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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강민호 지음 / 턴어라운드 / 2018년 6월
평점 :
"거래보다 관계, 유행보다 기본, 현상보다 본질"
저자는 관계, 기본, 본질에 집중하는 마케팅을 이야기한다. 다른 말로 변하지 않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여기에 인문학이 들어간다. 왜 인문학이 중요한가? 많은 답변이 있을 수 있지만, 대표적으로 인간은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학과 의학, 기술은 시대가 지나면서 새로운 지식이 발견되고 예전 지식은 퇴보한다. 인문학은 그렇지 않다. 이천 년 전 책이 지금도 읽히고 읽히며 많은 이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바로, 인간의 기본 속성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케팅을 위해서는 흔히 고객의 취향과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궁극적으로는 고객을 쫓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나를 쫓게 만들어야 한다고 사고의 전환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우리의 철학, 회사의 철학을 지향하게 만드는 것이다. 마케팅은 이 철학이 담긴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고 공유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대표적인 예가 애플의 스티브 잡스이다. 따라서 회사는 이익 창출이 아닌 가치 창출을 추구해야 한다.
단순히 상품이 좋아서 구매하는 시대는 지났다. 고객이 지불하는 금액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신뢰 비용을 포함한다. 브랜드 파워가 바로 여기서 생겨난다. 나이키, 애플, 구찌 등의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을 보면 제품의 차별성 때문이기도 하지만만 브랜드와 회사의 지속성에 대한 신뢰가 차별성을 만든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저자는 덧붙여,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사회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방식은 기존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서 공유가치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 개념으로 변하고 있다.
관계를 형성하고 지속하기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으로 접근하고 고객과 진솔한 소통도 필요하다. 제품에 가치를 담는 것도 중요하다. 가치를 담을 때 가장 기본은 바로 진정성이다. 또한 의미 부여를 통한 정서적 편익의 제공도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요인이다. 이를 통해 고객은 자신의 특별함과 구별됨을 느낀다. 다시 해석하면, 고객 입장에서는 사지 않아도 되는 물건을 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고 회사 입장에서는 구매하지 않아도 되는 고객을 구매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고객이 소비를 통해 누리는 편익은 정서적 편익 이외에도 경험적, 기능적, 사회적 편익이 있다.
비용에 대한 저자의 단호한 조언은 새겨 들어야 한다. 바로, 비용에서 '돈'이라는 개념을 완전히 지워버리라는 것이다. 돈에 집착하여 가격을 낮추려고만 하지 말고 오히려 가격을 높이는 방안이 나올 수도 있다. 돈이 아니라 시간 비용, 신체, 심리 비용에 더 신경 써야 한다.
명품 매장이 보통 백화점 1층에 있는 이유도 명쾌하게 설명한다. 접근성이 그 이유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저자는 심리적인 준거 가격을 높게 형성하는 것이 그 이유라고 말한다. 비싼 명품을 본 고객은 다른 상품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이고 이는 구매로 이어진다.
가장 중요한 고객은 누구인가? 바로, 내부고객이다. 즉, 함께 일하는 회사의 동료가 가장 중요한 고객이다. 그 이유를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아무리 많은 예산을 들여 마케팅을 해도 내부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해당 상품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와 메시지를 전파한다면 당해낼 도리가 없습니다. 내부 직원이 하는 말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가장 믿을 만한 정보의 원천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성과가 좋은 영업 사원들은 자신이 판매하는 상품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있었다. 인센티브 같은 경제적 보상이 아니었다.
내부고객 다음으로 현재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기존 고객이 중요하다. 잠재 고객을 신규 고객으로 전환하는 것은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것보다 5배 이상의 비용이 든다. 또한 기업 수익의 90%가 기존 고객들로부터 나온다. 기존 고객이 신규 고객보다 구매 성향이 2배 높다. 이를 잘 아는 기업은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한다. VIP 카드 혜택, 쿠폰이나 적립금, 통신사 약정할부 등이 이에 해당한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이 만족할 만한 가치 있는 상품과 서비스 제공이다.
회사는 인간의 변하지 않는 행복 추구 성향과 변하지 않는 욕구와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시대의 변화와 트렌드를 따라가려고 급급하기보다는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연구와 고민, 사색과 통찰이 필요하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인문학이 빛을 발한다. 인문학을 통해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힌트와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결국, 거래와 유행, 현상은 일시적이고 변한다. 반면, 관계, 기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 속성들에 집중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경영의 근간이고 마케팅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