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경제학 교과서 - 우리는 왜 지갑을 여는가?
토마스 길로비치.개리 벨스키 지음, 미래경제연구소 옮김 / 프로제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이제는 전통 경제학만으로는 사람들의 행동을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대부분 인정한다. 그리고 기존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많은 부분을 다른 학문이 설명하려고 하는데, 그중 대세가 바로 행동경제학이다. 사실, 행동경제학이락 하지만 심리학과 뇌과학에 바탕을 둔 학문이다. 

2002년 심리학자로는 최초로 대니얼 카너먼이 행동경제학으로 노벨 경제학을 수상했고 2017년에는 리처드 탈러가 행동경제학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행동경제학은 바로 사람들이 불합리하고 자신에게 이익도 안되고 일관성도 없는 결정을 왜 지속적으로 내리는지에 대해 답하려고 한다. 그리고 나름 타당성 있고 논리적으로 들린다. 

1. 10만 원짜리 공연 티켓을 구매했는데 티켓을 잃어버렸다. 공연을 보기 위해 티켓을 다시 구매하겠는가? 
2. 공연 티켓을 사려고 줄을 기다리고 있는데 지갑에 들어있던 현금이 10만 원이 없어졌다는 것을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줄을 서서 티켓을 사겠는가? 

이 두 가지에 대해 보통은 1번에 대해서는 아니오, 2번에 대해서는 예라고 대답한다. 사실 10만 원을 손해 본 것은 둘 다 똑같지만 상황에 따라 다른 결정을 하는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행동경제학은 이를 마음의 회계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즉, 1번은 결국 20만 원짜리 공연을 보게 된다고 해석하고 2번은 여전히 10만 원짜리 공연을 본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이 마음의 회계는 결국 소비에 영향을 미친다. 우연히 집 청소를 하다 발견한 5만 원은 막 쓰는 반면, 하루 종일 공사판에서 땀 흘리며 받은 5만 원은 신중히 아껴 쓰는 것이다. 같은 돈에 대해 다른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또한 마음의 회계로 인해 소액 구매를 할 때는 덜 신중하고 큰 소비를 할 때는 신중히 고민하게 된다. 결국 소액 구모가 많아지면 가랑비에 옷 젖듯이 저축액이 많이 줄어들게 된다. 신용카드도 마찬가지이다. 신용카드로 소비하는 사람은 현금을 쓰는 사람보다 더 쓸 수밖에 없다. 인간이 그렇게 사고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 마음의 회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든 돈을 내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이라 생각하고 동등하게 바라보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리고 저축해야 하는 돈은 처음 월급에서 무조건 떼어놓고 한 달을 살아야 한다. 일단 저축을 하면 돈을 충동적으로 쓰게 되는 가능성이 낮아진다. 

손실회피도 일상에서 자주 발생한다. 여행지를 선택할 때는 결점이 있더라도 장점을 더 보게 되고 무난한 여행지보다는 결점이 있더라도 장점이 있는 여행지를 선택하게 된다. 동시에, 여행지를 취소해야 하는 입장이면 손실 측면(부정적인 측면)을 보기 때문에 역시나 무난한 지역보다는 장점이 있지만 결점도 있는 여행지를 취소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특히, 주식할 때 이 손실회피는 엄청나다. 사람은 손실에 대한 고통을 이익보다 더 크게 느낀다. 즉, 주식을 한다면 100만 원 잃었을 때의 고통이 100만 원 벌었을 때의 기쁨보다 약 2배가 크다. 손실회피로 인해 사람들은 수익 난 주식과 손실 난 주식 중에 수익 난 주식을 팔아버리는 우를 범한다. 그러나 통계적으로는 수익 난 주식이 더 수익 나고 손실 난 주식은 더 손실 날 확률이 높다. 

매몰비용도 재밌다. 공짜로 받은 20만 원짜리 티켓이 있는데 하필 그날 눈보라가 몰아친다. 그럼 안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데 내가 직접 20만 원 주고 티켓을 구매했다면 눈보라가 몰아치던, 대폭설이 내리든 어떻게든 가려고 할 것이다. 사실, 공연을 가든 안 가든 20만 원은 되돌릴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사람은 맥락에 따라 다르게 사고하는 것이다. 

저자들은 행동경제학을 바탕으로 재테크의 노하우를 알려준다. 구체적으로는 인덱스 ETF에 투자하는 습관을 들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최소 5년간 쓸 예정이 없다면 대부분의 포트폴리오를 주식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인덱스 ETF를 해야 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개인이 수천 개의 종목 중에 시장 전체 수익률을 상회하는 주식을 고를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잘 고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기 과신'이다. 전문가라고 하는 투자회사의 약 75%가 시장 평균보다 수익률이 낮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오직 '극소수'의 펀드매니저들만 일관되게 시장 평균을 웃돈다. 그러나 여전히 개인들은 자신이 종목을 선별하고 여전히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수익이 난다는 가정하에 그 과정이 보람되고 의미 있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좋은 팁으로 손실은 합치고 이익은 나누라고 조언한다. 적금 풍차 돌리기가 좋은 예이다. 한 달에 120만 원 적금해서 1년 뒤에 딱 한 번 1,440만 원 적금 만기 되는 것보다 매월 10만 원씩 적금해서 매월 120만 원씩 적금 만기가 돌아오는 것이 더 기분 좋고 신나는 일이라는 것이다. 손실은 반대이다. 충치 치료는 굳이 나눠서 받지 말고 한 번에 다 끝내라고 책에서는 설명한다. 

학생들을 위한 좋은 팁도 있다. 시험 문제 풀다가 처음 답이 맞나 안 맞나 다시 검토하는 경우가 있다. 아리송한 문제들 말이다. 이때 바꾸는 것이 더 좋다. 실험 결과 단 25% 학생들만 정답에서 오답으로 바꿨고 절반 정도가 오답에서 정답으로 바꾼 것이다. 다만 후회회피로 인해 정답에서 오답으로 바꾼 경험이 너무 머릿속에 오래 박혀 있어 바꾸기 싫을 뿐이다. 그러나 통계와 연구는 답을 바꾸라고 말한다. 

행동경제학의 여러 이론들 중, 돈과 관련된 내용을 모아놓은 책, <행동경제학 교과서>이다. 돈을 조금이라도 더 모으고 싶다면 꼭 읽어야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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