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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내 생애 마지막 날이라면
히스이 고타로 지음, 은영미 옮김 / 나라원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90년 인생을 되돌아봤을 때 가장 후회되는 일은 무엇입니까?"
"좀 더 모험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미국에서 90세 이상 노인들에게 물었을 때 90퍼센트가 했던 대답이다. 처음 이 질문을 접했을 때는 '그랬을 것 같다'라고 동의가 되었다. 그런데 다른 각도로 바라보면 '모험'이라는 말에는 '도전'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지나간 삶에 대한 아쉬움의 또 다른 표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나간 삶에 대한 아쉬움은 결국 선택의 기로에서 선택하지 않은 B라는 옵션에 대한 아쉬움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열심히 살고 도전적으로 살았을지라도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은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90세 노인들의 대답을 듣고 무조건 도전하고 모험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도전할 때가 있고 지금 주어진 자리에서 충성할 때가 있는 것이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하고 싶은 것 하며 살아야지'라고 생각해서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무작정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삶이 무한하지 않고 언젠가는 끝이 있다는 인식은 조금 더 올바른 결정을 하는데 필요하다. 오늘이 내 삶의 마지막 날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사는 것은 특히 중요하다. 누구를 만나고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달라진다.
"죽기 전에 가슴을 치며 후회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큰 불행입니다. 그런 불행을 피할 방법이 딱 하나 있습니다. 자신의 죽음을 미리 상상해보는 겁니다."
죽음을 미리 상상해보라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성경에도 전도서에 "초상집에 가는 것이 잔칫집에 가는 것보다 나으니 모든 사람의 끝이 이와 같이 됨이라 산 자는 이것을 그의 마음에 둘지어다"라는 구절이 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죽음을 잊지 말라'라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죽음에 대한 생각이 좀 더 지혜롭고 현명한 삶의 기반이라는 것을 옛날 사람들도 알았다. 그러나 실제로 죽음을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눈에 보이는 곳마다 붙여 놓고 상기해야지 겨우 기억할 것 같다. 저자는 이러한 자각이 '차이'를 만들어 낸다고 강조한다.
"현실을 직시하세요.
그리고 메멘토 모리. 죽음을 잊지 마세요."
죽음을 생각하면 스스로 만든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 남과 달라도 괜찮고, 비웃음 사도 괜찮고 모든 사람과 사이좋게 지내지 못해도 괜찮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해도 괜찮다. 싫은 일은 거절해도 괜찮고 살고 싶은 대로 살아도 괜찮다. 모든 것이 다 괜찮다. 스스로 한계를 만들 이유가 전혀 없다.
더불어 지금 해야 한다. 지금 감사한 마음, 사랑하는 마음을 전해야 하고 죄송한 마음을 전해야 한다. 특히 저자가 계산한 부모님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은 가히 충격적이다. 20년(부모님의 남은 수명) x 6일(1년에 만나는 날의 수) x 11시간(하루에 함께 있는 시간) = 1,320시간으로 55일, 즉 고작 2개월뿐이다. 지금 바로 부모님께 전화드리고 찾아봬야 한다.
지금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며 큰 행복이고 감사할 일이다. 명절을 맞아 온 가족이 오랜만에 만나지만 만날 때마다 싸우면서 헤어지는 이들이 있다. 이번이 마지막 만남이라고 생각하면 결코 싸울 수 없을 것이고 많은 부분이 용납되고 이해될 것이다.
'훗날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까?'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해나가다 보면 내 시간과 목숨을 어디에 사용할지가 명확해진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묘비명에 어떤 글을 새기고 싶은가?'라는 질문도 마찬가지 효과가 있다.
저자는 죽음을 '마감일'로 표현한다. 마감이 있으면 사람은 더 계획적으로 시간을 사용한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나에게 6개월의 시한부 삶이 주어진다면 지금처럼 살지 않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만날 사람을 정할 것이다. 모든 사람은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 다만 그 시기가 언제일지 모를 뿐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영원히 살 것처럼 살아간다.
저자는 사람들은 '내가 설마 죽겠어?'라고 생각하며 산다고 지적한다. 이런 생각은 빨리 지워버리고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올바른 시각과 올바른 철학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어떻게 죽느냐는 어떻게 사느냐와 같다고 덧붙인다.
죽음에 대한 생각은 사실 즐거운 생각은 아니다. 죽음을 생각하면 슬프고 우울할 때도 많다. 그러나, 이런 부정적인 생각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를 통하여 삶의 방향을 올바르게 정하고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다. 모두에게 주어진 한 번뿐인 인생을 후회 없이 사는 방법은 바로 '죽음'을 생각하며 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