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미술관 - 가볍고 편하게 시작하는 유쾌한 교양 미술
조원재 지음 / 블랙피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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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미술과 관련된 책을 몇 권 안 읽었지만 그중 가장 쉬우면서도 유익했던 <방구석 미술관>이다. 저자는 화가를 조명하며 최대한 어려운 용어를 빼고 화가의 삶과 시대적 상황이 어떻게 작품에 녹아들어 있는지를 소개한다. 

모든 예술작품이 그렇지만, 그림도 마찬가지로 화가의 가치관이 반영된다. 혹은, 메시지를 담고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 가치관은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해 질문할 필요가 있다. 화가가 작품을 탄생시킨 개인적, 사회적 맥락이 있다는 것이다. <방구석 미술관>은 이 맥락에 초점을 맞추며 화가의 작품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알려준다. 이를 통해 우리는 좀 더 작품과 소통할 수 있다. 

몇 년 전, 스페인 여행을 할 때, 마드리드 3대 미술관인 프라도 미술관, 레이나 소피아,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을 이틀 동안 관람했었다. 그때는 미술관에 그림이 너무 많고 다리도 아프고 해서 대충 훑어봤는데, <방구석 미술관>을 읽고 나니 다시 그 미술관들을 관람하고 싶어졌다. 기회를 만들어야겠다. 

본론으로 들어가면, 에드바르트 뭉크의 <절규>도 그냥 나온 작품이 아니다. 뭉크는 어릴 때 어머니, 누나의 죽음을 경험한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죽음에 대한 공포를 안고 살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살지만, 그는 장수하며 81세에 생을 마감한다.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의 막장 드라마도 얼핏 듣기는 했는데 책을 통해 좀 더 명확히 알게 되었다. 리베라가 없었다면 프리다 칼로도 지금의 명성을 얻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프리다 칼로의 유산 고통이 얼마나 극심했는지는 <떠 있는 침대>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디에고 리베라에 대한 원망도 <단지 몇 번 찔렸을 뿐>이란 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에드가 드가의 작품은 특히 그 배경을 알아야 한다. 발레리나를 그린 작품으로 유명한 그는 독신남이었다. 발레리나는 그 당시는 가난한 계층이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귀족이나 자본가는 발레리나를 후원하며 발레리나를 성을 위한 상품으로 만든다. 이런 시대적 상황을 에드가 드가는 그림을 통해 고발한다. 그의 그림 <무대 위 발레 리허설>을 보면 구석에 스폰서들이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처럼 그는 그 시대 여성의 슬픔과 아픔을 작품을 통해 드러낸다. 

반 고흐 작품은 유난히 노란색이 많다. 책은 이에 대해 산토닌 중독으로 인한 부작용, 황시증이라고 설명한다. <노란 집>이나 <해바라기>를 보면 노란색으로 뒤덮여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키스>로 유명한 구스타프 클림트는 어릴 때부터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목가>라는 작품을 보면 가히 천재로 불릴 만하다. 그는 기존 미술 세력에 대항하여 새로운 미술 그룹인 <분리주의> 그룹을 만든다. 그리고 <누다 베리타스>라는 작품을 공개한다.  

이들 화가 외에도 책은 에곤 실레, 고갱 마네, 모네, 세잔, 피카소, 샤갈, 칸딘스키, 마르셀 뒤샹에 이르기까지 주요 화가들의 삶과 시대적 상황, 그 가운데 탄생한 작품들을 설명한다. 이런 미술책이라면 열권, 스무 권도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주의, 무슨 파 등이 아닌 그 화가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화가에 대해 알 수 있고 시대적 상황을 알게 된다.  

이 시대 화가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음을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즉, 천재 화가가 나타나면 그를 따르는 화가들이 생겨나고 그중에 또 다른 천재 화가가 만들어진다. 또한, 무작정 천재 화가의 모든 것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잘 소화하여 자신만의 그림을 그린다.  

이처럼, 창의성과 새로움, 천재성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책을 통해 알게 된다. 일단은 기존의 전통을 빠르게 흡수하고 배우고 노력해서 기반을 다져야 한다. 그다음, 새로운 것을 더하여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다. <방구석 미술관>에 나오는 뛰어난 화가들은 대개 이런 방식을 통해 자신의 작품 세계를 만들어 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고난과 시련 앞에서도 그들은 붓을 놓지 않았다. 어려움과 힘든 감정을 그대로 작품에 쏟아부었고 아무리 어려운 환경이라도 그림에 대한 그들의 열정을 막지 못했음도 확인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며 작품과 화가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한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기는 이들이 어떻게 이루었는지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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