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연에 투자한다 - 자연과 자본, 그리고 환경 운동의 새로운 연대
마크 터섹 & 조너선 애덤스 지음, 김지선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저자인 마크 터섹의 경력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놀랍게도 그는 20년 동안 골드만 삭스에서 일했고 지금은 국제 자연 보호 협회의 회장 및 최고 경영자로 활동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필두인 기업은 기본적으로 자연을 보호하기 보다 훼손하는데 앞장섰는데,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금융과 자연 보호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라서 저자의 이력이 더 흥미롭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저자는 한국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인다. 순천만을 통한 습지 보존도 언급하고 비무장 지대의 생물 다양성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력에 걸맞게 자연 보호를 투자의 관점으로 접근한다. 또한, 세계의 환경 파괴를 막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기업, 정부, 개인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고객이 자연 그 자체라는 점을 제외하면, 그곳은 내게 투자 은행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국제 자연 보호 협회는 자연 자본이라는 개념을 널리 전파하고 자연에 자산 가치를 부여하기에 이상적인 조직 같았다." 

저자가 기업을 바라보는 태도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자연을 파괴하는 기업을 감시하자는 차원이 아니다. 기업을 바로 자연 보호의 한 축으로 포함시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사고의 전환이 아닐까 싶다. 규제와 제재를 통해 기업을 감시하고 막는 것이 아니라, 기업을 자연 보호에 앞장 세우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기업의 발자국이 더 클수록, 기업이 행동을 바꿈으로써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가능성도 더 크다."라고 명확히 이야기한다. 

3M, 듀폰, 제널러 밀스, 캐터필러, 다우 등의 기업들은 자신들이 자연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이 변하고 있다. 코카콜라가 바로 대표적인 예이다. 코카콜라의 핵심은 바로 안정적인 물 공급이다. 당연히 코카콜라 최고 경영자인 살라자르의 관심은 물을 얻는 방법이다.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질문한다. 

"자연 보호에 1달러를 쓸 때마다 저는 얼마나 많은 물을 얻게 됩니까?" 

물은 무료이고 영원히 무료일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한국만 보더라도 편의점에서 생수를 사 먹는 비율이 점점 오르는 추세이다. 집에서 쓰는 물도 마찬가지이다. 샤워를 하고 요리를 하고 설거지를 할 때 사용하는 물이 영원하리란 법은 없다. 우리가 내는 수도세는 물값이 아니라 수도관과 시스템 운영에 필요한 인력에 대한 비용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끊임없이 흐르는 속성이 있어서 함부로 소유권을 주장할 수도 없다. 저자는 물 발자국이라는 개념도 소개한다. 이에 따르면 콜라 1리터당 총 212리터, 면 셔츠 한 장에는 2500리터, 쇠고기 1파운드에는 7571리터의 물이 들어간다.  

"한 제품의 물 발자국이란 생산의 맨 처음 단계부터 포장된 물품이 상점 선반에 오르기까지, 그 제품을 만드는 데 드는 물의 총량이다." 

오염을 방지하는 것은 나중에 오염을 정화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투자이다. 투자라고 해서 인간이 자연에 인위적으로 개입하고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놔두고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보호이다. 

즉, 기업은 이익 추구가 목적이다. 이익은 극대화하고 비용은 최소화하기를 원한다. 자연에 투자하는 것이 바로 이 방법이고 가장 효율적이라는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 컴퓨터에 데이터를 입력하여 어느 지역 어느 장소가 자연 보호에서 중요한 지도 찾아낸다. 

"과학자들은 계속에서 어떤 장소들이 자연 보호에 중요하고 실현 가능성이 높으며 비용 대비 효율이 높은지를 알아낼 수 있었다. 이 과정을 모든 유역에 걸쳐 반복함으로써 과학자들은 기본적으로 수자원 기금을 위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개발했다." 

인간의 인위적 개입은 오히려 인간에게 위협이 된다. 전통적으로 홍수 예방책이라고 만든 제방이 그렇다. 자연은 범람원이라는 다른 홍수 통제책을 제공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범람원은 넓게 트인 평지로 홍수 시 강물이 넘쳐흐르는 곳이다. 제방은 자연의 힘을 막기에 역부족이다. 오히려 제방이 불어나면 물 유속이 높아져 더 위험하기도 하다. 날고 기는 천재 공학자들을 다 모아도 미시시피강을 영원히 통제하지 못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제방이 큰 효과가 없는데 제방을 제거하는 것도 충분히 복잡하다고 덧붙인다.  

바다에 어류가 언제나 차고 넘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저자는 어획 행위는 널었는데 정작 물고기는 줄었다고 말한다. 몇몇 어류 종은 전멸하였다. 특히 저인망 어업은 해저를 긁어 모든 것을 퍼올린다. 해양 생태계를 완전히 파괴하는 행위인 것이다. 저인망 어업은 자연을 일회용 컵처럼 취급한다. 이에 따라 국제 자연 보호 협회는 저인망 어업을 금지하는 보호 구역을 만들고 어업 허가권 제도를 정착시켰다. 모로베이라는 어촌 도시는 물고기 허용 어획량을 정하기도 한다.  

삼림 벌채를 줄이기 위하여 카길, 맥도날드, 그린피스가 손을 잡은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광우병으로 인하여 대두에 대한 수요가 커지며 가격이 치솟았다. 그러자 브라질 아마존 삼림을 벌채하고 대두를 심었다. 물론, 카길 같은 다국적 영농 기업이 인프라에 크게 투자했다. 카길은 동시에 농업과 자연 보호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하여 노력하기도 했다. 나아가, 맥도날드는 벌채된 지역에서 생산되는 대두는 사지 않기로 합의했다. 다만, 이런 조치는 단기적 조치가 되어서는 안 되고 기업들이 좋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하여 단순히 액션만 취하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는지 감시해야 한다. 

저자는 GMO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질병에 내성이 있는 변종 카사바 같은 작물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다국적 대기업이 종자를 장악하고 독점하는 것을 비판한다. 이에 대해서도 비영리 조직이 씨앗에 값을 매기지 않고 생산하면 된다고 방안을 제시한다. 또한, 건강상 GMO 식품이 문제가 된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이야기한다. 

도시의 딱딱한 표면은 물을 빠르게 다른 곳으로 흘러 보낸다. 숲이나 들판은 토양, 식물, 나무 등이 물의 속도를 늦추고 어느 정도 물을 품고 있다. 따라서 도시에 녹색 인프라를 구축하면 빗물 유출을 막아 도시 물 공급에 필요한 물을 더 확보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필라델피아의 녹색 인프라 투자는 흑자로 전환될 것이다. 이 투자 수익에는 녹색 인프라 계획의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혜택만 있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회색 인프라의 제조와 설치에 들었을 비용, 그리고 빗물 펌핑과 처리 과정에서 배출되었을 대기 오염원들을 사전에 제거함으로써 절감하게 된 돈도 포함된다." 

결론적으로 자연은 무한정 샘솟는 샘물이 아니다. 자연은 명확히 한계를 가지고 있고 여러 분야에서 그 한계를 보여주고 있고 특히 일부는 이미 한계를 넘었다. 선택에 따라 공존할 수도 있고 공멸할 수도 있다. 다행히 일부 기업들과 개인 그리고 정부는 힘을 합하여 공존을 길을 모색하고 있다. 자연 보호에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투자라는 인식이 공감대를 얻었다. 지금이라도 방향을 틀어 모두가 자연이 주는 혜택을 더 오래 누리며 후손에게 물려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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