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를 신고 차이나를 걷는 여자 - 어떻게 최고의 커리어를 얻는가
이은영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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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스펙은 화려하다. 미국 코넬대에서 언어학으로 석박사를 받은 후, 맥킨지 코리아를 시작으로 골드만삭스, 리먼 브러더스, SK그룹, 안방 보험에 이르기까지 엄청나다. 저자는 스펙을 쌓으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결정의 순간마다 난관을 뚫고 원하는 것을 향해 달려가다 보니 스펙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고 말한다.  

"중요한 시기마다 나는 무언가를 버렸고, 그 대가로 반짝이는 별을 얻었다. 내 치열한 노력으로 얻어낸 스펙을 스스로 버리고, 그 스펙과는 무관한 험난한 길을 택했다. 그 과정이 결코 녹록지는 않았지만 나는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어 좋았고 행복했다." 

덧붙여 저자는 반드시 변해야 할 이유가 없을 때 변화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한다. 사실이다. 지금 삶에 만족하고 있고 굳이 무엇을 더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때 변화를 추구하고 도전하는 것은 본성을 거스르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안정을 뒤로하고 도전할 때 다른 것을 배우고 얻을 수 있다. 또한 변화를 계속 거부하면 결국 위기가 올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어려움은 당연한데, 저자가 첫 회사에서 당한 것을 보면 내가 생각하는 어려움 그 이상이었다. 저자는 고객과 저녁 회식 2차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고객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차 안에 내동댕이 쳐졌다. 이 자체도 엄청난 수모와 모욕인데 더 큰 문제는 다음날 회사에 가서 파트너와 팀원들에게 이야기했는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인만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을 저자의 경험을 들으며 처음 알았다. 더 황당한 것은 회사는 고객에게 항의하지도 않고 프로젝트에서 저자를 제외하고 계속 진행했다는 점이다. 이런 어려움이 나에게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어려움이 발생한다면 이해나 납득하려는 노력보다는 사건과 나를 분리시키라고 조언한다. 그러고 나서 벌어진 일에 대응하라는 것이다. 즉, 회사가 아무 반응이 없을지라도 부당함을 알려야 한다. 

언어학을 전공한 저자가 어떻게 이런 커리어를 만들어 갔는지 궁금한 것은 당연하다. 이에 대해 저자는 언어학 중에서 구조론을 공부한 것이 논리적 사고를 훈련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저자가 말하듯, 대학과 대학원에서 배우는 지식도 중요하지만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훈련을 익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저자는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적극적으로 길을 찾는다. 컨설팅 업계에서 금융 업계로 넘어가려고 할 때도 휴가를 내고 무작정 월스트리트로 날아간다. 그리고 수십 명의 사람들에게 이메일과 전화로 자신을 소개하고 조언을 듣기 위하여 시간을 내달라고 간청하는 것이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한국에서 연락하는 것과 뉴욕에서 연락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저자는 "저 한국에 있는데, 미국에 가면 만나주실 수 있어요?"라는 말과 "저 지금 월스트리트의 당신 사무실 근처에 있는데, 시간 좀 내주시겠어요?"는 상대에게 완전히 다른 무게로 다가온다고 말한다.  

"나를 만나주리라는 확신조차 없이 장거리 비행까지 해야 한다면? 상대가 내 전화와 이메일을 무시한 채 아예 만나 주지 않는다면? 어렵게 만났어도 차갑고 냉정하게 대한다면? 그래도 몸으로 부딪쳐야 한다." 

거절과 무시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내가 이 일을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가'란 질문에 대한 대답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의 남다른 마음가짐은 업무에서도 드러난다. 저자는 내 업무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업무와 관련된 다른 사람의 업무까지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간섭이나 월권이 아니라는 점도 덧붙인다. 보통은 가능하면 더 이상 업무를 만들지 않으려고 하는데 저자는 반대로 말한다. 그리고 손해가 아니라 기회로 볼 것을 조언한다. 

골드만삭스에서 일할 때 무려 한 주에 140시간을 일하기도 했다. 나누기 7 하면 하루에 20시간이다. 주말도 없고 밥 먹을 시간조차 없었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당장 뛰쳐나오고 싶을 것 같은데 저자는 이 상황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골드만 같은 업계 최고의 회사에서 나를 단련시키고 성장시킬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이 회사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모두 배우고, 훌쩍 성장한 다음 떠나고 싶었다." 

책을 읽다 보면 성공하는 이들은 상황에 대한 마인드가 아예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어려움에 함몰되는 것이 아니라 누구 이기나 한 번 해보자는 각오와 열정을 가지고 있고 그 순간에도 배움을 추구한다. 저자는 이를 한 마디로 '성장형 인간'이라고 표현한다.  

"방식이 다르더라도 무언가에 푹 빠져 열정을 바치는 경험이면 충분하다. 그 과정에서 닥치는 어려움을 견디고 스스로 이겨냈던 경험이 여러분 인생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이 사실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확고한 진리다." 

저자는 인맥관리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저자는 밥 먹자는 이야기도 쉽게 하지 못하는 성향이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저자는 생일 파티를 계획한다. 이렇게 성향을 거스르는 노력도 마다하지 않는다. 단순히 남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어떻게든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저자는 약간의 불편함을 견디는 것이 도전이자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고백한다. 또한 술은 안 하는 대신 골프를 치는 결정을 하고 임원들 자녀들 진로 상담을 해주기도 한다. 

"미리부터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일' '나와 맞지 않는 일'이라고 선을 그을 필요 없다." 

심지어 같이 상사 욕을 했는데 동료가 상사한테 고자질하는 경험도 하게 된다. 뒤통수를 맞은 것이다. 물론, 상사에 대한 욕을 하면 안 되지만 이런 경우 진짜 황당할 것 같다. 

금융업과 관련해서는 리먼 브러더스의 경험을 이야기한 내용이 인상적이다. 금호가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딜이었는데 리먼 브러더스 투자심의위원회는 금호가 파산하면 어떻게 할 건지 묻는다. 금호가 파산한다고 그 누가 감히 생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그러나 그들은 리스크 관리를 위하여 끊임없이 '만약'(what if)을 가정한다. 물론 이런 리먼 브러더스도 파산했다. 

저자는 점 뿌리기를 하라고 조언한다. 점 뿌리기는 알 수 없는 끌림에 의해 도전하는 모든 행위라고 정의한다. 이는 호기심, 도전과 연결된다. 물론 모든 점이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떤 점이 어떻게 연결되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저자는 끊임없이 환경과 상황에 개입하라고 도전한다. 

"어려움이 특정한 시기에만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지금 내가 처해 있는 상황이 이러저러하기 때문에 힘들다'는 생각은 인생의 어떤 순간에도 도움이 안 된다. 어렵고 힘든 것은 인생의 일부다... 자신이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을 떠올려야 한다... 큰 그림은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다." 

"점을 뿌릴 시간이 앞으로 20~30년은 더 남아 있는 여러분의 청춘은 그 자체로 축복이다. 그 사실을 잊지 말고 계속해서 그 축복을 누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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