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철학하기 - 낯익은 세상을 낯설게 바꾸는 101가지 철학 체험
로제 폴 드르와 지음, 박언주 옮김 / 시공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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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혼자 놀기를 잘 한다는 말을 수없이 많이 했건만, 그것을 어떤 식으로든 증명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혼자 논다는 것을 증명하는 순간, 더 이상 그것은 혼자 노는 것이 아닌 게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혼자 논다는 것은, 이렇게 따로 시간을 내어 이야기할 만큼 대단한 놀이가 아닐지 모릅니다. 우리는 보통 누군가와 함께 있는 시간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에 어쩌면 ‘혼자’라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혼자 논다는 말이 만들어내는 어떤 유별난 느낌이란 것이 존재하는지, 세상은 계속해서 우리를 혼자 놀게 합니다.

 


    혼자 놀기를 할 때면 무언가 자신은 특별한 존재라는 자기 암시, 혹은 최면 비슷한 것에 빠지는 것 같습니다. 붕 떠있어 기분 좋은 느낌. 현실처럼 생생한 상상, 혹은 환상의 느낌. 그러나 보통의 환각이 만들어낸 세계와 달리, 혼자 논다는 것은 동시에 묘한 불안감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것이 남들과 비교해서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이한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틀린 것이란 것.

 

 


    하지만 우리는 로제 폴 드르와『일상에서 철학하기』를 통해 일종의 안도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동안 증명할 수 없었던 자신의 존재 이유를 명쾌하게 정리해 줍니다. 또한 이 책에서 말하는 철학적 사고와 행위들은 꽤 재미있는 놀이와 닮은 듯해 보여 따뜻한 위로와 함께 유쾌한 감정을 만들기도 합니다.

 


    보통 철학하면 굉장히 딱딱하고 날카롭게 곤두선 차가운 이미지를 그렸습니다. 하지만 몰캉몰캉하면서 동글동글한 느낌의 철학도 있었습니다. 딱히 이 책이, 여러분, 철학은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철학은 여러분을 물거나 해치지 않아요, 쉽고 재미있으니 한번 따라 해보세요, 라는 말로 직접적으로 무언가를 강요하려 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은근히 빠져들게 만드는 묘한 끌림, 저절로 공감하여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신비로운 힘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우리 머리 위에 떠있는 전구가 계속해서 깜박거릴 수 있도록 지식과 지혜의 양분을 끊임없이 제공합니다.

 


    책은 일상에서 철학하는 방법 101가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이런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화장실이란 공간에서 1~2분의 소요시간이 필요한 이 철학하는 법을 통해 확 트인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먼저 조금 웃기지만, 오줌이 나오려는 신호가 감지되면 물 한 잔을 준비하고서 화장실 변기로 향합니다. 그러다 오줌이 나오기 시작하면 준비했던 물을 벌컥벌컥 마십니다. 이때 우리는 식도와 요도가 직선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비현실적이지만 추호의 의심도 갖지 않을 생리학적 구조를 고안해냅니다. 무언가 말로 표한하기 힘든 우주의 흐름과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순환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이런 경이로운 철학을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 얼마나 놀라운 혼자 놀기입니까!

 


    평소에 이렇게 혼자 노는 철학을 행위하며 즐겼던 편은 아니지만, 소극적인 상상만으로 간직했던 이상한 생각들에 대한 나름의 이유를 철학적인 해석을 통해 들을 수 있어서 굉장히 좋았습니다. 무언가 말로 설명하기 힘든 사실을 누군가가 옆에서 대신 설명해준 명쾌함이 있습니다. 미처 말을 꺼내기도 전에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듯 미리 가려운 곳을 긁어준 고마운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험들을 통해 이제는 무언가 대단히 적극적인 모습으로 스스로를 철학할 수 있겠단 생각을 합니다. 희미하고 흐릿한 이미지였던 자신의 존재가, 이 책을 통해 이토록 확실하게 글의 형태로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을 느낍니다.

 






    이 놀이의 핵심은 일상의 사소한 계기들을 들추어내고 촉발시키는 데 있다. 뭔가 행동할 수 있는 단초, 말의 실마리, 상상의 계기들을 새롭게 고안해내어, 철학을 탄생시키는 놀라운 결과들을 실제로 느껴보게 하고, 하나의 의문에서 비롯하는 정신적 혼란을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7쪽)

 


    우리가 영원하다는 것은 신념 같은 것이 아니다. 그건 하나의 사실이다. 어쨌든 우리의 영원성은 논리로 증명할 수는 없어도 이해할 수는 있는 하나의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어렵고 장황한 말들을 늘어놓는다고 해서 결론을 낼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실험을 해봐야 자신이 영원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조금 엉뚱한 짓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한번 시도해보라. (46쪽)

 


    이 체험을 통해 적어도 당신은 객관성이라는 것에 대해 약간의 의문을 품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특히 이런 확신을 얻을지도 모른다. 즉 순간적이긴 하지만, 우리 몸을 통해 세계를 꿈꿀 수 있다는 확신 말이다. 이건 결코 사호한 발견이 아니다. (77쪽)

 


    냉소와 비난과 조롱의 시대이니만큼, 자유롭게 그리고 고의적으로 선량한 감수성들을 아무 계산 없이 그냥 재미로 체험해보는 것은 꽤 즐거운 경험이다. (163쪽)

 


    즉 상상력이란 현실에 덧붙여지는 것, 혹은 현실과 대립되는 것, 현실과 모순되는 것, 현실을 감추는 것이 결코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현실 그 자체를 상상계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178쪽)

 


    아마 당신은 당신 행위에 대한 몇 가지 원인을 나름대로 주워섬기기 시작할 것이다. 그냥 재미로라도, 당신 행위의 목적과 효과를 납득시켜줄 하나의 신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2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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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주목하는 신간 도서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 / 미쓰다 신조 / 비채


본격 미스터리에 토속적인 분위기를 가미한 미쓰다 신조의 추리소설. 이런 이야기따위, 사실이 아니라는 것 쯤은 충분히 알고 있지만, 그의 글을 읽다보면 끊임없이 책 속으로 빠져든다.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결국 이야기에 항복해버리고야 만다. 그런데도 계속 미쓰다 신조의 책을 찾아보는 이유는, 아마도 '마약처럼 중독된 것' 때문이 아닐까.









 레오파드 / 요 네스뵈 / 비채


스노우맨을 기억하고 있는가. 아직 스노우맨의 눈이 다 녹아버리기 전에 요 네스뵈의 다른 소설 레오파드가 국내에 소개되었다. 스노우맨에서 손가락을 잃은 형사 해리, 그가 이번엔 어떤 무겁고 더러운 사건의 중심에 내던져질지 벌써부터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소울케이지 / 혼다 테쓰야 / 씨엘북스


스트로베리 나이트에 이은 혼다 테쓰야의 레이코 형사 시리즈 다음 이야기. 절단된 손목을 발견. 표지부터가 섬뜩한 게 어떤 무서운 사건을 다루었나 머리털이 쭈삣쭈삣 설 정도로 두렵다. 하지만 궁금하다. 손으로 눈을 가리면서까지 계속해서 보려하는 공포영화와 같이.










 템테이션 / 더글라스 케네디 / 밝은세상


빅픽쳐의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 헐리우드 영화와 같은 속도, 장면전환, 그리고 치고받고 하는 대사가 좋았던 작가이니 만큼, 헐리우드 영화계와 방송계를 무대로한 이번 소설 역시 대단할 것이 분명하다. 두 손에 붉은 피를 흠뻑 젖게 할 그의 소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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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따라 소녀 로스쿨 가다 - 가수 이소은 뉴욕 로펌을 사로잡다
이소은 지음 / 삼성출판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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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통해 사람 사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 것은 꽤 즐거운 일입니다. 오늘의 저는 책 속의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도 책 속의 이야기와 비슷한 어떤 일을 언젠가 꼭 이루어 세상 사람들에게 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단 생각을 합니다. 굳이 무언가를 똑같이 따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다가 문득 갑자기 생겨난 생각 때문에 전혀 다른 엉뚱한 일을 하게 되더라도 상관없습니다. 어떤 방향을 향하든 책이 이끈 삶의 특정 방향을 찾았다면 그걸로 된 것입니다. 그래서 책을 통해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매우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수 이소은 씨가 그동안 소식이 뜸해서 무엇하고 지내나 궁금했는데, 미국의 로스쿨에서 공부하고 있었답니다. 시카고 노스웨스턴 로스쿨에 2009년 입학해서 2012년 여름 마침내 성공적으로 로스쿨을 졸업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최근에 『딴따라 소녀 로스쿨 가다』라는 책을 냈습니다.

 


    무언가 굉장히 화려하고 철없이 살았던 소녀가, 마치 <금발이 너무해>의 리즈 위더스푼 처럼 애완견을 끌고 법정에 들어서서 당당하게 자신의 개의 권리를 요구하며 한 편의 영화 같은 이야기를 펼쳐 보일 것 같지만, 사실 『딴따라 소녀 로스쿨 가다』는 꽤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미국 로스쿨을 갓 졸업한 선배 언니가 비슷한 길을 가려고 꿈꾸는 후배 동생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인 것입니다.

 


    책의 내용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노하우 전수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굉장히 친절하게, 로스쿨에 입학하기 위해 학교 측에 자신이 제출했던 자기소개서 일부를 공개하는 강수를 두면서 말입니다. 또한 입학이 결정되기까지의 과정과 학교에서 들었던 수업내용, 외국인 친구들과의 관계, 교수님과의 대화 내용을 보이며 미국 로스쿨 생활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줍니다. 특히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사람이 겪게 되는 어려움, 머나먼 이국 땅 유학 생활의 힘들었던 점, 좌절하고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 등, 현실적으로 접하게 될수밖에 없는 난관을 자세하게 알려줍니다. 또한 그런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그리고 그 뒤에 어떤 영광스런 일들이 있었는지를 말하며 작은 희망을 담은 메시지도 함께 보입니다.

 


    가수로서 발표한 몇 장의 앨범, 그리고 뮤지컬 무대에 선 경험, 로스쿨 졸업까지. 이 모든 것을 이루는 데 있어서 이소은 씨의 실력과 노력이 가장 크게 작용했단 것은 물론 당연한 말입니다만, 문득 책을 읽다보니 부모의 역할이 자식이 갖는 꿈의 방향과 깊이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겠단 생각이 듭니다. 한 사람의 꿈을 위해서 가족들이 만들어 줄 수 있는 환경이 무척 중요해 보입니다. 무언가를 그리라고 물감을 쥐어줄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그릴 수 있도록 흰 종이를 펴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끝으로 이 책이 갖는 이미지에 대해서 Objection! 이의를 제기합니다. 야리꾸리한 분홍색의 꼬부랑글씨로 만능 엄친아 딴따라 소녀가 좌충우돌 우여곡절 상큼발랄 재미가득 로스쿨 유학일기, 혹은 미국학교 관람여행기라 여길 편견을 만들 것 같아서입니다. 책의 이미지가 갖는 그런 편견과 달리, 해냄을 위해 핑계를 대지 않았던 어린 법조인, 이소은 씨의 진지한 경험을 담은 글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글을 통해 미국 로스쿨 세상에 있을 나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고 상상하며 간접 경험하게 한 시간들이 저에겐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이었단 생각을 합니다.

 






    우리의 내면에는 많은 작은 방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각자에게 필요하고 또 소중한 것들로 채워져 있지만 들어가 본 적이 없는 그런 방들. 로스쿨에 와서 법학문과 논리를 만났을 때도, 이 공부가 내 적성과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힘들어 했을 때도, 들어가 보지 않아서 낯선 방이었을 뿐, 내 마음속에 이미 자리 잡고 있던 소중한 방이었다. 쉽지 앉았지만 방문을 열고 들어가서 그 안의 보물을 천천히 알아채는 과정의 시작이 나의 로스쿨 시기였다. (7쪽)

 


    내 삶에는 정말 무수히 많은 점들이 찍혀 있다. 서로 다른 크기와 빛깔을 지닌 무수히 많은 점들, 서로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이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점들……. 나의 방황과 고민은 어쩌면 그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음악, 공부, 방송, 공연, 책 등 내가 사랑하고 동경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무수히 점만 찍어놓은 채 의미 있는 그림을 완성하지 못할까 봐 그게 두려웠던 것이다. (26쪽)

 


    그러니까 “그런 건 해서 뭐하게?”라는 말은 자신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함부로 해선 안 되는 것 같다. 아무리 허황되고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도전이라도 그것이 훗날 어떤 꽃을 피울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63쪽)

 


    변호사도 일종의 서비스업인데 연예인으로서 특별 대우를 받다가 이 일을 잘할 수 있을지 염려하시는 것 같았다. 하긴 남들이 보면 가수는 매니저나 스타일리스트에 둘러싸여 특별 대우를 받는 직업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그런 이유로 특권 의식을 가져본 적이 없다. 게다가 어찌 보면 가수라는 직업이야말로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업이 아닌가. (261쪽)

 


    나는 책이 빽빽하게 꽂힌 책장이야말로 작은 세상이자 우주일 거라고 생각하곤 했다. 인간의 모든 지식과 관심사, 감성과 이성, 자잘한 일상사부터 세계를 움직이는 거대한 힘과 질서에 이르기까지 모든 걸 모여주기 때문이다. 이런 작은 세상에서 눈길이 머무는 영역이 더 늘었다는 건 그만큼 내 인식의 넓이가 확장되었다는 의미는 아닐까. 문학과 감성의 영역에만 머물던 내가 냉철한 이성의 영역에도 발을 담그게 되었다는 뜻은 아닐까. (2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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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전집 6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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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을 분석한 감상의 글 중에서 가장 이상적인 글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 글일까. 이 여자에서 저 여자로 옮겨다니며 품었던 일종의 '낭만적 집착'을 통해 이 소설에 대한 수많은 감상의 글을 읽어 본다한들 나는 이 소설을 제대로 이해했다며 만족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바람둥이형 집착'으로 변형되어 조금씩 다른 모습을 한 감상의 글을 찾아다니다 결국 200편이 넘는 감상의 글과 마주해야만 하는 것일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크게는 4명의 남녀가 사랑에 대해 복잡하고 미묘하게 탐구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다가 아닌듯해 보여서 이 소설을 무엇이라고 딱 잘라서 단정지어 말하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토마시가 수많은 여자들과 잠자리를 가지듯, 저는 이 소설에 대한 수많은 감상의 글을 읽어보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부분을 눈여겨 보았으며 느낄 수 있었는지 직접 확인해서 몸소 체험해봐야만 할 것 같습니다. 토마시는 나름의 결론을 얻을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겨집니다. 확신할 수 있는 무언가가 생긴다면 그것이 아무리 은유와 비유가 뒤섞여 한껏 미화되고 실제와 달리 과장되어 부풀려진 것이라 할지라도 일종의 안도감을 느낄 수 있을테니까요.



    밀란 쿤데라의 소설이 흔히 그렇듯, 처음에 인물들이 갖고 있던 굳은 생각들이 나중에는 치밀하게 분석되어 해체되어 가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래서 내적으로 작은 반전을 거듭하는데 이 모습이 무척 재미있습니다. 더군다나 이런 반전이 남녀의 사랑이야기라는 인류 최고의 단골 소재와 만나 더욱 궁금증을 유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랑의 이야기라고 해서 슬프도록 아름답고, 또는 행복해서 아름다운 것처럼 사랑을 구구절절하게 노래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표현할 수 없었던 감정과 느낌들, 작은 마음의 움직임을 철저하게 분해해서 언어로 표현하고 조곤조곤 설명하고 있는 차갑고 잔인한 이야기입니다. 이성을 통해 감성을 표현한 글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저에게는 이것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하여간 남녀간의 사랑이야기는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의 사상과 이념, 체제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등장인물 개인의 개성있는 사고가 결국 사회 전체의 사고와 맞물린다고 볼 수 있고, 억압받기를 바라는 대중들이나 명령받기를 원하고 거기서 오르가즘을 느끼는 한 여인이나 사실은 비슷한 것이라는 듯이 자연스레 양쪽을 교차시켜 가며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이런 예는 수많은 이야기들 중 한가지일 뿐이라 순간적으로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가 이해한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앞서 든 예처럼 전혀 상관없을 법한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이 오고가면서 소설을 읽으면 읽을 수록 결국 무슨 말을 했던가 기억할 수 있는 것이 모두 사라져버리니 이 점이 저로선 참으로 답답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평범한 사람들은 이 소설의 어떤 부분에 집중하고 의미를 부여해서 나름의 느낌을 이야기할지, 그것이 무척 궁금한 것입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이성을 향한 호기심만큼이나 저의 궁금증이 왕성해서, 다가갈 수 없었고 다가가서도 안될 성스러운 영역을 탐구하는 죄를 범하면서까지 꼭 끝장을 보고야 말겠다 라는 집착이 생겨날 정도입니다. '그래야만 한다'라고 확신하고 나니 그나마 무지함 때문에 답답했던 기분이 조금 나아졌습니다. 일단은 '그래야만 한다'고 여기며 더 많은 다른 생각을 은밀히 엿볼 생각입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제목처럼 등장인물의 무게를 재어 본다면, 남자 중에서 가볍고 무서운 사람이 한 명씩, 그리고 여자 중에서도 가볍고 무서운 사람이 한 명씩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존재만큼은 모두가 무한히 무겁게 느껴집니다. 이들의 생각과 행동이 그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자체가 굉장히 무거워 보이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행동이 가볍게 보인다고 해서 깊이없는 사고를 했다고 말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유의 옳고 그름을 따질 것이 아니라 이유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만 할 것입니다. 물론 순수한 마음으로 존재 그대로를 받아들이기는 힘이 들 것입니다. 사랑처럼 말입니다. 대자연의 섭리로 구분지어진 남녀의 다름처럼 태생적으로 그러하니 어쩔 수 없다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밀란 쿤데라의 소설은 굉장히 남성적인 소설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소설에서 등장하는 남성들과도 굉장히 비슷한 이미지로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소설은 오히려 여성이 좋아할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굉장히 남성적인 글로 똘똘 뭉쳐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대개 보통의 남성들은 이런 글자체를 읽으려 들지않아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남성의 글이지만 태생적으로 남성의 관심밖에 있을 수밖에 없는 글이기 때문에 오히려 여성의 더 많은 공감을 얻을 것이라는 점이 굉장히 오묘합니다.



    다시 사랑이야기로 돌아와서, 모든 사랑하는 기간 중에서 동시에 최고의 사랑을 서로에게 줄 수 없는 남녀의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결국 그게 사랑이었는지 아니었는지 헷갈려 하고, 혹시나 처음 느낌이 진실된 사랑이 아니었을까 여기며 방황하는 모습에 슬픔을 느낍니다. 두번 부정한다고 해서 다시 강한 긍정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이 사랑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남녀가 겪어야만 하는 시행착오에 참을 수 없음을 느낍니다. 이런 과정이 곧 사랑이라고 여기기엔 우리에게 사랑할 시간이 너무나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존재만이라도 사랑할 수 있다는 아름다운 사랑의 형태가, 소설 속에서마저 그것은 현실에서 절대 이루어 질 수 없고 결코 잡을 수 없는 꿈같은 이야기라 하고 있어서 무척 마음이 아픕니다.







    토마시는 다시 한 번 말했다. "네, 그래야만 합니다! Ja, es muss sein.!" (59쪽)



    인간의 삶은 마치 악보처럼 구성된다. 미적 감각에 의해 인도된 인간은 우연한 사건을 인생의 악보에 각인될 하나의 테마로 변형한다. 그리고 작곡가가 소나타의 테마를 다루듯 그것을 반복하고, 변화시키고, 발전시킬 것이다. 안나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삶을 마감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역과 죽음의 테마, 사랑의 탄생과 결부되어 잊을 수 없는 이 테마가 그 음울한 아름다움으로 절망의 순간에 그녀를 사로잡았던 것이다. 인간은 가장 깊은 절망의 순간에서조차 무심결에 아름다움의 법칙에 따라 자신의 삶을 작곡한다.

    따라서 소설이 신비로운 우연의 만남에 매료된다고 해서 비난할 수 없는 반면, 인간이 이러한 우연을 보지 못하고 그의 삶에서 미적 차원을 배제한다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93쪽)



    현기증, 그것은 추락에 대한 두려움과는 다른 그 무엇이다. 현기증은 우리 발밑에서 우리를 유혹하고 홀리는 공허의 목소리, 나중에는 공포에 질린 나머지 아무리 자제해도 어쩔 수 없이 끌리는 추락에 대한 욕망이다. (106쪽)



    그는 빛과 마찬가지로 어둠에 대해서도 매력을 느꼈다. 요새는 정사를 위해 불을 끄는 것은 웃기는 짓으로 통한다. 이것을 아는 그는 침대 머리에 조그만 램프를 켜 두었다. 하지만 사비나의 몸에 진입하는 순간 그는 눈을 감는다. 그를 사로잡는 관능이 어둠을 예고했던 것이다. 이 어둠은 순수하고 총체적이다. 이 어둠에는 이미지도 환영도 없으며, 끝도 경계선도 없다. 이 어둠은 우리들 각자가 내면에 품고 있는 무한성이다. (160쪽)



    한 인생의 드라마는 항상 무거움의 은유로 표현될 수 있다. 사람들은 우리 어깨에 짐이 얹혔다고 말한다. 이 짐을 지고 견디거나, 또는 견디지 못하고 이것과 더불어 싸우다가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한다. 그런데 사비나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아무 일도 없었다. 그녀는 한 남자로부터 떠나고 싶었기 때문에 떠났다. 그 후 그 남자가 그녀를 따라왔던가? 그가 복수를 꾀했던가? 아니다. 그녀의 드라마는 무거움의 드라마가 아니라 가벼움의 드라마였다. 그녀를 짓눌렀던 것은 짐이 아니라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었다. (201쪽)



    우리는 애교의 한복판에 있다. 비록 아무런 보장도 없는 이론적 가능성에 불과하지만, 성적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이런 행동. (237쪽)



    대개의 경우 사람들은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미래로 도망친다. (271쪽)



    당신의 무지 탓에 이 나라는 향후 몇 세기 동안 자유를 상실했는데 자신이 결백하다고 소리칠 수 있나요? 자, 당신의 주위를 돌아보셨나요? 참담함을 느끼지 않나요? 당신에겐 그것을 돌아볼 눈이 없는지도 모르죠! 아직도 눈이 남아 있다면 그것을 뽑아 버리고 테베를 떠나시오! (289쪽)



    사랑은 은유로 시작된다. 달리 말하자면, 한 여자가 언어를 통해 우리의 시적 기억에 아로새겨지는 순간, 사랑은 시작되는 것이다. (337쪽)



    소설은 작가의 고백이 아니라 함정으로 변한 이 세계에서 인간 삶을 찾아 탐사하는 것이다. (356쪽)



    만약 우리가 사랑할 수 없다면,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사랑받기를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 아무런 요구없이 타인에게 다가가 단지 그의 존재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무엇(사랑)을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4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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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의는 반드시 세 번 느낀다 코이가쿠보가쿠엔 탐정부 시리즈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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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본격 미스터리 소설 『살의는 반드시 세 번 느낀다』를 야구에 비유해보자면, 9회말 2아웃 3점을 뒤진 상태의 만루 상황.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팀 내 최고의 4번 타자. 가운데로 깊숙이 찔러 들어오는 초구를 크게 휘둘러 펜스를 훌쩍 넘기는 역전 만루 홈런. 극적인 끝내기타로 경기가 종료……. 물론 이 같은 모습의 추리소설은 절대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계속해서 소설 『살의는 반드시 세 번 느낀다』를 야구에 비유해 보겠습니다. 9회말 수비 상황, 경기장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그리고 상대팀의 타자 한 명이 느릿느릿 타석에 들어섭니다. 그러다 그 타자는 무언가 깔짝거리며 왠지 모르게 계속해서 투수를 자극합니다. 보아하니 좌타자입니다. 그럼 여기서, 추리소설은 매우 고전적인 방식으로 범인이 왼손잡이라는 사실에 주목하라고 말하려던 것일까요. 에이, 설마요. 그것은 두고 볼 일입니다.

 


    자 그럼, 일단 투수가 초구를 던집니다. 설렁설렁 힘을 빼고 던진 회심의 일구는 아리랑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갑니다. 타자는 기습적으로 배트를 내밀어 날아오는 공에 번트를 댔고, 공은 투수 앞으로 데구르르 힘없이 굴러 갑니다. 보통의 평범한 우타자였다면 아웃카운트 하나를 손쉽게 늘릴 수 있는 찬스입니다. 그럼 이 비유는, 추리소설은 매우 고전적인 방식처럼 범인의 결정적인 실수로 인해 단서가 내던진 것이나 다름없단 사실을 말하려던 것일까요. 에이, 설마요.

 


    상대는 우타자보다 한 걸음 더 빨리 1루 베이스에 진루할 수 있는 좌타자, 게다가 발이 빠른 1번 타자였습니다. 그래서 투수는 자신의 앞으로 기습적으로 평범하게 굴러오는 공을 보고 당황한 나머지 그만 공을 두세 번 더듬고 맙니다.

 


    그래서 노아웃 주자 1루 상황. 하나, 둘, 셋, 넷. 무려 크게 네 걸음이나 리드폭을 늘린 주자의 모습이 투수에겐 무척이나 신경 쓰여 보입니다. 뛸 듯 말 듯 현란하게 움직이는 스텝이 투수의 마음을 심란하게 휘젓습니다. 아직 3점이나 앞서있는 상황이니 주자가 무리해서 베이스를 훔치려 하진 않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노아웃 상황, 아마도 작전은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 이 비유는, 추리소설은 매우 고전적인 방식으로 가장 의심스럽지 않은 인물이 범인이란 말을 하려던 것일까요. 에이, 설마요.

 


    주자가 있기 때문에 투수는 보통의 와인드업 자세가 아닌 셋업 자세로 빠르게 공을 던집니다. 그런데 투수가 왼발을 들어 올려 공을 던지려던 순간, 왼 어깨너머로 얼핏 보인 주자의 움직임이 신경 쓰였던 것인지, 마운드에서 그만 넘어지고 맙니다. 투수 보크.

 


    그래서 노아웃 주자 2루 상황. 그래도 아직은 괜찮습니다. 적시타를 맞아서 실점한다 치더라도 아직 2점의 여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보다 중요한 건 투수가 주자의 움직임에 너무 신경 쓴 나머지 자칫 타자와의 승부에 소홀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항상 야구는 우려하던 상황을 현실로 재현해 극적인 장면을 연출해 냅니다. 그럼 이 비유는, 추리소설의 매우 고전적인 방식처럼 범인과의 정면승부를 방해하는 주변인물을 배제하란 말을 하려던 것일까요. 에이, 설마요.

 


    리드폭이 유독 긴 주자를 발견한 투수는 2루를 향해 빠르게 견제를 합니다. 하지만 유격수와 2루수의 사인이 맞지 않았던 것인지, 서로가 서로에게 양보한 공은 중견수 앞까지 데구르르 굴러갑니다. 실수 연발입니다.

 


    그런데 3루까지 내달린 주자가 혼란을 틈타 홈까지 파고들려 합니다. 자신의 빠른 발을 그만큼 믿어서 일까요, 아니면 뜬금없이 나타난 주루코치가 크게 팔을 돌려서 일까요. 그건 모를 일입니다. 아무튼 주자의 움직임을 보고 놀란 중견수는 얼떨결에 공을 주워 홈을 향해 힘껏 던집니다. 결과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요. 홈플레이트의 급박한 상황 속에서 포수가 공을 놓쳐 결국 실점했을까요, 아니면 연이어 발생한 엉성한 플레이를 만회하려는 듯 멋진 수비로 위기를 극복해낼까요. 그럼 지금까지 했던 이러한 비유들은, 추리소설의 매우 고전적인 방식처럼 여러분께 직접 이 비유들의 의미를 장황하게 풀이하려는 암시일까요. 에이, 설마요.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의 끝을 제가 어떻게 알려드린답니까, 설마요.

 


 

    지금까지 이야기한 이런 위기상황 하나로 경기 결과가 확 뒤바뀌진 않을 것입니다. 아까도 말했듯이 아직 약간의 여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황들이 계속해서 모이다 보면 최종적으로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흐름이란 것은 끝까지 가봐야 아는 것이니까요. 시간이 되었다고 저절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이닝의 아웃카운트 세 개를 모두 잡아야 야구는 끝나기 때문입니다.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소설에선 대단히 화려하진 않지만 간결한 트릭들이 군더더기 없이 오밀조밀하게 잘 조립되어 있어서 좋습니다. 마술로 치자면 잔재주를 부리는 카드마술이라고 할까요. 어색한 실수와 함께 농담을 섞어 놓고 카드를 이리저리 섞는 모습이 무척이나 즐겁습니다. 특히 이 소설에선 야구에 얽힌 살인 사건을 고등학교 탐정부 동아리 3인방이 나서서 나름의 조사를 펼치는데, 이들이 보여준 좌충우돌 탐정 놀이가 꽤나 흥미진진합니다. 이렇게 본격적으로 유머러스하고 미스터리한 탐정부가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가입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선서! 우리 탐정부 일동은 페어플레이 정신을 준수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필요한 정보를 감추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끝까지 싸울 것을 선서합니다!

    20XX년 여름, 코이가쿠보가쿠엔 탐정부, 아카사카 토오루. (24쪽)


 

    어찌나 무방비 상태로 서로 치고받던지……. 이를 상세히 쓸 필요도 없거니와 전쟁터 같았던 시합 현장을 극명하게 기록하자면 장편소설이 될 형편인지라 자세한 내용은 쓰지 않겠다. (82쪽)

 


    이거야 말로 내가 탐정부 활동에서 이루고자 했던 참모습이라고! 이성 대 이성의 논리적인 대결, 지성 대 지성의 세련된 격돌, 감성 대 감성의 통쾌한 공명, 이 모든 과정을 거쳐 도출해낸 아름다운 진실. 바로 이거라고! 알아들어? 가능성과 신빙성이 자아내는 섬세한 하모니, 사실과 상상력이 연주하는 장대한 심포니. 이거야말로 제대로 된 추리라고! (107쪽)

 


    나는 한기가 느껴져 몸을 부르르 떨었다. 무릇 비유 살인 같은 건 소설 속에서나 일어나는 범죄이다. 현실 세계에서, 그것도 동요나 하이쿠가 아니라 하필이면 야구에 빗댄 살인이라니. (203쪽)

 


    비유 살인의 의미라……. 그야 간단해. 시신을 어딘가에 비유해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작품 속의 세계로 단박에 끌어들이기 위해서지. (222쪽)





 

크롱의 혼자놀기 : http://ionsupply.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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