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파산 - 장수의 악몽
NHK 스페셜 제작팀 지음, 김정환 옮김 / 다산북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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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일본의 이야기를 다룬 <노후파산>이다. 실제 이야기인가 싶을 정도로 충격적이고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고 어려웠다. 불과 3-4년 전 일본의 모습이니 지금도 비슷한 상황일 것 같다. 한국도 이미 일어나고 있고 이대로 가면 책에서 언급하는 모습을 벗어나기 힘들다. 반면교사 삼고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잘 준비 하기를 바랄 뿐이다. 

일본 홀로 사는 고령자는 600만 명에 이르는데 연수입이 생활 보호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은 절반이고 이 가운데 생계보호를 받고 있는 사람은 70만 명이다. 예금 등 모아놓은 재산이 있는 사람을 제하면 200만 명이 연금만으로 겨우 살아간다.  

책에 나오는 많은 독거노인들은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쓸 수 있는 돈이 1000원에서 2000원밖에 되지 않는다. 일본은 예금이 있으면 생활보호를 받을 수 없다. 노인들은 장례비로 사용될 마지막 돈까지 쓰고 싶지 않아 결국 생활보호를 받을 수 없다. 당연히 아파도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한다. 

"병원에 가야 하지만 돈이 없어 참고 있다오." 

"연금만으로 생활해야 해서 하루에 한 끼만 먹고 있지. 하지만 그렇게 해도 1000원은 쓸 여력이 없다오." 

책에 나오는 노인들이 젊었을 때 방탕하게 산 것이 아니라 더 충격이다. 이들은 대기업에서 일하기도 했고 나름 성실하게 살았다. 자신들도 이렇게 빈곤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 충격적이라고 고백한다. 성실하고 열심히 살았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노후를 맞이한 것이다.  

"설마 내가 노후파산의 대상이 되리라고는..." 

"그때는 지금처럼 살게 되리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지요. 열심히 일해왔는데 왜 이런 고생을 하고 있는 걸까요..." 

부부가 함께 사는 동안은 두 사람 연금을 합쳐서 생활해서 어느 정도 유지가 된다. 그런데, 한 명이 세상을 떠나면 그때부터 빠듯한 삶이 시작된다. 왜냐하면 집 임대료를 비롯해 고정지출 비용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병에 걸려 수술이 필요하거나 입원을 해야 할 때 노후파산에 처하게 된다.  

생활보호를 받으면 의료와 돌봄 서비스를 무상으로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듯 예금이 있는 사람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예금이 50만 원 미만일 때 신청할 수 있다는데 사실일까 싶을 정도로 터무니없는 금액이다. 또한, 자신의 집을 소유한 사람도 생활 보호를 받기 어렵다. 그래서 생활고에 시달리는 고령자들은 "죽고 싶다"라고 말한다. 

"솔직히 말하면, 빨리 죽고 싶습니다. 죽어버리면 돈 걱정을 할 필요도 없지 않습니까? 지금 이렇게 살아 있는 것도 누굴 위해서 살고 있는 건지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이제 정말 지쳤습니다. 그러니깐 미련 따윈 없습니다. 그저 빨리 죽고 싶을 뿐입니다." 

연금 최고 금액은 65만 원이고 회사원이었으면 후생연금을 합쳐 100만 원 정도이다. 집세를 50-60만 원 내고 공공요금과 보험료 내면 결국 20만 원 밖에 없다. 20만 원이 아니라 10만 원으로 살아가는 이들도 많다. 이 돈으로 식비를 써야 한다. 당연히 병원에 갈 수도 없다. 집세가 너무 비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월세가 싼 곳으로 이사하면 될 텐데'라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이사 비용이나 보증금이 없다는 점이다. 

"노후파산이 확산되는 가운데 생명을 지키기 위한 의료조차 멀리하는 고령자가 나타난 것이다." 

"젊었을 때는 자신의 노후 같은 건 생각을 안 하지 않습니까? 매일이 바쁘고 매일이 즐겁지요. 그래도 열심히 일해왔는데 설마 이런 노후를 맞이할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특히 책은 연금을 받아도 생활보호를 받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고령자들이 이에 대해 모른다고 한다. 결국, 정보를 정확히 전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물론 고령자가 점점 많아지는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부담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들은 가족에게도 미안해서 연락하지 못한다고 고백한다. 소중한 가족이기에 돈 문제로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이 말이 더 마음을 아프게 한다. 가장 소중한 가족이야말로 연락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데도 말이다. 가족은 물론이고 친구와 지인을 잃고 점점 고립된다. 

"돈이 없는 것, 병원에 가지 못하는 것보다 제가 더 괴로운 일이 있습니다. 친구와 지인을 잃었다는 것이지요." 

일본에도 한국과 같이 돌봄 서비스가 존재한다. 그러나 책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81.6%가 이용하고 있지 않다고 대답했다. 왜냐하면 일부 자가 부담을 해야 하는데(4~5만 원 정도) 그것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저자는 제도에 대한 전면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의료와 돌봄 서비스 비용의 감액과 면제 같은 대책이 필요하다. 또한 가족과 함께 사는 것이 당연한 시대에 만들어진 제도를 시대에 맞게 반드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아가 고령자 본인이 신청하는 것이 아닌, 정부나 지자체가 먼저 그런 고령자를 찾아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고령자들은 바로 파산하는 것이 아니다. 생활고에 빠져 집을 팔거나 조금 있는 돈을 조금씩 쓰면서 결국 노후파산에 이른다. 통장에 돈이 줄어드는 것을 보면서 산다는 것은 너무나 불안하고 괴롭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특히, 지속적인 의료비 지출이 원인이 되는 경우도 많다.  

더불어 경기 침체로 인한 취업난과 불안정한 고용의 증가는 자식들이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하는 원인이 된다. 자식들이 어쩔 수 없이 부모 연금에 빌붙어 생활하는 것은 공멸할 초래할 수 있다.  

노인들을 위한 저가 임대 주택의 마련이 절실하고 의료비의 무료 및 돌보미 서비스의 무료가 필요하다. 또한 잃어버린 유대 관계를 회복하는 것도 함께 추구해야 한다.  

나는 이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할 근거는 하나도 없다. 이들도 열심히 성실히 살았고 자신들이 이렇게 노후파산을 맞이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국민연금과 회사 연금으로는 충분하지는 않아도 부족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연금은 터무니없이 부족했고 너무나 잔인한 상황들이 현실이 된 것이다. 나는 무엇을 개인적으로 준비해야 하고 사회복지는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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