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일곱 가지 교육 미신
데이지 크리스토둘루 지음, 김승호 옮김 / 페이퍼로드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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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주장하는 요지는 교사들이 교육에 대해 배운 것들 가운데 많은 부분이 틀린 것이며, 또한 효과적이지 않은 교수 방법을 배운다는 점이다." 

교육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책이다. 저자는 영국에서 '우수 수업 사례'로 평가받은 자료에서 비판 대상을 찾아 근거를 제시하는데, 한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아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저자가 말하는 일곱 가지 교육 미신은 다음과 같다.  

1. 지식보다 역량이 더 중요하다. 
2. 학생 주도의 수업이 효과적이다. 
3. 21세기는 새로운 교육을 요구한다. 
4. 인터넷에서 모든 것을 찾을 수 있다. 
5. 전이 가능한 역량을 가르쳐야 한다. 
6. 프로젝트와 체험 활동이 최고의 학습법이다. 
7. 지식을 가르치는 것은 의식화 교육이다. 

저자가 말하는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주입식 교육과 암기 학습이 문제가 많다고 하여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탐구 학습방법이 미신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탐구 학습방법은 효과가 낮고 생각하는 일에 관심을 두지 않고 활동에 더 관심을 두게 만든다.  

지금 교육은 객관적 사실과 지식을 의도적으로 경시한다고 지적한다. 역사를 공부할 때 연대기를 외우는 등 사실적 지식을 암기하는 학습이 더 이상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 교육은 지식 전수를 축소하고 학습경험과 활동을 강조한다.  

그런데 뇌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게 되면서 이러한 방법이 잘못되었음이 드러났다. 문제를 풀 때 작업기억에 정보를 두게 되는데 작업기억은 대단히 제한된 공간이다. 따라서, 용량이 큰 장기기억에서 정보를 불러와야 한다. 결국, 장기기억에 지식을 저장해 놓아야 하는 것이다.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려면 장기기억에 많은 정보가 들어 있어야 한다. 동시에, 장기기억에 특정 주제에 대한 많은 정보가 들어가 있으면 그 주제의 새로운 지식을 접할 때 훨씬 쉽게 학습할 수 있게 된다. 속독의 비결이 다독이라는 말은 여기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사실적 지식들을 장기기억에 저장해 놓을 때 그것들이 실제적인 사고 장치의 일부가 되어 우리 인간 인지의 가장 큰 한계 중의 하나인 작업기억의 능력을 확대할 수 있다." 

역사적 사건 하나를 기억하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지 몰라도 중요한 역사적 사건 150개를 배우고 기억한다면 그 지식은 매우 유용하게 사용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학생들이 개념을 잘 이해하기를 원한다면 사실적 지식을 더 많이 습득하도록 도와야 하는 것이다. 창의성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지식들이 연결되고 결합되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사실적 지식은 창의성, 문제 해결력 및 분석력, 또는 의미 이해력에 대척되는 것이 아니다. 사실적 지식은 이러한 중요한 역량들과 밀접하게 통합되어 있다. 이러한 역량들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사실적 지식이 필요하다." 

지식은 하위 역량으로 분류하고 분석과 평가는 상위 역량으로 분류하는데 이것이 오류를 야기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역량과 지식은 분리된 개념이 아니며 더군다나 지식이 덜 중요하지 않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역량은 향상된다. 문제는 현대 교육은 지식 축적을 개념 이해력 증진과 무관하거나 상반된 것으로 여기며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사실적 가치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해야 사실적 지식을 가르치는 방법의 가치에 대해서도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현대 교육은 교수 주도로 사실적 지식을 가르치는 방식은 학생을 수동적으로 만들고 비인간적인 방법이라고 말하며 비판의 날을 세운다. 결국, 교사는 최소한 개입하고 학생 주도의 학습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사가 말을 적게 하고 학생들이 토론을 더 많이 하면 학습 향상 효과도 떨어진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토론을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이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하니 약간은 난감하다. 교사의 역할을 최소화하는 것이 과연 맞는 방향일까? 가능하면 말을 적게 하고 지시하지 말고 학생들이 토론하고 스스로 답을 찾도록 하는 수업이 장려된다.  

이에 대하여 저자는 학생들이 독립적으로 학습하는 것이 독립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기르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한다. 반대로 자기주도적 학습자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지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과학적 사실을 배울 때도 교사의 설명이 필요하다. 이미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과학자들은 현상에서 그 원리를 뽑아낼 수 있다. 그러나 학생들은 먼저 사실적 지식의 배움이 필요하다. 물론 저자도 무의미한 암기학습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언급한다. 

"뉴턴이 "내가 많은 과학적 성취를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듯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이룩해 놓은 성취를 이용하여 발전한다." 

"전문가는 초보자와 달리 장기기억 속에 엄청난 배경지식과 업무 수행 절차들을 저장하고 있으며, 저장된 지식과 절차를 실천한 경험이 많다. 대부분의 영역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몇 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전문가들이 소유한 지식과 경험은 약적 측면뿐만 아니라 질적 측면에서도 그들의 사고방식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현재 상황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자기주도 학습을 강조한 나머지 교사의 역할을 줄이는 차원이 아니라 교사가 전혀 가르치지 않는 것을 제안한다. 이렇게 되면 배경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하게 되고 결국 이해를 포기하게 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학생들에게 복잡한 문제를 제시하고 그들 스스로 답을 찾도록 하는 것은 사실적 지식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 

자기주도학습을 하는 학생들이 즐거워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직접교수법을 통한 지식 전달을 통하여 배우는 학생들은 지겨워하는 것처럼 보인다. 즐겁게 학습하면 가장 좋겠지만 즐겁기만 하고 배우는 것이 없거나 아주 미미하다면 조금 지겹고 힘들더라도 수업을 듣고 암기하는 과정을 통하여 지식을 쌓는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의 지식이 쌓이면 그때는 자지 주도 학습이 가능해진다. 

직접교수법이 학생들 지식 습득에 더 적합하다면 어떻게 더 잘 지식을 전달할지 교수법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책도 약간 어려운 책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되듯이 직접교수법도 학생들의 이해 수준을 파악하여 그보다 약간 어려운 내용을 가르칠 수 있도록 교사들을 준비시켜야 한다. 

다음으로 19세기 지식과 21세기 역량을 구분하는 것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지식과 역량은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구분하여 지식을 소홀히 여기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하여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 만으로 지식을 기억하는 것을 쓸모없는 것으로 여긴다. 더불어 빠르게 변하는 시대라 새로운 지식이 금방 가치가 없어지다는 인식도 이러한 분위기 형성에 한몫한다. 이에 따라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지식이 아닌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문제 해결력과 대인관계 역량을 높이 사게 되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지식 습득의 부담을 주지 말고 역량으로 가르치라는 것이다. 그래서 왕립예술협회는 21세기 필요한 핵심 역량으로 시민성, 학습, 정보 관리, 인간관계, 상황 관리를 설정했다. 

이 역량이 중요하다는 사실에 저자도 동의한다. 그런데 이런 역량이 갑자기 중요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문제 해결 능력을 함양하고 협력하고 창조하고 소통하는 것은 어느 시대에나 중요한 역량이었다. 따라서 새로운 역량에 따라 새로운 학습 방법을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지식을 제하게 되면 21세기 역량을 기를 수 없다. 지식이 역량이고 역량이 지식이다. 역량만을 가르치는 방법은 없다. 

이제 유식한 사람은 모든 것을 외우고 아는 사람이 아니라 필요한 정보를 어디서 찾아야 되는지 아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즉,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강조한다. 이에 따르면 지식을 가르치거나 암기시킬 필요가 없고 탐구 역량을 가르치고 정보를 탐구하는 연습을 시켜야 한다. 교사는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이 아니라 정보에 접근하고 정보를 평가하고 분류하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대하여 저자는 구글을 이용하여 무엇인가를 찾고 그 내용을 이해하려면 여전히 상당 수준의 지식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배경지식이 없다면 인터넷으로 정보에 접근하더라도 내용을 이해할 수 없다.  

"어떤 문제를 사전이나 인터넷에서 찾아 이해할 수 있으려면 먼저 그 문제에 대해 상당히 알고 있어야 한다. 어떤 것에 대해 효과적으로 탐구할 수 있는 능력은 분명히 중요한 역량이다. 그러나 그 역량은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교수법 관련해서 저자는 학생들이 생각하면서 배운 것을 장기기억에 쉽게 저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설명한다. 생각을 통하여 암기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활동을 강조하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진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많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목적에는 공감하지만 그들이 실제 실천하는 방법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해서 밝혔다. 교육을 통해 당당하고, 창의적이며, 문제를 해결하는 비판적 사고력을 지닌 인간을 육성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현재의 교육 방법들이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주된 원인이 지식을 가르치는 것은 비논리적이며, 시대에 뒤처지고 과학적 근거도 없다는 편견 때문이다. 지식의 중요성을 밝혀 주는 증거는 명확하다... 인간의 뇌가 학습하는 방법을 과학적 증거를 통해 알고 있는 사람이 우리 교육체제의 운영 방법을 보게 된다면 그는 교육체제가 교육을 애써 퇴보시키고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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