)과 승진을 약하게 연동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모든 회사에 도입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합리적이다. 벌은 작을수록 좋지만 반드시 적절한 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벌은 성격에 따라, 한 번에 무조건 아웃하는 경우와 두세 번 경고 후 아웃시키는 경우가 있다고 말한다. 

회의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회의를 너무 자주 길게 하지 말라고 한다. 모든 회사에 걸어 놔야 될 것 같다. 가끔 회의하다가 하루가 다 갈 때도 있는데 그렇게 허무할 수가 없다. 회의는 과거의 잘못을 지적받는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회의를 할 때는 항상 마치는 시간을 정해놓고 시작해야 한다. 또한 회의 발표 자료 만드느라 시간 낭비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저자는 회의자료가 한두 장 넘지 못하도록 지시한다. 저자는 회의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묻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어본다. 그런 다음 그 자리에 있는 장들의 의견이 거의 일치가 되면 바로 결정을 내려준다. 의견이 모아지지 않으면 다시 회의를 잡고 만난다. 

야근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속 시원하게 말한다. 이런 경영자가 삼성에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그러고 보니 요즘 삼성전자 다니는 지인들 이야기 들어보면 예전에 알던 삼성이 아니었다. 밤늦게까지 야근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단언컨대 절대적인 노동 시간의 투입이 양질의 노동 결과를 보장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저는 주장합니다. 경영자들이 늦게까지 자리자리에 죽치고 앉아 있고, 직원들이 상사의 눈치를 보면서 야근을 하던 시절은 이제 끝이 나야 합니다." 

노동 집약적 성장을 할 때는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했지만 더 이상은 아니라고 덧붙인다. 이런 방식은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말한다. 물론, 새로운 아이디어로 사업을 시작하는 팀이나 스타트 업은 예외라고 말한다. 

리더는 일의 우선순위를 정확히 숫자로 매겨 구성원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또한 프로젝트에는 반드시 시한을 둬야 한다.  

놀랍게도 저자는 애플이 스마트폰 산업에 진입하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우연히 모바일 디바이스용 반도체가 준비되어 있어서 핵심적인 부품 공급자가 되었다고 말한다.  

협상과 관련해서는 마지막엔 반드시 웃으며 헤어지라고 조언한다. 협상 과정에서 충돌은 불가피하지만 원수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더불어 협상의 우월한 입장에 놓일 때까지 질문을 계속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원하는 조건보다 원하는 위치를 먼저 확보하라는 것이다.  

인재 채용에 있어서 제외해야 할 사람을 알려준다. 먼저는 남의 말을 경청하지 않는 사람, 겸손하지 않고 무례한 사람이다. 두 번째로 매사에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사람이다. 세 번째로 뒤에서 딴소리하는 사람이다. 저자는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런 사람을 제외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 솔직하게 말한다. 그래서 선발보다 양성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신입사원에게는 전문화된 지식을 교육하고 중견 간부들에게는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라고 조언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반대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임원 승진 시에는 보편적 능력, 리더십, 원만한 성격을 갖추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직원들이 오너십을 가지게 하는 방법으로 그들이 자기가 하는 일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포함시킬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시키는 일만 하는 직원들에게 오너십을 가지게 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승승장구했을 것 같은 저자이지만 그에게도 시련의 시기가 여러 번 있었다. 그중에서도 후배가 상사로 발령 났을 때가 세 번째 시련이었다고 회고한다. 그때 저자는 회사를 그만두려고 하였는데 동료와 직원들의 말을 듣고 마음을 돌이킨다. 무려 8년이나 후배에게 업무 보고를 했다고 한다.  

사소한 실수를 해보는 것이 큰 실 수를 예방하는 길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많은 회사의 상사들은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아 나중에 큰 실수로 연결되는 경우가 있다. 실수와 실패를 통하여 회복력이 생긴다.  

최고 호황기를 맞은 2017년에 저자는 CEO 자리에서 물러난다. 최고 정점에 있을 때 물러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고 반도체 분야의 급변하는 상황에서 너무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해서이다. 이렇게 물러나는 것도 사실 쉬운 것이 결코 아니라고 생각된다.  

저자는 경영에 있어 기본적인 원칙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정리한 것이 이 책이라고 밝힌다. CEO로 있으면서 책을 통하여 또 다른 경영인을 길러내고자 하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진다. 인사 시스템, 평가 시스템, 훈련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고 마지막으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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