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따라 소녀 로스쿨 가다 - 가수 이소은 뉴욕 로펌을 사로잡다
이소은 지음 / 삼성출판사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책을 통해 사람 사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 것은 꽤 즐거운 일입니다. 오늘의 저는 책 속의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도 책 속의 이야기와 비슷한 어떤 일을 언젠가 꼭 이루어 세상 사람들에게 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단 생각을 합니다. 굳이 무언가를 똑같이 따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다가 문득 갑자기 생겨난 생각 때문에 전혀 다른 엉뚱한 일을 하게 되더라도 상관없습니다. 어떤 방향을 향하든 책이 이끈 삶의 특정 방향을 찾았다면 그걸로 된 것입니다. 그래서 책을 통해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매우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수 이소은 씨가 그동안 소식이 뜸해서 무엇하고 지내나 궁금했는데, 미국의 로스쿨에서 공부하고 있었답니다. 시카고 노스웨스턴 로스쿨에 2009년 입학해서 2012년 여름 마침내 성공적으로 로스쿨을 졸업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최근에 『딴따라 소녀 로스쿨 가다』라는 책을 냈습니다.

 


    무언가 굉장히 화려하고 철없이 살았던 소녀가, 마치 <금발이 너무해>의 리즈 위더스푼 처럼 애완견을 끌고 법정에 들어서서 당당하게 자신의 개의 권리를 요구하며 한 편의 영화 같은 이야기를 펼쳐 보일 것 같지만, 사실 『딴따라 소녀 로스쿨 가다』는 꽤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미국 로스쿨을 갓 졸업한 선배 언니가 비슷한 길을 가려고 꿈꾸는 후배 동생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인 것입니다.

 


    책의 내용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노하우 전수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굉장히 친절하게, 로스쿨에 입학하기 위해 학교 측에 자신이 제출했던 자기소개서 일부를 공개하는 강수를 두면서 말입니다. 또한 입학이 결정되기까지의 과정과 학교에서 들었던 수업내용, 외국인 친구들과의 관계, 교수님과의 대화 내용을 보이며 미국 로스쿨 생활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줍니다. 특히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사람이 겪게 되는 어려움, 머나먼 이국 땅 유학 생활의 힘들었던 점, 좌절하고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 등, 현실적으로 접하게 될수밖에 없는 난관을 자세하게 알려줍니다. 또한 그런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그리고 그 뒤에 어떤 영광스런 일들이 있었는지를 말하며 작은 희망을 담은 메시지도 함께 보입니다.

 


    가수로서 발표한 몇 장의 앨범, 그리고 뮤지컬 무대에 선 경험, 로스쿨 졸업까지. 이 모든 것을 이루는 데 있어서 이소은 씨의 실력과 노력이 가장 크게 작용했단 것은 물론 당연한 말입니다만, 문득 책을 읽다보니 부모의 역할이 자식이 갖는 꿈의 방향과 깊이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겠단 생각이 듭니다. 한 사람의 꿈을 위해서 가족들이 만들어 줄 수 있는 환경이 무척 중요해 보입니다. 무언가를 그리라고 물감을 쥐어줄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그릴 수 있도록 흰 종이를 펴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끝으로 이 책이 갖는 이미지에 대해서 Objection! 이의를 제기합니다. 야리꾸리한 분홍색의 꼬부랑글씨로 만능 엄친아 딴따라 소녀가 좌충우돌 우여곡절 상큼발랄 재미가득 로스쿨 유학일기, 혹은 미국학교 관람여행기라 여길 편견을 만들 것 같아서입니다. 책의 이미지가 갖는 그런 편견과 달리, 해냄을 위해 핑계를 대지 않았던 어린 법조인, 이소은 씨의 진지한 경험을 담은 글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글을 통해 미국 로스쿨 세상에 있을 나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고 상상하며 간접 경험하게 한 시간들이 저에겐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이었단 생각을 합니다.

 






    우리의 내면에는 많은 작은 방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각자에게 필요하고 또 소중한 것들로 채워져 있지만 들어가 본 적이 없는 그런 방들. 로스쿨에 와서 법학문과 논리를 만났을 때도, 이 공부가 내 적성과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힘들어 했을 때도, 들어가 보지 않아서 낯선 방이었을 뿐, 내 마음속에 이미 자리 잡고 있던 소중한 방이었다. 쉽지 앉았지만 방문을 열고 들어가서 그 안의 보물을 천천히 알아채는 과정의 시작이 나의 로스쿨 시기였다. (7쪽)

 


    내 삶에는 정말 무수히 많은 점들이 찍혀 있다. 서로 다른 크기와 빛깔을 지닌 무수히 많은 점들, 서로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이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점들……. 나의 방황과 고민은 어쩌면 그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음악, 공부, 방송, 공연, 책 등 내가 사랑하고 동경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무수히 점만 찍어놓은 채 의미 있는 그림을 완성하지 못할까 봐 그게 두려웠던 것이다. (26쪽)

 


    그러니까 “그런 건 해서 뭐하게?”라는 말은 자신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함부로 해선 안 되는 것 같다. 아무리 허황되고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도전이라도 그것이 훗날 어떤 꽃을 피울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63쪽)

 


    변호사도 일종의 서비스업인데 연예인으로서 특별 대우를 받다가 이 일을 잘할 수 있을지 염려하시는 것 같았다. 하긴 남들이 보면 가수는 매니저나 스타일리스트에 둘러싸여 특별 대우를 받는 직업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그런 이유로 특권 의식을 가져본 적이 없다. 게다가 어찌 보면 가수라는 직업이야말로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업이 아닌가. (261쪽)

 


    나는 책이 빽빽하게 꽂힌 책장이야말로 작은 세상이자 우주일 거라고 생각하곤 했다. 인간의 모든 지식과 관심사, 감성과 이성, 자잘한 일상사부터 세계를 움직이는 거대한 힘과 질서에 이르기까지 모든 걸 모여주기 때문이다. 이런 작은 세상에서 눈길이 머무는 영역이 더 늘었다는 건 그만큼 내 인식의 넓이가 확장되었다는 의미는 아닐까. 문학과 감성의 영역에만 머물던 내가 냉철한 이성의 영역에도 발을 담그게 되었다는 뜻은 아닐까. (287쪽)




 

크롱의 혼자놀기 : http://ionsupply.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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