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라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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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인공 마이클 비어드는 노벨상 수상자다. 대머리에 키가 작고 뚱뚱하지만 머리가 좋은 그래서 일부 여자들이 구제가 필요한 천재라고 여긴다. 신기하게도 그는 다섯 번이나 결혼했고 그 다섯 번째 결혼마저 무너지는 상황이다. 지금까지는 비어드가 외도를 해서 관계가 깨졌는데 이번엔 아내가 타핀과 외도를 했다. 

이러한 주인공 설정은 노벨상 수상자에 대한 환상을 시원하게 깨뜨린다.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라고 하면 하얀 가운을 입고 칠판에 현란한 수식을 동원하여 문제를 풀고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노벨상 수상자이기 이전에 한 사람이었다. 그에게도 사생활이 있고 복잡한 부부 관계가 놓여 있었다.  

노벨상 수상이라는 후광 효과는 엄청났다. 비어드는 특별히 따로 연구를 하지 않고 이름만 여기저기 빌려주고 명예직을 맡으며 때때로 강의를 하거나 모임에 참석하여 발언을 하면 되었다. 이것만으로도 부족하지 않은 돈이 들어왔다.  

자신의 분야에서 정상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누구나 꿈꾸는 일이다. 그런데, 막상 그 자리를 차지하고 나면 이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삶의 허무함과 공허함이 찾아오는 것이다. 그래서 꿈은 이루었을 때보다 그 꿈을 향해 달려갈 때 더 행복할 수 있다.  

비어드는 연구소에서 올더스라는 청년을 만나는데 이 청년은 태양에너지에 대한 자신이 연구를 검토해달라고 비어드에게 전달한다. 비어드는 이 청년을 우연한 기회에 아내에게 소개하게 되는데 어느 날 자기 집에서 아내와 바람이 난 이 청년을 발견하게 된다. 올더스는 당황하여 사과하러 가다가 미끄러져 즉사하게 되며 이야기는 복잡하게 흘러간다. 비어드는 그냥 신고하면 되는데, 아내와 바람을 피운 타핀이 살해한 것으로 조작한다. 결국 타핀은 유죄 판정을 받게 된다. 

비어드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극히 일부 수정하여 노벨상을 수상하는데 저자는 이를 통하여 현실을 비판하는 것 같다. 연구만을 놓고 노벨상을 수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만의 리그처럼 정치가 개입하여 수상자를 선정하는, 대중과는 동떨어진 현실을 비판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세 명의 유력 후보를 놓고 위원회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바람에 네 번째 후보가 낙점되었다는 소문이 맞는지도 몰랐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유명해지면 잡음이 생기고 기자들은 기삿거리를 만들어 내려고 혈안이 된다. 비어드의 전처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노벨 바람둥이' 등으로 기사가 나온다.  

유명 인사들의 사생활에 대한 기사는 언제나 흥행을 이룬다. 검색어 순위에 오른 유명 인사들을 검색하면 사생활에 대한 기사가 많다. 결혼은 물론이고 이혼, 재테크 심지어 그들의 가족에 대한 기사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기후 변화와 태양 에너지에 대한 내용은 관심을 가지고 들어야 한다. 비어드가 책에서 강연하듯이 석유는 언젠가는 바닥이 날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중에서 석유에 대한 의존도는 여전히 매우 높고 대체 에너지에 대한 개발은 더딘 상황이다. 더불어, 화석연료 사용으로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지구 대재앙으로 연결될 수도 있는 중요한 문제이다. 그 어떤 에너지보다도 무한하다고 할 수 있는 태양 에너지에 대한 관심은 비단 <솔라>에서뿐만 아니라 실제 현실에서도 필요하며 연구를 통하여 실질적 열매를 맺어야 하는 상황이다. 

비어드는 나아가, 국가 차원이 아닌 지구적 차원에서 이에 대한 논의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태양 에너지와 같은 청정에너지에 투자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비어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는데, 사실 여부를 확인해보지는 않았지만 맞는 말인 것 같다. 

"한 시간이 채 못 되는 동안 지구에 비치는 태양광만으로도 일 년간 전 세계의 에너지 수요를 맞출 수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비밀이 있었다. 바로, 비어드의 아이디어의 원천이 바로 올더스의 연구자료라는 점이었다. 비어드는 올더스가 죽었으니 아무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할 것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이 세상에 비밀은 없었고 더불어 누군가가 태양 전지판을 박살 낸다. 공들였던 모든 일이 한순간에 무너진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흔히들 말하는 제2의 인생, 새로운 출발이라는 개념은 없다. 비어드는 복잡한 삶을 정리하고 새로운 삶을 살고 싶었으나 결국은 과거의 복잡한 삶과 연결들이 현재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을 경험한다. 우리의 인생도 이와 같다. 새롭게 출발하려고 하나 여전히 과거의 인연과 경험, 생각은 현재의 나를 사로잡고 괴롭히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방해한다. 이 모든 것이 나의 삶의 일부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새로운 출발의 시작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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