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 쉴 틈 없는 회사의 시간과 숨 돌릴 나만의 시간 사이에서
박인경 지음 / 빌리버튼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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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이끌리어 읽기 시작했다. 제목 읽는 순간 깊은 공감과 함께 읽을 수밖에 없다. 서울 직장인과 쉴 틈 없는 회사는 동병상련의 키워드이다. 

퇴근 시간은 소리 없는 눈치게임이다. 내가 항상 우리 부서 스타트를 끊는다. 한 달 20영업일 중 15일 이상은 내가 스타트를 끊는다. 그렇게 스타트를 끊어도 6시 칼퇴 한 경우는 거의 없다. 이것이 대한민국 현실이다.  

저자는 출근길 패턴이 생겼다고 이야기한다. 지하철역 앞에서 마시는 커피, 좋아하는 노래, 환승길, 독서 이것이 저자의 패턴이다. 책을 읽으며 나의 출근길 패턴도 생각하게 된다. 지하철역 가서 일단 독서, 환승, 다시 독서, 그리고 내려서 회사까지 빠른 걸음. 크게 패턴이라 할만한 것은 없지만 매일 반복되니 패턴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아, 저자는 내리기 두 정거장 전에 책을 덮고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할지 생각하며 마음 준비를 한다. 나도 패턴에 이 행동을 추가할까 잠깐 고민이 된다. 

다음 문장도 극하게 공감하는 내용이다. 

"회사 문을 이영차 밀고 들어가는 순간부터 회사 문을 나와 집에 도착하기 전까지, 나는 오직 단 한 가지의 생각에 갇힌다. 집에 가고 싶다. 이 생각에는 출구도 없다." 

회사에 도착해서 자리에 앉는 순간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이제 시작인데, 한숨부터 나오는 내 모습이 가끔 한심하긴 하다. 직장인이면 프로정신이 필요한데, 일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한숨이라니. 그래도, 한숨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어린이집 교사인 저자는 싸우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자신은 고요한 태풍의 눈이 되길 바라지만 결국 태풍에 휩쓸리는 자신을 발견한다고 고백한다. 자식 한 명 키우는 것도 쉽지 않은데 여러 명을 동시에 돌보는 일이라니. 생각만 해도 아찔하고 어린이집 교사들이 존경스럽다.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는 순간 개인 시간은 반의반으로 줄어든다. 보통 이 경우,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이 유일한 개인 시간이다. 점심을 다른 사람들과 같이 먹으며 이야기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지만 가끔은 혼자 여유롭게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필요하다. 보육교사는 이 개인 시간이 없다는 것이 슬픈 현실이다. 보육교사는 적게는 다섯 명, 많게는 열 명의 아이들과 함께 점심을 먹어야 한다. 그것도 허겁지겁 먹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한다. 자녀가 있는 부모는 아이와 함께 먹는 것이 결코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보육교사는 정말 쉬운 직업이 아니고 아이를 사랑하고 소명의식이 있어야 가능한 직업이다. 

일이 힘들어서 그만두는 경우보다 사람이 힘들어서 그만두는 경우가 훨씬 많다. 저자도 그 어려움을 이야기한다. 나와 잘 맞는 사람들이랑 일하면 회사가 마음에 든다. 회사가 그만두고 싶을 때는 일하는 사람들과 불협화음을 낼 때였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가끔 어떤 회사는 저녁 6시에 회의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저자도 책에서 그 이야기를 한다. 약속을 잡았는데 계획에 없던 회의가 갑자기 잡히는 것이다. 책에 다음과 같은 대화를 소개하는데, 웃기에는 너무 슬픈 현실이다. 

"다들 약속 있는 거 아니죠?" 
"아닙니다.(약속이 없어도 없고, 있어도 없습니다만.)" 

'원장님은 왜 오늘따라 남편분께 늦게 갈 거라고 전화하시는 건지'라는 대목도 공감이 간다. 예전 회사 팀장님이 그랬다. 이제 집이 슬슬 가볼까 싶은데, 갑자기 팀장님이 아이들한테 전화하시더니 '오늘 좀 늦어'라고 말씀하신다. 조용히 나가서 하시면 모르겠는데, 팀원들 다 듣고 있는데서 꼭 통화하신다. 우리도 들으라고 그러시는 건지. 그럴 때 좀 황당하긴 하다. 

퇴근하는 길 지하철에서 직장 상사를 만나게 되면 정말 전력질주해서 도망가고 싶다. 특히, 앞에 걸어가고 있는 상사를 보면 자연스럽게 걸음이 느려진다. 저자는 일부러 지하철을 한 번 놓치고 탔다고 말한다. 백 번 공감이 간다. 안 그런 직장인 있다면 매우 행복한 직장인이다. 

책 제목에서 기대했던 것처럼 저자는 직장인의 희로애락을 이야기한다. 대부분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며 때로는 분노하며 읽을 수 있다. 평범하지만 우리의 이야기가 녹아져 있는 이런 책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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