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중력 - 사소하지만 소중했고 소중하지만 보내야 했던 것들에 대하여
이숙명 지음 / 북라이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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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를 잘 하지 않는 습관으로 인하여 전혀 미니멀 라이프가 실현되지 않고 있다. 회사 책상도 욕 안 먹을 정도로만 정리되어 있다. 이사할 때 이런 안 좋은 습성의 여파가 절실히 드러난다. 그래서 보통은 이사할 때 짐 정리를 해서 버릴 건 버리는데, 작년에 이사할 때는 이마저도 못했다. 기본적으로 물건을 잘 안 사지만 1,2년 지나면 물건이 늘어나지 않을 수가 없다. 

내 물건 하나하나도 저자처럼 스토리가 있다. <사물의 중력>을 읽다 보면 내 물건이 하나씩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얽힌 이야기도 함께. 

사람들은 연애 후 이별할 때 관련 물품을 싹 정리한다. 이것도 마찬가지 이유이다. 왜냐하면 물건에는 스토리가 있고 그 스토리는 주로 '누군가'와 연관된 추억이기 때문이다. 연상작용에 의해 '그 사람'이 떠오르는 것을 도저히 막을 수 없다. 그래서 추억을 물건과 함께 버리려고 하는 것이다. 

물건을 최소화하는 좋은 방법들을 책을 읽으며 발견한다. 하나는 저자처럼 자주 여행을 다니며 유목민 삶을 사는 것이다. 6개월마다 이동해야 하는 삶이라면 짐을 항상 최소화하려고 할 것이고 자주 내다 버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렇게 자주 이동하는 삶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경우는 별로 없다. 돈이 없어 쫓겨 다니거나 비자발적 이사를 하는 경우 아니면 힘들다. 특히 가족이 있으면 거의 불가능하다. 

다른 방법은 물건을 하나 살 때 집에 있는 물건 중 하나를 버리는 것이다. 아주 좋은 방법이다. 이번에 책을 한 권 구매하면 안 보는 책 한 권을 버리는 것이다. 굳이 같은 종류를 버릴 필요는 없다. 냄비를 사면서 안 입는 옷을 버려도 된다. 

저자는 연필깎이를 생일 선물로 받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회사에 갖다 놓았더니 상사가 말도 없이 가져가버렸다고 말한다. 나도 어릴 때 연필깎이를 선물로 받았던 것 같다. 회사에도 내 옆 빈자리에 연필깎이가 놓여 있다. 내 연필깎이는 아닌데 사람들이 공용으로 쓰고 있다. 문제는 사람들이 수시로 들락날락하며 연필깎이를 써서 집중이 분산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연필깎이를 다른 데로 옮기거나 없애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연필깎이 이야기를 읽다 보니 내 옆자리의 연필깎이가 떠올라서 썼다. 

저자는 돌고 돌아 무쇠 팬을 마련했다. 무쇠 팬은 까다로운 녀석이라고 말한다. 이 이야기를 읽으니 집에 있는 스테인리스 팬이 생각났다. 스테인리스 팬도 무쇠 팬 만 큼이라 까다롭다. 계란 프라이 하나 하기도 쉽지 않다. 저자는 무쇠 팬 길들이기가 자기 취미라고 할 만큼 신경을 쓰며 천연 코팅을 했다. 이 정도는 해야 되나 보다. 

저자는 나무젓가락을 좋아하는데 나도 마찬가지이다. 쇠 젓가락을 사용하다가 한 번 깨물어서 이가 조금 부서진 적이 있다. 그 이후로, 나중에 결혼하면 꼭 나무젓가락을 장만해야지 했었다. 내 의견이 반영되어 지금 집에는 나름 고급 진 나무젓가락이 있다. 하나에 8천 원짜리라서 살지 말지 고민했는데 지금은 12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중고 거래 이야기도 나온다. 나도 즐겨 이용하는데 저자는 나보다 훨씬 경력도 오래되었고 많은 물건을 거래한 것 같다. 중고나라 거래하면서 경험한 것들을 에피소드로 이야기한다. 공감이 가기도 하고 이런 사소한 경험에서도 글감을 찾아내어 멋지게 글로 살려내는 실력은 되어야 작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도전도 된다. 

글을 쓰며 주변을 둘러보니 옆에 놓여 있는 갤럭시 탭이 눈에 띈다. 이 갤럭시 탭도 중고 거래를 통해 산 것이다. 당시 구매하려고 버스 타고 밤늦게 판매자 집 근처에 갔던 기억이 떠오른다. 집에 키보드 건반 중고거래했을 때도 기억난다. 키보드 건반이 이렇게 큰 건지 거래하면서 알았다. 지하철 타고 갔는데 일단 너무 무겁고 비가 와서 판매자 보고 도와달라고 해서 택시 타고 집에 왔다. 그때 택시비만 해도 만 오천 원 가까이 나온 것 같다.  

모든 물건에는 스토리가 있다. 그 스토리들도 지금은 기억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 잊히고 말 것이다. 잊히기 전에 저자처럼 하나씩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비록, 물건은 언젠가 없어지고 사라지겠지만 물건과 관련된 경험과 기억은 글로 오랫동안 보존될 수 있다. 물건을 보존하는 새로운 방법을 익힐 수 있었던 <사물의 중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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