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의 이유 - 부와 권력이 집중되는 10가지 원리
노엄 촘스키 지음, 유강은 옮김 / 이데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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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암 촘스키를 왜 이 시대의 지성인이자 세계적인 석학이라고 이야기하는지 <불평등의 이유>에서도 잘 드러난다. 놈 촘스키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석학들의 글을 보면 논리력도 탁월하지만 한 가지 이슈에 대해 완벽에 가까울 정도의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뛰어난 학자의 특징은 그 무엇보다 '균형'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현재 미국의 불평등이 역사상 최악의 시기처럼 보인다고 말한다. 정부는 부자들을 더 부자로 만들어 주었다. 반면, 국민들의 실질 소득은 거의 정체되었다. 무엇보다 계급 이동성이 너무나 낮은 미국 현실을 지적한다.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은 악순환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선거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정치인들은 대기업에 손을 내민다. 대기업의 지원을 받은 정치인은 친기업 정책(규제 완화, 기업지배구조 규정 등) 을 입법하며 다시 기업을 지원한다. 이것이 반복되면서 불평등은 심화된다. 

저자는 제임스 메디슨과 아리스토텔레스를 통해 불평등으로 대중들이 뭉쳐서 부자들에게 대항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 비교한다. 메디슨은 민주주의를 축소했다. 부유층에 권력을 주고 국민들을 파편화시켰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반대로 복지국가를 제안하며 불평등 축소를 주장했다.  

불평등은 정말, 대중들한테 장점이 하나도 없다. 그 자체로 정의에 어긋나고 심지어 불평등이 심하면 건강 인자가 더 악화된다는 연구도 있다. 낙수효과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제 정설이다. 불평등이 심한 국가는 경제 성장이 정체된다는 연구도 있다. 이처럼 불평등의 폐해는 끝도 없다. 다만, 권력과 부를 유지하고 끝없는 탐욕으로 더 쌓아올리려는 이들에 의해 사회가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을 뿐이다. 

미국의 실업률도 언급한다. 기업들은 저렴한 노동력을 착취해서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제조업을 미국으로 돌아오게 하는데 전혀 관심이 없다. 결국, 가난한 노동자들은 점점 일자리를 잃게 된다. 반면, 임금이 높은 전문직은 보호받는다. 그들은 사실, 경쟁자가 거의 없다.  

특히, 앨런 그린스펀이 의회에서 증언한 내용은 너무 황당하다. 요지는 노동자 불안정성을 확대하면 순순히 통제된다는 것이다. 즉, 고용 불안에 시달리면 임금 인상이나 근무조건 개선 등을 요구할 여유나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연장선상에서 미국의 근로 시간도 한국에 비해 만만치 않은데, 노동시간이 길면 자유와 여가 및 생각할 시간이 적어지게 되고 주어진 삶에 순응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가진 자들은 더 가지려고 하고 대중을 손아귀에서 놓치려고 하지 않는다. 금융권의 로비 앞에 금융 규제도 다시 하나씩 사라진다. 심지어, 규제를 받아야 하는 기업이 규제자를 관리하게 된다. 권력의 중심에 있는 자들을 누가 막을 것인가? 이에 대해 저자는 유일한 대항 세력은 바로 '당신'이라고 말한다. 나를 포함한 대중이 감사기관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대중이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결국 금융기관이 원하는 대로 흘러간다.  

"대중이 반격을 가하는 정도만큼(거대 은행을 규제할 뿐 아니라 이 은행들이 적법성을 입증하도록 요구하는) 효과적인 시스템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요구는 금융 체계를 이루는 기관들 전반에 대해 폭넓게 이루어져야 한다." 

권력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고 대중을 견제한다. 그중 하나는 바로 연대를 막고 '타인에게 신경 쓰지 말라'라는 가치를 심어주는 것이다. 특히, 권력자들은 사회보장제도를 혐오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회보장제도는 연대라는 하나의 원리에 근거한다. 연대란 타인을 돌보는 것이며, 사회보장제도가 의미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상위 부유층에게는 사회보장이 전혀 필요 없기 때문에 그것을 파괴하려는 시도가 일사불란하게 불어진다." 

그래서 사회보장 예산을 삭감하여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하고 사람들이 화를 내어 민영화만이 답이라는 식으로 끌고 간다. 

공교육에 대한 공격도 마찬가지다. 내 아이는 이제 성인이 되어 학교를 다니지 않지만 이웃에 사는 아이가 다닐 수 있도록 기꺼이 세금을 낸다. 이것이 정상적인 인간이 지는 감정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이런 감정을 몰아내고 있다. "나는 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없는데, 왜 세금을 내야 하지? 민영화하면 되잖아."라는 식으로 말이다. 나아가 모든 사람에게 무상교육 혜택을 주어서는 안 될 경제적 이유 같은 것은 없다고 저자는 확실히 말한다. 다만 사회적, 정치적 이유만 있을 뿐이다. 

'시장의 원리'라는 잣대로 복지와 사회보장제도, 의료보험 제도에 들이대면서 정작 대기업들은 시장 원리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 정부는 기업이 위기에 처하면 모든 주머니를 털어서라도 도와주려고 한다. 시장 원리대로라면 망할 회사는 망하게 내버려 둬야 한다. 개인들과 사회 제도에는 엄격한 잣대를 대는 정부가 정작 기업에게는 적용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중의 손으로 뽑은 정부가 기업의 편에 서 있다.  

저자는 대항할 수 있는 세력은 오직 당신을 포함한 대중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투표도 중요하지만 평상시에 무엇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바로 대중운동을 개발하고 조직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조직은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정치인들을 견제해야 한다.  

이런 조직 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노동조합이다. 노조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드러내는 수많은 미디어와 매체가 있다. 이에 따라 이제 대중들도 이제는 노조가 시위한다고 하면 일단 눈살을 찌푸리는 경우도 많다. 부자들의 전술이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증거이다. 파업을 하고 시위를 하면 기업이 흔들리고 나라 경제가 흔들릴 것 같은 암시를 주는 것이다.  

그런데 진짜 대중에게 변화시킬만한 힘이 있을까? 많은 이들이 더 이상 피통치자들이 아무리 뭉쳐도 힘이 없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권력자들이 꽉 쥐고 있는데 과연 세상이 변할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런 생각을 갖게 만든 것이 바로 부자들의 전략이라고 말한다. 똑똑한 정치인과 기업인들이 알아서 잘 하겠지라는 생각과 세상을 변화시킬 힘이 대중에 있을까라는 생각뿐만 아니라, 대중의 관심을 쟁점이 아닌 주변으로 돌리는 것 이 모두가 그들이 사용하는 홍보 전략이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우리가 이 정당하지 못한 구조를 해체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렇게 정당화하지 못할 때 우리는 그 구조를 해체해야 한다. 그런 정당성 없는 권위 형태를 해체함으로써 자유와 정의의 영역을 넓히려고 해야 한다. 헌신적으로 몰두하는 조직화된 국민들이 해야 할 또 다른 과제다. 단지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애당초 그런 구조가 왜 존재하는지를 묻는 것이다." 

"사람들이 조직화된다면, 즉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자신들의 권리를 얻기 위해 싸운다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으며, 우리는 많은 승리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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