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를 그리다 -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회사는 뭐가 다를까?
김혜진 외 지음 / 스마트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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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에게 가장 궁금한 것 중 하나는 바로 다른 회사의 근무 환경과 복지, 업무 시스템 등에 관한 것이다. <실리콘밸리를 그리다>는 실리콘밸리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이 각자의 관점에서 실리콘밸리 기업의 특징을 이야기한다.  

"실리콘밸리를 깊이 이해하고 나면 지금까지 알았던 회사와 직원 간의 관계, 회사와 세상과의 관계에 새로운 인사이트가 생길 것이다." 

물론, 인사이트가 생김과 동시에 현재 직장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올 수 있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왜 이렇게 비효율적이고 필요 없는 절차가 너무 많은가라고 한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더 나은 회사 업무 시스템과 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할 수 있고 다른 회사에 도전하려는 마음이 생길 수도 있다. 

먼저 실리콘밸리는 저녁이 있는 삶을 추구한다. 

"저녁에는 집에 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아무도 놀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일이 남았거나 급한 사고가 생겨 수습해야 하는 경우에도 회사에 남아 있기보다는 되도록 집에 가서 회사 네트워크에 접속해 한두 시간 정도 일하여 해결한다. 그 이상 일해야 한다면, 당연히 다음 날 회사에 가서 처리한다." 

처음 이 대목을 읽을 때는 이런 인식이 놀랍고 부러웠는데 다시 읽어보니 지극히 정상적인 사고 흐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 급한 일이 생기면 일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그 한두 시간 안에 해결할 수 없는 일이면 당연히 다음 날 처리하는 것이 맞다. 이렇게 저녁을 보장해주는 이유에 대해 일하는 시간에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24시간 일하면 당연히 일의 능률과 효율이 엄청나게 떨어진다.  

실리콘밸리 회사들은 직원을 전문가 또는 프로페셔널 파트너로 대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렇게 존중받으며 일을 하며 자아실현과 회사의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면 행복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개개인이 행복한 마음 상태로 업무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사색할 수 있을 때 전문성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고, 회사에 '+10'이 아닌 'X10'으로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원을 전문가로 대하는 것은 실리콘밸리의 특수성이기도 하다. 신입사원이라 하더라도 석사 이상인 경우가 많아서 이미 전문가이다. 따라서, 신입사원일지라도 스스로 결정하고 일할 수 있다.  

정보의 공유와 소통이 활발한 것도 실리콘밸리의 특징이다. 책에서 이야기하듯 한국 기업들은 정보를 독점하여 우위를 차지하려고 한다. 신입사원은 아무리 똑똑해도 정부가 적으니 일을 제대로 처리하거나 진행하기 힘들다. 여기엔 엔지니어 문화에서 출발한 실리콘밸리와 기술 집약 제조업에 최적화되어 있는 한국 기업이 애초부터 기반이 다른 것도 한몫한다. 따라서 저자는 '제조 분야 대기업이 실리콘밸리 문화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효율적이지도, 효과적이지도 못하다'라고 지적한다. 결국, 무조건 실리콘밸리가 좋고 한국 기업은 나쁘다가 아니라 태생이 다른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대부분 명확한 미션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전 직원이 이를 이해하고 공유한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판단을 내리고 결정을 하기 때문에 미션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저자는 한국 대기업의 조직은 위계 조직(Rand-driven organization)이고 실리콘밸리 기업은 역할 조직(Role-driven organization)이라고 말한다. 이에 따라 의사 결정 프로세스 및 업무 스타일이 확연히 달라진다. 기본적으로 위계 조직은 제일 윗사람이 의사 결정권을 가지는 반면 역할 조직은 모두에게 의사 결정권이 있고 개인의 책임이 더 중요해진다. 따라서, 역할 조직은 최고의 성과를 내는 인재를 뽑으려고 애를 쓴다. 역할 조직은 일이 제대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 매우 자세히 소통한다. 위계 조직은 소통이 아니라 명령에 따른 빠른 실행이 우선된다.  

실리콘밸리도 '위아래'가 있지만 한국의 상하관계와 좀 다르다. 일단 '갑질'을 하지 않는다. 출퇴근 시간이나 성과에 눈치를 주지 않는다.  

저자는 실리콘밸리는 초봉이 최소 1억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경력이 쌓이면 주식 포함 3~5억을 받는다고 한다. 한국으로 치면 거의 웬만한 회사 사장님 급여 이상이다. 급여도 부러운데 휴가를 3주씩 몰아 쓸 뿐 아니라 안 쓴 휴가는 다음 해로 넘어가서 계속 쌓인다. 퇴사할 때까지 안 쓴 휴가는 계산해서 돈으로 준다고 한다. 사실, 당연한 건데 한국에서는 이런 기업을 찾기가 너무 힘들다 보니, 이렇게 합리적인 회사가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물론 실리콘밸리는 높은 연봉만큼 집값도 비싸고 교육 시설도 비용 대비 형편없다고 이야기한다.  

놀라운 것은 미국에서 법으로 보장하는 유급 육아휴직은 0일인데도 불구하고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10주간 월급의 55%를 지급한다는 점이다. 아빠들의 육아휴직도 적극 독려하고 있다고 한다. 1년에 한 번은 1주에서 1달까지 긴 휴가를 쓰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휴가 하루 쓰는데도 상사 눈치를 엄청나게 봐야 하는 한국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넷플릭스는 엄마와 아빠 모두에게 무려 1년간 유급 육아휴직을 제공한다. 트위터는 20주, 페이스북과 구글, 우버는 최대 17주의 유급휴가를 제공하며, 에어비앤비는 12주를 제공한다. 모두 엄마, 아빠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실리콘밸리는 근무 시간 이후에 이메일을 보내는 경우 답장을 기대하지 않는다. 또한 특별한 경우 아니면 대면 회의보다 전화 회의를 이용한다고 이야기한다. 한국 기업은 회의하다가 하루가 다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회의를 해도 결론이 나지 않거나 쓸데없는 이야기로 회의 시간이 길어지는 경우도 많다. 결국, 회의하느라 업무 처리를 다 못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야근을 해야 한다.  

실리콘밸리의 주식보상제도도 매우 부러운 대목이다. 저자는 실리콘밸리가 주식보상제도로 뛰어난 인재를 흡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한다. 한국은 아직, 주식보상제도를 뒷받침할 제도와 운영 인프라가 부족해서 실리콘밸리처럼 뛰어난 인재들로 구성된 스타트업이 활성화되지 않는다고 저자는 추가로 이야기한다. 주식보상제도로 실리콘밸리에서는 월급쟁이도 백만장자가 될 수 있다.  

사고가 났을 때 실리콘밸리는 실수를 빨리 인정하고 공유하려고 한다.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데 매우 공감이 간다. 이런 훌륭한 사고를 가지고 있는 조직과 구성원이라면 발전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누군가 사고를 냈더라도 그는 어쩌다 그 자리에서 그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일 뿐 그의 책임은 아니다. 하지만 사고가 반복되는데도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았다면, 그 관리자에게 분명히 책임이 있다." 

실리콘밸리는 급여, 휴가, 복지, 의사결정 구조, 기업문화 등 여러 면에서 이상적이고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그대로 한국 기업에 옮겨 오는 것은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비효율적이고 상황에 맞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기존 한국 기업의 문화를 고려하여 하나씩 벤치마킹하여 새로운 변화를 조금씩 도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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