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와의 연애를 후회한다
허유선 지음 / 믹스커피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에 빠지면 누구나 철학자가 되고 시인이 된다. 나의 마음을 노래하게 되고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 온 마음과 정신을 쏟아붓는다. 갈등이 생기면 어떻게 해서는 풀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된다. 풀기 전까지는 고민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래서 끊임없이 고민하며 문제의 근원을 파헤치는 것, 이것이 바로 철학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사랑과 연애, 깊은 관계에서 상처가 없을 수는 없다. 가장 큰 이유는 그 사람이랑 나랑 공통점이 많다고 해서 '나=그 사람'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따라서, 상처나 고민이 없는 사랑을 하는 사람은 자기성애자이거나 자기 정체성을 완전히 포기한 사람일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흔히 밀당의 시간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안정적인 관계에 접어드는 과정이 필요한 이유이다.

 

저자는 적극적으로 사랑을 받으려고 하지 말고 능동적으로 나누어주라고 조언한다. 다만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상대방은 전혀 마음이 없고 준비가 안 되어 있는데 일방적으로 사랑을 주려고 하면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랑을 나누려면 일단 내 안에 사랑이 있어야 한다.  

"사랑을 진정으로 '쓰고', 마음을 나누어 줄 수 있는 사람은 혼자만 더 많이 사랑한다고 해서 마음이 가난해지지 않는다. 쓰고 또 써도 줄지 않는 사랑을 상대방을 통해 확인하고, 새로운 경험과 교훈을 얻고 있으니까. 그래서 혼자 하는 사랑은 때로 슬프지만, 진정으로 사랑을 나누고 있다면 삶은 더 풍성해진다." 


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양이 아니라 질이라는 사실도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된다. 아무리 오랜 시간 같이 있는다고 해도 관계가 더 깊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공허하고 허무한 느낌만 들 수도 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일부분을 사랑한다는 것이 아니다. 일부분 혹은 특정 조건을 사랑이라고 말하는 순간, 그 사랑의 대상은 대체 가능한 사람이 되어 버린다. 혹은 그 일부분이 없어지면 사랑할 이유도 함께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 전부, 혹은 그 사람 자체를 사랑하는 것이다. 그 사람의 삶, 인격 등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랑은 조건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조건을 전혀 안 볼 수는 없다. 아니, 못 볼 수가 없다. 왜냐하면 돈과 외모는 눈에 보이기 때문에 못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못 본척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저자는 돈과 외모를 본다고 해서 전혀 속물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오로지 내면만을 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관계가 정상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좋은 기준도 제시한다. 즉, 관계에 있어서 내가 무리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기준이다. 그것은 바로, 내가 웃을 수 없고 마음이 불편한지를 보는 것이다. 내 마음은 내가 가장 잘 안다. 지금 관계에서 뭔가 불편하고 웃을 수 없다면 무리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사랑은 일방적 희생이나 헌신이 아니라는 사실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상대방의 뜻에만 맞추는 연애도 정상적인 연애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함께 뜻을 맞춰 가는 건 몰라도 내 뜻을 다 버리면서까지 연애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변하지 않는 사랑도 존재하지 않는다. 변한다는 것이 꼭 나쁜 것만도 아니다. 더 깊은 관계로 들어가는 좋은 변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누군가 당신을 구원해주기를 바라며 먼 환상으로 도피하기보다 '지금'을, '나'를 살자. 철학이든 사랑이든 자기를 괴롭히거나 제자리에서 방황하는 일이 아니다. 때로는 진전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과정도 있지만 힘들다고 도망치지 말자. 나와 사랑과 철학을 계속 움직이면서, 마주하면서 살아보자. 이제는 우리가 사랑할 시간이다. 살며, 사랑하며, 철학하며."

 

'컬쳐300 으로 부터 제품을 무상으로 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