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내전 - 생활형 검사의 사람 공부, 세상 공부
김웅 지음 / 부키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검사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뿐만 아니라 법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검사내전>이다. 저자가 검사 생활을 하면서 만났던 각종 사기꾼들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로 만들어도 될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반면, 중간중간 나오는 법에 대한 저자의 철학과 가치관을 소개하는 내용은 조금은 어렵지만 그래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 번쯤은 고민해볼 문제들을 던지고 있다.

 

저자는 책을 시작하며 '사기 공화국이다'라고 말한다. 과장된 표현 아닌가 싶은데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한 해에 24만 건의 사기 사건이 발생하는데 2분마다 1건씩 사기가 벌어지는 것이다. '사기는 남는 장사'라고 저자는 두 번이나 말하는데, 그 이유는 살인이나 폭력 등과 달리, 사기는 계산에 기초한 범죄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계산했을 때 남는 장사이기 때문에 사기 친다는 것이다. '사기꾼이 구속될 확률은 재벌들이 실형을 사는 것만큼 희박하다'라고 추가로 말하고 있다. 또한 사기범의 재범률은 77%에 이른다. 그 이유는 처벌이 약하기 때문이다. 

 

검사들은 2년마다 인사이동을 한다. 따라서, 사건들은 이때마다 재배당이 이루어진다. 결국, 검사들은 이동하고 나서 재배당 받은 사건을 파악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어느 정도 파악이 되면 다시 인사이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을 이용하는 사기꾼들의 사례가 책에 나오는데,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사기는 언제 어디서나 발생한다는 것을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된다. 보험 사기에 가담한 병원을 비롯하여 차량 수리공장과 부품상의 사기 행각뿐 아니라, 심지어 목사를 상대로 사기 치는 일당 등 다양하다. 사기 치는 사람들은 대상과 영역을 가리지 않는다. 돈이 되면 사기 치는 것이다. 그들은 상대방의 고통과 눈물에는 1도 관심이 없다. 책에 나오는 목사님은 7년 동안 사기꾼들에게 끌려다니고 재산을 다 잃었을 뿐 아니라 부인과 헤어지고 심지어 뇌졸증으로 현재 앉지도 걷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한다는 상태라고 한다.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한 이들이다.

 

물론, 사기를 당하는 피해자들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건강하지 못한 욕심이 대부분이다.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방법으로는 10년 넘게 걸려 모을 수 있는 돈을 사기꾼이 나타나서 단 1년 만에 모을 수 있다고 하니 솔깃하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가 말하듯이 사기꾼의 말이 사실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인해 더 쉽게 판단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 번 오류에 빠지면 어떤 증거와 사실을 들이대도 그들은 자신들의 오류를 수정하거나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 사기꾼들의 접근이 없었다면 당연히 피해자들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기꾼들이 무조건 나쁜 놈들이다. 그러나 사기꾼 천지인 사회에 사는 우리에게도 조심성과 신중, 절제가 필요한 상황이다.

 

책에 나오는 사례 중, 카페나 프랜차이즈 매장을 매매할 때 발생하는 사기도 흥미롭다.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매출을 조작하는 것이다. 저자는 매출을 조작하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혹시나, 상가를 매수하려는 이들은 자세히 읽어봐야 하는 내용들이다. 근본적으로 매달 300만 원 넘게 수익이 나는 가게가 매물로 나올 일은 거의 없다는 것이 기본 전제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왜 팔겠는가? 

 

사기 범죄뿐만 아니라, 학교 폭력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저자는 왜 피해자였던 학생들이 자살을 선택하게 되는지 그 상황을 설명하고 그들의 마음을 헤아린다. 아이들이 폭력을 당하지만 말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파헤친다. 그 이유는 도와달라는 신호를 보냈음에도 상황은 더 악화되고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해자는 아무런 불이익도 받지 않고 자신은 더 큰 보복과 따돌림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반드시 피해자의 '피해 회복'과 가해자의 '속죄'가 사법적 절차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굳이 가해자와 화해하거나 용서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 저자는 피해자들에게 조언하며 피해자인 학생들에게 화해를 강요해서도 안된다고 부언한다.

 

법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우리나라의 법이 고소인을 엄청나게 보호하고 있다고 말한다. 반대로, 고소를 당하게 되면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도 침해받는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먼저 고소하는 사람이 승기를 잡게 된다.

 

회복적 사법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회복적 사법은 합의와 대화를 중요시하고 최종 목적은 지역공동체와 피해자의 평화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즉, 피해자와 지역공동체가 중심이 되는 것이다. 이 회복적 사법이 우리나라에 필요하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결국, 대한민국의 주인은 정부나 검찰이 아니고 바로 국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이 권력을 가져야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고 저자는 이어서 말한다. 

 

"전통적인 형사 사법이 국가로부터 범죄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적법절차와 증거법 원칙을 중시한다면, 회복적 사법 이론은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화해와 조정을 중요하게 여긴다."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 쉬운 것은 아니다. 동료들이 내부 고발자로 지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집단 내에서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 왜 너만 정의롭고 선량한 척하냐고 손가락질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쉽지 않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감내하고 저항하며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우리는 가끔 만날 수 있다. <검사내전>의 저자 김웅 검사도 그중 한 명이다. 그로 인해 우리는 검사의 세계를 좀 더 자세히 진실되게 알 수 있고 그들의 고민도 들으며 함께 고민하는 자리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진실됨과 용기, 고민들이 함께 모일 때 우리 사회는 조금씩 '살 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