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걱정하지 마 우리가 뭐 우주를 만들 것도 아니고 - 샴마의 노답북
샴마 지음 / 팩토리나인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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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읽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내용과 별도로 텍스트도 하나의 이미지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히, 손으로 쓴 글씨는 그 자체가 이미지로 작용할 수 있다. 한자는 사람들이 기억할 때 그림으로 기억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림이 없는 텍스트도 그림으로 볼 수 있는 가능성을 책을 읽으며 발견했다.

 

내용으로 들어가서, 저자는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를 그림과 글로 노골적으로 표현한다. 내가 다 시원할 정도로 저자는 사람들의 답답했던 가슴을 뻥 뚫어준다.

 

책 내용을 옮기고 싶긴 한데, 그림 없이 글만 옮기면 느낌이 팍 줄어들 것 같아서 약간 고민은 된다. 그림 없이 글만 쓴 것 중에서 옮겨 오면 다음과 같다.

 

"얘들아,  
못생겼다라는 말에 익숙한 사람이 어디 있겠냐.  
그럼에도  
외모로 자신감 가지고 사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더라. 
이 세상 모두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 깔깔."

 

너무나 논리적이라서 설득력 있다. 나는 그래서 외모로 자신감 가지고 사나 싶기도 하다. 

 

인생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연애에 대한 그림과 글도 많이 들어 있다. 정해진 답을 묻는 여친과 완벽한 대답을 하는 남친이 있는 반면, 여친의 질문에 묵묵부답하는 남친. 남자들이라면 한 번쯤은 듣고 고민하는 질문이 있다.

 

"나 살찐 거 같은데 어때?"

 

"이 옷 어때?"

 

이 질문들을 받으면 머리는 슈퍼컴퓨터처럼 돌아가거나 아예 멈춰 버린다. 아무래도 과부하가 걸린 것 같다. 사실대로 살쪘다고 이야기하자니 혼날 것 같고 전혀 살 안 찐 것 같다고 말하자니 내 양심이 용납하지 않는 그런 상황이다.

 

옷이 예쁘다고 그냥 대답하면 혼나고 구체적으로 어디가 어떻게 예쁘다고 말해야 하는데, 평소에 옷에 관심이 없는 남자들은 그 포인트를 잡기가 너무 힘들다. 마치, 검은색은 글자요, 흰색은 종이인 것처럼.

 

연애할 때는 편의점 아이스크림 하나 나누어 먹어도 행복하다. 이런 걸 보면 행복은 돈이나 명예, 권력에서 오는 것은 확실히 아니다.

 

"내 사람은 다를 거라 생각했다.
다른게 아니라 틀린 거였다.
내 생각이 틀린 거였다."

 

이 글은 뼈아픈 반성의 글이다. 많은 사람이 이런 사고 흐름을 경험한다. 당연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다를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내 생각이 틀린 것이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고, 내 생각과 신념은 전혀 믿을 것이 못 된다. 통계를 믿는 것이 차라리 낫다.

 

"날 사랑하기 때문에 너의 태도가 그런 줄 알았는데
날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너의 태도가 그렇다는 것을
나는 알아버렸어."

 

항상 그렇다. 그 당시에는 모른다. 지나고 나야 그 시절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물론, 객관적으로 바라봐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마련이다. 인간은 원래 그렇게 나약한 존재이다.

 

연애를 하다 보면, 가끔 혼자라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나는 이만큼 노력하고 애정을 표시하는데 돌아오는 것은 없다. 상대방이 반응을 하는데, 오히려 반응 안 하는 것만 못할 정도로 무성의함이 보일 때도 있다. 그럼 차라리 헤어지는 것이 낫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혼자 사랑 퍼주고 에너지 소모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다른 사람 의식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하고 살고 싶다. 또한 내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싶다. 다른 사람 눈치 보느라 소모하는 에너지를 계산해보면 아마 70-80%는 될 것이다. 그 에너지를 좀 더 생산적으로 사용만 해도 분명 성공할 텐데. 저자가 말하듯이 우린 언제나 무난한 가면을 쓰고 외출을 하고 사람을 만나는 경향이 있다.

 

"너는 내게 돌멩이를 던졌는데
난 그것이 바위로 맞은 것처럼 느껴졌고
쎄보이고 싶어서 모래로 맞은 듯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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